톱니바퀴는 입을 활짝 벌린 거대한 상어처럼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주지훈은 조수아를 와락 품에 껴안고는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허스키한 중저음 보이스에 은은한 긴장감이 겉돌았다.“수아 씨.”조수아의 이름을 입에서 뱉어낸 주지훈은 그녀를 더 꼭 껴안았다.주지훈은 조수아를 자기 몸속에 집어넣을 것처럼 팔에 힘이 불끈 주며 다른 한 손으로 노란색 버튼을 눌렀다.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점점 가까워지는 톱니바퀴를 쳐다봤다.만약 이 노란색 버튼이 정지 버튼이 아니라면 이 톱니바퀴는 멈추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그럴 리가 없어. 너 지금 헛소리하는 거잖아. 육상근이 우리 아빠를 죽인 거야. 어르신은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셔.”조수아는 옅은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어 나갔다.“그 사람은 명목상 너를 보호해 주는 것 같아도 사실 너를 이용해 임다윤을 통제했어. 네가 아니었다면 임다윤이 그렇게 물불 안 가리고 목숨까지 바쳐가며 그 사람한테 충성하지 않았겠지. 사실, 이때까지 임다윤이 왜 그 사람한테 휘둘리는지 이유를 몰랐었어. 하지만 너를 보고 나니 모든 의문이 해결되더라. 근데 넌 단 한 번도
조수아는 박근태에게 다가가며 말했다.“하지만 문주 씨가 어르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 낼게요.”박근태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제가 여길 떠나면 그놈의 비밀을 우리가 알고 있다는 걸 들키게 돼요. 그럼 지금 세워놓은 계획이 다 헛수고가 되는 거예요. 제가 아직 그놈한테 내놓지 않은 물건이 있어서 여기에 남더라도 저를 어쩌지는 못할 거예요. 제가 순순히 물건을 내놓았다면 일찍 그놈 손에 죽었겠죠. 그러니 근심하지 말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얼른 떠나요. 그놈은 저와 제 손녀가 상대
수수한 차림에도 성수현의 화려한 이목구비를 가릴 수 없었다.그중에도 유독 눈가에 있는 빨간 점이 조수아를 더욱 놀라게 했다.그녀를 처음 본 순간 조수아는 분명 이 여자를 어디선가 봤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조수아는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선생님, 안녕하세요. 아빠의 수술을 의뢰하고 싶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어요.”성수현은 자애로운 미소로 그들을 맞이했다.“제가 얼른 짐을 쌀 테니 먼저 안으로 들어와 목을 추리고 계세요. 모든 준비를 마치면 바로 떠나죠.”그들은 성수현의 뒤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병실 안은 순간 조용해져 서로의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성수현은 눈시울을 붉히며 조병윤을 한참 동안 바라만 봤다.그녀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조병윤에게 다가갔다.가는 손이 조병윤의 손목에 닿자 눈물이 기다렸다는 듯 왈칵 쏟아졌다.뜨거운 눈물이 조병윤의 팔에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성수현의 이상한 반응에 조수아는 드디어 그녀를 어디서 봤던 건지 어렴풋이 기억났다.조병윤의 사진첩에는 줄곧 한 여인의 사진이 뒤편에 숨겨져 있었다.조수아의 기억이 맞다면 그 사진 속 여인이 바로 성수현이었다.조병윤이 고이 간직
상황을 지켜보던 조수아는 휴지를 꺼내 조병윤의 눈물을 닦아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거 알아. 그러니까 빨리 깨나. 우리 모두 아빠가 깨나길 기다리고 있어.”조병윤은 조수아의 말에 응하는 듯 눈을 파르르 떨었다.성수현은 가방에서 침을 꺼내 조병윤의 머리에 꽂았다.한 시간 후, 성수현은 침을 다시 뽑아냈다.조수아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성수현을 바라보며 물었다.“선생님, 저의 아빠는 좀 어때요?”성수현은 침을 도로 가방에 차곡차곡 넣으며 말했다.“예상한 것 보다 상태가 훨씬 좋아요
강지영은 말 한마디로 육문주가 그녀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두터운지 나타낸 동시에 조수아를 경멸했다.조병윤을 병문안하는 일 마저 직접 하지 않는 육문주였다.강지영의 여우 같은 속셈을 조수아는 바로 알아차렸다.조수아는 피식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강지영을 바라봤다.“그래요? 아직도 저의 아빠가 잘해줬던 걸 기억하고 있다니, 제가 직접 문주 씨한테 전화해서 감사 인사라도 해야겠네요.”이윽고 조수아는 전화를 거는 시늉을 하자 강지영은 서둘러 그녀를 말렸다.“지금 대표님께서 회의 중이라 바쁘실 거예요. 괜히
갑작스러운 플러팅에 조수아는 눈앞에 남자가 순간 육문주로 보였다.조수아는 눈을 비비적대고 눈앞의 남자를 자세히 들여다본 후에야 바보 같은 생각이 사라졌다.그때, 조수아의 핸드폰이 벨을 울렸다.수신인이 천우인 것을 확인한 조수아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방금까지도 얼음장처럼 차갑던 얼굴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온화한 미소가 자리 잡았다.심지어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아가야.”조수아의 아가라는 소리에 천우는 기뻐서 짧은 다리로 침대 위에서 펑펑 뛰었다.이내 천우는 겨우 흥분을 가라앉히고 작은 입으로 쫑알거렸다.“이모,
“배우로서의 커리어는요? 그걸 포기하실 건가요? 오랫동안 쌓아오신 기반이잖아요.”“예전에는 저도 지혜 씨 생각과 같았습니다. 제가 성공하고 명예를 얻어야 연희 옆에 설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그 어떤 명예도 그녀보다 중요하지 않다는걸요. 이걸 조금만 더 빨리 알았다면 우리가 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제가 그녀를 그렇게까지 상처 주지도 않았을 텐데요.”배우진이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한지혜는 더 이상 캐묻기가 어려워 그의 어깨를 힘껏 두드리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제가 같이 갈게요. 다
의사의 말을 듣고 천우는 눈을 크게 뜨며 신나서 말했다.“어디요? 제 눈에는 왜 안 보이죠?”의사는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잠시 후에 프린트해 줄게. 아직 아기들은 성장 중이라 잘 보이지 않을 거야.”천우는 초음파 사진을 들고 조수아에게 달려가 입을 크게 벌리며 말했다“엄마, 하나는 여동생이에요. 나중에 남동생이랑 같이 여동생을 보호할 수 있겠어요.”조수아는 그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착하네! 할아버지, 할머니께 이 기쁜 소식을 전해 드리자.”육문주는 딸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
허연후는 한지혜를 바라보며 물었다.“그게 다야?”한지혜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대답했다.“아니면요? 뭘 더 기대하신 건가요?”“내 고백을 받아줄 줄 알았지.”“꿈 깨세요! 천우 데리고 가서 잘 놀게 해주세요. 안전하게 부탁드려요.”허연후는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조건 있어. 나한테 뽀뽀해 줘.”한지혜는 그를 밀치며 말했다.“선 넘지 마세요. 너무 과하잖아요.”“천우한테 뽀뽀하라고 한 거야. 너한테 하라고 한 게 아니었는데? 물론 네가 하고 싶다면 난 괜찮아.”한지혜는 화가 나서 그의 가슴을 한 번 쳤다.“농담 그만
다음 날 아침.하늘이 막 밝아올 무렵, 천우는 손목시계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오늘은 지연 이모랑 새벽 4시에 일어나 작은 게를 잡기로 약속했었다. 흐릿하게 눈을 뜬 천우는 옆에 있는 작은 상자 안의 반딧불이를 보고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얼른 상자를 들어 이리저리 살펴봤다.허지연이 잠에서 깨어난 것을 보자, 천우는 ‘쉿’하며 손가락을 입에 가져갔다. 그리고 지연에게 기어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지혜 이모 깨우지 말고 조용히 나가요. 어제 늦게 들어왔으니까 좀 더 자게 해주자고요.”허지연은 그에게 ‘오케이’하며 손
한지혜는 그 말을 듣고 나서 울음을 그치고 말했다.“독사한테 물리지 않게 조심해요.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과부가 되긴 싫어요.”허연후는 웃으며 그녀를 품에 안고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걱정하지 마.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너는 여기서 가만히 있어.”“조심해요.”한지혜는 큰 바위 위에 서서 허연후를 바라보았다. 허연후는 미리 준비해 둔 작은 상자를 꺼내 덮개를 열고 반딧불을 잡기 시작했다. 곧 다양한 색의 작은 상자들 안에는 반딧불의 빛이 가득 찼다. 마치 밤하늘에 떠 있는 별빛 같았다.한지혜는 그 상자를 들고
한지혜는 허연후의 말을 듣고 눈빛이 흔들렸다.“뭐라도 기억난 건가요?”“그런 게 아니라면 믿어줄 수 있어?”허연후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실 그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한지혜에게 강하게 이끌릴 뿐이었다.다른 남자와 대화하는 그녀를 보면 마음이 불편해졌고, 그녀가 다치면 그 역시 아팠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면 꼭 안아주고 싶었다. 이 모든 것이 그가 한지혜를 좋아한다는 증거였다. 과거의 약속이나 어떤 관계의 얽매임 없이, 그저 그녀에게 끌리고 좋아하는 감정이었다.허연후의 말에 한지혜는 믿기지 않는
“좋아요!”“꽉 잡아. 속도를 올릴 거야.”허연후가 그렇게 말하며 가속 페달을 밟자, 요트는 마치 슈퍼히어로처럼 바다의 큰 파도들을 넘어갔다. 두 사람은 깊은 바다를 향해 질주했다.한지혜는 온몸이 흥분으로 가득 찼다.“연후 씨, 큰 파도 밀려와요! 빨리 넘어봐요!”“우와! 진짜 날아갈 것 같아요!”“연후 씨, 우리 이러다 길 잃어버리는 거 아니죠?”그녀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즐거운 표정을 보이자, 허연후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그는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지혜야, 저기 봐.”한지혜는 허연후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
허연후의 말에 정곡을 찔린 한지혜는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서둘러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결국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한지혜는 고개를 돌리며 상처가 아픈 척 말했다.“연후 씨 때문에 더 아파졌잖아요...”허연후는 그녀가 왜 우는지 모를 리 없었다. 그는 손을 멈추고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지혜야, 미안해.”그가 사과하지 않았다면 몰랐겠지만, 미안하다는 한마디에 한지혜는 애써 참아왔던 감정이 무너져 버렸다. 그녀는 얼굴을 두 무릎에 묻고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좋아. 이모가 내년에는 꼭 천우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좋아요! 그러려면 연후 삼촌이랑 화해부터 해야겠죠? 두 분이 빨리 화해해야 제가 하루라도 더 빨리 미래의 아내를 만날 수 있잖아요.”“응? 연후 삼촌이 아니어도 이모는 아이를 가질 수 있어. 걱정하지 마. 이모가 예쁘고 귀여운 꼬마 신부가 태어날 수 있게 노력해 볼게.”그들이 신나서 이야기하던 중, 텐트가 열리더니 허연후의 큰 그림자가 들어왔다.그는 한지혜 옆에 앉아 천우를 품에 안으며 그의 엉덩이를 톡톡 치고 웃으며 말했다.“천우야, 꼬마 신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