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플러팅에 조수아는 눈앞에 남자가 순간 육문주로 보였다.조수아는 눈을 비비적대고 눈앞의 남자를 자세히 들여다본 후에야 바보 같은 생각이 사라졌다.그때, 조수아의 핸드폰이 벨을 울렸다.수신인이 천우인 것을 확인한 조수아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방금까지도 얼음장처럼 차갑던 얼굴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온화한 미소가 자리 잡았다.심지어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아가야.”조수아의 아가라는 소리에 천우는 기뻐서 짧은 다리로 침대 위에서 펑펑 뛰었다.이내 천우는 겨우 흥분을 가라앉히고 작은 입으로 쫑알거렸다.“이모,
조수아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연성빈을 바라봤다.“근데 왜 들킬까 봐 두려운 사람처럼 자꾸 저보다 일찍 온 거에요? 세리 언니한테 물어봐도 모르는 눈치던데. 제 아이를 보러 와주는 건 고마운데 굳이 이렇게 숨긴 이유가 뭐예요?”조수아의 통찰력 있는 분석에 연성빈은 그럴듯한 핑계가 떠오르지 않았다.연성빈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우리는 네가 허튼 생각 할까 봐 그런 거야. 네가 육 대표님과 안 좋게 헤어졌는데 내가 부탁을 들어주는 걸 알게 되면 네가 나를 미워할까 봐 계속 말을 못한 거야.”연성빈이 아무리 해명해
주지훈이 천우에게 한 말이 2년 전 육문주가 아이에게 했던 말과 똑같았다.육문주는 허구한 날 엎드려 조수아를 배를 붙잡고 매일 아이에게 경고하던 일을 조수아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는 조수아의 뱃속에 떡하니 자리 잡은 아이를 보며 나중에 태어나면 엉덩이부터 때려주겠다고 겁을 줬다. 하지만 천우는 세리의 아이였고 2년 전 세리와 연성빈은 주지훈과 아예 모르는 사이였다.모든 의혹이 비등점에 도달한 포트 안의 물처럼 금방이라도 흘러넘칠 것 같았다.조수아가 사실을 알아차릴 수 없도록 무언가가 두 눈을 가리는 듯했다.조수아는
모자 사이에 마음이 통하기라도 한 듯 천우는 바로 조수아의 속마음을 읽어냈다.결국 주지훈은 천우와 솜사탕을 사러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네가 방금 한 말 똑똑히 기억해 둬. 지금 수아 씨한테 솜사탕 사주러 가는 거야. 너는 한 입도 먹으면 안 돼.”“알겠어요.”잠시 후, 세리와 벤치에 앉아 얘기를 나누던 조수아는 문득 멀리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시선에 들어왔다.주지훈의 품에 안긴 천우는 한쪽 손에 핑크색 솜사탕을 들고 있었다.천우의 햇살처럼 부드러운 미소는 조수아의 마음마저 따뜻하게 했다.주지훈은 중저음 보이스로 입을
천우는 말하면서 작은 손을 조수아의 두 볼에 얹었다.진지하면서도 경건한 천우의 모습에 조수아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조수아는 울먹거리며 천우에게 물었다.“내가 진짜 너를 내 아이로 생각해도 돼?”천우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죠. 저희 엄마가 화낼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제가 이미 엄마와 동의를 구했어요. 엄마도 흔쾌히 허락했고요.”우려하던 것들이 모두 사라지자 조수아는 천우를 꽉 끌어안았다.잃은 아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온종일 슬픔에 잠겨 있었던 조수아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사진첩을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주지훈은 가슴이 아팠다.천우의 성장 과정이 담겨있을 뿐만 아니라 조수아와 천우가 얼마나 애틋한 사이인지 보아낼 수 있는 사진들이었다.이런 요소들이 모여 주지훈의 가슴에 상처를 내기에 충분했다.한편, 천우는 잔뜩 신나서 주지훈의 커다란 손을 툭툭 건드렸다.“먼저 보고 있어요. 저는 엄마가 요리하는 걸 보러 갈게요.”이윽고 천우는 짧은 다리로 주방에 총총 뛰어갔다.그는 작은 의자를 옮겨와 조수아 곁에 앉아 턱을 괸 채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귀여운 천우의 모습에 조수아는 마음이 몽글몽
밤낮으로 그리워하던 얼굴을 드디어 보게 된 박주영은 마치 꿈꾸는 것 같았다.그리고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인 채 그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정말 우리 문주야? 내 아들 문주가 맞아?”육문주의 눈시울도 덩달아 뜨거워졌다.박주영이 자기 어머니란 사실을 알게 된 후 이번 처음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육문주는 다정하게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답했다.“어머니, 아들 육문주가 이제야 인사드려요.”그의 확신에 찬 말에 박주영은 더는 참지 못하고 뜨거운 눈물을 마구 쏟아냈다.그리고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래. 우리 아들, 이 어머니
“제 생각에는 이게 그 사람한테는 매우 중요한 물건일 겁니다. 아니면 진작에 저희 할아버지를 죽였을 테니까요.”자기 아버지가 그토록 위험한 곳에 갇혀있다는 생각에 박주영은 자기도 모르게 이를 꽉 깨물었다.“박경준, 그 빌어먹을 놈 때문에 우리 가족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서 고생하고 있구나. 내가 반드시 이 수모를 그놈에게 되갚아주고 말겠어!”“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꼭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요. 어머니랑 수아가 여태껏 받았던 고통은 제가 두 배로 갚아줄 겁니다.”이때 박서준이 테이블 위의 보석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문득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