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의 말 한마디에 모두가 깜짝 놀라서 시선을 그에게 돌렸다.육문주는 침묵을 깨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건 서준 씨를 염두에 두고 미리 보험을 들어놓은 거예요. 오늘 우리의 연기가 진짜였든 가짜였든 박경준은 서준 씨를 쥐고 흔들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한 거죠. 앞으로 서준 씨는 박 여사님과 박 어르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박경준의 말을 꼭 잘 따르도록 해요. 저희 둘은 계속 대표 자리를 다투며 원수보다 못한 사이인 척 연기해야 해요. 그래야 박경준이 서준 씨를 믿고 박 여사님과 박 어르신께 허튼짓을 안 할 거예요.”박서준은 주
박경준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래. 비밀 꼭 지킬게.”전화를 끊자 박경준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박서준의 말이 진짜든 아니든 박주영과 박근태를 손에 넣었기에 박서준이 그의 말을 듣지 않을리가 없었다.박서준이 육엔 그룹 대표 자리를 꿰차게 되면 모든 건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한편, 조수아는 육문주의 상처 난 얼굴에 약을 발라주고 있었다.“박 여사님 아무 일도 없겠지? 박경준이 나쁜 짓이라도 할까 봐 걱정돼.”육문주는 조수아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박경준은 박서준과 손을 잡기 위해
육문주는 보고서를 여러 번 훑어보았다.[친자 관계가 성립합니다.]육문주는 제일 마지막 줄에 쓰인 이 몇 글자를 오랫동안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는 임다윤이 아닌 박주영의 아이였다.순간 바늘로 가슴을 쿡쿡 찌르는 듯 한 느낌과 함께 눈시울이 붉어졌다.육문주는 조수아를 꼭 껴안으며 울먹거렸다.“수아야. 나 어머니 아들 아니야. 박 여사님이 나의 어머니였어. 너와 난 더 이상 원수가 아니야.”조수아는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조수아는 육문주를 용서하고 설매의 죽음을 그의 탓으로 돌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육문주는 줄곧 마음속
힘들어하는 육문주를 보며 육상근은 몰래 눈물을 훔쳤다.“수아에게 참 미안하지. 애초에 임다윤 때문에 상처받고 지금은 또 우리 가문 때문에 외가까지 피해가 갔어. 이제 수아와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너는 평생 죄책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거야. 그러니까 잘 생각해 봐. 수아와 아이를 생각하더라도 끊어낼 때 끊어내야지.”육문주가 집에서 나올 때 벌써 새벽 한 시였다.도로에 차들은 눈에 띄게 적어졌고 어느 땐가부터 가랑비가 내렸다.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차창에 똑똑 떨어져서 마치 육문주의 마음도 따라 젖어 드는 것 같았다.밖에는
다음날, 조수아가 눈을 뜨자 옆자리는 비어있었다.어느새 육문주가 없는 날에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았다.그가 큰 고난에 닥쳐 당장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조수아는 잘 알고 있었다.심지어 육문주가 그녀와 헤어질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고 있었다.함께 산 지도 벌써 3년, 육문주의 표정만 봐도 속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현재로서는 박근태와 박주영 때문에 육문주도 반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육문주는 잠시 멈춰 적당한 기회가 오기를 노리는 수밖에 없었다.박경준은 육문주가 반격할 수도 없게 해외 세력들을 동원해 육문주 배
집사는 그 말만 남기고 별장을 떠났다.집사의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조병윤은 이내 시선을 조수아에게 돌렸다.그는 몹시 안타까워하며 말했다.“수아야, 네가 지금 힘들다는 거 잘 알아. 문주도 속이 말이 아니겠지. 어쩌면 너희 둘이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이 지금으로서 최선일지도 몰라.”조수아가 꾹꾹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아빠, 제가 이때까지 그 많은 일들을 참고 견뎌왔는데 왜 또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 거야? 설마 선일 스님이 말했던 것처럼 결혼식을 못 치렀다고 이런 역경을 겪어야 하는 거야?”조병윤은 절망에
“네. 지금 바로 티켓을 준비하겠습니다.”진영택은 얼른 문을 열고 사무실을 뛰쳐나갔다.허연후는 걱정 가득한 눈길로 육문주를 바라봤다.“국가 기밀과 얽힌 일이라 너한테 죄를 뒤집어씌우긴 식은 죽 먹기야. 너 정말 연희 누나를 빼낼 수 있겠어? 이거 자칫하다 일이 커질 수 있어.”“아니.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네가 가면 수아 씨는 어떡해? 곧 있으면 아이도 태어날 텐데 설마 수아 씨 혼자 아이를 낳게 할 생각은 아니지?”아이라는 말에 육문주는 눈썹을 들썩였다.“최대한 빨리 돌아올게. 너무 오래 걸리지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육문주는 어느새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육문주는 가슴을 움켜쥐고 옆에 놓여있던 물을 마셔봤지만 증상은 가라앉지 않았다.이를 본 진영택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대표님, 어디가 불편한 거예요? 병원으로 모실까요?”육문주는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괜찮아요. 조금 지나면 나아질 거예요.”육문주는 좌석에 기댄 채 눈을 꾹 감고 온갖 정신을 숨소리에 집중시켰다.하지만 그는 괜찮아 지기는커녕 증상이 점차 심해졌다.심지어 조수아가 피범벅이 되어 바닥에 쓰러진 끔찍한 화면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육문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