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지금 바로 티켓을 준비하겠습니다.”진영택은 얼른 문을 열고 사무실을 뛰쳐나갔다.허연후는 걱정 가득한 눈길로 육문주를 바라봤다.“국가 기밀과 얽힌 일이라 너한테 죄를 뒤집어씌우긴 식은 죽 먹기야. 너 정말 연희 누나를 빼낼 수 있겠어? 이거 자칫하다 일이 커질 수 있어.”“아니.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네가 가면 수아 씨는 어떡해? 곧 있으면 아이도 태어날 텐데 설마 수아 씨 혼자 아이를 낳게 할 생각은 아니지?”아이라는 말에 육문주는 눈썹을 들썩였다.“최대한 빨리 돌아올게. 너무 오래 걸리지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육문주는 어느새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육문주는 가슴을 움켜쥐고 옆에 놓여있던 물을 마셔봤지만 증상은 가라앉지 않았다.이를 본 진영택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대표님, 어디가 불편한 거예요? 병원으로 모실까요?”육문주는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괜찮아요. 조금 지나면 나아질 거예요.”육문주는 좌석에 기댄 채 눈을 꾹 감고 온갖 정신을 숨소리에 집중시켰다.하지만 그는 괜찮아 지기는커녕 증상이 점차 심해졌다.심지어 조수아가 피범벅이 되어 바닥에 쓰러진 끔찍한 화면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육문
한편,육문주의 차는 빠르게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이때, 연성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육 대표님, 세리 배 속의 아기가 심장박동을 보이지 않아 당장 수술해야 할 것 같아요. 이전에 언급하셨던 소아과 전문의한테 연락해 주실 수 있을까요?”“네. 지금 바로 연락할게요.”육문주가 소아과 전문의에게 전화를 돌리려는 순간 고막이 터질듯한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깜짝 놀란 육문주는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육문주의 집에서 흰 연기가 자욱하게 솟아오르고 있었다.지금 이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충격적이고 두려운
정원을 가득 채웠던 화초는 폭발로 인해 모양을 알아볼 수 없었다.마당에는 경찰과 의료진으로 가득했다.그때, 구급대원 두 명이 들것에 사람을 눕히고 지나가고 있었다.육문주는 곧장 달려가 울부짖었다.“수아야!”허연후는 다가가 육문주를 부축하며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했다.“수아 씨는 출혈이 심해 의식불명인 상태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문제는 아저씨가 중상을 입어 머리를 다쳤고 두 경호원도 모두 크게 다쳤어. 문주야, 수아 씨가 아직 너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육문주는 울먹거리며 물었다.“수아는 어디에
양측 의사들은 한바탕 토론한 끝에 아이를 먼저 구하기로 했다.비록 조수아의 부상은 그리 엄중하지 않았지만 아이는 이대로 계속 두었다가는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그렇게 40분이라는 수술을 거쳐 성공적으로 아이를 꺼냈다.그토록 고대하던 아이를 처음 보게 된 육문주는 또다시 눈물이 마구 흘러내렸다.의사의 손에 들려진 작은 생명체는 눈을 꼭 감고 얼굴은 한껏 찌푸리고 있었는데 어딘가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아 육문주는 재빨리 의사에게 물었다.“아이는 괜찮나요?”의사가 답했다.“아직 말씀드리기 어려워서 일단 응급처치를 하면서 상
“아버지, 저 사람들은 지금 제 아기의 목숨을 노리고 있어요. 제 뒤를 이을 사람이 없길 바라는 사람들이라 제가 아무리 수아랑 헤어진다고 해도 아기가 살아있다는 걸 알면 계속 쫓아다니면서 죽이려 들 꺼예요.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아이의 존재를 숨겨야 할 것 같아요.”말을 마친 뒤 그는 조심스레 조병윤의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박철수와 오현자가 조병윤의 곁을 지키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아무런 미동도 없는 모니터 속 심장박동 그래프를 바라보며 눈물을 훔쳤다.“병윤아, 제발 눈 좀 떠봐. 네가 수아랑 아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걸 나중
박철수는 즉시 네 가문의 사람들을 모두 불러들여 이 사실을 그들에게 알렸고 또 한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분명히 말해주자 그들도 이 방법이 아이와 조수아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그리고 세리의 두 아이는 아직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인큐베이터에 들어가게 되었고 조수아의 아이는 결국에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말을 맞췄다.막 수술을 끝낸 세리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다.한 아이의 엄마로서 조수아가 깨어났을 때 받게 될 충격이 얼마나 클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
“알겠습니다. 아마 이혼 건으로 인한 재산 양도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문주 씨 때문에 박씨 가문이나 송씨 가문 그리고 수아 씨가 여태껏 잃은 게 훨씬 많아서 이 정도 보상은 충분하다고 볼 겁니다.”이때 진영택이 이혼 협의서를 가져다주면서 육문주에게 말했다.“육 대표님, 폭발 원인을 찾았습니다.”육문주가 고개를 들고 그에게 물었다.“시한폭탄이었어?”“네. 최신 초소형 폭탄인데 고작 철판 한 개의 크기지만 살상력이 10미터도 넘습니다. 이 물건이 박주영 씨가 아이한테 줬던 열쇠에 숨겨져 있었는데 영상에
이미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송학진한테 차서윤의 말은 마치 휘발유처럼 그를 더욱 불타오르게 했다.송학진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선물?”차서윤은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말했다.“먼저 씻어요. 조금 후면 알게 될 거예요.”송학진은 차서윤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여보,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알잖아. 저쪽 칸에서 씻을 테니까 자기가 여기서 씻어. 씻고 나왔을 때 선물이 날 실망하게 하지 않길 바랄게.”“그럴 일 없어요.”차서윤은 송학진을 방에서 밀어내고 물건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송학진
“외삼촌이 그럴 리가 없어요. 외숙모와 아림이도 나 때문에 만난 거잖아요. 만약 유치원에서 내가 아림의 치마를 적시지 않았다면 외삼촌이 외숙모를 만날 일이 있었을까요?”천우의 말을 잠깐 생각해보던 육문주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만약 천우가 아니었다면 송학진은 어쩌면 아직도 솔로였을 수도 있었다.갑자기 뿌듯해진 육문주는 잔을 들고 자리에 있는 형제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너희들 우리 아들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천우가 아니었으면 우리 이 축하주를 언제 마셨을지도 모를 일이야.”곽명원은 웃으며 말했다.“천우가 아니었
박서준은 웃으며 말했다.“배은망덕한 건 아닌 것 같네. 보살펴준 보람이 있어. 왔던 김에 가족들이랑 며칠 시간 좀 보내다 갈 거야.”박서준의 말에 곽서연은 즉시 활짝 웃으며 말했다.“정말요? 그럼 우리 그동안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예요?”박서준은 곽서연을 흘려보며 말했다.“삼촌이랑 헤어지는 게 그렇게 싫어?”“네. 매일 매일 삼촌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왜 이렇게 달라붙는 거야? 천우보다 더하네?”곽서연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삼촌은 내가 달라붙는 게 싫어요?”박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싫다고 그러면 또 울
곽서연과 박서준이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곽명원이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박서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형네 집 공주님께서 발을 삐끗해서 울고 계시잖아.”곽명원은 별생각 없이 곽서연 곁으로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그녀의 발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마구잡이로 잡고 돌리는 턱에 아파 난 곽서연은 바로 소리를 질렀다.“아! 삼촌 살살 좀 해요.”곽서연은 참을 수 없는 아픔에 고여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곽명원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아프다고? 어릴 때처럼 아픈 척하
송학진의 차가운 태도에 화가 난 강한나는 눈시울을 붉히고 입술을 깨물며 경호원을 바라보고 말했다.“내 발로 나갈 테니까 비켜요.”말을 마친 강한나는 도도한 걸음으로 이곳을 떠났다. 많은 사람이 뒤에서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모든 것이 끝나고 송학진은 차서윤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와 예복을 갈아입었다.송학진은 차서윤의 붉어진 눈을 보더니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윤아, 이제 내가 있으니까 누구도 감히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송학진은 차서윤이 이십여 년간 저런 아버지 밑에서 보내다 겨우 그
차경훈은 한순간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차서윤이 모든 증거를 모으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차경훈은 울며 빌었다.“서윤아, 아빠가 그때는 정신이 없었어. 앞으로 안 그럴 테니까 고소만 하지 말아줘. 제발 부탁이야.”차서윤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고소뿐만 아니라 부녀지간의 관계까지 끊을 거니까 앞으로 다시는 내 인생에 끼어들지 마세요. 더는 꿈에서조차 보기 싫으니까. 우리 이젠 죽을 때까지 연락하지 말죠.”차서윤의 말에 경호원은 차경훈을 강제로 현장에서 끌고 나갔다.차서윤의 완강한 태도에 겁을
그 말을 들은 차서윤의 눈에서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송학진의 볼에 입맞춤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결심을 내렸다.“감사해요. 근데 저는 학진 씨가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마음속의 흉터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한다 해도 학진 씨를 위해서 뭐든 할 거예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신부 들러리로부터 핸드폰을 가지고 송학진에게 건네줬다.“제 핸드폰과 스크린을 연결해 주세요.”그 말은 들은 송학진은 차서윤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 그녀에게 무수한 악몽을 남겨준 악마 같은 남자를 보자 차서윤은 지금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분노와 슬픔이 있었고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감옥에 있어야 할 차경훈이 왜 멀쩡하게 결혼식장에 나타난 것일까.송학진이 재빨리 다가와서 그녀를 품에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해 줬다.“괜찮아. 내가 사람을 불러서 저 사람을 감옥으로 돌려보낼게.”그가 매니저에게 눈치를 보내자 매니저는 사람을 불러와서 송학진을 제압했다. 경호원들에게 잡힌 차경훈은 그들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네가 안고 자고 싶다면 될 일이야? 네가 그러다가 이모부한테 쫓겨 나오면 내 잘못 아니다.”둘째와 셋째는 아빠와 천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신바람이 나서 쉴 새 없이 옹알이했다.육문주는 셋째를 끌어안고 볼 뽀뽀를 하며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딸이 좋아. 역시 우리 보배 딸이 제일이야. 너희 오빠 한번 봐봐. 고작 3살밖에 안 됐는데 아빠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와이프를 입에 붙이고 살잖아.”셋째는 아빠의 따뜻한 품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입을 비죽이며 뭐라 말했다. 아기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