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하는 육문주를 보며 육상근은 몰래 눈물을 훔쳤다.“수아에게 참 미안하지. 애초에 임다윤 때문에 상처받고 지금은 또 우리 가문 때문에 외가까지 피해가 갔어. 이제 수아와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너는 평생 죄책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거야. 그러니까 잘 생각해 봐. 수아와 아이를 생각하더라도 끊어낼 때 끊어내야지.”육문주가 집에서 나올 때 벌써 새벽 한 시였다.도로에 차들은 눈에 띄게 적어졌고 어느 땐가부터 가랑비가 내렸다.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차창에 똑똑 떨어져서 마치 육문주의 마음도 따라 젖어 드는 것 같았다.밖에는
다음날, 조수아가 눈을 뜨자 옆자리는 비어있었다.어느새 육문주가 없는 날에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았다.그가 큰 고난에 닥쳐 당장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조수아는 잘 알고 있었다.심지어 육문주가 그녀와 헤어질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고 있었다.함께 산 지도 벌써 3년, 육문주의 표정만 봐도 속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현재로서는 박근태와 박주영 때문에 육문주도 반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육문주는 잠시 멈춰 적당한 기회가 오기를 노리는 수밖에 없었다.박경준은 육문주가 반격할 수도 없게 해외 세력들을 동원해 육문주 배
집사는 그 말만 남기고 별장을 떠났다.집사의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조병윤은 이내 시선을 조수아에게 돌렸다.그는 몹시 안타까워하며 말했다.“수아야, 네가 지금 힘들다는 거 잘 알아. 문주도 속이 말이 아니겠지. 어쩌면 너희 둘이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이 지금으로서 최선일지도 몰라.”조수아가 꾹꾹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아빠, 제가 이때까지 그 많은 일들을 참고 견뎌왔는데 왜 또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 거야? 설마 선일 스님이 말했던 것처럼 결혼식을 못 치렀다고 이런 역경을 겪어야 하는 거야?”조병윤은 절망에
“네. 지금 바로 티켓을 준비하겠습니다.”진영택은 얼른 문을 열고 사무실을 뛰쳐나갔다.허연후는 걱정 가득한 눈길로 육문주를 바라봤다.“국가 기밀과 얽힌 일이라 너한테 죄를 뒤집어씌우긴 식은 죽 먹기야. 너 정말 연희 누나를 빼낼 수 있겠어? 이거 자칫하다 일이 커질 수 있어.”“아니.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네가 가면 수아 씨는 어떡해? 곧 있으면 아이도 태어날 텐데 설마 수아 씨 혼자 아이를 낳게 할 생각은 아니지?”아이라는 말에 육문주는 눈썹을 들썩였다.“최대한 빨리 돌아올게. 너무 오래 걸리지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육문주는 어느새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육문주는 가슴을 움켜쥐고 옆에 놓여있던 물을 마셔봤지만 증상은 가라앉지 않았다.이를 본 진영택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대표님, 어디가 불편한 거예요? 병원으로 모실까요?”육문주는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괜찮아요. 조금 지나면 나아질 거예요.”육문주는 좌석에 기댄 채 눈을 꾹 감고 온갖 정신을 숨소리에 집중시켰다.하지만 그는 괜찮아 지기는커녕 증상이 점차 심해졌다.심지어 조수아가 피범벅이 되어 바닥에 쓰러진 끔찍한 화면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육문
한편,육문주의 차는 빠르게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이때, 연성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육 대표님, 세리 배 속의 아기가 심장박동을 보이지 않아 당장 수술해야 할 것 같아요. 이전에 언급하셨던 소아과 전문의한테 연락해 주실 수 있을까요?”“네. 지금 바로 연락할게요.”육문주가 소아과 전문의에게 전화를 돌리려는 순간 고막이 터질듯한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깜짝 놀란 육문주는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육문주의 집에서 흰 연기가 자욱하게 솟아오르고 있었다.지금 이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충격적이고 두려운
정원을 가득 채웠던 화초는 폭발로 인해 모양을 알아볼 수 없었다.마당에는 경찰과 의료진으로 가득했다.그때, 구급대원 두 명이 들것에 사람을 눕히고 지나가고 있었다.육문주는 곧장 달려가 울부짖었다.“수아야!”허연후는 다가가 육문주를 부축하며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했다.“수아 씨는 출혈이 심해 의식불명인 상태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문제는 아저씨가 중상을 입어 머리를 다쳤고 두 경호원도 모두 크게 다쳤어. 문주야, 수아 씨가 아직 너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육문주는 울먹거리며 물었다.“수아는 어디에
양측 의사들은 한바탕 토론한 끝에 아이를 먼저 구하기로 했다.비록 조수아의 부상은 그리 엄중하지 않았지만 아이는 이대로 계속 두었다가는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그렇게 40분이라는 수술을 거쳐 성공적으로 아이를 꺼냈다.그토록 고대하던 아이를 처음 보게 된 육문주는 또다시 눈물이 마구 흘러내렸다.의사의 손에 들려진 작은 생명체는 눈을 꼭 감고 얼굴은 한껏 찌푸리고 있었는데 어딘가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아 육문주는 재빨리 의사에게 물었다.“아이는 괜찮나요?”의사가 답했다.“아직 말씀드리기 어려워서 일단 응급처치를 하면서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