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아는 냉큼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박 대표님, 이러지 마세요.”“바보야. 이건 외삼촌이 문주한테 주는 거야. 사람이 다쳤는데 그래도 성의는 표해야지. 안 줬다가는 그 자식이 나중에 섭섭해할 거야.”그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 조수아는 다시 봉투를 받아서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외삼촌.”그녀의 귀여운 모습을 보니 예전 설매의 얼굴이 떠올랐다.박현철은 씁쓸한 얼굴로 조수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문주한테 같이 가자.”그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 연우성은 고개를 돌려 연성빈을 노려보았다
박현철이 어리둥절해할때 갑자기 누군가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검은색 양복을 입은 두 사람이 걸어오더니 육문주에게 깍듯이 인사를 건넸다.“대표님, 저번에 말씀하셨던 물건을 모두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사모님의 증명사진은 이미 있어서 여기에 사인만 해주시면 혼인 신고에 관한 모든 절차가 끝납니다.”육문주는 어리둥절해하는 조수아의 얼굴을 살짝 건드린 뒤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말씀이 맞아. 계속 지체했다가는 아이가 먼저 태어날 것 같더라고. 그래서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바로 사람들을 불렀지. 지금 여기에 사인만 해주면 이제부터 너는
그의 말에 박현철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역시 만만치 않은 놈인 것 같다. 하지만 두 사람이 드디어 결실을 본 모습에 그도 기쁜 건 사실이다.아직 수아와 정식으로 호칭을 정리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인사치레는 해야 했다.박현철은 호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조수에게 건넸다. “수아야, 이건 이 외삼촌이 주는 선물이니까 결혼식 준비에 보태. 그리고 결혼 날짜가 잡히면 그때 할머니랑 같이 선물을 줄게.”하지만 조수아는 고개를 저었다.“너무 큰 돈이라 마음만 받겠습니다.”이때 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육문주가 박현철의 카
한지혜는 감독의 ‘액션’ 사인에 화면 안으로 들어섰다.그녀는 방안을 한번 둘러보았지만 남자는 안 보이고 그저 욕실에서 물소리만 들려왔다.그러다가 욕실 문 앞까지 다가가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문이 안쪽에서 벌컥 열렸다.거대하고 훤칠한 기성훈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는데 쭉 뻗은 다리에 선명한 에잇 팩이 단번에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그리고 허리에는 검은색 수건 한 장만 두르고 있었다.쿨톤 피부색과 검은색의 조화는 보는 사람에게 억누를 수 없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한지혜는 지금 두 번째로 이런 남자의 모습과 마주하게 되었는데
허연후는 그제야 한지혜를 내려놓더니 우람한 덩치로 그녀를 벽에 몰아세웠다.그리고 입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더니 자기 입술을 가리키면서 말을 이었다.“복수하려고요? 자, 여기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한지혜를 향해 입술을 내밀었다.남자의 진한 체향이 단번에 한지혜의 가슴 깊숙이 박혀버렸다.늘 털털한 성격이었던 그녀는 순간 온몸이 얼어붙은 채 심장은 이유 없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그러다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그의 가슴을 세차게 때렸다.“허연후 씨는 정말 부끄럼이란 게 뭔지 모르는 사람인가요?”허연후는 그녀의 화난 모습과
한지혜의 대답에 허연후는 그제야 활짝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코를 움켜쥐고 다시 한지혜와 같이 촬영장에 복귀했다.피범벅이 된 얼굴로 서 있는 허연후를 본 제작진들은 저마다 눈이 휘둥그레졌다.그중 한 사람이 더는 못 참고 한지혜에게 물었다.“지혜 씨, 이게 무슨 일이야? 설마 남자 친구를 때렸어?”“그럴 리가. 이렇게 잘생긴 남자를 왜 때려? 만약 지혜 씨가 싫으면 내가 가져도 되지?”“소품팀, 얼음팩이 있으면 가져다줘요. 이렇게 잘생긴 얼굴에 흠집이라도 나면 안 되지. 지혜 씨도 참, 무슨 일이 있으면 말로 해결하지 때리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지혜 씨더러 빨리 마지막 씬을 찍으라고 해주세요. 그래야 저희도 퇴근할 수 있거든요.”허연후는 그제야 자기 때문에 다들 퇴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제가 호텔 식당에서 야식을 사겠습니다. 이따가 배달해 오라고 할게요.”야식 소리에 제작진들은 모두 환호를 질렀다.“지혜 씨 남자 친구가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라 성격도 털털하네요. 근데 고작 그런 일로 남자 친구한테 화풀이한 거예요? 저라면 당장에라도 그 사람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달려들겠어요.”
하지만 한지혜는 힘껏 그를 밀어냈다.“보는 사람도 없는데 오버 좀 하지 마요.”말을 마친 뒤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를 탔다.허연후도 싱글벙글한 얼굴로 그녀의 뒤를 쫓았다.“보는 사람이 없어도 진짜 연인처럼 행동해야죠. 그러다 들키면 지혜 씨 이미지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데요.”그리고 다시 그녀를 품에 안았는데 이번에도 격하게 몸부림치는 그녀의 귓가에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저한테 좋은 소식이 있거든요. 수아 씨에 관한 일인데 얌전하게 굴면 알려줄게요.”조수아에 관한 일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한지혜는 행동을 멈추고 그를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