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혜의 대답에 허연후는 그제야 활짝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코를 움켜쥐고 다시 한지혜와 같이 촬영장에 복귀했다.피범벅이 된 얼굴로 서 있는 허연후를 본 제작진들은 저마다 눈이 휘둥그레졌다.그중 한 사람이 더는 못 참고 한지혜에게 물었다.“지혜 씨, 이게 무슨 일이야? 설마 남자 친구를 때렸어?”“그럴 리가. 이렇게 잘생긴 남자를 왜 때려? 만약 지혜 씨가 싫으면 내가 가져도 되지?”“소품팀, 얼음팩이 있으면 가져다줘요. 이렇게 잘생긴 얼굴에 흠집이라도 나면 안 되지. 지혜 씨도 참, 무슨 일이 있으면 말로 해결하지 때리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지혜 씨더러 빨리 마지막 씬을 찍으라고 해주세요. 그래야 저희도 퇴근할 수 있거든요.”허연후는 그제야 자기 때문에 다들 퇴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제가 호텔 식당에서 야식을 사겠습니다. 이따가 배달해 오라고 할게요.”야식 소리에 제작진들은 모두 환호를 질렀다.“지혜 씨 남자 친구가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라 성격도 털털하네요. 근데 고작 그런 일로 남자 친구한테 화풀이한 거예요? 저라면 당장에라도 그 사람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달려들겠어요.”
하지만 한지혜는 힘껏 그를 밀어냈다.“보는 사람도 없는데 오버 좀 하지 마요.”말을 마친 뒤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를 탔다.허연후도 싱글벙글한 얼굴로 그녀의 뒤를 쫓았다.“보는 사람이 없어도 진짜 연인처럼 행동해야죠. 그러다 들키면 지혜 씨 이미지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데요.”그리고 다시 그녀를 품에 안았는데 이번에도 격하게 몸부림치는 그녀의 귓가에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저한테 좋은 소식이 있거든요. 수아 씨에 관한 일인데 얌전하게 굴면 알려줄게요.”조수아에 관한 일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한지혜는 행동을 멈추고 그를 올
‘설마 못 먹는 걸 넣은 건 아니겠지.’하지만 걱정했던 것과는 반대로 안에는 각종 해산물로 만든 볶음밥이 들어있었다.그 위에는 하트 모양의 계란 후라이까지 올려졌다.그리고 다른 통 안에는 갈비탕이 들어있었다.냄새만 맡았는데 벌써 배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사랑이 가득 담긴 아침상을 보고 한지혜는 자기도 모르게 코웃음이 나왔다.‘어쩐지 병원에 모든 간호사가 이 빌어먹을 놈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 했더니만 다 이런 식으로 꼬셨겠지?’한지혜도 배우이고 종래로 자기가 맡은 배역을 일상생활까지 가져오지 않기에 남자의 이런 행
육문주는 낯 뜨거운 동영상을 보며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고 심장이 빠르게 요동쳤다.조수아는 그 자리에 얼어서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영상 속 남녀는 조수아의 속도 모르고 끊임없이 신음을 내며 광란의 밤을 보내고 있다.조수아는 마치 공개처형을 당하는 기분이 들어 귀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의 눈은 사춘기 소녀의 눈동자처럼 빛나서 보고만 있어도 그녀의 눈빛에 빠져들 것 같았다.조수아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버벅대며 해명해 보려 했다.“내가 뭔가 잘못 눌러서 이상한 동영상이 튀어나왔어. 이런 영상이 나오는 걸 알았다면 절대 보
오랜 기다림 끝에 조수아는 드디어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조수아는 달콤한 행복감에 사로잡혔다.육문주는 더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고개를 숙여 조수아의 달콤한 입술에 입을 맞췄다.그의 큰 손은 조수아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천천히 지나 그녀의 뒤통수를 감쌌다.두 사람의 입맞춤은 더 깊어졌다.지난 시간 여러 차례 헤어졌다 합치기를 반복한 두 사람이 드디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화해하기까지 누구라도 마음이 벅차오를 것이다.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육문주는 비로소 조수아를 놓을 수 있었다.육문주의 가늘고 작은 입술은 조수아의 얼
조수아를 담당하던 직원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조수아는 감쪽같이 사라졌다.육문주는 재빨리 조수아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휴대폰 전원이 꺼져있었다.육문주의 얼굴색이 창백해 지더니 눈에는 살기로 가득 찼다.송미진이 웨딩숍에까지 따라왔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육문주의 집 주변에는 항상 경호원이 24시간으로 철벽 방어를 하고 있어 파리 한 마리도 못 들어갈 정도였다. 하여 그는 아주 안전하다고 안심하고 있었다.하지만 송미진은 우습게 볼 사람이 전혀 아니었다. 그녀는 몰래 육문주가 웨딩드레스 제작을 맡긴 웨딩숍까지 기어코 찾아냈다.육
시간은 일분일초 속절없이 흘러갔고 뭔가 단서를 찾으면 얼마 못 가 단서를 놓쳐버리기를 수없이 반복했다.육문주는 화가 치밀어 올라 금방이라도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그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조수아와 아이가 더 위험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탈옥한 송미진은 절대 살아서 돌아갈 생각이 없는 게 뻔했다.그녀는 무슨 수를 쓰든지 조수아한테 복수하려 할 것이다.이를 생각한 육문주는 가슴이 아파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그는 미친 듯이 키보드를 쳐보며 조금의 단서라도 찾으려 노력했다.한편, 조수아의 정신이 돌아왔을 때, 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