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일분일초 속절없이 흘러갔고 뭔가 단서를 찾으면 얼마 못 가 단서를 놓쳐버리기를 수없이 반복했다.육문주는 화가 치밀어 올라 금방이라도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그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조수아와 아이가 더 위험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탈옥한 송미진은 절대 살아서 돌아갈 생각이 없는 게 뻔했다.그녀는 무슨 수를 쓰든지 조수아한테 복수하려 할 것이다.이를 생각한 육문주는 가슴이 아파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그는 미친 듯이 키보드를 쳐보며 조금의 단서라도 찾으려 노력했다.한편, 조수아의 정신이 돌아왔을 때, 그녀는
조수아는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히자 살을 에는 듯한 통증이 전해졌다.빨간 피가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그 와중에도 조수아는 송미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송미진은 송씨 가문의 아가씨 자리를 조수아한테 뺏기는 게 죽는 것보다 싫었다.하지만 송씨 가문의 아가씨 자리가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 조수아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조수아는 눈이 시뻘겋게 되어 송미진을 바라봤다.“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니에요? 저의 아버지 조병윤은 송씨 가문과 아무런 연관이 없어요.”송미진은 조수아의 말을 듣고 음침하게 웃었다.“배
송미진이 넘어질 때 뒤에 휘발유 통이 넘어지더니 안에서 휘발유가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조수아는 이 모든 게 송미진이 그녀를 위해 준비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송미진은 배 속의 아이 목숨뿐만 아니라 조수아의 목숨도 노리고 있었다.조수아는 모든 것을 뒤로하고 도망치려 했지만 손과 발이 묶여서 속도가 느렸다.송미진이 몸을 일으키기까지 조수아는 단 1미터도 멀리 달아나지 못했다.송미진이 라이터를 꺼내 들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 불길이 조수아의 눈앞에 나타났다.이 라이터가 바닥에 떨어지면 배 전체에 불이 붙을 수 있음을 조수
육무주는 미친 듯이 불길로 향해 달려갔지만 경호원 몇 명이 그를 막아섰다.“육 대표님, 너무 위험합니다. 배 안에 이미 휘발유가 곳곳에 쏟아있어 불길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꺼져. 얼른 수아를 구해야 해. 내 아이를 구하러 가야 한다고.”“육 대표님 지금 들어가셨다간 죽을 수도 있어요. 저희가 들어가면 돼요.”결국 육문주는 주먹을 휘둘러 경호원을 쓰러뜨리고 사람들이 뜯어말리는 것도 뒤로하고 바닷물에 몸을 적시고 불길로 뛰어들었다.육문주는 뛰어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수아야, 내가 왔어. 너 어디에 있는 거야?”육문주가
수색대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육문주는 매섭게 그의 말을 끊었다.“계속 수색하세요. 분명 살아있을 거예요.”조수아가 평소에 운이 지지리도 나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였지만 조수아가 그를 혼자 내버려두고 죽지는 않았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송학진은 엄숙한 표정으로 육문주를 바라봤다.“미진이는 온몸에 화상을 입어 얼굴도 성대도 다 망가졌는데 아빠가 미진이를 구하고 떠났어. 사람 시켜서 미진이를 다시 데려올까?”송미진의 이름을 들은 육문주는 이를 악물었다.“어떻게든 송미진을 살려내라고 전해줘. 이대로 죽게 내버려두면
그 말을 들은 송군휘는 방금 휘두르려고 했던 주먹은 그대로 허공에서 갈 길을 잃었다.송군휘는 어안이 벙벙해서 한참 그 자리에 멈춰있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없어. 조수아가 어떻게 내 딸일 수 있어?”송학진은 어두운 얼굴로 송군휘를 바라봤다.“아빠는 지금 제 말을 믿기 싫은 게 아니라 아빠가 친딸한테 그런 짓들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거겠죠. 아빠는 여태까지 미진이를 위해 끊임없이 수아 씨를 상처 줬죠. 이번에도 아빠가 송미진이 탈옥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수아 씨가 현재 행방불명이 됐죠. 아빠
차에 실려 간 송군휘는 팔과 허벅지가 욱신거렸다.송군휘는 자신이 골절되었을 거라고 확신했다.하지만 몸의 통증보다 마음이 더 그를 힘들게 했다.그는 고통스럽게 머리를 감싸더니 뒷좌석에 누워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송군휘가 탄 차가 떠나자마자 실버 스포츠카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서더니 빈자리에 주차했다.허연후는 한지혜에게 휴지를 건네며 낮은 소리로 다독였다.“그만 울어요. 벌써 며칠째 울고 있는 건지 알아요? 문주 씨보다 지혜 씨가 더 슬퍼하면 어떡해요. 오늘 그들과 만나서 폐를 끼치면 안 되죠.”한지혜는 눈물을 닦으면
육문주의 얼굴은 어느새 어두워졌다.칩 기술이 육엔 그룹에 얼마나 중요한지 육문주는 잘 알고 있었다.칩 기술을 개발하는 데까지 5년이 걸렸고 몇십조를 투자해서야 M 국의 칩 독점에 저항할 수 있었다.이 데이터나 누출되었다면 후속 제품을 개발하였더라도 출시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이렇게 된다면 회사에 큰 손실을 초래할 것이다.육문주는 바로 전화를 내려놓고 서재로 달려가 컴퓨터 시스템에 접속해 잃어버린 데이터를 추적했다.허연후와 한지혜가 별장에 들어섰을 때 육문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컴퓨터를 보고 있었다.인기척을 들은 육문주는
이미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송학진한테 차서윤의 말은 마치 휘발유처럼 그를 더욱 불타오르게 했다.송학진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선물?”차서윤은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말했다.“먼저 씻어요. 조금 후면 알게 될 거예요.”송학진은 차서윤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여보,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알잖아. 저쪽 칸에서 씻을 테니까 자기가 여기서 씻어. 씻고 나왔을 때 선물이 날 실망하게 하지 않길 바랄게.”“그럴 일 없어요.”차서윤은 송학진을 방에서 밀어내고 물건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송학진
“외삼촌이 그럴 리가 없어요. 외숙모와 아림이도 나 때문에 만난 거잖아요. 만약 유치원에서 내가 아림의 치마를 적시지 않았다면 외삼촌이 외숙모를 만날 일이 있었을까요?”천우의 말을 잠깐 생각해보던 육문주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만약 천우가 아니었다면 송학진은 어쩌면 아직도 솔로였을 수도 있었다.갑자기 뿌듯해진 육문주는 잔을 들고 자리에 있는 형제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너희들 우리 아들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천우가 아니었으면 우리 이 축하주를 언제 마셨을지도 모를 일이야.”곽명원은 웃으며 말했다.“천우가 아니었
박서준은 웃으며 말했다.“배은망덕한 건 아닌 것 같네. 보살펴준 보람이 있어. 왔던 김에 가족들이랑 며칠 시간 좀 보내다 갈 거야.”박서준의 말에 곽서연은 즉시 활짝 웃으며 말했다.“정말요? 그럼 우리 그동안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예요?”박서준은 곽서연을 흘려보며 말했다.“삼촌이랑 헤어지는 게 그렇게 싫어?”“네. 매일 매일 삼촌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왜 이렇게 달라붙는 거야? 천우보다 더하네?”곽서연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삼촌은 내가 달라붙는 게 싫어요?”박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싫다고 그러면 또 울
곽서연과 박서준이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곽명원이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박서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형네 집 공주님께서 발을 삐끗해서 울고 계시잖아.”곽명원은 별생각 없이 곽서연 곁으로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그녀의 발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마구잡이로 잡고 돌리는 턱에 아파 난 곽서연은 바로 소리를 질렀다.“아! 삼촌 살살 좀 해요.”곽서연은 참을 수 없는 아픔에 고여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곽명원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아프다고? 어릴 때처럼 아픈 척하
송학진의 차가운 태도에 화가 난 강한나는 눈시울을 붉히고 입술을 깨물며 경호원을 바라보고 말했다.“내 발로 나갈 테니까 비켜요.”말을 마친 강한나는 도도한 걸음으로 이곳을 떠났다. 많은 사람이 뒤에서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모든 것이 끝나고 송학진은 차서윤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와 예복을 갈아입었다.송학진은 차서윤의 붉어진 눈을 보더니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윤아, 이제 내가 있으니까 누구도 감히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송학진은 차서윤이 이십여 년간 저런 아버지 밑에서 보내다 겨우 그
차경훈은 한순간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차서윤이 모든 증거를 모으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차경훈은 울며 빌었다.“서윤아, 아빠가 그때는 정신이 없었어. 앞으로 안 그럴 테니까 고소만 하지 말아줘. 제발 부탁이야.”차서윤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고소뿐만 아니라 부녀지간의 관계까지 끊을 거니까 앞으로 다시는 내 인생에 끼어들지 마세요. 더는 꿈에서조차 보기 싫으니까. 우리 이젠 죽을 때까지 연락하지 말죠.”차서윤의 말에 경호원은 차경훈을 강제로 현장에서 끌고 나갔다.차서윤의 완강한 태도에 겁을
그 말을 들은 차서윤의 눈에서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송학진의 볼에 입맞춤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결심을 내렸다.“감사해요. 근데 저는 학진 씨가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마음속의 흉터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한다 해도 학진 씨를 위해서 뭐든 할 거예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신부 들러리로부터 핸드폰을 가지고 송학진에게 건네줬다.“제 핸드폰과 스크린을 연결해 주세요.”그 말은 들은 송학진은 차서윤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 그녀에게 무수한 악몽을 남겨준 악마 같은 남자를 보자 차서윤은 지금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분노와 슬픔이 있었고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감옥에 있어야 할 차경훈이 왜 멀쩡하게 결혼식장에 나타난 것일까.송학진이 재빨리 다가와서 그녀를 품에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해 줬다.“괜찮아. 내가 사람을 불러서 저 사람을 감옥으로 돌려보낼게.”그가 매니저에게 눈치를 보내자 매니저는 사람을 불러와서 송학진을 제압했다. 경호원들에게 잡힌 차경훈은 그들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네가 안고 자고 싶다면 될 일이야? 네가 그러다가 이모부한테 쫓겨 나오면 내 잘못 아니다.”둘째와 셋째는 아빠와 천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신바람이 나서 쉴 새 없이 옹알이했다.육문주는 셋째를 끌어안고 볼 뽀뽀를 하며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딸이 좋아. 역시 우리 보배 딸이 제일이야. 너희 오빠 한번 봐봐. 고작 3살밖에 안 됐는데 아빠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와이프를 입에 붙이고 살잖아.”셋째는 아빠의 따뜻한 품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입을 비죽이며 뭐라 말했다. 아기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