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육문주는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씨익 웃었다.“그냥 눈곱 떼주려고 했을 뿐인데 왜 그래?”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손으로 부드럽게 눈곱을 떼주고 그녀 몰래 또 미소를 지었다.조수아의 얼굴은 순간 불타는 고구마처럼 빨개지더니 그에게 소리쳤다.“너...”그녀의 뾰로통한 모습을 본 육문주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제가 지금 부상중이긴 하나 사모님께서 만약 너무 하고 싶은 거라면 아픔을 참고 만족시켜 드릴 수 있는데요. 아니면 그냥...”조수아는 냉큼 그의 입을 손으로 막더니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계속 말하면 진짜 화
육문주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 임다윤이 마침 그 꼴이었다.문제는 아직 개구리가 되지도 못했는데 벌써 송미진을 위해서 계획을 짜고 있다니 참으로 끔찍이도 이뻐하는 것 같았다.그와 그의 누나조차도 이런 대우는 받아 본 적이 없었다.육문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수아의 출생 비밀을 알아냈네.”송학진이 눈썹을 몇 번 들썩이면서 답했다.“그럼 그걸 할머니한테 고자질해서 할머니가 아저씨를 협박한 거네. 그렇게 심장발작을 일으켜서 수아가 법정에 서는 걸 방해한 뒤에 송미진
손에 든 담배는 이미 다 타버린 지 오래다.담뱃재가 살짝 그의 손등 위에 떨어졌지만 그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조수아는 연성빈과 이야기를 마치고 옆 병실에서 나오자마자 육문주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곧바로 육문주에게 다가가 걱정스레 물었다.“문주 씨, 무슨 일 있었어?”갑자기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의 심장은 터져버리는 줄 알았다.그리고 재빨리 손에 든 담뱃불을 끄고 애써 웃으며 그녀를 반겼다.“아니. 그냥 담배가 피우고 싶어서. 미안, 앞으로는 조심할게.”그러더니 가볍게 그녀를 품에 안고 정수리에 입
허연후는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이모님이랑 병윤 아저씨는 아직도 이야기 중이신가요? 이미 식당도 예약했는데 이따가 같이 식사라도 합시다.”하지만 한지혜는 이를 꽉 깨문 채 어두운 얼굴로 답했다.“저희 엄마도 이제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만 연기해도 돼요. 의사 선생님은 그만 일 보러 가세요.”말을 마친 뒤 그는 냉큼 휠체어를 끌고 자리를 떴다.그녀의 뾰로통한 뒷모습을 보고 허연후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혼잣말했다.“왜 또 화가 났지, 아까까지는 괜찮았는데? 대체 무슨 일로 화가 난 걸까?”육문주는 이미 알아채고 그
그녀의 살려달라는 애원에 임다윤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고 눈물은 하염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녀는 교도소에서 나온 뒤 차에 올라타자마자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미진이를 구해내야 해요.”별장 안 거실에서 웬 남자가 어두운 얼굴로 검은 양복을 입은 채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자기 할 일만 해. 그리고 모든 건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임다윤은 핸드폰을 꽉 움켜쥐더니 다시 그에게 말했다.“예전에 저랑 미진이를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했죠. 지금 감옥에 갇혀있는데 안에서 괴롭힘을 심하게 당하고 있어요.
격렬한 정사가 끝나고, 조수아는 옅게 배어나온 땀을 한 채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육문주는 그런 조수아를 품에 안은 채 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오관을 덧그렸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깊고 매혹적인 눈매에 전에 없는 다정함을 담고 있었다.조수아는 몸이 혹사될대로 되어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 순간 사랑을 받고 있다는 기분 때문에 마음만은 충만했다.그러나 그녀의 정욕이 채 흩어지기도 전에 육문주의 휴대폰이 울렸다.휴대폰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본 조수아는 가슴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육문주의 팔을 끌어안고 있는 손에 힘이
육문주의 낯빛이 삽시간에 싸늘해졌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검은색 눈동자가 조수아에게 단단히 박혔다.“내가 결혼은 안 된다고 했잖아. 그 정도도 받아들이지 못하면 애초에 내 제안을 거절했어야지.”조수아의 눈가에 옅은 붉은 빛이 떠오르기 시작했다.“그때는 우리 둘만의 감정이었는데 지금은 세 사람이 엮였잖아.”“걔는 너한테 위협이 안 돼.”자조 섞인 웃음이 지어졌다.“그녀의 전화 한 통에 당신이 내 생사는 상관도 안 하고 나를 내팽개치는데. 말해 봐, 문주 씨. 대체 어떻게 해야 그걸 위협이라고 쳐주는지.”육문주의 눈밑에
술잔을 쥔 육문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심장이 그 순간 쿡하고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날 송미진이 자살시도를 했을 때 조수아가 생리통 때문에 여러번이나 전화한 걸 처음에는 받았다가 나중에는 짜증이 나서 그냥 끊어버렸던 게 생각이 났다. 설마 그것 때문에 조수아가 헤어지자고 한 건 아니겠지? 눈매를 드리운 육문주는 송학진과 허연후가 그 쓰레기 남편 흉을 보는 소리를 묵묵히 듣고 있었다. 끝까지 타들어간 담배가 손가락을 뜨겁게 하는데도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온밤을 육문주는 마음이 뒤숭숭했다.보통 이맘때쯤 되면 조수아가 걱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