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살려달라는 애원에 임다윤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고 눈물은 하염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녀는 교도소에서 나온 뒤 차에 올라타자마자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미진이를 구해내야 해요.”별장 안 거실에서 웬 남자가 어두운 얼굴로 검은 양복을 입은 채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자기 할 일만 해. 그리고 모든 건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임다윤은 핸드폰을 꽉 움켜쥐더니 다시 그에게 말했다.“예전에 저랑 미진이를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했죠. 지금 감옥에 갇혀있는데 안에서 괴롭힘을 심하게 당하고 있어요.
그의 말에 임다윤의 눈시울은 순식간에 뜨거워졌다.그리고 억울하다는 듯이 호소했다.“설매는 분명 자기 딸이 걱정되는 마음에 내가 대신 돌봐주기를 원했어. 그래서 난 몇 년 동안 미진이를 잘 대해줬을 뿐이고. 만약 조수아가 친딸이라는 사실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내가 왜 너희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겠어.”그녀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더니 육문주를 보고 애원했다.“다 내 잘못이야. 난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 수아한테 미안하고 설매한테도 미안해. 문주야, 당장 수아를 이쪽으로 데려와. 그 애가 용서할 때까지 내가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
그녀의 말에 육문주의 미간이 순간 찌푸려지더니 되물었다.“눈치채셨나요?”오현자는 감격에 차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는 그저 의심만 들었는데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확신이 드는구나. 문주야, 우리 수아를 위해서 이렇게 큰 부상까지 입다니, 내가 설매를 대신해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어. 그리고 내 안목이 맞았어.”육문주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외할머니, 그저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그의 입에서 ‘외할머니’라는 소리가 들려오자 오현자는 또다시 눈물이 마구 차올랐다.드디어 진짜 외손녀를 찾았을 뿐만 아니라 손녀사위
듣고 있던 조수아는 깜짝 놀랐다.여태껏 육문주가 그녀 앞에서 오현자를 외할머니라고 부르는 걸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대체 언제 외할머니라고 불렀지?’하지만 예전에 송미진한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오르자 오현자가 측은해 보였다.딸은 누군가에게 살해되었고 20년 넘게 애지중지 키운 손녀는 내연녀의 자식이었다.그런 사람이 지금 한껏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니 조수아도 마음이 점점 약해졌다.“외할머니.”그녀의 부름에 오현자는 끝내 참지 못하고 또다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눈물은 볼을 타고 마구 흘러내렸다.
육문주는 깍듯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많이 좋아졌어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분을 안쪽으로 모시겠습니다.”몇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황애자와 육상근도 연회장으로 들어왔다.그리고 박주영의 뒷모습을 보자마자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임다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어?”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사람들은 전부 시선을 이쪽으로 돌렸다.그리고 마침 박주영과 육상근의 눈빛이 서로 마주쳤다.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고 숨이 멎는 것 같았다.박주영은 자기도 모르게 박서준의 팔을 꽉 잡았다.기억을 잃은 후,
박주영은 연한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등위로 샹들리에가 떨어지자마자 원피스는 빨간 피로 물들었다.피는 그녀의 몸을 타고 마구 흘러내렸다.박서준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재빨리 그녀에게 달려갔다.박주영은 고통스러워 눈을 꼭 감고 있다가 육상근이 무사한 모습을 발견하고는 안심의 미소를 살짝 지었다.그리고 무슨 말 하려다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박서준은 그녀를 즉시 안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문주는 냉큼 진영택을 불렀다.“당장 앞뒤 문을 다 봉쇄하고 누가 샹들리에에 손을 댔는지 CCTV 확인해.
“분명 이 기회에 다음 작전을 펼치려고 한 것 같은데요.”육문주의 추측을 듣고 있던 박서준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걱정스레 말했다.“수아를 잘 보호해야겠어요. 아마 다음 목표가 수아일 거예요.”육상근이 무심결에 박서준을 올려보다가 왠지 모르게 그의 미간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꼈다.만약 그가 밖에서 다른 여자와 실제로 관계를 맺은 적이 있었다면 아마 눈앞의 이 사람이 자신의 사생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약간 의아한 얼굴로 박서준에게 물었다.“어머니께서 병원 공포증이 있다고 했죠?”어쨌든 그 사람의 개인 프라이버시
그의 물음에 육상근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아버지가 그런 바람둥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육상근이 미간을 찌푸리고 그에게 되물었다.“그럼 아닌가요? 예전에도 이 일로 임다윤 씨랑 자주 다퉜잖아요.”육상근은 작은 한숨을 내쉬고 다시 입을 열었다.“그 여자랑 다툰 원인은 납치 사건이 있은 뒤로 같이 자지 않았기 때문이고.”“그럼 왜 같이 자지 않았나요? 밖에 다른 여자가 있어서가 아닌가요?”육문주는 호기심에 다시 물었다.“아니. 난 그저 정력이 많이 쇠퇴해졌을 뿐이야. 수많은 명의를 찾아가 보고 검사도 받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