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물음에 육상근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아버지가 그런 바람둥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육상근이 미간을 찌푸리고 그에게 되물었다.“그럼 아닌가요? 예전에도 이 일로 임다윤 씨랑 자주 다퉜잖아요.”육상근은 작은 한숨을 내쉬고 다시 입을 열었다.“그 여자랑 다툰 원인은 납치 사건이 있은 뒤로 같이 자지 않았기 때문이고.”“그럼 왜 같이 자지 않았나요? 밖에 다른 여자가 있어서가 아닌가요?”육문주는 호기심에 다시 물었다.“아니. 난 그저 정력이 많이 쇠퇴해졌을 뿐이야. 수많은 명의를 찾아가 보고 검사도 받았는데
남자는 기세등등해서 송학진을 쳐다봤다.“왜? 마음이 아파? 네 친구의 여자인데 네가 왜 마음 아파하는 건데. 설마 너희 둘 그렇고 그런 사이인 거야?”“조용히 안 해? 그 입 한 번만 더 놀리면 총 쏠 거야.”송학진은 총을 남자한테 겨누며 화를 냈다.남자는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바로 조수아의 목에 칼을 댔다.“쏠 수 있으면 쏴봐. 네 손이 빠른지 내 칼이 빠른지 한번 보자고. 근데 내가 너한테 얘기 안 한 게 있는데 난 정육점 아들이야. 더 큰 소도 내 칼 한 방이면 죽어. 이 여자를 죽이는 건 나한테 더 식은 죽
남자가 조수아에게 달려들기도 전에 뒤에서 팡하고 총소리가 울리더니 남자는 바로 바닥에 쓰러졌다.새빨간 피가 순식간에 바닥을 뒤덮었다.육문주는 손으로 조수아의 눈을 가리며 부드럽게 다독였다.“무서워하지 마. 이제 다 괜찮아졌으니까 우리 이만 떠나자.”육문주는 조수아의 허리를 감싸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는 진영택한테 차를 준비하도록 명령하고 자리를 떠났다.조금 전까지도 납치범과 대치하던 조수아는 그제야 몸에 긴장이 풀려 육문주의 품에 안겼다.조수아의 작고 차가운 두 손은 육문주의 셔츠를 꼭 쥔 채 이를 덜덜 떨었다.그녀
박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뭔가 기억난 거예요?”“아직 기억나는 건 없어. 그저 샹들리에가 떨어질 때 내 머릿속에 너와 그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이 떠올랐어. 잠시였지만 그 흐릿한 기억 속의 남자가 육상근인 건 확실해.”박주영의 말을 들은 박서준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어머니, 혹시 상근 아저씨를 좋아하는 거예요?”박서준의 직접적인 물음에 박주영은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박주영은 잠깐 뜸 들이다가 겨우 입을 뗐다.“좋아하는 거일 수도 있지. 아니면 내가 왜 상근 씨를 구하겠어. 내가 참 나빴었어. 분명 상
이현의 이름을 들은 육상근은 귀를 의심했다.이현은 육씨 가문의 집사였고 그해 화재 사고의 유일한 피해자였다.육상근은 박주영이 이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어떻게 그 화재에 대해 똑똑하게 기억하는 건지 의아했다.육상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박주영을 바라봤다.“이현 씨 말고 또 기억나는 게 있어요?”박주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사실 이현 씨에 대해서도 별다른 기억도 없어요. 다만 매번 악몽을 꿀 때마다 자주 그분의 이름이 절로 입에서 나와요. 저는 아마 이현 씨가 저를 화재 현장에서 구한 게 아닌지 추측하고 있어요.”
오늘 밤 육문주와 관계를 맺는다면 너무 황홀해서 밖에 나갈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조수아는 급히 육문주를 밀치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나 오늘 아무래도 주영 아주머니한테 가봐야 할 것 같아.”조수아의 발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육문주의 근육 진 팔은 조수아의 허리를 감싸안았다.육문주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였다.“급한 거 아니잖아. 키스를 좀 하다가 가도 늦지 않아.”육문주의 말과 함께 조수아는 다시 침대에 눕혀졌다.그의 따뜻한 입술이 조수아의 입술과 가까워지자 그녀는 육문주가 언제 이렇게 능수능란해진 건지 정신을
조수아는 오현자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한영미와 오현자가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궁금했다.게다가 한영미는 수제 다과 같은 단것을 싫어했고 심지어 단 음식에 과민 반응을 보였다.그런 한영미가 오현자가 만든 수제 다과를 좋아할 리가 없었기에 더욱 이상했다.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음 이들은 모두 마음을 졸였다.송학진은 냉큼 다가가 오현자의 손을 잡고 끌며 말했다.“할머니, 또 사람 잘못 알아봤네. 저분은 할머니 외손녀 아니고 조수아 씨예요.”오현자는 또 자신이 말실수했음을 알아차리고 눈물을 머금고 조수아를 바라봤다.“
육문주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출생의 비밀을 말하는 건 좋은데 너희 아버지부터 잘 관리해. 안 그러면 내가 수아를 너희 가문에 돌아가지 못하게 막을 거야.”두 사람이 한창 말싸움을 할 때 문밖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육문주, 조수아, 너희 다 나와!”갑작스러운 소리에 모두가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송군휘가 씩씩대며 집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송학진과 육문주가 가까이 지내는 모습을 보며 송군휘는 욕을 퍼부었다.“송학진, 네 동생이 지금 감옥에서 사람들한테 맞아서 몸 곳곳에 상처투성이인데 여기에 있어? 다 육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