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의 이름을 들은 육상근은 귀를 의심했다.이현은 육씨 가문의 집사였고 그해 화재 사고의 유일한 피해자였다.육상근은 박주영이 이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어떻게 그 화재에 대해 똑똑하게 기억하는 건지 의아했다.육상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박주영을 바라봤다.“이현 씨 말고 또 기억나는 게 있어요?”박주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사실 이현 씨에 대해서도 별다른 기억도 없어요. 다만 매번 악몽을 꿀 때마다 자주 그분의 이름이 절로 입에서 나와요. 저는 아마 이현 씨가 저를 화재 현장에서 구한 게 아닌지 추측하고 있어요.”
오늘 밤 육문주와 관계를 맺는다면 너무 황홀해서 밖에 나갈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조수아는 급히 육문주를 밀치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나 오늘 아무래도 주영 아주머니한테 가봐야 할 것 같아.”조수아의 발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육문주의 근육 진 팔은 조수아의 허리를 감싸안았다.육문주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였다.“급한 거 아니잖아. 키스를 좀 하다가 가도 늦지 않아.”육문주의 말과 함께 조수아는 다시 침대에 눕혀졌다.그의 따뜻한 입술이 조수아의 입술과 가까워지자 그녀는 육문주가 언제 이렇게 능수능란해진 건지 정신을
조수아는 오현자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한영미와 오현자가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궁금했다.게다가 한영미는 수제 다과 같은 단것을 싫어했고 심지어 단 음식에 과민 반응을 보였다.그런 한영미가 오현자가 만든 수제 다과를 좋아할 리가 없었기에 더욱 이상했다.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음 이들은 모두 마음을 졸였다.송학진은 냉큼 다가가 오현자의 손을 잡고 끌며 말했다.“할머니, 또 사람 잘못 알아봤네. 저분은 할머니 외손녀 아니고 조수아 씨예요.”오현자는 또 자신이 말실수했음을 알아차리고 눈물을 머금고 조수아를 바라봤다.“
육문주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출생의 비밀을 말하는 건 좋은데 너희 아버지부터 잘 관리해. 안 그러면 내가 수아를 너희 가문에 돌아가지 못하게 막을 거야.”두 사람이 한창 말싸움을 할 때 문밖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육문주, 조수아, 너희 다 나와!”갑작스러운 소리에 모두가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송군휘가 씩씩대며 집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송학진과 육문주가 가까이 지내는 모습을 보며 송군휘는 욕을 퍼부었다.“송학진, 네 동생이 지금 감옥에서 사람들한테 맞아서 몸 곳곳에 상처투성이인데 여기에 있어? 다 육문주
송군휘의 물음에 오현자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수아가 누구든 자네와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 내가 애지중지하든 말든 자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네. 자네가 학진이와 부자 관계만 아니었다면 설매를 그렇게 대하는 자네를 우리 송씨 가문에서 가만히 있었을 것 같나? 여기에 자네를 환영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얼른 떠나게. 제 발로 떠나지 않으면 경호원한테 끌려 나가는 수가 있네.”조병윤도 자연스레 빗자루를 손에 들고 송군휘를 내리쳤다.“저번에 분명 경고했을 텐데. 다시 한번 수아를 욕하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너 같은 놈 욕하라고 공주님
오현자는 너무 기쁜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수아가 이 늙은이가 매실주를 좋아하는 것도 기억해 주고 참 착해. 한 잔만 따라줘.”조수아는 먼저 오현자한테 한 잔 따르고 나머지 사람들한테도 한 잔씩 따랐다.마지막 순서로 육문주한테 매실주를 건네며 조수아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조수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육문주한테 물었다.“문주 씨, 나 혹시 조금만 마셔보면 안 될까?”육문주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자기야, 산모는 술을 마시면 안 되는 거 잊었어? 주정뱅이 낳고 싶어서 그래?”“한 모금만 마
조수아는 얼른 박서준 모자를 만나 자초지종을 물어야 했기에 마지못해 대답했다.“그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문주 씨니까 우리 빨리 가자.”조수아는 말하면서 육문주를 끌고 차를 향해 다급하게 걸어갔다.그녀가 급해하자 육문주는 더 질투심이 났다.조수아가 차에 오르려고 하자 육문주는 그녀를 문에 바짝 붙여놓고 잘생긴 얼굴을 숙였다.그의 코끝이 조수아의 얼굴을 스치며 매력적이면서도 불쌍하게 말했다.“지금 너를 보면 네 마음속에 온통 첫사랑 준이 오빠뿐이고 나는 없어 보여.”육문주의 시무룩한 모습에 조수아는 발끝을 들어 입을
박서준의 손은 갈피를 잃어 한참을 방황하다가 결국 조수아의 머리 위에 얹고는 웃으며 말했다.“울지 말아요. 이젠 아이의 엄마가 될 사람인데 아직도 울고 그래요.”조수아는 눈물을 닦아내고 고개를 들어 박서준을 바라봤다.“몇 년 동안 저한테 연락도 없이 어디에 있었던 거예요? 제가 매년 겨울 방학 때마다 그 낡은 집에서 서준 씨를 기다렸어요. 그쪽 동네가 철거된 후로도 제가 공사 인원들과 싸우면서 집이 철거되는 것을 막으려고 애썼어요. 그 집마저 철거되면 서준 씨와 주영 아주머니가 집을 못 찾을까 봐 걱정되었어요.”그 말을 들은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