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뭔가 기억난 거예요?”“아직 기억나는 건 없어. 그저 샹들리에가 떨어질 때 내 머릿속에 너와 그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이 떠올랐어. 잠시였지만 그 흐릿한 기억 속의 남자가 육상근인 건 확실해.”박주영의 말을 들은 박서준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어머니, 혹시 상근 아저씨를 좋아하는 거예요?”박서준의 직접적인 물음에 박주영은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박주영은 잠깐 뜸 들이다가 겨우 입을 뗐다.“좋아하는 거일 수도 있지. 아니면 내가 왜 상근 씨를 구하겠어. 내가 참 나빴었어. 분명 상
이현의 이름을 들은 육상근은 귀를 의심했다.이현은 육씨 가문의 집사였고 그해 화재 사고의 유일한 피해자였다.육상근은 박주영이 이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어떻게 그 화재에 대해 똑똑하게 기억하는 건지 의아했다.육상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박주영을 바라봤다.“이현 씨 말고 또 기억나는 게 있어요?”박주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사실 이현 씨에 대해서도 별다른 기억도 없어요. 다만 매번 악몽을 꿀 때마다 자주 그분의 이름이 절로 입에서 나와요. 저는 아마 이현 씨가 저를 화재 현장에서 구한 게 아닌지 추측하고 있어요.”
오늘 밤 육문주와 관계를 맺는다면 너무 황홀해서 밖에 나갈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조수아는 급히 육문주를 밀치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나 오늘 아무래도 주영 아주머니한테 가봐야 할 것 같아.”조수아의 발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육문주의 근육 진 팔은 조수아의 허리를 감싸안았다.육문주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였다.“급한 거 아니잖아. 키스를 좀 하다가 가도 늦지 않아.”육문주의 말과 함께 조수아는 다시 침대에 눕혀졌다.그의 따뜻한 입술이 조수아의 입술과 가까워지자 그녀는 육문주가 언제 이렇게 능수능란해진 건지 정신을
조수아는 오현자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한영미와 오현자가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궁금했다.게다가 한영미는 수제 다과 같은 단것을 싫어했고 심지어 단 음식에 과민 반응을 보였다.그런 한영미가 오현자가 만든 수제 다과를 좋아할 리가 없었기에 더욱 이상했다.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음 이들은 모두 마음을 졸였다.송학진은 냉큼 다가가 오현자의 손을 잡고 끌며 말했다.“할머니, 또 사람 잘못 알아봤네. 저분은 할머니 외손녀 아니고 조수아 씨예요.”오현자는 또 자신이 말실수했음을 알아차리고 눈물을 머금고 조수아를 바라봤다.“
육문주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출생의 비밀을 말하는 건 좋은데 너희 아버지부터 잘 관리해. 안 그러면 내가 수아를 너희 가문에 돌아가지 못하게 막을 거야.”두 사람이 한창 말싸움을 할 때 문밖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육문주, 조수아, 너희 다 나와!”갑작스러운 소리에 모두가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송군휘가 씩씩대며 집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송학진과 육문주가 가까이 지내는 모습을 보며 송군휘는 욕을 퍼부었다.“송학진, 네 동생이 지금 감옥에서 사람들한테 맞아서 몸 곳곳에 상처투성이인데 여기에 있어? 다 육문주
송군휘의 물음에 오현자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수아가 누구든 자네와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 내가 애지중지하든 말든 자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네. 자네가 학진이와 부자 관계만 아니었다면 설매를 그렇게 대하는 자네를 우리 송씨 가문에서 가만히 있었을 것 같나? 여기에 자네를 환영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얼른 떠나게. 제 발로 떠나지 않으면 경호원한테 끌려 나가는 수가 있네.”조병윤도 자연스레 빗자루를 손에 들고 송군휘를 내리쳤다.“저번에 분명 경고했을 텐데. 다시 한번 수아를 욕하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너 같은 놈 욕하라고 공주님
오현자는 너무 기쁜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수아가 이 늙은이가 매실주를 좋아하는 것도 기억해 주고 참 착해. 한 잔만 따라줘.”조수아는 먼저 오현자한테 한 잔 따르고 나머지 사람들한테도 한 잔씩 따랐다.마지막 순서로 육문주한테 매실주를 건네며 조수아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조수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육문주한테 물었다.“문주 씨, 나 혹시 조금만 마셔보면 안 될까?”육문주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자기야, 산모는 술을 마시면 안 되는 거 잊었어? 주정뱅이 낳고 싶어서 그래?”“한 모금만 마
조수아는 얼른 박서준 모자를 만나 자초지종을 물어야 했기에 마지못해 대답했다.“그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문주 씨니까 우리 빨리 가자.”조수아는 말하면서 육문주를 끌고 차를 향해 다급하게 걸어갔다.그녀가 급해하자 육문주는 더 질투심이 났다.조수아가 차에 오르려고 하자 육문주는 그녀를 문에 바짝 붙여놓고 잘생긴 얼굴을 숙였다.그의 코끝이 조수아의 얼굴을 스치며 매력적이면서도 불쌍하게 말했다.“지금 너를 보면 네 마음속에 온통 첫사랑 준이 오빠뿐이고 나는 없어 보여.”육문주의 시무룩한 모습에 조수아는 발끝을 들어 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