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조수아에게 달려들기도 전에 뒤에서 팡하고 총소리가 울리더니 남자는 바로 바닥에 쓰러졌다.새빨간 피가 순식간에 바닥을 뒤덮었다.육문주는 손으로 조수아의 눈을 가리며 부드럽게 다독였다.“무서워하지 마. 이제 다 괜찮아졌으니까 우리 이만 떠나자.”육문주는 조수아의 허리를 감싸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는 진영택한테 차를 준비하도록 명령하고 자리를 떠났다.조금 전까지도 납치범과 대치하던 조수아는 그제야 몸에 긴장이 풀려 육문주의 품에 안겼다.조수아의 작고 차가운 두 손은 육문주의 셔츠를 꼭 쥔 채 이를 덜덜 떨었다.그녀
박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뭔가 기억난 거예요?”“아직 기억나는 건 없어. 그저 샹들리에가 떨어질 때 내 머릿속에 너와 그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이 떠올랐어. 잠시였지만 그 흐릿한 기억 속의 남자가 육상근인 건 확실해.”박주영의 말을 들은 박서준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어머니, 혹시 상근 아저씨를 좋아하는 거예요?”박서준의 직접적인 물음에 박주영은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박주영은 잠깐 뜸 들이다가 겨우 입을 뗐다.“좋아하는 거일 수도 있지. 아니면 내가 왜 상근 씨를 구하겠어. 내가 참 나빴었어. 분명 상
이현의 이름을 들은 육상근은 귀를 의심했다.이현은 육씨 가문의 집사였고 그해 화재 사고의 유일한 피해자였다.육상근은 박주영이 이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어떻게 그 화재에 대해 똑똑하게 기억하는 건지 의아했다.육상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박주영을 바라봤다.“이현 씨 말고 또 기억나는 게 있어요?”박주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사실 이현 씨에 대해서도 별다른 기억도 없어요. 다만 매번 악몽을 꿀 때마다 자주 그분의 이름이 절로 입에서 나와요. 저는 아마 이현 씨가 저를 화재 현장에서 구한 게 아닌지 추측하고 있어요.”
오늘 밤 육문주와 관계를 맺는다면 너무 황홀해서 밖에 나갈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조수아는 급히 육문주를 밀치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나 오늘 아무래도 주영 아주머니한테 가봐야 할 것 같아.”조수아의 발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육문주의 근육 진 팔은 조수아의 허리를 감싸안았다.육문주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였다.“급한 거 아니잖아. 키스를 좀 하다가 가도 늦지 않아.”육문주의 말과 함께 조수아는 다시 침대에 눕혀졌다.그의 따뜻한 입술이 조수아의 입술과 가까워지자 그녀는 육문주가 언제 이렇게 능수능란해진 건지 정신을
조수아는 오현자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한영미와 오현자가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궁금했다.게다가 한영미는 수제 다과 같은 단것을 싫어했고 심지어 단 음식에 과민 반응을 보였다.그런 한영미가 오현자가 만든 수제 다과를 좋아할 리가 없었기에 더욱 이상했다.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음 이들은 모두 마음을 졸였다.송학진은 냉큼 다가가 오현자의 손을 잡고 끌며 말했다.“할머니, 또 사람 잘못 알아봤네. 저분은 할머니 외손녀 아니고 조수아 씨예요.”오현자는 또 자신이 말실수했음을 알아차리고 눈물을 머금고 조수아를 바라봤다.“
육문주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출생의 비밀을 말하는 건 좋은데 너희 아버지부터 잘 관리해. 안 그러면 내가 수아를 너희 가문에 돌아가지 못하게 막을 거야.”두 사람이 한창 말싸움을 할 때 문밖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육문주, 조수아, 너희 다 나와!”갑작스러운 소리에 모두가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송군휘가 씩씩대며 집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송학진과 육문주가 가까이 지내는 모습을 보며 송군휘는 욕을 퍼부었다.“송학진, 네 동생이 지금 감옥에서 사람들한테 맞아서 몸 곳곳에 상처투성이인데 여기에 있어? 다 육문주
송군휘의 물음에 오현자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수아가 누구든 자네와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 내가 애지중지하든 말든 자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네. 자네가 학진이와 부자 관계만 아니었다면 설매를 그렇게 대하는 자네를 우리 송씨 가문에서 가만히 있었을 것 같나? 여기에 자네를 환영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얼른 떠나게. 제 발로 떠나지 않으면 경호원한테 끌려 나가는 수가 있네.”조병윤도 자연스레 빗자루를 손에 들고 송군휘를 내리쳤다.“저번에 분명 경고했을 텐데. 다시 한번 수아를 욕하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너 같은 놈 욕하라고 공주님
오현자는 너무 기쁜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수아가 이 늙은이가 매실주를 좋아하는 것도 기억해 주고 참 착해. 한 잔만 따라줘.”조수아는 먼저 오현자한테 한 잔 따르고 나머지 사람들한테도 한 잔씩 따랐다.마지막 순서로 육문주한테 매실주를 건네며 조수아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조수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육문주한테 물었다.“문주 씨, 나 혹시 조금만 마셔보면 안 될까?”육문주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자기야, 산모는 술을 마시면 안 되는 거 잊었어? 주정뱅이 낳고 싶어서 그래?”“한 모금만 마
송학진의 차가운 태도에 화가 난 강한나는 눈시울을 붉히고 입술을 깨물며 경호원을 바라보고 말했다.“내 발로 나갈 테니까 비켜요.”말을 마친 강한나는 도도한 걸음으로 이곳을 떠났다. 많은 사람이 뒤에서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모든 것이 끝나고 송학진은 차서윤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와 예복을 갈아입었다.송학진은 차서윤의 붉어진 눈을 보더니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윤아, 이제 내가 있으니까 누구도 감히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송학진은 차서윤이 이십여 년간 저런 아버지 밑에서 보내다 겨우 그
차경훈은 한순간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차서윤이 모든 증거를 모으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차경훈은 울며 빌었다.“서윤아, 아빠가 그때는 정신이 없었어. 앞으로 안 그럴 테니까 고소만 하지 말아줘. 제발 부탁이야.”차서윤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고소뿐만 아니라 부녀지간의 관계까지 끊을 거니까 앞으로 다시는 내 인생에 끼어들지 마세요. 더는 꿈에서조차 보기 싫으니까. 우리 이젠 죽을 때까지 연락하지 말죠.”차서윤의 말에 경호원은 차경훈을 강제로 현장에서 끌고 나갔다.차서윤의 완강한 태도에 겁을
그 말을 들은 차서윤의 눈에서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송학진의 볼에 입맞춤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결심을 내렸다.“감사해요. 근데 저는 학진 씨가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마음속의 흉터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한다 해도 학진 씨를 위해서 뭐든 할 거예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신부 들러리로부터 핸드폰을 가지고 송학진에게 건네줬다.“제 핸드폰과 스크린을 연결해 주세요.”그 말은 들은 송학진은 차서윤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 그녀에게 무수한 악몽을 남겨준 악마 같은 남자를 보자 차서윤은 지금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분노와 슬픔이 있었고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감옥에 있어야 할 차경훈이 왜 멀쩡하게 결혼식장에 나타난 것일까.송학진이 재빨리 다가와서 그녀를 품에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해 줬다.“괜찮아. 내가 사람을 불러서 저 사람을 감옥으로 돌려보낼게.”그가 매니저에게 눈치를 보내자 매니저는 사람을 불러와서 송학진을 제압했다. 경호원들에게 잡힌 차경훈은 그들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네가 안고 자고 싶다면 될 일이야? 네가 그러다가 이모부한테 쫓겨 나오면 내 잘못 아니다.”둘째와 셋째는 아빠와 천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신바람이 나서 쉴 새 없이 옹알이했다.육문주는 셋째를 끌어안고 볼 뽀뽀를 하며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딸이 좋아. 역시 우리 보배 딸이 제일이야. 너희 오빠 한번 봐봐. 고작 3살밖에 안 됐는데 아빠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와이프를 입에 붙이고 살잖아.”셋째는 아빠의 따뜻한 품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입을 비죽이며 뭐라 말했다. 아기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자리로 돌아간 송학진은 차서윤을 아래 우로 훑어보고 관심 어린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는 나한테 연락해야지. 내가 걱정했잖아. 날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거 맞아?”미간을 찌푸린 채 잔뜩 화가 나 보이는 송학진을 차서윤이 빙그레 웃으며 달래줬다.“걱정하지 마세요. 강한나 씨를 만났을 때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어요. 식사하는 내내 자꾸 저희를 보면서 친구들과 뭐라고 소곤거리더군요. 그 사람들이 무슨 수를 쓸 것을 먼저 예상하고 화장실로 간 거예요. 둘째 도련님이 다가올 때 먼저 스프레이를 뿌리고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전 그런 적 없어요. 바람피우다가 송 대표님한테 잡혀서 저한테 덮어씌우려는 수작인 것 같은데요. 그만하시죠.”차서윤은 장사연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더니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그녀의 뺨을 후려치고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저 남자를 이용해서 저를 망가뜨리고 제가 바람났다고 학진 씨를 불러올 수작이었죠. 이런 수작에 제가 넘어갈 줄 알았어요? 제가 바보로 보여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화가 가시지 않는지 장사연의 나머지 반쪽 뺨을 후려쳤다.“제가 학진 씨와 결혼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가
강한나와 친구들은 시간이 됐다 싶어 화장실을 찾아가서 문이 잠겨있다며 호텔직원을 불러 모았다.그 소식을 들은 송학진도 아림을 데리고 화장실이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무슨 영문인지 화장실 앞에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서 마음이 놓이지 않은 송학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어떤 여자가 비꼬는 말투로 대답했다.“딱 보면 알리죠. 파렴치한 남녀가 지금 바람피우는 거죠. 정말 이상한 여자가 다 있네요. 방 하나 예약하면 될 일을 굳이 화장실에서 저러잖아요.”“더 스릴 있으니까 그러는 거죠. 저는 이런 장면 많이
강한나가 4년을 기다려 기다려온 것은 송학진이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이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그 소식이 가짜라 생각했고 송학진이 다른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강한나는 송학진과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외국에서 돌아왔는데 한차례 모욕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오늘 아침에 발생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뺨이라도 처맞은 것처럼 얼굴이 얼얼했고 가슴이 아파 났다.그녀는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내 남자는 영원히 내 것이야. 누구도 빼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