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후가 고개를 돌리자 마침 한지혜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녀에게 웃으며 되물었다.“빨리 치러야 한다는데요?”한지혜는 그를 째려보며 답했다.“치루긴 개뿔!”그녀는 휠체어를 끌고 어머니 곁에 다가와 진지하게 말했다.“엄마, 저랑 이 사람은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그리고 아이가 있었다는 것도 거짓말이고요. 제발 함부로 엮지 마세요.”하지만 강미자는 오히려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안심시켰다.“지혜야, 너도 아이가 유산되어서 기분이 안 좋다는 걸 엄마도 알아. 근데 이건 연후 잘못도 아니고 저 애랑 아무런 상관이 없잖니.
하지만 육문주는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씨익 웃었다.“그냥 눈곱 떼주려고 했을 뿐인데 왜 그래?”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손으로 부드럽게 눈곱을 떼주고 그녀 몰래 또 미소를 지었다.조수아의 얼굴은 순간 불타는 고구마처럼 빨개지더니 그에게 소리쳤다.“너...”그녀의 뾰로통한 모습을 본 육문주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제가 지금 부상중이긴 하나 사모님께서 만약 너무 하고 싶은 거라면 아픔을 참고 만족시켜 드릴 수 있는데요. 아니면 그냥...”조수아는 냉큼 그의 입을 손으로 막더니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계속 말하면 진짜 화
육문주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 임다윤이 마침 그 꼴이었다.문제는 아직 개구리가 되지도 못했는데 벌써 송미진을 위해서 계획을 짜고 있다니 참으로 끔찍이도 이뻐하는 것 같았다.그와 그의 누나조차도 이런 대우는 받아 본 적이 없었다.육문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수아의 출생 비밀을 알아냈네.”송학진이 눈썹을 몇 번 들썩이면서 답했다.“그럼 그걸 할머니한테 고자질해서 할머니가 아저씨를 협박한 거네. 그렇게 심장발작을 일으켜서 수아가 법정에 서는 걸 방해한 뒤에 송미진
손에 든 담배는 이미 다 타버린 지 오래다.담뱃재가 살짝 그의 손등 위에 떨어졌지만 그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조수아는 연성빈과 이야기를 마치고 옆 병실에서 나오자마자 육문주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곧바로 육문주에게 다가가 걱정스레 물었다.“문주 씨, 무슨 일 있었어?”갑자기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의 심장은 터져버리는 줄 알았다.그리고 재빨리 손에 든 담뱃불을 끄고 애써 웃으며 그녀를 반겼다.“아니. 그냥 담배가 피우고 싶어서. 미안, 앞으로는 조심할게.”그러더니 가볍게 그녀를 품에 안고 정수리에 입
허연후는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이모님이랑 병윤 아저씨는 아직도 이야기 중이신가요? 이미 식당도 예약했는데 이따가 같이 식사라도 합시다.”하지만 한지혜는 이를 꽉 깨문 채 어두운 얼굴로 답했다.“저희 엄마도 이제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만 연기해도 돼요. 의사 선생님은 그만 일 보러 가세요.”말을 마친 뒤 그는 냉큼 휠체어를 끌고 자리를 떴다.그녀의 뾰로통한 뒷모습을 보고 허연후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혼잣말했다.“왜 또 화가 났지, 아까까지는 괜찮았는데? 대체 무슨 일로 화가 난 걸까?”육문주는 이미 알아채고 그
그녀의 살려달라는 애원에 임다윤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고 눈물은 하염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녀는 교도소에서 나온 뒤 차에 올라타자마자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미진이를 구해내야 해요.”별장 안 거실에서 웬 남자가 어두운 얼굴로 검은 양복을 입은 채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자기 할 일만 해. 그리고 모든 건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임다윤은 핸드폰을 꽉 움켜쥐더니 다시 그에게 말했다.“예전에 저랑 미진이를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했죠. 지금 감옥에 갇혀있는데 안에서 괴롭힘을 심하게 당하고 있어요.
그의 말에 임다윤의 눈시울은 순식간에 뜨거워졌다.그리고 억울하다는 듯이 호소했다.“설매는 분명 자기 딸이 걱정되는 마음에 내가 대신 돌봐주기를 원했어. 그래서 난 몇 년 동안 미진이를 잘 대해줬을 뿐이고. 만약 조수아가 친딸이라는 사실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내가 왜 너희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겠어.”그녀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더니 육문주를 보고 애원했다.“다 내 잘못이야. 난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 수아한테 미안하고 설매한테도 미안해. 문주야, 당장 수아를 이쪽으로 데려와. 그 애가 용서할 때까지 내가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
그녀의 말에 육문주의 미간이 순간 찌푸려지더니 되물었다.“눈치채셨나요?”오현자는 감격에 차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는 그저 의심만 들었는데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확신이 드는구나. 문주야, 우리 수아를 위해서 이렇게 큰 부상까지 입다니, 내가 설매를 대신해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어. 그리고 내 안목이 맞았어.”육문주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외할머니, 그저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그의 입에서 ‘외할머니’라는 소리가 들려오자 오현자는 또다시 눈물이 마구 차올랐다.드디어 진짜 외손녀를 찾았을 뿐만 아니라 손녀사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