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김상곤은 미정과 그의 아들 폴을 데리고 마당을 가로질러 걸어 들어왔다.그녀를 만나자마자 유나는 충격을 받았고, 이미 시후에게 미정의 성격이 좋고 용모가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들었지만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다. 같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유나는 미정이 부러울 정도였다. 이 여인이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이렇게까지 관리를 잘하다니..미정도 유나를 보고 약간 놀랐다. 그녀는 상곤과 윤우선의 딸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 몰랐다.옆에 있던 폴 역시도 유나를 보는 순간, 역시 유나의 미모와 기질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상곤은 이때 한미정에게 딸을 소개했다. "미정아, 여기는 내 딸 유나라고 한다.” 그러더니 그는 유나를 쳐다보며 "유나야 이분이 바로 아빠의 오랜 동창이야. 한미정이라고.. 그냥 미정이 이모?라고 부르면 될 것 같은데..”유나는 미정의 미모와 아우라에 충격을 받았고, 아빠와 그녀의 관계에 대한 걱정도 되었다. 미정에 비하면 자신의 어머니는 정말 천지차이고 게다가 엄마와 아빠의 감정은 전혀 굳건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처럼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면 더욱이 약해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예의상 반갑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미정 이모? 저는 김유나라고 합니다.”미정은 활짝 웃으며 "네가 유나구나, 너 정말 예쁘다~"라고 감탄했다.유나는 겸손하게 "아니에요~ 정말 과찬이십니다. 저는 아직 한참 멀었어요~”“전혀 아닌데? 난 젊었을 때 유나처럼 이렇게 예쁘지가 못했어.” 그리고 미정은 시후를 바라보며 웃었다. "시후 씨는 정말 복이 많네요?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 아내를 얻다니."시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엄청난 복이죠.”"유나야, 여기는 내 아들이고 이름은 폴이라고 해. 유나보다 한 살 적으니까 누나라고 부르면 되겠네?”그러자 미정의 옆에 있던 폴은 급히 유나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폴 스미스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유나는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악수를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아버님~!”상곤은 또 다급하게 "그리고, 내가 지난 번에 말했던 거 까먹지 말고~ 기억하라고! 알지?”시후는 장인 어른이 지난 번 장모가 돌아오면 결코 그녀가 별장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막으라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네, 아버지, 안심하세요! 잘 알고 있죠! 까먹지 않았습니다~”김상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말했다. "아이고~ 내가 사위 하나 잘 뒀어! 내가 꼭 기억하마!” 그리고 상곤은 미정을 데리고 주방으로 갔다. 유나는 궁금하여 시후에게 물었다. "아빠가 무슨 말을 했어요? 뒤로 뭘 꾸미고 있는 건 아니죠?”시후는 속으로 ‘유나 씨 아버지가 여기서 뭘 하라고 했을까요? 만약 장모님이 돌아오면 내가 절대 이곳으로 못 들어오게 막아야 한다고요..!’ 그러자 시후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 "그냥 별 일 아니에요. 그냥 저 보고 폴에게 잘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오늘 손님으로 온다고 하니까~ 하하하..”"진짜예요?" 유나는 도저히 믿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당연히 진짜죠! 조금 전에 폴에게 차 따라 주라는 거 못 들었어요?” 그리고 그는 급히 폴에게 말했다. “자, 폴! 이건 우리 보성에서 나오는 녹차인데 맛이 참 좋을 거예요! 고급 차이기도 하고, 한 번 마셔봐요!” 시후가 생각하기에 폴은 미국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의 전통차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차를 우려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폴은 웃으며 말했다. "아이구,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차 마시는 것인데.. 여기 좋은 찻잎이 있으니 꼭 마셔야겠어요."시후는 살짝 어리둥절하며 웃음지었다. “차를 잘 안다면, 음..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는데..?” 그는 말하면서 폴을 소파에 앉혀 두고 차를 잔에 따랐다.유나는 아빠의 첫사랑이라는 사람의 아들과 대화를 나누기가 조금 껄끄러워 두 사람에게 말했다. "그럼 두 사람이 얘기 좀 나눠요. 저는 차를 마시는 걸 별로 안
그러자 시후는 폴을 쳐다보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질문할 수 밖에 없었다. "폴.. 혹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자주 방문한 거 아니에요?"폴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하하.. 제가 한국으로 가끔 출장을 오긴 했지만 일주일 이상은 머문 적이 없습니다.”시후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아.. 그럼 어떻게 어르신들이 잘 알 법한 내용들을 이렇게 많이 알고 있는 거죠? 놀라운데?”"하하.. 제 어머니께서 이런 것들을 좋아하시니까요.. 어쩔 수 없이 어릴 때부터 귀동냥으로 접했을 뿐입니다..” 그러자 폴은 또 말했다. “아마 제 겉모습은 백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뼛속까지 철두철미한 동양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오히려 제가 있던 미국보다 한국 문화와 음식 등을 특히 좋아했어요. 이곳의 모든 것에 익숙한 거죠. 그리고 요즘 미국에서 K 문화가 얼마나 인기가 많다고요! 하하.. 그래서 한국과 관련된 많은 것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그렇구나."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고 찻주전자에 물을 끓이면서 차를 또 한 번 우리기 시작했다 찻잎을 우려낸 시후는 폴과 자신에게 각각 한 잔씩 따르며 웃음 지었다. “자, 폴.. 이 차 한 잔 마셔 봐요. 장인 어른이 또 준비하셨다고 하네요?"폴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찻잔을 들어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 차를 한 입 마신 뒤 곧이어 폴의 표정이 좀 오묘해졌다. 한참을 음미하던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상곤 아저씨가 마시는 차는 좀 맛이 이상하네요., 이런 찻잎은 솔직히 그다지 좋은 품질이 아닌 것 같은데.. 왜 상곤 아저씨는 이걸 좋은 것이라고 아껴두신 걸까요?”시후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하.. 이 폴이라는 친구.. 대단한데? 물건이군.. 우리 장인보다 훨씬 나아.. 장인 어른은 이런 차를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는 커녕 마시면 마실 수록 더 맛이 좋다고 하던데.. 게다가 내가 직접 나서지 않았다면 분명 이 차를 샀던 곳에
......지금 주방에서 미정은 이미 앞치마를 두르고 김상곤의 도움으로 식재료를 손질하고 요리를 준비하는 중이었다.김상곤은 옆에서 굉장히 열심히 그녀를 돕고 있었다. 그는 평생 이런 날이 오기를 꿈에서까지 바라고 있었다. 사랑하는 미정과 함께 부엌에서 푸짐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그 날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이 꿈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걸 몰랐다. 이런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건 비단 상곤뿐만이 아니었다. 미정도 미국에서 남편과 20년 넘게 함께 살면서 요리를 자주 하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미정은 곁에 상곤이 있기만 해도 자신에게 무한한 친밀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자신이 그를 위해 밥을 하고, 함께 요리하다니.. 주방은 바쁘고 정신없었지만, 두 사람의 마음만큼은 기쁨과 만족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누군가 함께 요리를 하게 되면, 신체 접촉을 피할 수 없다. 어떤 때는 손이 닿기도 하고, 어떤 때는 몸이 가끔 닿기도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순간적으로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두 사람은 수많은 옛 추억을 가지고 있는 커플이었고, 서로가 서로의 첫사랑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오랜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계속 옛 추억을 떠올리며 설렘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강한 자기장 속에 갇혀버린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상곤은 계속해서 미정에게 가까이 다가설 때마다, 몇 번이고 그녀를 꼭 안아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충동은, 곧 소심함과 비겁함에 억눌리고 말았다. 미정은 원래 집안일을 굉장히 깔끔하게 잘하는 편이었지만, 오늘은 첫사랑이 옆에 있어서 긴장했는지 뭘 해도 마음이 딴 데 가 있는 것 같이 어색했다. 심지어 옆에 있는 이 남자 때문에 정신이 혼미했다. 그래서 미정은 몇 번이나 칼로 재료들을 손질할 때, 한눈을 팔다가 하마터면 손을 베일 뻔하기도 했다!상곤도 일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모든
미정은 갑자기 상곤이 자신을 뒤에서 안자, 너무 놀라 온몸이 굳어졌다. 하지만, 그녀도 이렇게 상곤이 자신을 꼭 안아줄 수 있기를 지금껏 간절하게 바라지 않았던가? 결국, 그는 자신이 평생 사랑했던 유일한 남자였다! 지금 이 순간, 20여 년 전의 첫사랑이었던 그는 이렇게 자신을 꼭 껴안아주었고, 그의 두 손은 깍지를 낀 채 자신의 아랫배를 꼭 감싸고 있었다. 지금 이 장면은 마치 그녀가 스무 살의 청춘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미정은 지금 마음 한구석에서 감정이 폭발 했고, 미정 역시 참지 못하고 자신의 손을 그의 손 위에 포개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손을 상곤의 손에 갖다 대려는 그 순간! 그녀는 문득 자신이 이렇게 행동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녀는 상곤의 품에서 벗어나 급히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며, 허둥지둥 입을 열었다. "음.. 상곤아! 우리 둘은 지금 이러면 안 돼.. 넌 결혼한 사람이야! 난 우선에게 미안한 일을 할 수는 없어!"상곤은 갑자기 급히 입을 열었다. "그건 윤우선이 먼저 너에게 미안한 짓을 한 거야! 우리 두 사람은 이렇게 깊은 사이였는데! 내가 너의 남자친구라는 걸 알면서도, 날 술에 취하게 만들고 그 틈을 타서 내 방에 들어왔어! 만약 이 파렴치한 윤우선만 아니었다면, 우리 둘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함께 했을 거야..!”미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과거의 일이야.. 만약 그 때 우선이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널 놓아주기로 한 건 바로 나야.. 내가 이미 너를 그녀에게 양보하기로 선택했으니, 나는 그녀가 그때 나에게 미안한 일을 했던 것처럼, 그녀에게 내가 미안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이건 간단한 문제야. 나는 우선이와 똑같은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아!”상곤은 다급했다. "아니, 그 여자가 우리 둘의 평생의 감정을 다 망쳐 놓았어! 그런데도 지금 그런 걸 따지는 거야?”"사실 그 일이 있고 나서야 난 모두 우선이 뒤에서 수작을 부린 것을 깨달았어.. 하지만 상대방이 몹쓸 사람인 줄
"그래서 이런 일은 우리가 20대 때처럼 입으로만 말해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심사숙고한 뒤에 판단해야 성숙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거겠지."그러자 상곤은 곧바로 미정에게 물었다. "난 그런 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나는 네가 아직도 내게 감정이 남아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고, 또 내 마음 속에는 너에게 엄청난 감정이 남아 있다는 걸 너도 알고 있겠지! 이렇게 두 사람 모두 감정이 남아 있는 이상, 무슨 난관이 생겨도 돌파할 수 있지 않겠어?” 그러면서 상곤은 "미정아, 사실대로 말해줘! 지금 나에게 감정이 있는 거 맞아?"라고 그녀를 다그쳤다.미정은 난감해하며 말했다. "어떻게 대답하라는 거야?! 우리가 그 당시에 사귀었던 사이고, 게다가 모두 서로의 첫사랑이었다. 또 20여 년 동안 후회를 했다고?” 그러더니 미정은 "그런데 내가 아까도 말했지만, 이 일은 우리의 감정만 생각해서는 안 돼!”상곤은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는 억울함이 밀려와 마치 자신이 아이가 된 것 같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그는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미정이 돌아오는 순간에야 큰 위안을 느꼈고, 그녀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삶이 불행에 가득 차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이제 이런 생활을 1분도 하고 싶지 않았다.상곤이 아이처럼 울자 미정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상곤에게 다가가 자신의 소매로 부드럽게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상곤아, 오랜 세월 정말 고생 많았지..?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때 우리가 졸업하기 전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그랬다면 너와 우선이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나는 널 포기하지 않을 텐데.." 그러면서도 그녀는 "아쉬워! 세월이 가는 건 그 누구도 되돌릴 수 없잖아! 우리는 이미 50이 넘은 중장년이야.."라고 애통해 했다.상곤은 그녀의 손을 꽉 잡고 감격에 겨워 말했다. "미정아! 세월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남은 시간을 단 1초도 버리면 안 돼!” 그러자 상곤
여기까지 말했을 때, 상곤은 갑자기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미정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미정아, 나 정말 농담하는 거 아니야.. 내가 한 말은 모두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야. 왜 그런 줄 알아? 난 네가 떠난 후 20여 년 동안 단 한순간도 기뻤던 적이 없어, 게다가 우린 이미 나이가 많아.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그런데 왜 자꾸 주변의 눈치를 보는 거야?”미정은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상곤아, 네가 한 말은 다 생각해 봤어. 사실 내 마음속에도 환상이 있지. 다만 지금 상황은 확실히 예전 같지 않다는 거야! 난 지금껏 평생 우선이를 미워해왔어. 하지만 난 우선이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그러니까, 너무 서두르지 말자. 서로에게 시간을 좀 주는 거야!상곤은 계속해서 급히 말했다. "그럼 내가 윤우선과 이혼하고 나면 나와 다시 만나는 거야?"미정은 고운 눈을 깜짝하지 않고 상곤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상곤아, 내가 왜 한국으로 돌아왔는 줄 알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널 다시 만나고 싶고, 다시 인연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서야.” 그녀는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18살, 20살의 젊은 나이가 아니야.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할 일을 심사숙고해서 계획하는 게 필요해! 그리고 너와 다시 만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지금 대답할 수 없어. 네가 정말 싱글이 된 후, 함께 시간을 보내 보고, 너에게 정중하게 대답할 거야."상곤은 주저 없이 말했다. “난 100% 아니 1000%아니 그것도 모자라 1000% 원하고 있다고!!” 미정은 "상곤아, 난 네가 우선이와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길 바라! 두 사람의 결혼과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만약 두 사람이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면, 난 예전처럼 둘을 축복할 거야. 그런데 만약 사랑이 없다면, 넌 그녀에게 한시라도 빨리 확실하게 말해야겠지. 난 네 성격을 잘 알고 있어. 쉽지는 않을 거라는 걸..”이라고 말했다.지금의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타는 냄새가 부엌 전체에 퍼졌다. 미정은 "안 돼! 내 새우 튀김!!"이라고 외쳤다. 그녀는 급히 상곤을 확 밀어내고, 얼굴을 붉히며 솥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안을 보자마자 "망했어, 새우가 다 탔어!"라고 비명을 질렀다.상곤은 재빨리 옆에서 말했다. "어서 불을 꺼! 안 그럼 곧 불이 날 걸?!”미정은 그제야 불을 껐다. 하지만 이미 솥에는 다 타버린 새우들만 남았다. "이게 다 네 탓이야, 원래 내가 제일 잘하는 요리였는데.. 이제 다 망했어!!”상군도 미안한 얼굴로 “그럼.. 내가 다시 나가서 새우 한 봉지 사줄까?”라고 물었다. 이때 밖에서 차를 마시던 시후와 폴은 부엌에서 타는 냄새를 맡았다. 폴은 얼굴을 찡그리며 "엄마는 요리를 굉장히 잘하시는데.. 어머니께서 이렇게 하신 건 아니겠지..?”그러자 시후는 일어나 폴에게 말했다. “그럼 폴 잠시 앉아 있어봐요. 내가 들어가서 보고 있을 테니 오지 말고요.”폴은 얼른 "아니에요 저도 갈게요.”라고 자리에서 막 일어나려는데, 시후가 그를 다시 앉히며 웃었다. “아니에요 그냥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어요!” 이때 시후는 속으로 ‘만일 네 엄마와 우리 장인이 지금 주방에서 뭔가 일이라도 생겼다면 폴 네가 얼마나 어색하겠어? 난 두 사람의 관계를 다 알고 있으니 내가 다녀올게..’라고 생각했다.폴은 시후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그리고 시후는 부엌으로 와서 고개를 내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부엌에 있던 두 사람이 급히 솥을 치우고 있는 것을 보니, 이미 요리가 다 타 버린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옷차림도 단정하고 별 일이 없어 보여 시후는 살짝 실망했다.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놓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인 어른과 그의 첫사랑의 안색을 보니, 모두 살짝 붉어진 것 같아 보였다. 그러자 시후는 짐짓 놀란 척하며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요?”라고 물었다.그러자 상곤은 황급히 말했다. "응, 별일 없어, 별일 없어!! 조
윤우선이 반응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홍라연은 벌써 흥분해서 외쳤다. “네?! 내 기억엔 이 매장은 절대 할인을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가격이 싸진다고요?”여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고객님. 저희 매장은 원래 할인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유일한 예외로, 매장 창립 기념일이라서 딱 오늘만 특별히 진행하는 이벤트입니다!”윤우선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할인을 절대 하지 않는 브랜드가 한 번에 1천만 원을 깎아 준다니, 이건 진짜 놓칠 수 없는 기회 아닌가?!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있어도, 이렇게 큰 할인은 무조건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윤우선은 오늘 이 목걸이를 사지 않으면, 밤에 자다가도 후회하며 깨어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몰래 휴대폰을 꺼내 은행 앱으로 계좌 잔액을 확인했다. 잔고는 7250만 원. 며칠 전부터 시후와 유나가 집을 비운 동안, 윤우선은 미용실에서 VIP 회원권을 충전했고, 홍라연과 함께 몇 번이나 럭셔리한 외식을 즐겼으며, 자신을 위해 새 옷도 여러 벌 샀다. 따라서 그녀가 가진 돈은 분명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그녀가 가진 모든 돈을 쓴다고 해도 여전히 800만 원 정도가 부족했다. 게다가, 더 문제는 가진 돈을 전부 써버리면 앞으로의 생활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게 될 것이었다. 있는 돈을 다 써버리면, 차에 기름도 넣지 못할 텐데, 설마 가지고 있는 것을 팔아야 하는 것인가? 윤우선은 갑자기 딜레마에 빠졌다. 이때, 눈치 빠른 여직원이 그녀의 표정을 읽고는 공손하게 물었다. “고객님, 혹시 지금 자금 상황이 조금 빠듯하신 건가요?” 그녀는 윤우선이 기분 상하지 않도록 재빨리 덧붙였다. “제가 아는 많은 분들처럼, 고객님도 아마 카드에 큰 돈을 두지 않고 대부분 자금을 투자 상품에 넣어두셨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평소에 사용하실 약간의 유동성 자금만 남겨두시는 거죠.”윤우선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한결 놓였다. 이보다 더 좋
하지만 판매원이 분위기를 이렇게까지 띄웠는데, 자신이 "이 목걸이는 너무 비싸서 살 수 없다"라고 말하면 ‘귀부인 중에서 최정상’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 아닌가 싶어 망설였다.윤우선이 속으로 조마조마하고 있을 때, 여직원이 매장의 간판 상품을 그녀 앞에 놓았다.윤우선이 고개를 숙여 가격표를 보자마자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어머나, 세상에! 1, 4, 0, 0, 0... 숫자 4 뒤에 0이 몇 개야...? 이게 14억이라고?!’앞에 있는 여직원은 목걸이를 꺼내 들고 윤우선을 한 번, 목걸이를 한 번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손님,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이 목걸이조차도 손님 앞에서는 조금 가벼워 보이는 것 같아요.”윤우선은 눈물을 쏟을 뻔했다. ‘지금 14억짜리 목걸이가 내 앞에서 가벼워 보인다고? 내가 뭐 태양이라도 된다는 거야?’뒤에 있던 홍라연도 놀라며 외쳤다. “이 목걸이는 너무 비싸잖아요...! 14억이라니, 세금을 빼도 로또라도 당첨돼야 살 수 있겠네!”이때 여직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돈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제가 보기에는 사모님의 분위기와 재산이라면 이 정도 목걸이는 충분히 구매 가능하실 거라 믿어요.”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윤우선은 조금 전부터 점점 마음이 불편해지고 있었다. 여직원은 분위기를 띄우는 데 정말 능숙했다. 처음엔 윤우선이 꽤나 기분이 좋았지만, 하지만 너무 극단적인 성격이라 지금은 진퇴양난의 상황이 되어버렸다.그때 여직원이 화제를 바꾸며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제 생각엔, 이런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크기, 화려함에만 치중해서 오히려 너무 촌스러워 보일 수 있어요. 결국 돈 냄새가 너무 진하면 오히려 품격이 없어 보이기도 하죠.”윤우선은 이 말을 듣자 눈이 번쩍 뜨이며 외쳤다. “아, 그렇죠. 아가씨 말이 딱 맞아! 이렇게 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목에 걸면, 그냥 목에 ‘나 돈 많음!’이라는 글자를 단 것 같잖아. 촌스럽고, 그러니까 정말 촌스러운 것 같아!”
여직원이 내뱉은 ‘귀부인 중의 최정상’이라는 한마디는 윤우선의 기분을 하늘 끝까지 띄워버렸다. 윤우선은 여직원의 말이 마치 뭔가 화학적인 에너지를 가지기라도 한 듯, 자신의 고막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대량의 도파민을 생성해내고, 그 도파민이 혈관을 따라 뇌까지 직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간단히 말해, 윤우선은 이미 여직원의 말에 너무 취해버렸다.윤우선이 느끼고 있는 이 느낌은 마치 담배를 처음 배운 젊은이가 마을 어르신이 가지고 계시던 오래된 곰방대를 들고 깊게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었다. 단순히 취한 정도가 아니라, 약간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윤우선은 너무 행복해서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활짝 웃으며 여직원을 바라보았다. 윤우선은 여직원을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홍라연도 아부를 잘하긴 했다. 수십 년 동안 형수로 살다가 어느 순간 안색 하나 안 바뀌고 자신을 낮추며 비위를 맞춰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여직원과 비교하면 홍라연은 한참 수준이 모자랐고, 어린아이 수준에 불과했다.결국 윤우선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여직원에게 물었다. “아가씨, 내 분위기면 어떤 목걸이가 어울릴 것 같아요?”그러자 여직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사모님 같은 분이라면 저희 매장의 대표 상품, 그러니까 '간판' 상품을 착용하셔야죠!” 그 말을 마친 뒤, 여직원은 재빨리 덧붙였다. “손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매니저님을 찾아가서 금고를 열고 우리 매장의 간판 상품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직원은 급히 사무실로 향했다.사무실에서는 매니저가 매장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여직원과 윤우선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직원이 들어오자마자 매니저는 다급히 말했다. “아니, 소희 씨 어떻게 우리 매장의 간판 상품을 추천할 수 있어?!”그러자 여직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매니저님, 그건 매니저님이 시키신 거잖아요? 가능한 한 저 아줌마를 꼬드겨서 돈을 더 많이 쓰게 하라고
이야기를 끝낸 뒤 전화를 끊은 여직원은 윤우선 앞에 다가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손님, 그럼 제가 악세서리를 착용해 보시도록 도와 드리겠습니다.”윤우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직원의 도움을 받아 목걸이를 착용하고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명품 브랜드의 악세서리는 가성비 면에서는 솔직히 형편없다고 할 수 있다. 18K 골드 체인 자체는 돈으로 바꾸면 얼마 되지 않을 것이고, 잔뜩 박힌 작은 다이아몬드 역시 그다지 비싸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이 둘을 합치더라도 판매 가격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하지만, 윤우선이 중시하는 것은 가성비가 아니라 제품을 샀을 때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였다.소위 가성비라는 것은 상품의 성능과 가격의 비율을 뜻하는데, 같은 가격일 때 성능이 더 좋으면 제품은 좋은 것이라고 판단된다. 반면 윤우선이 중시하는 비용은 상품이 가지는 이미지와 가격의 비율이다. 따라서 같은 가격일 경우 사람들이 더 인정하고 부를 더 과시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며, 설령 원가가 2만 원 정도 되는 티셔츠가 150만 원에 팔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슴팍에 찍힌 브랜드 로고가 충분히 과시할 만 하다면, 윤우선의 눈에는 가치 있는 상품이었다.윤우선은 한참 동안 목걸이를 살피며, 이 목걸이가 정말로 반짝거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매장의 조명 아래, 거의 모든 각도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기에 강렬하게 마음을 사로잡힌 그녀는 곧바로 말했다. “이걸로 할게요. 포장해주세요!”그때 직원이 말을 꺼냈다. “손님,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목걸이는 손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무슨 뜻이죠?” 윤우선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이런 비싼 목걸이를 할 자격이 없다는 건가요?”여직원은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손님 오해하지 마세요. 처음 손님께서 매장에 들어오셨을 때부터 손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고귀한 분위기를 느꼈거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불
윤우선은 자신이 운전하는 위풍당당한 롤스로이스 컬리넌을 몰고 하버시티에 도착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조심스럽게 차를 여러 번 후진하고 돌리기를 반복해 간신히 주차를 마친 그녀는 홍라연과 함께 1층으로 올라갔다.하버시티의 1층은 대부분 일류 명품 브랜드 매장으로 가득했다. 그중 절반은 의류와 가방 브랜드로, 예를 들어 루이비통이나 구찌 같은 곳들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악세서리브랜드로, 불가리, 까르띠에와 같은 매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윤우선은 도착하자마자 홍라연을 이끌고 불가리 매장으로 직행했다. 불가리가 다른 브랜드보다 특별히 더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윤우선은 ‘불가리’라는 이름이 듣기만 해도 화려하고 좋은 것 같은 느낌이라 마음에 들어했다.두 사람이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윤우선은 곧바로 중앙에 위치한 진열대로 향했다. 그 후, 높은 의자에 턱 하니 앉아 오른손으로는 롤스로이스의 차 키를 진열대 위에 올려놓고, 왼손으로는 예전에 시후가 선물해 준 에르메스 핸드백을 진열대 위에 당당히 올려놓았다.판매사원은 한눈에 큰 손님이 온 것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다가와 매우 공손하게 말했다. “고객님, 안녕하세요. 불가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떤 상품을 보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세요.”윤우선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 “흠흠, 매장에 괜찮은 목걸이 있으면 다 꺼내 줘요. 내가 골라 볼 테니까.”판매사원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남성 동료에게 말했다. “준기 씨, 고객님께 스페인산 탄산수를 두 병 준비해 드리고, 이번 달에 새로 나온 향수 샘플도 준비해서 고객님께 시향해 드려요.”남성 판매사원은 지시대로 움직였고, 이를 본 윤우선은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명품 브랜드 매장은 서비스가 달라!’홍라연은 윤우선 뒤에 서서 생각했다. ‘예전엔 WS 그룹이 돈 좀 있었을 때 나도 이런 매장에 와서 이런 대접을 받았었지. 하지만 지금은 이런 매장을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긴장될 정도라니... 역시 떨어진 봉황은 닭보다 못
윤우선은 과거 WS 그룹에서 시집살이를 할 때 늘 홍라연에게 괴롭힘을 당해기에 마음속으로 큰 원한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홍라연이 개처럼 그녀에게 아부하며 다가오니, 윤우선의 허영심은 한껏 부풀었고, 그녀에게 완전한 통쾌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매일 홍라연과 어울리는 것이 즐거웠다. 윤우선에게는 홍라연이 자신의 앞에서 아부하며 비위를 맞출 때, 자신이 과거의 윤우선이 아니며 완전히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그 때, 윤우선은 홍라연의 목소리를 듣고 투덜대며 말했다. “아직도 잠이 부족한데. 몇 시죠?” 홍라연은 서둘러 말했다. “벌써 11시 다 돼 가! 어제 말하기를 오늘 쇼핑 간다고 했잖아? 난 다 준비됐어, 지금 동서 집 앞이야. 오늘 가는 거지?”윤우선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이고! 까먹고 있었네! 오늘 하버시티에 가서 목걸이 하나 살까 했는데, 요즘 자꾸 목이 허전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그러자 홍라연은 웃으며 말했다. “동서처럼 컬리넌을 타고 에르메스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목에 좀 화려한 목걸이 없는 게 더 이상하지! 어떤 브랜드로 볼 거야?” 윤우선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뭐 불가리, 티파니, 까르띠에 같은 데면 다 괜찮아요. 안 가리는 편이라, 일류 브랜드면 다 좋지 뭐.” 홍라연은 곧바로 아부를 시작했다. “역시 동서 안목은 최고야! 동서 기질에는 그런 일류 브랜드가 딱 어울리지.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동서랑 비교도 안 돼. 몇 만 원짜리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 이어 홍라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역시 동서는 복이 많아. 럭셔리한 저택에 살고, 고급 외제차도 타고, 명품을 입으니 확실히 인생 승자지.. 나야 뭐, 어려움을 겪고 나니 악세서리도, 가방도 다 없어졌어. 지금은 명품은 커녕 싼 목걸이 하나 사기도 힘드네... 나중에 혜빈이에게 돈 좀 받아서 상점에서 은목걸이나 하나 사야겠어..”윤우선은 속으로 생각했다. ‘홍라연이 자기가 저렴한 악세서리나 어울리는 수
원래 시후는 이중열이 당분간 한인 타운에서 편히 지내도록 하고, 나중에 시간을 내어 홍콩으로 가서 그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유가휘가 참지 못하고 먼저 문제를 일으키려 하니, 시후도 어쩔 수 없이 홍콩으로 가야만 했다. 홍콩과 미국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반 비행기로 편도만 해도 최소 10시간 이상 걸린다. 게다가 일을 처리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할 테니, 시후는 최소 3~5일, 어쩌면 더 오래 미국을 떠나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 중에서도 시후가 가장 걱정되는 것은 유나였다.비록 시후가 블랙 드래곤의 여자 대원들을 배치해 유나를 몰래 보호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가 혼자 미국에서 학업과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니 시후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현재 김상곤은 중국에서 문화 교류 활동 중이라, 미국에 와서 유나와 함께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은 장모 윤우선 뿐이었다. 하지만 시후는 직접 유나에게 자신이 홍콩으로 가야 하고, 장모님을 모셔와야 한다고 말하면 조금 어색할 것 같았다. 게다가 유나와 상의한다 해도 그녀는 장모님을 모셔오는 대신, 자신에게 홍콩에 가지 말라고 하거나 혼자 있어도 괜찮으니 자기 걱정은 말라고 할 가능성이 컸다. 또한, 윤우선은 지금 미국에 오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었다. 윤우선은 한국에서 혼자 지내면서 럭셔리 외제차와 저택, 시후가 준 용돈으로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미국으로 오게 한다면 오히려 귀찮아 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시후는 장모 윤우선을 데려오기 위한 핑계를 먼저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뒤 유나에게, 자신은 홍콩에 고객이 있어 가야 하지만 마침 장모가 와 있으니 그녀와 시간을 보내라고 말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윤우선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데려오는 것은 시후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윤우선의 성격을 너무 잘 알았기 때문에, 약간의 계획 만으로도 그녀를 데려올 자신이 있었다.그래서 시후는 즉시 송민정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송회장님, 부탁할 일이 있어서요.” 송민정은 주저 없이
전화가 연결되자 시후는 물었다. “은서야, 창재 씨 아직 거기 있어?” 고은서는 대답했다. “방금 사람을 보내서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어. 그런데, 시후 오빠, 오늘 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지우 언니가 말하길 오늘 밤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심지어 제이크 한 경감도 죽었다고 하던데?”시후는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고은서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고은서는 시후의 이야기를 다 듣고 충격을 받아 놀라며 말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잔인한 괴한들이 있을 수 있어...?” 그녀는 이어서 자책하는 말도 했다. “시후 오빠, 혹시 우리 팀에 내부자가 있었던 건 아닐까? 아니면 이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치밀하게 협력할 수 있었겠어..? 배경 음악이 가장 큰 시점에 공격을 시작했다면, 아마 공연 흐름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던 게 분명한데...”“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 확실히 내부자로 의심되는 건 내 셋째 외숙모뿐인데, 그녀는 이미 죽었어. 내 생각엔 괴한들이 네 공연 흐름을 몰랐을 거야. 언제 배경 음악이 가장 큰 시점인지도 몰랐을 것이고.. 그들이 정확히 시간을 맞출 수 있었던 건 내 외숙모가 그 안에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일 거야. 그녀가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을 때 괴한들에게 알려 줬을 가능성이 커.”고은서가 말했다. “하지만 오빠가 그러지 않았어? 외숙모가 신호 방해 장치를 몸에 지니고 있었다고. 그런 장비를 가지고 있으면 그녀도 범죄자들과 연락할 수 없을 텐데...”시후는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거야? 그녀가 방해 장비를 가지고 있었던 건 맞지만, 그 장비를 계속 켜두는 건 불가능해. 만약 계속 켜뒀다면 다른 사람들이 벌써 이상함을 눈치챘을 걸. 내 생각에는 그녀가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가 그 순간이 오자 먼저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곧바로 방해 장치를 켰을 거야. 괴한들은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들이닥친 걸 보면, 짧은 차단 시
홍콩에서 유성으로 불리는 유가휘에 대해, 시후는 전혀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이건 그가 이중열에게 한 일 때문만이 아니었다. 시후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람이라, 비록 이중열이 이 사건에서 약자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 사건에서 잘못한 것은 바로 이중열에게 있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유가휘가 자기의 명예와 자존심 때문에 이중열에게 복수하려는 것도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후가 유가휘에 대해 가장 못 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점은 바로 그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당시 이중열이 식당에서 말한 바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난 직후 이중열은 제일 먼저 시후의 아버지인 은서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했다. 그 때 시후의 아버지는 즉시 홍콩으로 가 유가휘와 합의를 맺어 이중열을 놓아주기로 했고, 그 덕에 이중열은 일시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후의 부모님이 LCS 그룹에서 나오게 되면서, 시후의 부모님이 사망하게 되었다. 유가휘는 시후의 아버지가 사망한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합의한 내용을 어기고, 이중열을 사냥하기 위해 전 세계에 많은 사람들을 보내 대대적인 추격을 시작했다. 그러다 추적이 잠시 중단된 이유는 바로 고선우가 시후의 아버지를 대신하여 이 일에 개입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고선우가 중병에 걸렸을 때, 고은서가 시후를 찾았다. 그래서 만약 고선우가 병이 낫지 않았다면 유가휘는 또 다시 협정을 어겼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중열은 아마도 상금을 노리는 킬러에게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그런데 유가휘는 이제 ‘우회적으로’ 자신이 고선우와 했던 약속을 회피하려고 하자, 그 행동을 본 시후는 더욱 분노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의리를 저버린 유가휘의 품성에 대해 시후는 극도로 불쾌함을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시후는 즉시 고은서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고은서는 시후의 메시지를 보고 마음을 놓았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창재에게 건네며, 시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