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리의 아버지가 문화재 감정사라는 소식에 자리에 있던 친구들은 은시후를 경멸하면서도 동정하는 눈빛을 보냈다.그들은 은시후가 정말 재수 없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맞다고 우기려다 전문가급 인사를 만나 곧 창피를 당하게 될 거니까. 조금 뒤 정유리의 아버지께서 등장한다면 곧바로 사실이 드러날 것이었다.유나도 조금 부끄러운 듯 조심스럽게 시후에게 말했다. “여보, 동기들이 이렇게 많아요.. 고집부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정말 우리 둘 다 고개를 못 들지도 몰라요.” 레스토랑에 오기 전 시후는 유나에게 도훈에게 줄 그림 한 점을 샀다고 말했다. 분명 몇 푼 안 된다고 했는데, 지금에서 그 그림이 1000만 원이 넘는다니.. 유나는 당최 알 수가 없었다. 아마 남편이 지금 체면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믿기 어려우면 전문가에게 검증 받으시면 되겠죠.” 그러면서 그는 “참, 다들 잊지 마. 지훈이 조금 전에 내기에서 졌는데도 또 내기를 하자고 하네. 이번에 지면 모두가 보는 데서 이 테이블을 씹어 먹는다고 했으니까, 다들 잘 봐.”라고 말했다. 이지훈은 아까 자신의 애마 BMW가 탔던 일이 떠올랐다. 그는 부드득 이를 갈며 “야, 은시후.. 이겼다고 나대지 마! 조금 전 내기는 너에게 속은 거지. 그리고 비록 너에게 속았지만 난 이미 졌다고 인정했어! 하지만 이번에도 지면 내가 기꺼이 패배를 인정할 게! 그렇지만, 만약에 네가 선물한 그 그림이 짝퉁이면? 네가 대신하는 거다? 은시후는 “좋아. 만약 저 동양화가 별 가치가 없으면 네 말대로 할 게.”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 그림은 명화는 아니었지만, 조선시대 화가의 작품이었고 작품을 구매했던 골동품 가게는 유명한 곳으로, 정품을 보장해주는 곳이었기에 결코 가짜일 수가 없었다. 유나가 아무리 은시후를 말려봤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내기를 받아들였기에 유나는 저지하는 것을 그만 두었다.
“네, 아버지.” 정유리는 “대학 다닐 때 친했던 친구들이에요!”라고 말했다. 대답을 하면서 정유리는 속으로 ‘은시후와 도훈이 제일 친했던 사이라고 하더니, 어디서 10만 원도 안 되는 쓰레기를 선물로 보내? 아버지께서 모든 사람들 앞에서 바로 망신당하게 만들어 주실 거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석환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답변을 내어 놓았다. “정말 좋은 친구인가 보구나! 그렇게 막역한 사이가 아니라면 누가 이 귀한 걸 선물하겠느냐?”모두들 이 말을 듣자 어리둥절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귀중하다니? 이 따위 물건이 귀중하다고?지훈은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개똥 같은 소리하고 있네! 내가 인사동 골목길에서 조화 한 송이를 사다가 오줌을 싸서 만들어도 이 그림보다 진짜 같겠는데?!이때 정석환은 “이 작품은 조선시대 작가의 진품이다. 이름이 많이 알려진 화가는 아니지만 뛰어난 화가 중 한 명이라네.” 그러면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 그림은 시장에서 거래 가격이 꽤 될 거라고 짐작한다. 3-4천만 원 정도될 거야.”3~4천만 원이라고?! 정유리와 주변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원래 이 그림이 만원 정도의 쓸데없는 종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저 정도의 값이 나간다는 말인가?김도훈은 정말 놀랐다. “와.. 시후야, 저렇게 귀한 걸 나에게 준거야? 이건 받기에 너무 비싸...” 은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도훈아, 그냥 내 마음을 전했을 뿐이야, 가격은 너무 신경 쓰지 마.” 김도훈은 매우 감동했다. 대학 동기 중에 이렇게 훌륭한 친구가 있다니! 지훈은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이건 또 무슨 일이야? 이 따위가 4천만 원?저딴 게 4천이라니, 또 거짓말 친 거 아니야? 동기들도 모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그 누구도 은시후를 무시할 수 없었다. 아무거나 선물해도 수천만원의 동양화를 주는 사람이니까! 모두들 김도훈이 부러워 죽을 것 같았다. 진짜 쩔어!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데
이지훈은 너무나 쪽팔린 나머지 그 자리에서 죽고 싶었다.이 거지 같은 상황은 뭐야?오늘 무슨 날인가? 대체 어떻게 저런 새끼한테 내가 계속 당할 수 있지? 사실 진품명품에 저 그림이 나왔다고 해도 자신은 진품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니 종이 쪼가리는 수천만 원의 가치가 있는 진품이었다!그러나, 스스로 호언장담했기에 약속을 지켜야 하는 이지훈이었다. 이제 어떡하지? 설마 정말 저 테이블을 먹어야 하는 건가?!그럴 리 없어!차는 불 태우면 그만인데, 사람이 식탁을 어떻게 먹을 수 있어? 소화는 되겠어?그리고 진짜 먹는다고 해도, 그냥 뒤지는 거 아니야? 다른 동기들이 우물쭈물하는 지훈을 보고 야유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지훈아 설마 네가 약속했던 걸 다시 취소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 “그러게..? 다들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 박자를 맞춰 테이블을 손으로 치기 시작했다.“자자자!!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세 박자 쉬고 하나! 둘! 셋! 넷!” 지훈은 안색이 어두워져서는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여기.. 곤경에 처한 친구에게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은시후는 비웃으며 말했다. “네 입으로 직접 내기를 제안했고, 모두가 너에게 지금 약속을 지키라고 할 뿐인데, 뭐가 문제야?”이지훈은 궁지에 몰린 자신이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솟구치는 화를 누르며 말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에는 내가.. 너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내기를 또 했지 뭐냐? 내가 시후에게 제대로 사과하고, 또 너희 모두에게 사과할게. 다들 내 가벼움을 용서해줘.” 이지훈이 모두에게 사과를 하자,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천하의 이지훈이 이렇게 자기 잘못을 시인하다니.. 그리고 사과까지!사실 이지훈은 딱히 방도가 없었다. 하는 수 없지? 내가 사과를 안 하면 더 심한 일을 당할 테니.. 생떼를 부리면, 분명 동기들이
지금의 지훈에게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방금 전 다른 동기들 앞에서 체면을 구긴 일을 만회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분명 두 차례나 은시후에게 쪽팔림을 당했으니 동기들에게 당당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기회가 있을지 막막하던 참에, 갑자기 식당 입구가 소란스러워졌다. 많은 사람들의 눈길이 입구로 쏠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조폭들이 입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푸른 빛이 도는 문신이 새겨진 팔에는 야구 방망이와 각목이 들려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이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자 모두의 얼굴은 잿빛이 되었고, 특히 가게 주인인 김도훈과 정유리는 공포에 질려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얼굴에 칼자국 흉터가 새겨진 조폭 하나가 들어와 홀을 한 바퀴 휙 둘러본 뒤 김도훈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장님!! 여기서 개업하시려면 인사는 함 돌리셔야지~ 인사도 없이 지금 우리 무시하는 거 아닙니까?” 정유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당...당신들 지금 여기서 뭐 하는..하시는 거죠?” 이전 주인에게 이 레스토랑을 양도 받기 전 이 곳의 관리비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이전 주인은 이 지역 건달들에게 큰 피해를 입어 부득이하게 이 가게를 양도했던 것이다. 사실 유리는 그 말을 한 귀로 흘려 들었던 터였다. 어떤 간 큰 조폭들이 대낮에 돈을 뺏으러 오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헐값에 팔린 이 가게를 매매해 경영 준비를 한 것이다. 그러나 오픈을 하자마자 이들이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 바닥에서 장사를 하려면, 당연히 우리 형님 수중에 현금 다발을 좀 쥐어 주고 시작 했었어야지! 그리고, 우리가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야! 그냥 여기 레스토랑 수입의 20%만 넘겨주면, 나중에 사장님이 무슨 일을 당했을 때 우리가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고 그러는 거야~ 관리비 몰라? 관리비!”얼굴에 칼자국 난 사내도 싸늘한
이지훈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해 속이 탔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동기들이 자신을 보고 있기에, 그는 이를 악물고 다른 사람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지훈은 뒤이어 자신의 아버지와 친분이 있던 경찰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연결되자 이지훈은 “국장님, 접니다. 이지훈. 잘 지내시죠? 그게.. 다름이 아니라, 제가 여기 강남 쪽에서 일이 좀 생겨서요…….” 그리고 이지훈은 그에게 다시 한 번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쓰읍.. 저 지훈아.. 들어보니 그 놈들은 김철주의 수하들인 것 같은데, 김철주는 유성파 이화룡의 부하야. 그러니까, 너 그 놈과는 엮이지 마라. 알겠냐?”이지훈이 물었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그냥 내버려 두라니요?”그러자 국장이 말했다. “이화룡이 어떤 놈인지 너도 들어봤잖아~” 자신이 생각하던 반응이 아니자, 이지훈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제 체면을 봐서라도 여기 있는 놈에게 한 마디만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국장은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지훈아 그건 좀 어렵다. 미안하다.. 그럼 다음에 밥 한 번 먹자~!” 지훈은 자기 마음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자 화를 내며 소리쳤다. “국장님! 이전에 엠그란드 그룹에서 경찰차 좀 기부해 달라고 하셨던 거 기억하시죠? 그런데, 지금 하시는 거 보니 이제 별로 필요 없으신 가 봐요?”그 말을 들은 국장은 순간 돌변하여 냉정하게 말했다. “어이, 이지훈 씨. 좀 알고 말하지? 당신 아버지가 엠그란드 그룹에서 잘렸다고.. 지금 어디서 잘났다고 큰 소리야?” “잘렸다고요!? 무슨 소리세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다고 그러세요?” “30분 전에!” 그리고는 한 마디 덧붙였다. “먼저 알아보고 나대야지! 쯧..”국장은 마지막 한 마디 이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지훈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것을 본 칼자국 난 사내는 “왜? 댁이 찾던 그 높으신 양반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하던가?” 이지훈이 입을 열고 말을 내뱉으려는 순간, 넙적한 손이 그의 뺨을
말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 자리에는 은시후가 서 있었다. 작대기는 처음에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다 곧 아연실색하며 은시후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모두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작대기는 이미 손에서 칼을 버리고 좌우로 자신의 뺨을 때리며 용서를 구했다. “은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선생님이 계신 줄도 모르고 이런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죄송합니다!”은시후는 얼떨결에 작대기의 얼굴을 바라보며 “당신, 날 알아?”라고 물었다. 작대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다마다요! 몰라봬서 정말 죄송합니다 선생님.. 저는 철주 형님이랑 같이 다니는 동생 작대기라고 합니다. 지난 번에 헤븐 스프링스에서 뵈었는데.... 제가 실수했습니다.” 시후는 문득 깨달았다.그랬단 말이지..?알고 보니 그날, 헤븐 스프링스에서 임현우와 김혜준을 괴롭게 만든 사람은 바로 이화룡의 막내였는데, 다들 그를 김철주라고 불렀었다. 그런데, 지금 이 앞에 있는 사람이 김철주의 수하였다니..어쩐지.. 자신을 알아보자마자 겁부터 먹었던 것이었다. 사실, 그 때 이화룡도 감히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었지.. 하물며 이화룡이 데리고 다니는 동생의 수하라면..? 동기들은 작대기가 은시후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에 모두 놀라 어리둥절했다. 이 모습을 본 정유리도 놀라기는 매한가지였다. 이지훈을 죽일 듯 구타하던 사내가 왜 데릴사위인 은시후 앞에서 꼼짝 못하고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인지, 아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은시후를 두려워하는 표정까지 지으면서..?유나도 눈이 휘둥그레져 시후에게 “시후 씨, 이게 무슨.. 일이죠? 당신 저 사람을 알고 있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시후는 자신이 조폭들과 관련이 있다는 오해를 받을까 봐 “아뇨, 몰라요. 내가 어떻게 저런 사람을 알겠어요?”라며 다급히 해명했다. 그러자 작대기도 상황을 눈치챈 듯 급히 “아..아니요!! 저는 은선생을 알지 못합니다! 선생님도 저를 모르고요.. 저
유나 역시 오늘 일과 관련된 상세한 내용이 궁금해졌다. 먼저, BMW 520과 관련된 일이었다. 시후가 타고 온 BMW가 어째서 이지훈의 BMW 540보다 훨씬 빨리 달릴 수 있었던 것인지?다음은 시후가 가져온 수천만 원 대의 동양화!마지막은, 왜 시후가 작대기라는 조폭을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또 작대기라는 그 사람은 분명 시후가 마치 두목이라도 되는 듯 굉장히 깍듯하게 대했다.돌아가는 길, 시후는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유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는 이 BMW 520은 전시 매장에서 개조한 모델이라며, 고객들이 이 차가 잘 달린다고 착각하게 만들기 위해서 조금 개조했다고 설명해주었다.유나는 차를 잘 모르는 터라 얼떨결에 시후의 말을 믿었다.동양화는 이미 레스토랑에서 구매 내용을 알려주었기에, 상세한 설명 없이 아는 사람이 헐값에 자신에게 넘겨주었고, 김도훈과의 의리로 그림을 선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하지만 마지막으로 작대기와 자신의 관계를 해명하는 것은 조금 까다로웠다.분명 작대기가 말 끝마다 자신을 선생이라며 깍듯하게 불렀기 때문에, 이유를 대기에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었다.결국, 그는 작대기가 친구의 친척이라고 이야기하기로 결정했다. 동창회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자기 친구 체면이 있으니 자신을 깍듯하게 모시는 것이라고.유나도 이유를 듣고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보아하니, 분명 캐물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더 이상 자세히 묻지 않았다.하지만 뒷자리에 앉아있던 권여빈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시후를 관찰하면 할 수록 무언가 단순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에게 무슨 비밀이 있는지 뒷조사가 필요할 것 같았다. ******한편, 작대기의 어깨에 매달려 가던 이지훈의 마지막 모습은 매우 참담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정신을 잃은 뒤였다.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아버지는 엠그란드 그룹에서 해고되었고, 직무를 이용해 사익을 챙겼다는
유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저녁 만찬으로 시후가 예약한 레스토랑이 이곳이라니?“시후 씨, 지금 날 속이는 거 아니죠?”라며 그녀가 물었다.은시후는 “농담하는 거 아니에요.”라며 미소 지었다.그러면서 은시후는 “며칠 전에 이곳을 예약했어요. 믿지 못하겠다면 들어가서 알아보면 되죠.”유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혼 3년 차.. 시후는 한 순간도 자신을 속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오늘처럼 중요한 날에 아내인 자신을 속일 수 있을까? “아니에요! 괜찮아요~ 난 남편을 믿으니까요.”“그런데 시후 씨, 오늘 스카이 가든은 갈 수 없지 않아요? 오늘 그곳은 누군가 대관 했다고 들었던 것 같아요.”은시후는 황급히 “내가 예약한 곳은 스카이 가든이 보이는 사이드 좌석이라 아마 식사하면서 그곳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식사를 하면서 대체 어떤 사람이 그곳을 통째로 대관할 수 있었던 건지 알 수 있겠죠?”유나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난 시후 씨가 이렇게 치밀한 사람인 줄 생각지도 못했어요! 우훗!”두 사람의 발걸음은 곧바로 샹그릴라 호텔로 향했다.1층 로비에서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기다리고 있을 때, 두 사람의 귓가에 갑자기 한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에엣? 뭐야? 김유나 아니야? 네가 왜 여기 있어?!”유나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바로 맞은편에서 젊은 남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남자는 명품 브랜드 양복을 입고 있었기에 딱 봐도 부잣집 자제처럼 보였고, 여자는 온 몸에 명품을 두른 채 오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의 옷차림은 화려했지만 뭔가 과한 느낌이 있었다.알고 보니 그녀는 유나의 대학 룸메이트, 송지아였다.둘은 같은 기숙사 방을 썼지만, 학과가 같지 않았고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다.송지아는 자기애가 너무 강했고 질투도 심했기에..학창시절 송지아는 늘 유나가 ‘학과 여신’이란 타이틀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진정한 여신은 자신이어야 했기에. 사실, 그녀는 외모로
우은일은 즉시 먼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버지께서는 이미 한국으로 떠나셨고, 천혜의 수련 장소를 찾아 폐관 수련에 들어가셨습니다.""폐관 수련?"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흥미롭게 말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예전에 당신의 부친과 한 번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우은일은 놀라며 물었다. "제 아버지를 만났다는 말입니까?""그렇습니다." 시후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바로 작년이었죠."우은일은 충격을 받아 놀란 눈으로 물었다. "작년에요?! 어디에서요?!"시후는 태연하게 말했다. "서울에서."우은일은 눈을 크게 뜨고 시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께서는 그 때 한국에 계셨습니다. 당시 아버지께서는 경매에 참석하여 거대한 대왕조개를 낙찰 받겠다고 하셨는데, 설마 그때 만나신 겁니까?""맞습니다."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은찬 대표께서 그 경매에서 정말 위풍당당하시던데요. 그래서 내게도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우은일의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다. 시후가 두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지금 아버지의 행방을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한국에 간 뒤로 연락이 끊겼다. 우은일은 혹시라도 아버지께서 변을 당했을까 걱정하며 사람을 보내 한국에서 계속 조사를 했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는 살아 있는 지, 죽은 것이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그러나 '우현당'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우은일은 외부에 아버지께서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고 알리고 다녔다. 왜냐하면 '우현당'의 명성은 사실상 그의 아버지인 우은찬이 지탱하고 있었고, 홍콩의 부자들 역시도 '우현당'이라는 간판을 기꺼이 믿고 몰려드는 것도 아버지 우은찬의 실력을 신뢰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은일은 아버지가 폐관 수련 중이라는 소문을 퍼뜨려야만 '우현당'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만약 홍콩 사람들이 우은찬이 사실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현당'의 영향력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 뻔했다.그렇기에, 우은
우은일의 지나치게 공손한 모습에 배유현은 약간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럼에도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우은일 선생님." 우은일은 이렇게 높은 수준의 여성을 처음 만난 것에 대해 들뜬 기분이 들어 아첨하며 말했다. "정말 이렇게 배유현 씨를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영광이군요!" 그리고 그는 급히 또 물었다. "배유현 씨, 이번에 홍콩에 오신 것은 유가휘 회장의 초대 때문인가요?" 배유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러자 우은일은 흥분하며 말했다. "저는 유가휘 회장과 매우 친분이 깊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유가휘 회장의 풍수와 운세를 맡아서 관리하셨거든요."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런데, 배유현 씨, 만약 풍수와 운세에 대해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저에게 연락하십시오. 기꺼이 무료로 가장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도포 안쪽에서 명함을 꺼내 배유현에게 건네며 공손하게 말했다. "배유현 씨, 이것은 제 명함입니다. 제 연락처가 적혀 있으니 받아 주십시오!" 배유현은 원래 우은일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 없었지만, 그가 계속 말을 이어갈 줄은 몰랐고 명함을 받고 빨리 변명을 하며 그곳을 뜨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시후가 우은일에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우은일 선생님, 제가 배유현 씨의 담당 풍수사입니다. 그래서 배유현 씨는 아마 당신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은일은 시후가 배유현의 풍수사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원래 그는 이 기회를 통해 배유현과 같은 거물과 가까워질 계획을 했고, 자신이 그녀의 풍수사가 되기를 바랐지만 배유현의 곁에 있는 젊은 남자가 바로 자신과 같은 동업자였고, 그가 먼저 배유현과 일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내심 답답해진 우은일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럼, 선생님은 어느 학파에서 풍수를 배우셨습니까?" 풍수와 관련된 학문은 아무래도 전통적인 가르침과 계승이 매우 중요했다. 일반적으
말을 끝낸 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이 꺼낸 주제로 인해 시후가 고민하는 것을 원치 않아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제가 시훈도에 집 두 채를 매입해 두었어요. 나중에 홍콩에 자주 오시게 되면 편하게 머무실 곳이 필요하실 테니, 이번 행사가 끝나고 한 번 보러 가시겠어요?"시후는 놀라며 물었다. "왜 하필 시훈도에 집을 매입한 겁니까?"배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주된 이유는 앞으로 편리하기 위해서죠. 홍콩은 국제적인 대도시이기에 사업을 확장하거나 회의 등에 참석하러 종종 오실지도 모르죠. 그 때마다 호텔에서 머무는 것보다는 내 집이 있는 게 훨씬 낫잖아요." 배유현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두 채의 저택은 꽤 넓은 편이에요. 그룹의 명의로 구입했으니, 인수 후에 다시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나중에 오시면 한 채를 골라서 언제든지 머무시면 됩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배유현은 비록 시후를 위해 집을 매입한 것은 맞지만 그것을 선물로 주겠다는 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시후에게 집 한 채 정도는 아무런 의미도 없으며, 그렇기에 자신이 굳이 그런 선물을 주는 것은 오히려 그에게 부담감을 안겨줄 뿐이라는 것을. 시후는 만약 배유현이 그녀가 매입한 집을 선물로 주겠다고 했다면 거절하려고 했다. 이유 없이 선물을 받을 이유가 없었고, 더군다나 이번에 배유현이 홍콩까지 와서 자신의 일을 도와주었는데, 자신은 아직 그녀에게 어떠한 보답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녀의 선물을 받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유현은 영리하게도 '선물'이라는 단어를 아예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시후가 거절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 버렸다.그래서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나중에 홍콩에 올 일이 있으면, 배유현 씨가 좀 도와주면 고맙겠습니다."배유현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제게 맡겨 주시면 됩니다."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차는 어느덧 시훈도에 진입했
그 시각.시후와 배유현은 이미 호텔을 나와 시훈도로 가는 길이었다.배유현은 시후가 오늘 자신이 입주 행사에서 연설을 하여 유가휘를 지지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내내 의문을 품고 있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은 선생님, 저는 여전히 이해가 잘 안 돼요. 왜 굳이 저를 유가휘를 지지하라고 하시는 거죠?”시후는 그녀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내가 본 여성 중에서 유현 씨는 가장 똑똑한 사람인데,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라는 우리 조상 대대로 내려온 훈련법을 아직도 모르는 겁니까?”배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감정적으로 대하기 보다는 지혜롭고 자애롭게 행동하라는 교훈적인 뜻이겠죠. 저도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유가휘는 이미 선생님께 한 대 맞은 뒤 철저히 길들여졌는데, 굳이 또 다시 사탕을 줄 필요가 있을까 판단한 거죠. 게다가, 선생님께서 주는 건 단순한 ‘사탕’이 아니라, 페이셔스 그룹의 규모를 감안한 제 입장에서 보면 ‘사탕수수 나무 한 그루’를 통째로 선물하는 거나 다름없다고요.”시후는 잠시 멈칫하다가 살짝 어색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렇게 신중하게 생각해본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의 태도가 괜찮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한 번쯤 격려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배유현은 시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은, 선생님도 잘 알고 있잖아요. 유가휘 씨에게 이렇게까지 관대하게 대하는 이유는 순전히 미경 씨를 의식 해서라는 걸요, 맞죠?”시후는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굳이 배유현 앞에서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맞아요. 그런 이유도 있습니다. 전에 그녀에게 몇 가지 사실을 숨겼던 게 마음에 걸려서, 죄책감을 좀 느꼈거든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미경 씨는 사실 선생님을 정말 좋아해요. 선생님이 이미 결혼했다는 걸 알고 엄청 힘들어했거든요. 어제 먹자골목에서 그렇게
사람들은 흔히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말한다. 따라서 방가흔의 아들이 처한 상황을 보면 인생 역전을 기대하기란 희망이 없는 것 같았다.잠시 후, 유가휘의 차량 행렬이 삼수이포로 진입했다. 롤스로이스로 이루어진 차량 행렬은 삼수이포의 낡고 허름한 거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거의 모든 주민들이 좁은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며 이 끝이 보이지 않는 호화로운 차량 행렬을 경이로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삼수이포 같은 곳에서는 수십 년이 지나도 이런 놀라운 장면을 쉽게 볼 수 없었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을 했고, 곧바로 이 영상을 SNS와 영상 플랫폼에 업로드했다.유가휘의 차량 행렬은 곧 이중열의 오래된 집 앞에 도착했다. 낡고 허름한 집에서는 이중열과 그의 어머니, 동생들을 비롯한 가족들이 이미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차량 행렬이 집 앞에 도착하자, 이중열의 여동생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화려한 차량 행렬을 보고는 긴장한 듯 물었다. “오빠, 우리 나가서 저 사람들 맞이해야 하는 거 아니야?”이중열은 고개를 저으며 덤덤하게 말했다. “오늘 중요한 원칙은 두 가지야. 첫째, 서로 동등한 입장일 것. 둘째, 흔들리지 않는 태도.”여동생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단순히 유가휘 같은 유명한 부자가 직접 집까지 와서 가족을 맞이하러 왔는데, 마중을 나가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하지만 이중열은 자신과 가족들이 유가휘 앞에서 더 이상 열등해지기를 바라지 않았다. 비록 유가휘가 억만장자일지라도, 이중열 자신의 가족들은 유가휘 앞에서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이때, 유가휘는 이미 대문 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는 문 앞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 “중열 씨, 어머님! 모시러 왔습니다!”이중열은 문을 열며 겸손하지만 당당하게 말했다. “유 회장님께서 일부러 이곳까지 와주셨군요. 수고 많으셨습니다.”유가휘는 얼른 웃으며 말했다. “
유미경을 위해, 시후는 유가휘에게 기회를 한 번 주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유가휘는 앞으로 전 홍콩 시민들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가휘가 한 발 물러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갈등이 있더라도 한바탕 웃고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긍정적인 이미지도 남길 수 있을 것이었다. 게다가 배유현이 마침 홍콩에 와 있는 상황에서, 그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 더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유가휘는 앞으로 홍콩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에 빠져 있었는데, 갑자기 시후의 말을 듣고 마치 온 몸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친 듯 흥분하며 말했다. “은 선생님... 그게 정말... 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씀이십니까?!”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아침부터 농담을 하려고 전화했겠습니까?!”유가휘는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흘릴 뻔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은... 당신은 제 구세주나 다름없습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 회장님, 나한테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단지 미경 씨를 위해서, 당신에게 이미지를 세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뿐이니까요. 이번 기회를 잘 잡으면, 과거의 일은 당신에게 수치가 아니라 오히려 하나의 빛나는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예전 같았으면 유가휘는 상대가 불륜을 저지르는 일이 어떻게 빛나는 순간이 될 수 있냐며 조롱을 했겠지만, 하지만 지금은 시후의 말을 들으니, 이것이 그야말로 진리처럼 느껴졌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젠장, 배신을 당했던 건 어쩔 수 없지만, 은시후가 말한 대로 공식 발표만 잘하면 이게 오히려 나에게 엄청난 기회가 될 수도 있겠어! 그렇다면 홍콩의 사람들이 모두 유가휘가 덕으로 원한을 갚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렇게 된다면 내 인품과 도덕성은 정점에 도달한 듯 보일 거야!’이렇게 생각한 뒤 유가휘는 즉시 공손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저와 미경이를 위해 이렇게까지 신경 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보니, 그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 바로 시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며 깜짝 놀랐고, 차 안을 두리번거리며 혹시 시후가 도청 장치를 설치한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그러나 그는 곧 침착함을 되찾고 전화를 받으며 공손하게 물었다. “은 선생님, 이렇게 이른 아침에 전화하시다니. 분부하실 것이 있으십니까?”시후가 말했다. “조금 전에 뉴스를 봤는데, 많은 기자들이 시훈도에 가서 현장 보도를 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기자들이 말하길, 현장에서 유 회장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요? 오늘 이사를 하는 기념식인데, 직접 나서서 주관하지 않을 생각입니까?”유가휘는 급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우현당의 우 선생에게 이번 기념식을 맡겼고, 저도 직접 나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만 지금 삼수이포로 중열 씨의 가족들을 데리러 가는 중이라, 돌아간 후에야 기자들에게 이 일에 대해 직접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시후는 가볍게 응답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전화를 건 이유는 하나의 조언을 주기 위해서입니다.”유가휘는 반사적으로 말했다. “은 선생님, 말씀하십시오!”시후는 말했다. “당신과 삼촌의 옛 일은 홍콩에서 이미 널리 퍼졌지만, 삼촌이 이번에 홍콩에 돌아온 후의 일들은 기자들이 아직 모르고 있죠. 그러니 이번 기회를 활용해서, 당신 자신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기자들에게, 당신과 삼촌이 이제 원한을 풀고 화해하기로 결정했으며, 당신이 이 별장을 매입해서 삼촌에게 선물한 것도 그와 그의 가족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하면 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홍콩 언론도 당신을 크게 극찬하겠죠.”유가휘는 순간적으로 멍해졌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물었다. “은... 은 선생님, 제가... 제가 정말 그렇게 말해도 되는 겁니까?”사실 유가휘도 이번 기회를 이용해 이미지 메이킹을 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는 시후가 두려워서 이중열을
이튿날 아침.홍콩 전역의 언론들은 모두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그것은 바로, 홍콩의 최상위 부호인 유가휘가 G7 그룹이 소유했던 시훈도의 저택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저택에서 성대한 집들이 행사를 열게 되었고 기자들을 초청하기도 했다!그러나 언론을 가장 충격에 빠뜨린 점은 따로 있었다. 유가휘가 이 럭셔리 저택을 산 이유가 그의 예전 라이벌이자, 한때 그의 가장 든든한 오른팔이었던 이중열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이었다!이중열은 재산이 많지는 않지만, 홍콩에서는 매우 유명한 인물이었다. 홍콩은 원래부터 가십을 좋아하는 지역으로 유명했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수백만 명이 사는 이 도시에서 나오는 연예계, 정계 스캔들은 중국까지 퍼져 중국 전역의 가십 뉴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그래서 당시 유가휘, 방가흔, 이중열 이 세 사람 사이의 삼각관계는 홍콩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그리고 사람들 모두 유가휘가 꿈에서도 이중열을 죽이고 싶어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유가휘가 스스로 저택을 사서, 그것도 자기가 살고 있는 저택의 바로 옆에 있는 저택을 이중열에게 선물한다니... 게다가 성대한 집들이 행사까지 열어, 홍콩 전역의 언론을 초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언론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러나 기자들의 촉으로는 이 일은 분명 홍콩을 뒤흔들만한 초대형 뉴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홍콩 전역의 기자들이 모두 취재를 위해 시훈도로 몰려가 그 한적했던 산길을 완전히 마비시켜버렸다.한편, 같은 시각.유가휘는 아내 방가흔을 데리고 삼수이포에 있는 G7 그룹의 옛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그는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차량 행렬을 이끌고 이중열의 가족들을 새 집으로 데려 가기로 했다.차 안에서, 방가흔은 조금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보, 사실 이런 일까지 당신이 직접 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지금 기자들이 시훈도에서 기다리고
시후는 이중열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삼촌, 제가 혼자서 다 챙기기가 어려운 몇 가지 사업이 있는데... 삼촌께서 괜찮으시다면, 이를 정리하고 관리하는 일을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이중열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물론이지요! 도련님, 언제부터 일을 시작하면 될까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급할 것 없습니다. 우선은 가족들과 충분히 시간을 보내도록 하시고요. 내일 저는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구체적인 이야기는 제가 한국으로 돌아간 후에 나누도록 하시죠. 그때 삼촌께서 한국으로 와주시면 좋겠습니다.""알겠습니다!" 이중열은 즉시 대답했다. "그럼 한국에서 뵙겠습니다!""OK, 한국에서 봬요!"이중열과의 전화를 끊은 후, 시후는 한결 가벼운 마음이 되었다. 그가 이중열에게서 기다리던 대답이 바로 이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중열은 단순히 큰 그림을 보는 능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세세한 부분까지도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은 뛰어난 판단력뿐만 아니라 강한 실행력도 갖추고 있기에, 그러니 이중열의 능력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앞으로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시후는 아직 해결해야 할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바로 시후의 외가를 암살하려 했던 죽음의 전사들과 관련된 의문의 조직과 그 뒤에 숨겨진 더 거대한 존재들이었다. 이 조직과 직접 마주하기 전까지 시후는 상대방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조금씩 실마리를 풀어가며 그들의 정체를 밝혀야 할 것이었고, 일단 마주하게 된다면 강력하게 맞서 싸워야 했다. 따라서, 지금 같은 시기에는 이중열과 같은 인재가 더욱 필요할 것이었다.운전을 하던 배유현은 시후가 한결 마음을 놓은 듯한 모습을 보고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은 선생님, 이번에 홍콩에 오신 주된 목적이 이중열 선생님을 영입하는 것이었나요?"시후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게 주된 목적은 아닙니다. 제 최우선의 목표는 중열 삼촌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었어요. 그분이 제 일을 돕겠다고 하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