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아는 유나의 얼굴을 보며 거만한 표정으로 자신의 옆에 서 있던 남자를 끌어당겼다. “소개할 게. 내 남편 정호민이야!”그러면서 송지아는 “우리 남편은 억대 재산을 물려받은 자산가야.”라며 남편을 치켜세웠다. 유나는 예의상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하지만 순간 시후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오늘처럼 좋은 날, 아내를 데리고 결혼 기념일을 축하하러 왔을 뿐인데 이렇게 짜증나는 상황에 맞닥뜨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참, 우리 남편이 여기 최고 클래스 회원이라, 힘 좀 쓸 수 있는데.. 차라리 이따가 우리 예약 룸에 오는 게 더 낫지 않겠어?”유나가 완곡히 거절하려 했지만, 시후가 웃으며 “제가 예약한 자리도 그닥 나쁘지 않으니 괜찮습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예약한 곳은 맨 꼭대기 층의 스카이 가든으로 아내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주려고 준비한 곳이다. 이런 자신이 왜 송지아 남편이 어떤 회원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더군다나 샹그릴라 호텔 전체가 자신의 것인데, 만약 유나를 데리고 고작 플래티넘 회원이 예약한 룸에 들어간다면 스스로 체면을 깎는 것이 아니겠는가?그 때 송지아가 “아니 세상에.. 유나야, 네 남편 좀 봐! 어쩜 배려를 해줘도 모르니? 평소에 어떻게 사는 거야?”라며 불평을 해댔다. 이어 그녀는 정호민의 팔짱을 끼고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말했다. “은시후 씨는 이런 고급스러운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아.. 사람이 너무 교양이 없잖아~ 혹 필요하면 우리 남편에게 교양 교육을 좀 받는 게 어때?”정호민은 은시후를 건방진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었다. “여보, 나에게 그렇게 불가능한 일을 시키면 어떻게 해~ 은시후 씨는 그냥 저렇게 태어난 것을.. 우리처럼 교양을 갖추기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려워 보인다고.”송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그래요.. 기지배야! 너 빨리 이혼하겠다고 이야기해! 은시후처럼 거지같은 남자랑 평생 살아야 한다니.. 얼마나 억울하냐?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지 않겠어?!”
시후는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름: 송지아. 성별: 여. 나이: 26세. 서울대 졸업.”“대학 신입생 때, 조사에 따르면 호텔 예약 건이 100건이 넘는 것으로 확인됨. 같이 호텔에 간 상대는 같은 학교 유호진, 이한솔, 김수영이라는 이름의 학생임.” 송지아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무슨 헛소리야? 조심해! 내가 너 고소할 거야!”라고 말했다.옆에 있던 정호민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송지아는 “너, 개소리 하지 마!”지후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대학교 2학년 때, SH 그룹 부회장에게 채용됨. 한 달에 약 천만 원씩 3년 동안 돈을 받으면서 낙태를 네 차례 진행. 미래 산부인과의 마지막으로 낙태를 진행한 의사가 평생 불임을 선언함.”그러면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정호민에게 물었다. “정호민 씨, 제가 잘못 짚지 않았다면. 아직 아이가 없는 것 아닙니까?”정호민의 표정이 일순간 일그러지며 송지아를 노려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송지아는 진땀을 빼며, “여보 저 남자 말을 듣지 마. 난 당신이 처음이야! 당신이 더 잘 알잖아?!” “아! 릴렉스, 릴렉스.. 여기 더 멋진 내용이 있으니까.”라며 은지후가 웃었다. 송지아는 당황한 듯 정호민의 손목을 끌면서 말했다. “당신, 그만해! 남편~ 우리 빨리 가는 게 좋겠어! 우리 밥 먹을 시간이 별로 없다고.”정호민은 눈살을 찌푸린 채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은시후에게 “뭐가 더 있죠?”라며 물었다. 은시후는 “잘 들어 보시죠. 송지아는 대학 졸업 후 성형수술을 철저히 하고, 한 달 뒤 정씨의 회사에 입사해 일부러 정씨의 벤틀리 승용차를 얻어 타며 정씨 집안의 대소사를 알게 되었음.” 은시후는 정호민을 바라보며 “내 말이 맞죠, 정호민 씨?”라고 말했다. 정호민은 아연실색했다.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사실이.. 그러니까 그 이전의 기억들이 다 계획된 일이었다고?송지아는 이미 얼굴이 창백 해졌고, 그 자리에
정호민의 안색은 잿빛이 되었고, 핏기도 함께 싹 가셨다.순간, 그는 머리를 세게 얻어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의 인내심이 바닥 났을 때, 그는 송지아를 미칠 듯이 때리며 욕을 퍼부었다. “이 더러운 년, 계속 날 속여?! 그리고 결혼한 것도 모자라 바람까지 피다니.. 우리 어머니께서 아마 널 때려 죽일 거야! 그 전에 내가 널 때려 죽여버리겠어!”송지아는 계속 울부짖었다. 그녀의 머리는 흐트러졌고 멘붕이 와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정호민은 그녀를 때리면서, “당장 이혼해! 내가 널 깨끗하게 내보내 줄 테니까! 안 그럼 내가 사람을 대서 네 부모님, 동생 할 것 없이 다 죽여버리고 강물에 던져버릴 테니 알아서 해!”송지아는 멘붕에 빠졌다!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 정호민과 결혼했는데.. 평생 부잣집 며느리로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그 꿈이 산산조각 난 것이다!이게 다 은시후 때문이야!그녀는 시후를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째려보았다. 하지만, 이 때 시후는 유나에게 웃으며 말했다. “여보, 자기들끼리 물고 뜯게 두고 우리는 식사하러 갑시다.”말을 마친 그는 유나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유나의 눈빛이 가볍게 흔들렸다. 그녀는 속으로 조금 놀랐다. 시후가 어떻게 송지아의 흑역사를 이렇게 많이 알고 있는 거지?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말투로 물었다. “저 내용을 다 당신이 조사한 거예요??”“아.. 그럴 리가? 내가 어디 그런 걸 찾을 수 있겠어요?” 시후는 “예전에 대학 다닐 대 한 친구가 송지아에게 심하게 상처받은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때 많은 자료를 모아 두었죠. 그런데 그 자료들이 오늘 쓸모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로 들어왔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마자 은시후는 최상층 버튼을 눌렀다. “시후 씨? 혹시 층수를 잘못 누른 게 아닌가요? 최상층은 스카이 가든인데요?”“유나 씨, 우리 오늘
그 때 은시후가 손을 내저으며 “저희 둘 만 있고 싶어서요. 자리를 좀 비켜주시겠어요?”라고 말했다.그러자 곧 모든 스태프가 그 자리에서 밖으로 나갔다. 스카이 가든에는 유나와 시후 둘만의 공간으로 바뀌었다.유나는 그 순간 마치 꿈속을 거닐고 있는 것 같았다.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럭셔리한 스타일로 고급스럽고 우아하게 꾸며진 웅장한 내부였다.웅장한 천고는 화려한 크리스탈 샹들리에들이 맑은 빛을 내뿜고 있었는데, 마치 밤하늘에 수 놓인 별처럼 아름다웠다. 그 때문인지 가든 전체가 더 우아하고 고요해 보였다.가든 내부를 가득 채운 클래식 피아노 명곡들은 유나의 마음을 부드럽게 사로잡았고, 싱싱한 생화들은 짙지 않은 그윽한 향기를 풍겼다. 정말 말할 수 없이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이때 연주곡이 클래식한 결혼 행진곡인 으로 바뀌면서 가든 내부에 울려 퍼졌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은은하게 유나의 귓가로 흘러 들었다.유나가 아찔하게 아름다운 풍경에 눈길을 빼앗겨 감탄하고 있을 때, 단정한 수트 차림의 은시후가 꽃다발을 들고서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그가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수정 유리로 된 버진로드가 끊임없이 아름다운 꽃잎들을 그려냈다. 이 꽃잎들은 마치 연주에 따라 춤추는 것 같았기에, 유나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다.지금 이 시각, 스카이 가든 외부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크리스탈 유리 외벽과 바닥을 통해 내부에서 진행되는 모든 상황들을 궁금해하고 있었다.다만, 유감스럽게도 스카이 가든의 유리는 모두 불투명했기에 사람들은 내부를 분명하게 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한 쌍의 젊은 남녀가 서 있었고, 그 내부는 수많은 꽃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바닥에서도 붉은 꽃잎들이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수많은 여성들은 “어머.. 너무 로맨틱한 거 아니야? 이런 장면은 영화에서 밖에 본 적 없는데.. 부럽다..”라며 부러움에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내가 만약 저 여자라면,
희미한 크리스탈 유리 너머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웅장한 결혼식을 보고 있었다.많은 사람들은 부러워하는 동시에 스카이 가든에서 결혼한 커플이 도대체 누구일지 추측하기도 했다.이 결혼식은 친척도, 절친들도, 증인도 없었으며 심지어 주례도 없는 비밀스러운 결혼식이었다.시후는 유나의 손을 잡고 미리 준비해 놓았던 목걸이를 꺼냈다.“유나 씨, 이건 내가 당신에게 주는 결혼기념일 선물이에요.”유나는 투명하고 아름다운 목걸이를 보며 “이거.. 혹시 트라비체에서 판매하는 진품 아니에요? 시후 씨, 이거 대체 어디서 난 거예요?”말을 하면서도 유나는 마음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설마, 우리 남편이 SNS에 나오는 탈인간급 재벌이었던 거야?왜 이 목걸이가 시후 씨의 손에 있는 거지?그런데...그러나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시후가 어떤 사람인데.. 내가 더 잘 알아.. 그런데 어떻게 탈인간급 재벌일 수 있겠어?우리 남편은 부자와는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야!시후는 이때 유나가 당황한 것을 보고, 속으로 자신의 정체를 알려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사실 자신이 LCS 그룹의 자제이며, 엠그란드 그룹의 상속자라는 사실을.. 그러나 순간, 그의 머리속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떠올랐다.사실 자신이 LCS 그룹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어렴풋이 생각나는 어린 시절.. 시후는 삼촌과 큰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었다. 분명 아버지는 외동 아들이 아니었던 것이다.그러니 자신의 삼촌이나 큰아버지도 그룹의 상속자가 될 수 있으며, 만약 자녀가 있다면 자신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만약 모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한 채, 자신과 유나를 보호할 능력이 부족하면서 성급히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면.. 분명 유나도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 분명했다.부자들의 재산 쟁탈 수단은 매우 잔혹하기에, 그는 사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을 만큼 무모한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이유로 그는
하지만, 도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결혼식의 남녀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시후는 BMW 520으로 개조한 BMW 760을 몰고 유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유나는 여전히 큰 행복에 젖어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었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시후에게 물었다. “그런데 시후 씨, 스카이 가든을 어떻게 대관했어요? 한 번도 개인적으로 오픈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시후는 빙긋 웃으며 “사실, 호텔 간부 하나가 내가 고아원에서 친했던 친구라서요. 둘 다 콩 한쪽도 나눌 수 있는 절친이라.. 이번에 내가 그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 친구도 매우 좋아했어요.”유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런 거였구나.. 시후 씨 고아원 친구들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아요.”“사실 고아원에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 아마 며칠 동안 이야기해도 끝나지 않을 걸요? 유나 씨가 듣기 싫을 것 같아서 한 번도 말을 안 했죠.”유나는 진지하게 “당신은 내 남편이라고요. 난 남편에 대해 관심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단 말이죠!?”라고 말했다.시후는 “그럼 내가 앞으로 더 많이 이야기해 줄게요!”라며 웃었다.“좋아요!”커뮤니티로 돌아온 시후는 차를 몰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막 차를 주차해두고 유나와 함께 차에서 내리다 마침 장모님과 걸어오는 장인어른과 마주쳤다. 장모는 두 사람을 보고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이 BMW가 어디서 난 거야?”장인어른도 차를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허! 네가 BMW를?! 그런데 이 차를 새로 샀니? 돈이 많은가 보구만?”유나는 “아버지, 어머니. 이 차는 제가 산 것이 아니에요. 남편이 샀어요.”라고 말했다.“뭐? 자네가?” 장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돈으로 이 차를 산 건가? 설마 우리 돈으로 차를 산 건가??”시후는 황급히 “아..아닙니다. 아버님. 다 제 비상금입니다. 비상금을 모아 산 것입니다...”옆에 있던 장모가 장인어른을 잡아 끌고
장인, 장모는 시후가 내일 더 좋은 차를 사주겠다는 말에 함박웃음을 지었다.장인은 자신이 놓친 차가 최고급 BMW 760이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다. 유나는 시후가 걱정이 되어, 방으로 들어가 세수를 한 뒤 시후에게 물었다. “여보, 차 살 돈이 또 어디 있어요?”라고 넌지시 묻고서는, “제가 모아 둔 비상금이 조금 있으니 내일 가져가서 보태 써요.”라고 말했다.“아뇨, 아직 돈이 좀 남아 있으니 괜찮아요.”“정말 미안해요 시후 씨..”“에이, 무슨 소리예요? 장인어른, 장모님 우리 모두 한 집안인 걸요. 그러니 사람이라면 마땅히 어른들께 효도하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어요?” 시후는 자신의 좁은 방바닥에 누워 웃으며 말했다. “안심해요, 내일 아침 일찍 다시 매장에 가서 한 대 뽑아 올 테니까!”“시후 씨, 정말 고마워요!”라며 감동한 듯한 눈빛을 보냈다. 시후는 하하 웃으면서 “남편에게 무슨 인사치레예요~”라고 말했다.유나는 순간 얼굴이 붉어지며 “그런데 여보, 매번 바닥에서 자는데 밤에 춥지 않아요?”라고 물었다.시후는 “아니요, 하나도 안 추우니 안심해요.”유나는 갑자기 퉁명스럽게 짜증을 냈다. “흥, 춥지 않으면 계속 바닥에서 잠이나 자요! 이 바보!”침대에서 같이 자고 싶어서 잔머리를 굴려봤는데 남편이란 사람은 저렇게 눈치가 없을까......?시후는 이제서야 문득 자신이 뭔가를 놓친 것을 눈치챘다.“아앗, 여보! 갑자기 바닥이 너무 추워~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보고 싶은가 봐요.. 달달 떨리네..?”“추우면 이불을 더 덮으면 되잖아요?!!” 유나는 기분이 풀리지 않은 듯 여전히 퉁명스럽게 말했다.“에이.... 여보오~”시후는 삐친 아내를 달래느라 난감했다.한참 뒤, 그는 단념하지 않고 “여보, 기온이 더 내려간 것 같아요. 나 추워!”유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불 하나를 발로 걷어 차 시후에게 넘겨주었다. “한 여름 밤인데 춥기는 얼마나 춥겠어요?”라며 “그래도 추우면 제가 패딩을 가져
아우디 매장에 있던 매니저들은 그를 보자마자, 한 매니저가 말했다. “젠장, 저 BMW 760 산 사장님이 또 전기 스쿠터를 타고 왔는데요?!”“와.. 씨.. 오늘 내가 무릎을 꿇어서라도 저 사장님에게 아우디 A8 한 대 팔아보겠습니다!”“오케이! 가즈아~”아우디 판매원 한 무리가 달려 나와 은시후를 에워쌌다.“선생님! 최신형 아우디 A8을 한 번 구경해보세요.”“사장님! 저희 A8을 몰아 보셨습니까? 완전 파워풀 합니다. W12 엔진이 장착되어서, BMW 760 보다 훨씬 좋습니다.”은시후는 “정말 그렇게 빠르다고요?”라며 호기심을 보였다.“물론이죠!” 아우디의 매니저는 부랴부랴 “사장님, 저희 W12엔진은 좌우로 온오프가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12기통의 절반을 오프하시면 6기통인데, 연비도 좋고요!”시후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고작 기름 아끼려고 12기통 차를 구매해서 반을 끄고 달린다고요? 그럴 바에는 6기통 차를 한 대 구매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라고 되물었다.“아.. 아사.. 음..”판매 매니저는 자신이 말을 잘못한 것을 단번에 깨닫고 얼굴이 새빨개졌다.시후는 이들을 비웃으며 말했다. “당신들의 생각을 알겠어요.. 지난 번에 내가 BMW 760을 구매한 걸 보니 마음이 불편했겠죠? 그래서 오늘 나를 고객으로 붙잡고 싶은 거고..?”매니저들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다.시후는 “내가 당신들에게 뭐 하나 알려줄까?! 이미 늦었어! 그 때는 나를 거지 취급하며 차갑게 대하더니.. 그렇지만 오늘 나는 당신들이 감히 올려다볼 수도 없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네?!”말을 마친 시후는 스쿠터의 경적을 울렸다.“띠띠...!”“비켜, 비켜요. 난 오늘도 BMW 매장으로 갈 거니까!”경적 소리를 들은 BMW 매장의 매니저가 달려 나와 “당신들 뭐하는 겁니까? 어디 우리 고객님을 뺏으려고! 우리 고객님이 당신들과 엮이지 않고 싶다고 했던 것 같은데? 자꾸 이러면 내가 유튜브에 찍어서 만행을 폭로해버립니다
크리스는 이 상황을 경찰이나 배한빈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용기가 없었다. 왜냐하면 일본인들이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의 생명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죽는 것은 상관없지만, 가족들을 구할 수 없다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그가 불안에 떨고 있을 때, 한 경찰이 그의 앞에 다가와 말했다. "크리스 씨 입니까?"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 네, 맞습니다..." 경찰은 그에게 손짓하며 차갑게 말했다. "함께 가시죠." 크리스는 더욱 불안해졌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경찰을 따라 제이크 한의 임시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크리스는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는 제이크 한의 명성을 오래전부터 들어왔기 때문에 그에게서 자신의 의도를 들킬까 봐 겁이 났다. 크리스는 몸을 한껏 움츠린 채로 제이크 한 앞에 다가가서 더듬거리며 말했다. "경.. 경.. 경감님... 안녕하십니까..." 제이크 한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갑자기 냉랭하게 몰아붙였다. "크리스! 하나 묻지, 왜 일본인 닌자들과 결탁해서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을 납치했지?" 제이크 한의 갑작스러운 질책에 크리스는 크게 놀라며 황급히 변명했다. "저... 저는...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제이크 한은 차갑게 말했다. "어디서 거짓말을 해?! 그 일본인 닌자들은 당신이 데려왔잖아! 당신이 그저 그들을 고용하기만 한 것이라면 실수라고 믿어주겠지만, 그들을 사건 현장에 배치한 것은 명백한 계획적 행동이야! 그러니 당신은 그들의 내부 협력자라고!" 크리스는 계속해서 손사래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는 일본 닌자 같은 건 전혀 모릅니다..." 제이크 한은 그의 이마와 뺨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 "크리스.. 당신이 나에게 변명하는 건 상관없지만, 경고하나 할 까? 당신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내가 알아낸 정보를 배한빈에게 전달할 거야. 오늘
제이크 한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곧바로 기리시 카나드를 보며 물었다. "일본인들이라니, 무슨 이야기죠?" 기리시 카나드는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말했다. "저는 호텔에서 임시직으로 고용된 것이고, 같은 날 고용된 임시직이 열 몇 명이었는데, 그 중에 일본인이 여러 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에는 그들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제이크 한은 물었다. "당신이 말한 그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겼죠? 특별한 특징이 있습니까?" 기리시 카나드는 질문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냥 평범하게 생긴 얼굴들이었어요. 특징이라면, 전부 표정이 진지하고 웃지도 않았죠. 말은 하지 않고 눈빛으로만 서로 의사소통을 했고, 뭔가 은밀한 느낌이 들어서 좋은 사람들 같지는 않았습니다." 제이크 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들이 말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일본인인 걸 알았죠?" 기리시 카나드는 대답했다. "오가면서 우연히 그들 중 한 명의 휴대폰 화면을 봤는데, 일본어로 설정되어 있더라고요." 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 그들과 교류가 더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기리시 카나드가 답했다. "호텔에 도착하자 주방에서 일을 하도록 배정받았는데, 그들은 곧 다른 업무로 배치되더니 주방에서 나갔습니다." 제이크 한은 계속해서 물었다. "좋아. 그럼 당신이 고용된 담당자는 누구였죠? 업무를 배정해 준 사람은? 특히 그 일본인들에게 업무를 배정한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기리시 카나드는 서둘러 대답했다. "우리를 고용한 사람은 크리스 씨인데, 구체적인 이름은 잘 모릅니다.. 주방에서 일하도록 지시한 것도 그였고, 중간에 그 일본인들에게 다른 업무를 배정한 것도 그였습니다." 제이크 한은 호텔 직원 명단을 꺼내 크리스의 이름이 적힌 페이지를 찾아 기리시 카나드 앞에 내밀며 물었다. "이 사람이 맞나요?" 기리시 카나드는 명단의 사진을 보자마자 단호하게 말했다. "네, 맞아요. 이 사람입니다!" 제이
미국 유학생 비자 정책에 따르면, 학교에서 퇴학당한 경우 비자가 자동으로 무효화되는데, 이럴 경우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자면 미국을 떠난 후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어 고향에 돌아가는 대신 뉴욕에서 불법 체류 신세가 되었다. 불법 체류자로 살아가는 건 쉽지 않았다. 그는 정해진 직업도, 집도 없었기에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매일 한 PC방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주로 다른 사람들의 게임을 대리 플레이 하여 임시직으로 돈을 벌어서 생활비를 충당했다. 대리 플레이를 한 뒤 수입이 부족해지면 다시 일당을 주는 임시직을 찾아 잠시 일했다가, 돈을 벌면 다시 PC방에서 돈이 떨어질 때까지 그 생활을 반복했다. 지금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회의실에 서서 경찰의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더 불안했다. 그의 비자가 이미 만료되어 불법 체류자로 분류되는 상태였기 때문에 경찰에게 발각되면 이민국으로 넘겨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이민국은 불법 체류자에 대해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강제 추방한다는 정책을 가지고 있었다. 불안에 떨던 그는 경찰 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에게 혹시 신분증도 검사 받았는지 묻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다른 구역에 각자 격리되어 있었기에 물어볼 기회조차 없었다.이때 한 경찰관이 그의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같이 가시죠." 젊은이는 경찰의 말을 거스를 수 없었다. 그는 재빨리 경찰을 따라 회의실을 나와 옆방으로 들어갔다. 옆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제이크 한을 보았다.제이크 한은 미소를 지으며 앞의 1인용 소파를 가리키고 말했다. "자, 앉으세요." 젊은이는 불안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제이크 한은 그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손가락과 종아리가 떨리는 것을 보고 묻는다. "젊은이, 이름이 뭐죠?" 젊은이는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는 기리시 카나드입니다..." "기리시 카나드
경호원의 말에 제임스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죽은 사람들은 누구죠?”경호원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경호원은 제임스와 더 얘기할 시간이 없다는 듯 서둘러 떠나갔다.제임스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갔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배호영이 실종되다니.. 대체 누구의 소행이지? 이가 닌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혹시 그들이 죽은 건가..?’ 제임스는 자신이 고용한 8명의 이가 닌자들이 배호영을 공격할 줄은 전혀 몰랐다. 따라서 그는 배호영이 다른 적들에 의해 납치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제임스는 지금껏 비양심적인 일을 많이 저질러 왔지만, 배호영의 실종 사건만큼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세상에 대고 맹세할 수 있었다. 그만큼 그는 이번 일에 대해서 떳떳했다. 그래서 그는 배호영의 실종을 자신과 연관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다만 걱정하는 것은 만약 배호영이 무사히 돌아오지 못한다면, 자신이 임시 거처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되면 동생을 살해한 범인이 여전히 자신을 쫓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직접 나서서 대비해야 했다.하지만 곧 제임스는 어차피 지금 자신은 페이셔스 그룹에 머무르고 있고, 요 며칠 아무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 자신이 아직 안전하다는 증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리 배호영이 돌아오든 말든, 자신이 어떻게든 페이셔스 그룹에서 계속 머무는 것이 중요했다. 그는 배호영이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구성원이 떠난 별장에서 자신을 머무르게 했기 때문에, 별장에만 잘 숨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설령 신경을 쓴다고 해도, 배호영의 친구로서 페이셔스 그룹이 자신을 쫓아내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이렇게 생각하니 제임스의 마음은 조금 평온해졌다....한편, 페이셔스 그룹이 운영하는 WF 호텔에서는 뉴욕 경찰이 연회장의 모든 직원들을 모아 놓고 있었다. 제이크 한은 이들 중에 일본 닌자의 내부 공모자가 있을 것
한 경찰관이 곧바로 앞으로 나와 큰 소리로 경고했다. “배한빈 씨, 만약 계속 현장을 떠나지 않고 파손을 지속하신다면, 강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배한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감히 누가 나를 건드릴 수 있나 보자고!”경찰들 역시 그의 신분을 알고 있어, 그가 분노하자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제이크 한은 몸을 돌려 말문을 열었다. “좋습니다, 배한빈 씨. 그렇게 고집을 부리신다면 여기 그대로 계십시오.”배한빈은 제이크 한이 마침내 한 발 양보하자 마음이 조금 풀렸다. 오늘 밤 내내 그에게 억압당하고 있던 터라 굉장히 답답했는데, 이제서야 한 번 이긴 기분이었다. 그러자 그는 냉소를 지으며 거만하게 말했다. “제이크 한, 이번엔 당신을 현명하다고 인정해 주지!”제이크 한은 그의 거만함에 화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 배한빈 씨.. 이렇게 큰 사건이 터졌으니 우리는 대중에게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잠시 후 여러 언론사들이 이곳에 와서 보도를 할 테니, 그때 가서 기자들과 잘 얘기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절대 이곳을 떠나지 마십시오. 잠깐의 기자회견을 준비할 테니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시면 됩니다.” 이 말을 듣자 배한빈은 속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사실 그는 꼭 여기에 머무르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저 제이크 한이 자신을 내쫓으려 해서 반발심이 생긴 것뿐이었다. 그런데 제이크 한이 여기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하다니! 배한빈으로선 세상 사람들에게 아들이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공개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이런 치욕을 어찌 견디겠는가? 그래서 그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한테 여기서 허송세월 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 당신이나 기자회견 하시고, 난 아들을 찾으러 가겠어!”제이크 한은 냉소를 지으며 비꼬았다. “뭐죠? 내가 가라고 하면 억울하다고 하더니, 갑자기 본인이 제 발로 떠나겠다고 하는 건 무슨 의미입니까?”배한빈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가고 싶으면 가고, 있고 싶으면 있는 거지
제이크 한은 배한빈을 늘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배한빈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배한빈의 아버지 배해산이 권력을 빼앗으려 했다는 소문을 들어서였다. 제이크 한은 페이셔스 그룹의 원로인 배원중 회장을 존경했기에, 배해산과 그의 아들 배한빈 부자를 경멸했다.반면, 배한빈이 제이크 한을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제이크 한이 워낙 명망 높은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심지어 백악관에서도 높이 평가 받는 정치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고, 미국 내에서는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특히, 10년 동안 이어진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해 현직 대통령에게 표창을 받은 인물로, 커뮤니티에서 거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만약 그가 무슨 일이라도 당한다면, 미국의 국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컸다. 이 때문에 배한빈은 제이크 한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고,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페이셔스 그룹 역시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이때 제이크 한은 배한빈을 바라보며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배한빈 씨, 지금 당신의 아들이 실종 상태이긴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오늘 벌어진 일들에 있어서 당신의 아들이 무고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차갑게 덧붙였다. "당신은 똑똑한 사람일 테니 스스로 잘 생각해 보시죠. 그냥 단순한 자선 행사인데, 당신의 아들이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일을 벌일 필요가 있었을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하지 않나요?"배한빈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비록 남을 깔보는 성격이었지만, 그 역시도 똑똑한 편이었다. 그래서 배한빈은 뭔가 아들이 일을 이 정도로 과하게 벌인 것이 확실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가장 수상한 점은 제이크 한이 언급한 것뿐만 아니라, 사건의 성격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이었다. 배한빈은 그의 아들 배호영이 평소에 자선 활동에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가족이 자선 행사를 열 때마다 배호영은 참여조차 꺼렸는데,
잠시 멈칫한 후, 제이크 한은 다시 말했다. “오늘 밤 이곳에 있는 모든 직원들을 전부 조사할 것이며, 인원이 줄어들지 않았는지 특히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한다. 각 직원들이 서로를 확인하여 누가 빠졌는지 알아내도록 해!”사람들은 즉시 지시에 따랐고, 제이크 한은 이어 시후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현장에 있던 간접적인 증인이니, 비록 직접 목격자는 아니지만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잠시 후 경찰차를 타고 함께 경찰서로 가서 진술서를 작성해 주시면 좋겠습니다.”시후는 대답했다. “혜리 씨는 공인이라 경찰서를 드나들었다는 소문이 퍼지면, 언론에서 어떻게 허위 기사를 만들어내 눈길을 끌지 모릅니다.. 그러니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시후는 제안했다. “일단 저희들이 먼저 호텔로 돌아가면 어떻겠습니까? 진술서가 필요하시면 호텔로 오시면 되고요. 그렇다면 저희도 성심껏 협조하겠습니다.”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좋겠군요. 현장 조치가 끝나면 호텔로 방문하겠습니다.”시후는 “그럼 지금 나가도 되나요?”라고 물었다.“물론입니다.”그러자 옆에서 배한빈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내 아들은 아직 행방불명 상태야! 내 아들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여길 떠날 수 없어!”시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뭐 때문에요?” 그러고 나서 그는 더 이상 배한빈과 대화하지 않고 바로 제이크 한을 향해 말했다. “경감님, 저는 이번 사건이 사전에 계획된 음모라고 강하게 의심합니다. 특히 페이셔스 그룹이 크게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배한빈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뭐라고?!”시후는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페이셔스 그룹이 크게 의심스럽다고요!”배한빈이 화가 나서 뭔가 소리치려던 찰나, 제이크 한이 매우 진지하게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시후는 진지하게 설명했다. “이번 일 자체가 매우 이상하니까요. 페이셔스 그룹의 그 젊은 도련님이라는 자가 혜리 씨를 자선 파티에 초대했고, 혜리 씨가 특
시후는 배한빈의 극도로 적대적인 시선을 느끼고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가 보기에 이 남자는 배원중과 닮은 점이 많아 보였다. 방 안에서 들은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시후는 이 사내가 바로 배호영의 아버지, 바로 배한빈임을 확신했다.현재 배한빈은 극도로 화가 난 상태였다. 그는 시후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따져 물었다. "아까 내가 문 열라고 했을 때, 왜 열지 않았지?"시후는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을 몰라서죠. 당신이 누구인지 내가 어떻게 압니까? 이렇게 긴급한 상황에서 경찰이 아닌 사람을 내가 믿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배한빈은 답답한 듯 말했다. "나는 페이셔스 그룹의 배한빈이라고 한다. 내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건가?"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얼마 전에 한국에서 왔고, 당신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아들을 찾는 것이지 여기서 나에게 위세를 부릴 필요는 없지 않나요? 그럴 시간에 아드님의 행방을 찾는 게 더 나을 겁니다.""너..!?" 배한빈은 너무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분노를 억누르며 이를 악물고 물었다. "방금 전에 뭘 봤는지 어서 말해!"시후는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 일에 대해 나는 법적 권한을 가진 경찰에게만 이야기하겠습니다. 당신에게는 말할 수 없습니다."배한빈은 평생 동안 자신을 이렇게 대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기에 순간적으로 이 젊은이를 당장 보디가드에게 명령해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제이크 한이 옆에 있음을 떠올리자 화를 참아야 했다.이때 제이크 한이 시후를 보며 물었다. "젊은이, 나는 뉴욕 경찰청의 경감입니다. 나에게 본 것을 말해줄 수 있습니까?"시후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 일곱 구를 가리키며 얼굴을 찌푸린 채 말했다. "뭘 봤겠습니까? 당연히 문을 열자마자 죽은 사람들을 봤겠죠! 미국에 오기 전에는 치안이 정말 좋은 줄 알았는데, 문을 열고 보니 죽은 사람들이 잔뜩 있
배한빈은 아들이 이 기회를 이용해 혜리를 만나려 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아들이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번 행사를 준비했던 이유가 그녀를 겨냥한 것이 아닌가 짐작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일본 닌자들이 그 틈을 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그래서 그는 혹시 혜리가 이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 아니면 그녀가 배후에서 이 모든 일을 주도한 건 아닌지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호텔 책임자에게 말했다. “혜리에게 문을 열라고 해. 물어볼 말이 있다.”호텔 책임자는 급히 말했다. “대표님, 조금 전 혜리 씨의 측근이 경찰이 올 때까지는 문을 열지 않겠다고 전했습니다.”“뭐?!” 배한빈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모르는 건가? 여기가 우리 페이셔스 그룹의 영역이라는 것을?!”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VIP실 문에 발길질을 하며 소리쳤다. “문을 여시죠!”그러자 안에서 시후가 말했다. “우리는 경찰과만 이야기하겠습니다. 관계없는 사람은 저 멀리 물러서세요! 그리고 무례한 자는 더 멀리 떨어지십시오!”배한빈은 이를 듣고 곧바로 격노했다. 지금 자신의 아들이 실종되어 이미 속이 뒤집힌 상태인데, 모르는 녀석이 문 뒤에서 자신을 조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화를 참지 못하며 소리쳤다. “감히 나에게 그렇게 말하다니, 내가 누군지 알고는 있나?”시후는 경멸스럽게 대답했다.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아. 당신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면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지도록 해. 우리는 경찰과만 이야기하겠어. 다른 사람은 대통령이라도 소용없다고!”배한빈은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디에서든 항상 최고라고 존중 받는 자신이 지금 무명의 남자에게 무시당하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이곳에서 본 모든 것을 고스란히 말하는 것이다. 경찰 같은 것은 필요 없어! 이곳은 페이셔스 그룹의 영역이다. 뉴욕 경찰 따위가 감히?!”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 중년 남자가 불쾌한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