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민의 안색은 잿빛이 되었고, 핏기도 함께 싹 가셨다.순간, 그는 머리를 세게 얻어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의 인내심이 바닥 났을 때, 그는 송지아를 미칠 듯이 때리며 욕을 퍼부었다. “이 더러운 년, 계속 날 속여?! 그리고 결혼한 것도 모자라 바람까지 피다니.. 우리 어머니께서 아마 널 때려 죽일 거야! 그 전에 내가 널 때려 죽여버리겠어!”송지아는 계속 울부짖었다. 그녀의 머리는 흐트러졌고 멘붕이 와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정호민은 그녀를 때리면서, “당장 이혼해! 내가 널 깨끗하게 내보내 줄 테니까! 안 그럼 내가 사람을 대서 네 부모님, 동생 할 것 없이 다 죽여버리고 강물에 던져버릴 테니 알아서 해!”송지아는 멘붕에 빠졌다!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 정호민과 결혼했는데.. 평생 부잣집 며느리로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그 꿈이 산산조각 난 것이다!이게 다 은시후 때문이야!그녀는 시후를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째려보았다. 하지만, 이 때 시후는 유나에게 웃으며 말했다. “여보, 자기들끼리 물고 뜯게 두고 우리는 식사하러 갑시다.”말을 마친 그는 유나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유나의 눈빛이 가볍게 흔들렸다. 그녀는 속으로 조금 놀랐다. 시후가 어떻게 송지아의 흑역사를 이렇게 많이 알고 있는 거지?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말투로 물었다. “저 내용을 다 당신이 조사한 거예요??”“아.. 그럴 리가? 내가 어디 그런 걸 찾을 수 있겠어요?” 시후는 “예전에 대학 다닐 대 한 친구가 송지아에게 심하게 상처받은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때 많은 자료를 모아 두었죠. 그런데 그 자료들이 오늘 쓸모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로 들어왔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마자 은시후는 최상층 버튼을 눌렀다. “시후 씨? 혹시 층수를 잘못 누른 게 아닌가요? 최상층은 스카이 가든인데요?”“유나 씨, 우리 오늘
그 때 은시후가 손을 내저으며 “저희 둘 만 있고 싶어서요. 자리를 좀 비켜주시겠어요?”라고 말했다.그러자 곧 모든 스태프가 그 자리에서 밖으로 나갔다. 스카이 가든에는 유나와 시후 둘만의 공간으로 바뀌었다.유나는 그 순간 마치 꿈속을 거닐고 있는 것 같았다.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럭셔리한 스타일로 고급스럽고 우아하게 꾸며진 웅장한 내부였다.웅장한 천고는 화려한 크리스탈 샹들리에들이 맑은 빛을 내뿜고 있었는데, 마치 밤하늘에 수 놓인 별처럼 아름다웠다. 그 때문인지 가든 전체가 더 우아하고 고요해 보였다.가든 내부를 가득 채운 클래식 피아노 명곡들은 유나의 마음을 부드럽게 사로잡았고, 싱싱한 생화들은 짙지 않은 그윽한 향기를 풍겼다. 정말 말할 수 없이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이때 연주곡이 클래식한 결혼 행진곡인 으로 바뀌면서 가든 내부에 울려 퍼졌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은은하게 유나의 귓가로 흘러 들었다.유나가 아찔하게 아름다운 풍경에 눈길을 빼앗겨 감탄하고 있을 때, 단정한 수트 차림의 은시후가 꽃다발을 들고서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그가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수정 유리로 된 버진로드가 끊임없이 아름다운 꽃잎들을 그려냈다. 이 꽃잎들은 마치 연주에 따라 춤추는 것 같았기에, 유나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다.지금 이 시각, 스카이 가든 외부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크리스탈 유리 외벽과 바닥을 통해 내부에서 진행되는 모든 상황들을 궁금해하고 있었다.다만, 유감스럽게도 스카이 가든의 유리는 모두 불투명했기에 사람들은 내부를 분명하게 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한 쌍의 젊은 남녀가 서 있었고, 그 내부는 수많은 꽃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바닥에서도 붉은 꽃잎들이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수많은 여성들은 “어머.. 너무 로맨틱한 거 아니야? 이런 장면은 영화에서 밖에 본 적 없는데.. 부럽다..”라며 부러움에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내가 만약 저 여자라면,
희미한 크리스탈 유리 너머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웅장한 결혼식을 보고 있었다.많은 사람들은 부러워하는 동시에 스카이 가든에서 결혼한 커플이 도대체 누구일지 추측하기도 했다.이 결혼식은 친척도, 절친들도, 증인도 없었으며 심지어 주례도 없는 비밀스러운 결혼식이었다.시후는 유나의 손을 잡고 미리 준비해 놓았던 목걸이를 꺼냈다.“유나 씨, 이건 내가 당신에게 주는 결혼기념일 선물이에요.”유나는 투명하고 아름다운 목걸이를 보며 “이거.. 혹시 트라비체에서 판매하는 진품 아니에요? 시후 씨, 이거 대체 어디서 난 거예요?”말을 하면서도 유나는 마음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설마, 우리 남편이 SNS에 나오는 탈인간급 재벌이었던 거야?왜 이 목걸이가 시후 씨의 손에 있는 거지?그런데...그러나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시후가 어떤 사람인데.. 내가 더 잘 알아.. 그런데 어떻게 탈인간급 재벌일 수 있겠어?우리 남편은 부자와는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야!시후는 이때 유나가 당황한 것을 보고, 속으로 자신의 정체를 알려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사실 자신이 LCS 그룹의 자제이며, 엠그란드 그룹의 상속자라는 사실을.. 그러나 순간, 그의 머리속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떠올랐다.사실 자신이 LCS 그룹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어렴풋이 생각나는 어린 시절.. 시후는 삼촌과 큰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었다. 분명 아버지는 외동 아들이 아니었던 것이다.그러니 자신의 삼촌이나 큰아버지도 그룹의 상속자가 될 수 있으며, 만약 자녀가 있다면 자신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만약 모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한 채, 자신과 유나를 보호할 능력이 부족하면서 성급히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면.. 분명 유나도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 분명했다.부자들의 재산 쟁탈 수단은 매우 잔혹하기에, 그는 사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을 만큼 무모한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이유로 그는
하지만, 도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결혼식의 남녀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시후는 BMW 520으로 개조한 BMW 760을 몰고 유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유나는 여전히 큰 행복에 젖어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었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시후에게 물었다. “그런데 시후 씨, 스카이 가든을 어떻게 대관했어요? 한 번도 개인적으로 오픈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시후는 빙긋 웃으며 “사실, 호텔 간부 하나가 내가 고아원에서 친했던 친구라서요. 둘 다 콩 한쪽도 나눌 수 있는 절친이라.. 이번에 내가 그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 친구도 매우 좋아했어요.”유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런 거였구나.. 시후 씨 고아원 친구들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아요.”“사실 고아원에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 아마 며칠 동안 이야기해도 끝나지 않을 걸요? 유나 씨가 듣기 싫을 것 같아서 한 번도 말을 안 했죠.”유나는 진지하게 “당신은 내 남편이라고요. 난 남편에 대해 관심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단 말이죠!?”라고 말했다.시후는 “그럼 내가 앞으로 더 많이 이야기해 줄게요!”라며 웃었다.“좋아요!”커뮤니티로 돌아온 시후는 차를 몰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막 차를 주차해두고 유나와 함께 차에서 내리다 마침 장모님과 걸어오는 장인어른과 마주쳤다. 장모는 두 사람을 보고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이 BMW가 어디서 난 거야?”장인어른도 차를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허! 네가 BMW를?! 그런데 이 차를 새로 샀니? 돈이 많은가 보구만?”유나는 “아버지, 어머니. 이 차는 제가 산 것이 아니에요. 남편이 샀어요.”라고 말했다.“뭐? 자네가?” 장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돈으로 이 차를 산 건가? 설마 우리 돈으로 차를 산 건가??”시후는 황급히 “아..아닙니다. 아버님. 다 제 비상금입니다. 비상금을 모아 산 것입니다...”옆에 있던 장모가 장인어른을 잡아 끌고
장인, 장모는 시후가 내일 더 좋은 차를 사주겠다는 말에 함박웃음을 지었다.장인은 자신이 놓친 차가 최고급 BMW 760이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다. 유나는 시후가 걱정이 되어, 방으로 들어가 세수를 한 뒤 시후에게 물었다. “여보, 차 살 돈이 또 어디 있어요?”라고 넌지시 묻고서는, “제가 모아 둔 비상금이 조금 있으니 내일 가져가서 보태 써요.”라고 말했다.“아뇨, 아직 돈이 좀 남아 있으니 괜찮아요.”“정말 미안해요 시후 씨..”“에이, 무슨 소리예요? 장인어른, 장모님 우리 모두 한 집안인 걸요. 그러니 사람이라면 마땅히 어른들께 효도하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어요?” 시후는 자신의 좁은 방바닥에 누워 웃으며 말했다. “안심해요, 내일 아침 일찍 다시 매장에 가서 한 대 뽑아 올 테니까!”“시후 씨, 정말 고마워요!”라며 감동한 듯한 눈빛을 보냈다. 시후는 하하 웃으면서 “남편에게 무슨 인사치레예요~”라고 말했다.유나는 순간 얼굴이 붉어지며 “그런데 여보, 매번 바닥에서 자는데 밤에 춥지 않아요?”라고 물었다.시후는 “아니요, 하나도 안 추우니 안심해요.”유나는 갑자기 퉁명스럽게 짜증을 냈다. “흥, 춥지 않으면 계속 바닥에서 잠이나 자요! 이 바보!”침대에서 같이 자고 싶어서 잔머리를 굴려봤는데 남편이란 사람은 저렇게 눈치가 없을까......?시후는 이제서야 문득 자신이 뭔가를 놓친 것을 눈치챘다.“아앗, 여보! 갑자기 바닥이 너무 추워~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보고 싶은가 봐요.. 달달 떨리네..?”“추우면 이불을 더 덮으면 되잖아요?!!” 유나는 기분이 풀리지 않은 듯 여전히 퉁명스럽게 말했다.“에이.... 여보오~”시후는 삐친 아내를 달래느라 난감했다.한참 뒤, 그는 단념하지 않고 “여보, 기온이 더 내려간 것 같아요. 나 추워!”유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불 하나를 발로 걷어 차 시후에게 넘겨주었다. “한 여름 밤인데 춥기는 얼마나 춥겠어요?”라며 “그래도 추우면 제가 패딩을 가져
아우디 매장에 있던 매니저들은 그를 보자마자, 한 매니저가 말했다. “젠장, 저 BMW 760 산 사장님이 또 전기 스쿠터를 타고 왔는데요?!”“와.. 씨.. 오늘 내가 무릎을 꿇어서라도 저 사장님에게 아우디 A8 한 대 팔아보겠습니다!”“오케이! 가즈아~”아우디 판매원 한 무리가 달려 나와 은시후를 에워쌌다.“선생님! 최신형 아우디 A8을 한 번 구경해보세요.”“사장님! 저희 A8을 몰아 보셨습니까? 완전 파워풀 합니다. W12 엔진이 장착되어서, BMW 760 보다 훨씬 좋습니다.”은시후는 “정말 그렇게 빠르다고요?”라며 호기심을 보였다.“물론이죠!” 아우디의 매니저는 부랴부랴 “사장님, 저희 W12엔진은 좌우로 온오프가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12기통의 절반을 오프하시면 6기통인데, 연비도 좋고요!”시후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고작 기름 아끼려고 12기통 차를 구매해서 반을 끄고 달린다고요? 그럴 바에는 6기통 차를 한 대 구매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라고 되물었다.“아.. 아사.. 음..”판매 매니저는 자신이 말을 잘못한 것을 단번에 깨닫고 얼굴이 새빨개졌다.시후는 이들을 비웃으며 말했다. “당신들의 생각을 알겠어요.. 지난 번에 내가 BMW 760을 구매한 걸 보니 마음이 불편했겠죠? 그래서 오늘 나를 고객으로 붙잡고 싶은 거고..?”매니저들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다.시후는 “내가 당신들에게 뭐 하나 알려줄까?! 이미 늦었어! 그 때는 나를 거지 취급하며 차갑게 대하더니.. 그렇지만 오늘 나는 당신들이 감히 올려다볼 수도 없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네?!”말을 마친 시후는 스쿠터의 경적을 울렸다.“띠띠...!”“비켜, 비켜요. 난 오늘도 BMW 매장으로 갈 거니까!”경적 소리를 들은 BMW 매장의 매니저가 달려 나와 “당신들 뭐하는 겁니까? 어디 우리 고객님을 뺏으려고! 우리 고객님이 당신들과 엮이지 않고 싶다고 했던 것 같은데? 자꾸 이러면 내가 유튜브에 찍어서 만행을 폭로해버립니다
남자는 씩 웃으며 양손으로 정유리의 얼굴을 잡고 “이제 넌 내 여자야~ 그런데도 계속 그 찌질한 새끼랑 같이 있을 거야? 조동현의 여자면, 다른 남자들이 손끝도 못 대게 해버릴 거야!”유리는 다급히 말했다. “오빠, 안심해.. 이제 우리가 사귀게 되었으니 나도 그 인간이랑 같이 있는 거 더럽고 싫어! 난 언제나 오빠 하나 밖에 없다고오~ 이제 오빠뿐이야!”“사실, 김도훈이 레스토랑을 오픈하자마자 헤어지려고 했는데, 알고 지내던 친구 한 명이 좀 힘이 있더라고? 그 때 날 좀 도와줬어. 그 쪽 동네에 작대기라고 조폭 무리가 있는데 걔네가 쳐들어온 걸 그 친구가 해결해줬거든. 만약 장사가 좀 안정되면 헤어지자고 하고 거기서 내쫓으려고 해.”조동현은 “작대기? 그 놈이 뭐 되기라도 해? 내 전화 한 통이면 그 놈이 너에게 사과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유리는 “아이, 역시 오빠 진짜 대단해?! 그 때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오빠에게 전화할 생각도 못했어.. 그리고 김도훈도 같이 있어서 오빠가 그 사람을 만나면 기분 나쁠 것 같길래!”조동현은 정유리의 허리를 살짝 꼬집으며, “오~ 유리! 철 좀 들었는데~?”라며 웃었다.유리는 “오빠, 그래서~ BMW X6 사줄 거야 말 거야~?”라며 팔에 매달려 애교를 부려댔다.조동현은 “오늘은 먼저 돌아가고, 네가 그 새끼랑 헤어지면 내일 내가 BMW X6를 사줄 게!”라며 허허 웃었다.정유리는 “오빠, 진짜야? 내일 진짜 X6 사주는 거야?”라며 방방 뛰었다.“내가 언제 우리 유리를 속인 적이 있었니? 하지만! 먼저 이 오빠를 잘 모셔야지!”라며 끅끅 웃었다.“오빠! 걱정 마! 이따가 집에 도착하면 내가 꼭 잘할게~”라며 눈시울을 붉히는 정유리였다.두 사람은 다정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매장을 나섰다.시후는 개 같은 불륜 남녀를 보고 화가 나서 즉시 휴대폰을 꺼내 김도훈에게 전화를 걸었다.도훈은 전화를 받자마자 “시후야, 무슨 일이야? 갑자기 나에게 전화도 다하고?”
김도훈은 “유리는 머리 하러 미용실에 갔는데.. 왜 그래?”라며 웃었다.“머리? 미용실에 갔다고?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하던가?”“응!”“넌 유리가 그렇게 말하면 믿어?”김도훈은 “시후야, 너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빙빙 돌리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봐.”“후우.. 그럼, 솔직하게 말할 게. 조금 전에 BMW 매장에서 유리 씨를 봤는데, 조동현이라는 남자랑 같이 왔더라고..? 서로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말하면서 그 남자를 자기라고 부르던데.. 너 아마 그 여자한테 당한 거 같아. 그 여자 바람피고 있는 거라고!!”“그럴 리 없어!” 김도훈은 “유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혹시 사람 잘못 본 거 아니야?”“내가 잘못 본 게 아니야. 분명 그 여자였다고.”“믿지 않아.” 김도훈의 말투가 냉랭해졌다. “시후야. 우리 사이가 좋은 건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내 아내가 될 사람을 험담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김도훈, 너 정신 차려! 약혼녀가 다른 남자와 같이 다니고 있다고~ 그 조동현인가 뭔가 하는 놈이 그 여자에게 BMW X6 한 대를 사준다고 했단 말이야! 지금 정유리는 그 남자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서 너와 헤어질 계획을 세우고 있어! 내가 너랑 친하고, 오래된 동기라서 말해주는데.. 빨리 손쓰지 않으면 너 후회하게 될 거다!”시후는 김도훈이 대답하기도 전에 “아.. 그래 내가 선물로 줬던 그림부터 먼저 옮기고 숨겨 둬! 그 그림을 팔면 재기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너가 아직도 내 말을 믿지 않는다면, 나도 방법이 없지 뭐.”“시후야! 너 작작 해라! 유리는 내 약혼녀니까, 내가 제일 잘 알아. 절대 날 배신할 사람이 아니라고. 만약 네가 한 번만 더 이런 식으로 내 약혼녀를 모함하면, 너랑 다시는 안 볼 거야!”시후는 얼굴을 찌푸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후.. 친구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다 해줬어, 네가 여기서 믿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그럼 잘 해봐.”시후는 곧바로 통화 종료 버튼을 눌러버렸
시후 은 웃으며 말했다. “형님,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미국에 있는 아내와 자식들은 어떻게 하시려고요?”“괜찮습니다...” 나훈구는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은 은혜를 알면 반드시 갚아야지. 만약 은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아내와 자식들은 제가 실종된 줄 알고 평생 불안에 떨며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 헤맸을 겁니다. 결국 제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경찰로부터 자세한 내막까지 듣게 될 테고, 그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고 비통해 했겠죠...” 이 말을 하며, 나훈구는 시후를 바라보다가 목이 메어 말했다. “제 목숨을 구해주신 건 물론이고, 제 아내와 자식들이 그런 극도의 슬픔을 겪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저뿐만 아니라 제 가족들도 구하신 겁니다. 제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최선의 결과가 될 테니까요. 생활고야 어찌 되든, 저는 가족들이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다만 조금 힘들게 살 뿐이죠.”시후는 나훈구의 단단한 표정과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보고는, 마음속 깊이 감동을 느꼈다.잠시 후, 그는 성도민을 불러 곁으로 오게 하더니 말했다. “성도민 씨, 이 분은 IT 분야의 전문가, 나훈구 씨입니다. 나는 블랙 드래곤에 반드시 이런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그를 데리고 중동으로 돌아가도록 하세요.”성도민은 기쁘게 말했다. “그거 정말 잘 됐습니다! 지금 블랙 드래곤에서는 IT 분야 하드웨어 구축을 강화하려는 참이었는데, 바로 이런 인재가 필요했습니다. IT 인프라와 미래 로드맵을 같이 설계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거든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내가 보기엔, 앞으로 블랙 드래곤은 IT 기업들과 협력해서 자체 위성을 제작하고, 상업 위성 발사 기업을 통해 발사하여 자체 위성 통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블랙 드래곤 내부의 통신은 보안 수준이 매우 높아야 하기 때문에, 외부 통신망이나 서비스 업체에 의존하면 100% 보안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시후의 질문을 들은 나훈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무슨 계획이 있겠습니까. 간신히 은 선생님의 은혜로 살아남았으니, 일단은 미국으로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죠...”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 이미 멕시코까지 와서 선원 일을 하려 하셨던 걸 보면, 미국으로 돌아가도 마땅한 일을 찾기는 힘들지 않을까요?”시후의 이 말을 들은 나훈구의 표정엔 다소 민망함과 무력감이 함께 떠올랐다. 그는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괜찮은 일을 못 찾으면, 그냥 허드렛일이라도 해야지 뭐... 우리 어머니도 식당에서 일하셨는데, 저라고 못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형님, 제 생각엔 차라리 이렇게 하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제 밖으로 나오셨으니 굳이 그렇게 서둘러 돌아가실 필요는 없잖아요? 형님은 IT 쪽 일을 하셨다면서요. 그렇다면 이후엔 블랙 드래곤에서 일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블랙 드래곤은 현재 중동을 거점으로 해서 해상과 항공 양쪽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분명 IT 분야의 수요는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지게 될 것이고, 수준도 높아질 겁니다. 형님 같은 인재가 절실히 필요해요.”시후가 이 말을 할 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 만약 나훈구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최상의 결과일 것이었다. 그는 성도민에게 충분한 보상을 준비시키고, 곧바로 중동으로 데려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훈구가 거절한다면, 여기서 벌어진 비밀들을 알고 있는 그를 미국으로 그냥 돌려보낼 순 없었다. 그렇기에 다른 구출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늘 일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지워야 할 것이다.다만 시후는 가능하면 그 두 번째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과 인연이 닿은 사람이고, 이렇게 큰 사건을 겪은 이상 그에 걸맞은 기회도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억을 지워버리면, 그에겐 이 피비린
때로는, 평생을 바쳐도 이성 무인에서 삼성 무인으로의 도약조차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성 무인이란, 사실 대부분의 무인들이 평생 머무는 한계점과도 같았다. 하물며, 삼성에서 사성, 사성에서 오성, 오성에서 육성으로의 도약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그런데 이번에 시후가 건넨 이 한 잔의 술이, 백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단숨에 수련 경계를 뛰어넘게 해주었다는 건, 그들에겐 말 그대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블랙 드래곤에서 가장 강한 실력을 가진 성도민은 자신과 함께한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그들 대부분이 수련 능력이 상승한 것을 발견하고는, 성도민은 가슴 속 깊은 감격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시후를 다시 바라보며, 감격과 동시에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무릎을 꿇은 뒤 공손히 말했다. “저 성도민은 은 선생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다른 블랙 드래곤의 구성원들도 즉시 정신을 차리고, 성도민을 따라 시후 앞에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소리 높여 외쳤다. “저희들은, 은 선생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희들 역시도 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그 모든 것들을 하겠습니다!”시후는 눈앞에 있는 100여 명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시후는 그들의 눈에 맺힌 눈물과 결연한 표정을 보고는 이들이 자신의 확고한 동료가 되어줄 것임을 느꼈다. 만족스러운 마음에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 은시후는, 앞으로 결코 여러분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블랙 드래곤이든 여러분 각자든, 앞으로 반드시 날개를 펼쳐, 저 넓은 하늘을 훨훨 날게 될 겁니다!”이 말을 들은 대원들은 곧바로 가슴이 뜨거워지며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이때, 지하 수술실을 불태우고 있던 화염은 이미 지상까지 뜨겁게 달궈 놓았고, 불꽃은 땅 위의 건물까지 번지고 있었다. 이에 시후는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씨, 이제 시간이 됐습니다다. 모두 질서 있게 철수하도
시후의 구호가 떨어지자, 그와 함께 모든 대원들이 술잔을 들어 잔 속의 소주를 단숨에 들이켰다.시후에게 있어 이 술에 담긴 영기는 이미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기에, 몸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이 느끼는 기운은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애초에 이 술에 이토록 강력한 에너지가 담겨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대원들이 술을 한 번에 들이켰을 때 온몸에 강렬한 온기가 복부에서 시작해 단전으로 몰려들었고, 곧이어 기운은 마치 산을 무너뜨리고 바위를 쪼개는 듯한 맹렬한 기세로 팔맥을 향해 폭발적으로 밀려들었다!무술가들에게 있어 자신의 실력 향상은 두 가지 핵심 요소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첫 번째는, 기경팔맥 중 몇 개의 경맥이 열려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무술가들의 경지와 실력을 판단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준이다. 경맥을 많이 열수록, 무술가의 등급과 전투력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미 열린 경맥이 얼마나 잘 순환되고 있느냐이다. 대부분의 무술가들은 몇 개의 경맥 만을 겨우 열 수 있을 뿐, 모든 경맥을 완전히 순환시킬 수는 없다. 이것은 마치 사람의 코에 있는 양쪽 콧구멍과도 같아서, 누가 더 뚫려 있느냐에 따라 들숨의 양이 달라지듯 경맥도 얼마나 원활히 순환되느냐에 따라, 에너지 흡수량이 달라지게 된다. 지금 이 소주 안에 담긴 영기는 그들에게 단순히 경맥을 몇 개 더 열게 해준 것이 아니라, 기존에 뚫려 있던 경맥까지 더 넓고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즉, 두 가지 방향에서 동시에 무술가들의 실력을 향상시킨 것이다.그래서 이 순간 블랙 드래곤 대원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라며 자신의 몸속에서 터져 나오는 그 엄청난 기운이 자신이 오랫동안 뚫지 못했던 다음 단계의 경맥까지 열도록 밀어붙이고 있다는 사실에 크나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잠시 후 누군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나... 나 네 번째 경맥을 뚫었어! 진짜야! 네 번째 경맥이 열렸어!!”곧이어 또 다른 사람이 외쳤다. “나도!
조금 전 까지만 해도 꽤 오랜 시간 동안 시후는 지하 수술실에 있었고, 소이연은 다른 블랙 드래곤 대원들과 함께 들어오긴 했지만, 지상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시후는 이제서야 소이연도 멕시코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이 순간, 소이연은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수줍게 말문을 열었다. “은 선생님... 리더가 선생님께서 업무가 있다고 삼성 이상 무인들만 참여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딱 맞는 위치라... 바로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시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물었다. “이번엔 본래 신분을 사용하진 않았겠죠?”“아니에요.” 소이연은 다른 블랙 드래곤 대원들에게 등을 돌린 채, 시후를 향해 장난스럽게 혀를 살짝 내밀고는 말했다. “이번엔 완전히 새 신분으로 왔어요~”“좋습니다.” 시후는 미소 지으며 손에 든 소주를 그녀에게 건넸고, 조금 전 다른 대원들에게 했던 것처럼 공손히 말했다. “오늘 수고 많았어요.”소이연은 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은 선생님께 충성을 다할 수 있는 건, 제게는 큰 영광이에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됐어, 자리에 돌아가요. 돌아가는 길에 이야기 더 하는 걸로 하고. 오늘 밤엔 나랑 같이 미국으로 돌아가죠. 좀 도와줘야 할 일이 있어서요.”소이연은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은 선생님, 탐정... 아직도 절 추적하고 있잖아요. 제가 미국에 가면 혹시 폐를 끼치게 되지 않을까요...?”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감회 어린 어조로 말했다. “제이크 한은 이제 이연 씨를 추적하지 못해요. 얼마 전 그 친구한테 사고가 있었거든. 그 이후로 그가 맡았던 사건들도 대부분 흐지부지 종결됐죠. 게다가 이연 씨는 이미 새로운 신분으로 바꿨잖아. 문제없을 겁니다.”“그럼 정말 다행이에요! 은 선생님께 폐만 안 된다면 저는 뭐든지 다 좋아요! 은 선생님 말씀만 따를게요!”그제야 소이연은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시후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동시에, 경계심과 신중함 또한 한껏 갖추고 있었다. 블랙 드래곤의 전체 전력은 분명 강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재 알려진 세상 안에서만 통하는 이야기였다. 세상 어딘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더 강대한 존재들은 어쩌면 블랙 드래곤보다 훨씬 더 막강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그래서 시후는 생각했다. 앞으로는 자신 개인의 실력 향상은 물론, 블랙 드래곤 전체의 실력도 체계적으로, 꾸준히 끌어올려야 한다고... 만일 훗날, 그 미지의 강적들과 정면으로 맞설 날이 온다면 그때는 적어도, 승산을 조금이라도 더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성도민은 시후의 성격을 잘 알기에, 즉시 몸을 낮춰 공손하게 다짐했다. “은 선생님, 안심하십시오! 저는 절대 개인적인 실력이나, 블랙 드래곤의 전력이 강해졌다고 자만하지 않을 겁니다! 또한 그로 인해 방심하거나 적을 얕보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시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나도 블랙 드래곤의 미래에 대해, 한층 더 기대하게 되는군.” 말을 마치고는 손을 크게 휘두르며 외쳤다. “자, 대원들이 줄을 서서 술을 받도록 하죠!”“예!” 성도민은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흥분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곧장 밖으로 나가 마당에 모인 100여 명의 정예 부대원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대원들! 은 선생님께서 특별히 준비하신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귀중한 술이 있다! 이번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대원들을 위해, 축하와 보상의 의미로 준비하신 것이다! 자 이 술은 천금의 가치가 있고, 너희 인생의 전환점이 될 기회다!” 그러면서 다시 힘주어 말했다. “전원 주목! 첫 번째 줄부터,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로 줄지어 입장해 술을 받아라! 단, 절대로 술을 흘리거나 쏟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단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평생 후회할 거다!”하지만 듣고 있던 대원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어떤 술이길래 천금의 가치가 있다는 건지,
시후가 막 첫 잔을 따르려던 순간, 지하실 쪽에서 갑자기 폭발음이 들려왔다.엄청난 충격과 함께, 땅 전체가 흔들렸다! 지하 수술실 입구가 숨겨진 방에서는 거대한 불길이 뿜어져 나왔는데, 폭발의 위력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었다.시후는 알고 있었다. 김미희를 포함한 악마들이 이 불꽃 속에서 재로 변해, 그 죄악의 생을 완전히 끝냈음을.그리고 그 순간, 시후는 손에 쥐고 있던 동작을 멈췄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는, 방금 막 따른 술잔을 들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들이 억울하게 죽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한 잔의 술을 그분들께 바칩니다. 부디 구천에서도 이 원한이 풀렸음을 알아주시길...”그 말과 함께, 그는 두 손으로 잔을 들어, 그 안의 술을 천천히 땅에 부었다. 이 한 잔의 술을 만약 정말 필요한 이에게 팔았다면, 아마 수천만 달러, 아니 그 이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후에게 있어, 이 술은 무고한 희생자들을 위한 경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의 영혼이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이 술을 땅에 쏟는 이유였고, 결코 낭비라 할 수 없는 행위였다.이후, 시후는 한숨을 내쉬고, 다른 잔들에도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곧, 100여 개의 술잔이 모두 채워졌고, 두 병의 소주도 정확히 사람 수에 맞춰 딱 떨어졌다.그때, 10분이 흘러 성도민이 공손히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은 선생님, 모두 마당에 모였습니다.”시후는 가볍게 답하며 말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예.” 성도민은 대답한 후 문을 열고 들어왔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강렬한 술 향기를 느꼈다. 소주는 본래 향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코를 찌르는 이 향은 평소에 느끼던 그 이상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성도민은 놀랍게도 술 향 속에서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마치 선선한 가을날, 아무 걱정 없이 꿀잠을 자고 난 후 온몸이 개운하고 상쾌해지는 듯한 형언할 수 없는 편안함이었다. 그
몇 분 전.지하 수술실에서 악행으로 가득한 살인범들이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을 때, 시후는 구출된 피해자들을 진정시킨 후, 성도민에게 물었다. “성도민 씨, 내가 미리 준비해달라고 했던 것들, 준비해 놨습니까?”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말씀하신 물건들은 모두 제 차량 트렁크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필요하시면 바로 옮기겠습니다.”“좋아요.” 시후가 말했다. “그럼 가져와요.” 그러고는 가까운 빈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안으로 옮겨 놓도록 하죠.”“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성도민은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곧이어 차 트렁크에서 커다란 종이박스 하나를 꺼내 안고 돌아왔다. 성도민은 두 손으로 종이박스를 안고 오면서, 한 손엔 묵직한 쇼핑백도 들고 있었다.박스에는 소주의 로고가 선명히 찍혀 있었고, 이는 시후가 특별히 부탁해 미리 준비하게 한 축하주였다.박스를 열어보니, 안에는 1.8리터짜리 소주가 두 병 들어 있었고, 또 다른 쇼핑백에는 소주잔이 가득 들어 있었다. 성도민이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요청하신 물건이 여기 있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10분 후에 모두 마당에 집합시켜요. 다 함께 축하주를 나눌 거니까.”성도민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은 선생님, 축하주를 마신다 하셨는데, 술이 좀 부족하지 않습니까? 백 명이 넘는데, 고작 이 소주를 나눠 마시면 1인당 양이 얼마 안 될 텐데요...” 그러고는 덧붙였다. “우리 블랙 드래곤은 주량도 셉니다. 이 정도 술은 그냥 목만 축이는 정도 아닐까요...”시후는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잠시 후 모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과음은 좋지 않죠. 이 술은 형식일 뿐이고, 진짜로 실컷 마시고 싶다면 미국에 돌아가서 마음껏 마시면 되지 않겠어요.”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시후는 말했다. “좋아요. 성도민 씨, 그럼 이젠 가서 할 일 보고, 10분 후에 나를 찾아오도록
김미희는 뒤에 산처럼 쌓인 시체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부하들이 다 죽었는데, 누가 널 구하러 온다는 거야?”후아레스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내 여자친구! 내가 계속 돌아가지 않으면 분명 나를 찾으러 올 거야! 그녀가 올 때까지 살아만 있다면, 구출될 수 있어!”김미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이해가 안 가네. 그런 머리로 어떻게 지금까지 보스를 해먹었는지.” 그러고는 위를 가리키며 냉정하게 말했다. “잊지 마. 밖에는 블랙 드래곤의 대원 백 명이 넘게 포진해 있어. 우리가 죽지 않는 이상, 그 자들은 절대 떠나지 않아. 네 여자친구가 오면, 그저 죽으러 오는 거라고!”후아레스는 한순간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어! 불만 붙이지 않으면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야! 하루만 더 버텨도 살 가능성이 생기는 거야! 기적은 절망 속에서 일어나는 거잖아? 어쩌면 은시후가 마음을 바꿀 수도 있고, 아니면 멕시코 경찰이 여길 찾아낼 수도 있고, 혹시 그 은시후에게 다른 원수가 있어서, 그 원수가 찾아와 그들을 처치해줄 수도 있잖아? 그러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어!”그는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흥분해서, 모두를 설득하려 들었다. “원래 백만 분의 일 확률이라 해도,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어! 슈퍼 로또처럼 말이야. 백만 분의 일이어도 당첨자는 반드시 나오잖아? 그게 바로 우리가 될 수도 있어. 단 조건은 뭐다? 일단 로또를 사야 되는 거지! 살아 있어야 그 가능성이 생기는 거야!”그의 말에 김미희를 비롯한 이들이 조금씩 설득되는 듯했다. 살아 있는 한 기적은 있을 수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기회가 희박해도, 아예 끝내 버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김미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그렇다면 기다려 보자고. 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면, 어쩌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어!”옆에 있던 민영건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기다리자! 나도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