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은 “유리는 머리 하러 미용실에 갔는데.. 왜 그래?”라며 웃었다.“머리? 미용실에 갔다고?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하던가?”“응!”“넌 유리가 그렇게 말하면 믿어?”김도훈은 “시후야, 너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빙빙 돌리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봐.”“후우.. 그럼, 솔직하게 말할 게. 조금 전에 BMW 매장에서 유리 씨를 봤는데, 조동현이라는 남자랑 같이 왔더라고..? 서로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말하면서 그 남자를 자기라고 부르던데.. 너 아마 그 여자한테 당한 거 같아. 그 여자 바람피고 있는 거라고!!”“그럴 리 없어!” 김도훈은 “유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혹시 사람 잘못 본 거 아니야?”“내가 잘못 본 게 아니야. 분명 그 여자였다고.”“믿지 않아.” 김도훈의 말투가 냉랭해졌다. “시후야. 우리 사이가 좋은 건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내 아내가 될 사람을 험담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김도훈, 너 정신 차려! 약혼녀가 다른 남자와 같이 다니고 있다고~ 그 조동현인가 뭔가 하는 놈이 그 여자에게 BMW X6 한 대를 사준다고 했단 말이야! 지금 정유리는 그 남자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서 너와 헤어질 계획을 세우고 있어! 내가 너랑 친하고, 오래된 동기라서 말해주는데.. 빨리 손쓰지 않으면 너 후회하게 될 거다!”시후는 김도훈이 대답하기도 전에 “아.. 그래 내가 선물로 줬던 그림부터 먼저 옮기고 숨겨 둬! 그 그림을 팔면 재기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너가 아직도 내 말을 믿지 않는다면, 나도 방법이 없지 뭐.”“시후야! 너 작작 해라! 유리는 내 약혼녀니까, 내가 제일 잘 알아. 절대 날 배신할 사람이 아니라고. 만약 네가 한 번만 더 이런 식으로 내 약혼녀를 모함하면, 너랑 다시는 안 볼 거야!”시후는 얼굴을 찌푸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후.. 친구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다 해줬어, 네가 여기서 믿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그럼 잘 해봐.”시후는 곧바로 통화 종료 버튼을 눌러버렸
점심 식사 후 유나의 아버지 김상곤은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시후를 재촉했다. “사위, 우리 어서 준비해서 그 인사동 골동품 가게에 다녀오자고~”고 하였다.시후는 “아버님, 또 골동품을 모으기 시작하신 겁니까? 집에 모아 둔 돈도 얼마 없는데, 또 골동품을 사 모으는 건 너무 사치 아닙니까?”김상곤은 능력은 별로 없으면서, 부자가 되고자 하는 욕심은 커서 틈만 나면 골동품 거리를 쏘다녔다. 로또에 당첨된 것 마냥 좋은 물건들을 사고 싶었지만, 요 몇 년 동안은 거의 사람들로부터 속기만 했던 그였다.한동안 골동품에 대한 애정이 식은 줄 알았는데, 손을 떼기는커녕 BMW로 인해 허세가 더 심해졌다.김상곤은 감히 자신에게 설교하는 사위를 보고는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가자고!”라며 무시했다.시후는 어쩔 수 없이, 차를 몰아 골동품 거리로 갔다.서울은 역사가 오래 되었기에, 골동품 거리도 유명하다.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유명하기에 전국 각지의 골동품상인들과 타지의 손님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이에 발맞춰 현지 관광업계도 골동품 거리에 계속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 명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골동품 거리로 간 김상곤은 자신이 잘 아는 골동품 가게 입구에서 예약 손님이라고 이야기하며 뒤쪽 귀빈실로 들어갔다.시후가 따라 들어가려 하자, 김상곤은 뒤를 돌아보며 “자네는 따라 들어오지 마. 들어가서 봐도 모르니 그냥 이 문 앞에서 기다리게!”라고 말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김상곤은 뒷짐을 지고 안내원을 따라 귀빈실로 들어갔고, 시후는 휴게실에 앉아 있었다. ******“우당탕탕! 쨍그랑!” 몇 분 뒤 시후는 갑자기 귀빈실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이윽고 자신의 장인인 김상곤이 당황한 표정으로 그 안에서 뛰쳐나왔다. “망했다, 망했다! 이제 끝이야!” 시후가 급히 다가가 장인 어른이 나온 귀빈실 내부를 바라보니 바닥에는 도자기 병 하나가 두
“그러니까.. 당신 장인이 이런 것 아니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십시오. 사장님도 내 장인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사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 물건을 깨뜨린 건 내가 아니라 장인 어른입니다. 그런데 지금 누구더러 배상하라고 하시는 겁니까? 문제 일으키는 사람은 따로 있고 똥 치우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겁니까? 문제가 생겼으면 당사자를 찾아서 해결하셔야죠.”라며 따졌다.주진운은 화가 났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시후의 말이 맞았다.만약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그에게 다짜고짜 배상을 요구한다면, 예인방과 관련된 소문이 나빠질 게 뻔하고 재수가 없을 경우에는 이 바닥에서 장사를 접어야 할 지도 모른다.그래서 그는 다급히 몇 사람을 불러 말했다. “당신들 빨리 가서 저 늙은이 좀 잡아와요!”시후는 장인을 쫓는 그들을 보고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사실 그 돈을 지불할 수는 있었다. 자신이 손해를 보고 일을 처리해 줄 수도 있지만, 만약 그렇다면 저 뻔뻔한 장인 어른이 또 다시 골동품 거리를 기웃거리며 오늘과 같은 일을 또 다시 만들게 될 것이 뻔했다.이럴 바에는 차라리 장인어른으로 하여 쓴맛을 한 번 보게 만드는 것이 시후에게는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이후에 또 다시 이곳에서 자신을 괴롭힐 테니..예인방 사람들이 총출동하여 모두 시후의 장인어른을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시후는 방 안에서 혼자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바닥이 두 동강 난 병 속을 들여다보게 되었다.이 청자의 높이는 50cm정도 되어 보였는데, 지금은 이미 둘로 쪼개져 버렸고 산산조각 났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그런데, 그 순간 병의 몸통 밑부분에 뭔가 숨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그는 황급히 손을 뻗어 안에 있는 것을 한 번 끄집어 보았다. 뜻밖에도 손가락에 작은 목갑이 하나 잡히는 것이 아닌가?!이 병 속에 뭔가 들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 청자가 깨지지 않았더라면 아마 아무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시후는 너무 기뻐서 즉시 『구현보감』을 소중히 품에 안으려 했다.하지만, 그 순간 이 책은 금세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그렇지만 조금 전 책에 몰입하여 읽었던 시후의 머리 속에는 이미 내용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이때, 도망친 장인어른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잡혀 들어왔다.그의 양쪽 얼굴이 벌겋게 부어 올라있는 것을 보니, 아마 사람들에게 붙잡혀 여러 대 맞은 모양이었다.사실, 시후는 그런 장인의 모습에 속이 후련했다.문제를 일으킨 건 장인 어른이었으나, 자신에게 이 문제를 덮어씌우려 했으니.. 장인어른은 벌을 받아 마땅했다.김상곤은 이 때 남사스러워 사람들에게 잡히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뛰어다녔기에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다.차 키는 사위가 가지고 있고, 나이 들어 몸집이 꽤 나가는 터라 빨리 달릴 수도 없는데, 자신을 쫓아오는 젊은이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도망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잡혀서는 여러 대를 얻어 맞은 그였다.사람들이 김상곤을 잡아오자, 사장 주진운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늙은이가, 우리 가게 귀중품을 깨뜨리고 감히 도망을 가려고 해? 내가 누구인줄 알고?!”“하이고~!!! 사장님~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이.. 이 병이 너무 미끄러워서..”주진운은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워! 오후에 시간을 내서 돈을 마련해 오라고. 만약 돈을 마련할 수 없다면, 이 귀중품을 고의로 훼손한 죄로 신고할 거야! 이 물건은 꽤나 비싸니 만약 가져오지 않는다면 차가운 감방으로 들어가기에 충분하겠지?”김상곤은 그 이야기에 놀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시후를 바라보았다.“사위, 우리 사위! 내가 이렇게 꼼짝없이 잡혀 들어가게 된 걸 보고도 구해 주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지 않겠나?”“아버님.. 정말 죄송합니다만, 저도 이렇게 많은 돈은 없습니다..”김상곤은 “그럼! 감옥은 네가 대신 가는 게 좋겠다. 내가 너를 이렇게 오랫동안 먹여줬으니, 이번에는 네가 은혜를 갚을 때가 된 것 같구나!”라고
은시후는 말했다. “그럼, 만약 제가 복원해낸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라며 고개를 들었다.주진운은 콧방귀를 뀌며, “이 업계 전문가들에게 확실히 다 복원되었다는 감정을 받아서, 손해를 대부분 만회할 수 있다면 자네와 장인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 하지만 그게 쉬웠으면 내 진작에 복원했겠지. 헛참!”이라고 말했다.“좋습니다!” 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중에 딴 소리 하지 않으시는 겁니다!”라고 말했다.말을 마치자마자 시후는 작업에 집중했다. 먼저 붓을 들어 화선지에 청자의 윤곽을 그려 넣고, 검지에 달걀흰자를 묻힌 뒤 깨진 조각들에 펴 발랐다. 그리고 흰자가 묻은 조각들을 종이에 그려진 윤곽에 꾹 눌러 붙였다. 화선지는 조금씩 조각들로 모여갔다. 작업을 지켜보는 모두가 시후의 복구 작업에 방해가 될까 작은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순식간에, 30분이 지났다.작업이 끝난 은시후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다시 새로 태어난 듯한 고려청자를 집어 들었다.그는 주진운을 보면서 빙긋 웃었다. “한 번 보시죠! 어디에 흠집이 있는지!”주진운은 청자를 들고 구석구석 몇 번 훑어보았다.“이 자식?! 지금 나를 놀려? 계란 흰자로 이걸 바른다고 고친 거야? 그럼 네 놈 다리를 부러뜨리고 계란 흰자를 한 번 바르면 다 낫는 거야?“그 청자! 함부로 만지지 마세요!!”바로 이때, 갑자기 낭랑한 목소리가 문 앞에서 다급하게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뒤이어 캐주얼한 흰색 정장을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안으로 들어섰다.그녀는 아름다운 얼굴에 1m 70cm에 가까운 늘씬한 키로 고급스러운 아우라를 풍겼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은 서리처럼 차가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주진운은 이 여성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아.. 아가씨, 무슨 일로?”라며 얼굴색이 확 바뀌더니 얼른 허리를 숙였다.찾아온 사람은 바로 실소유주로, 갤러리와 미술관을 모두 경영하고 있는 이룸 그룹의 막내 딸 송민정이었다.송민정은 화난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내가 안
주진운은 도저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고작 달걀 흰자로 고친 청자가 더 귀한 물건이 될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는 다급히 “아가씨, 바로 이 사람이 고친 겁니다...”라며 송민정을 은시후에게 데려다 주었다.송민정은 시후는 한 번 흘끗 보았다. 송민정은 시후가 너무 젊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 남자가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 방법으로 청자를 복원했다고?그녀는 빙긋이 웃으면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이룸 그룹의 송민정이라고 합니다. 혹시 선생님께서는 어디 출신의 문화재 대가신지요?”라고 물었다.그 때까지 두려움에 떨고 있던 시후의 장인 김상곤은 이룸 그룹의 ‘송민정’이라는 세 글자를 듣자마자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이룸 그룹이라니?!이룸 그룹은 한창 잘나가는 유명 재벌가에는 조금 못 미쳐도 아무나 따라잡을 수 없는 로얄 패밀리 아닌가?이런 골동품 가게에서 이룸 그룹의 자제를 만나다니?! 생각지도 못했어!은시후는 이룸 그룹의 막내 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송민정에게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의 집안은 수천억 대 자산을 굴리고 있었지만, LCS 그룹과 같은 수십 조 자산의 가문에 비교할 바는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러자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음.. 저는 이런 것들에 대해 따로 누구에게 배운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스승이 없습니다.”이윽고 시후는 또 이야기를 이었다. “제 장인어른께서 이 고려청자를 깨뜨리셨습니다. 제가 수습을 하기는 했는데, 혹시 저희가 더 배상해야 하는 건 없을지 감정을 부탁드립니다.” 송민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배상해주실 건 없어요. 오히려 이렇게 복원을 해 주신 덕분에 이 청자는 원래 가치를 훨씬 넘어섰어요. 오히려 예인당이 당신께 신세진 거죠.”은시후는 담담하게 웃었다. “별 말씀을.. 그럼 이 일은 다 처리했으니 저와 제 장인어른은 돌아가겠습니다.”송민정은 큰 눈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선생님, 존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이후에도 소통할 수 있도록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습니다, 아버님.”이라고 말했다.장인은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며, “자네가 이런 솜씨가 있는 줄 진작에 알았으면 내가 청자를 깨뜨렸을 때 콧방귀를 뀌었을 텐데.. 내 그렇게 도망 다니고 뺨까지 몇 대 얻어 맞았어!! 젠장!”뒤이어 그에게 물었다. “얼굴에 이 얻어 맞은 자국이 보이냐?”시후는 “아직 붉은 기운이 조금 남아 있네요.”장인어른은 “맞아..” 라고 말했다. “집에 도착해서 네 장모가 물어보면 내가 전봇대에 잘못해서 부딪혔다고 말해라.”******집에 돌아온 시후는 시장에서 야채를 사와 밥을 짓느라 바삐 움직였다.아내 유나에게 전화해서 무엇을 먹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저녁에는 이태리와 건축 방안을 고민하느라 엠그란드 그룹에서 식사를 대접한다고 답했다.곧 바로 이태리가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회장님! 이제 곧 건축 공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아마 요 며칠 간 사모님께서 바쁘실 겁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세요.”“아. 알겠어요. 아내를 잘 부탁합니다.”어찌 아내가 맡은 중요한 일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그리고는 “가능하면 도시락을 먹지 않도록 잘 해줘요.”라고 회신했다.그러자 이태리는 “걱정 마십시오. 이미 임원 식당을 최고의 요리들로 마련해 놓았습니다.”“네, 잘했어요.”유나가 집에 가서 밥을 먹지 않는 이상, 시후는 일반적인 식재료를 사서 집으로 돌아와 장인 장모에게 한 끼를 대접했다.밥을 다 먹은 후에 노부부가 외출하자 시후는 침대에 누워 조금 전 봤던 『구현보감』의 오묘한 내용을 떠올리고 있었다.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김도훈이었다.시후는 전화를 무시했다. 친한 친구라 호의를 베풀었건만, 결국 나의 말을 듣지 않더니 이제서야?하지만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약혼녀가 바람을 피우고 있는 그의 상황이 조금 가엾었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야? 문제 있어?”라고 물었다.수화기 너머로 김도훈은 하염없이 흐느끼며 말을 얼버무렸다. “시후야.. 내가
목동 병원.김도훈은 응급실 병상에 누워 있었다.그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에다, 오른쪽 다리에도 깁스를 하고 있어 무척 안 돼 보였다.은시후는 안타까움에 마음이 아파왔다. 이렇게 사랑에 눈이 멀어 자신의 앞 날을 예상하지 못하다니..김도훈은 시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계란처럼 부어 오른 눈으로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시후야...” 김도훈은 틈만 나면 통곡을 했다.은시후가 그의 곁으로 다가와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이렇게 슬퍼할 필요 없어. 어떻게 다시 재기하느냐가 중요하지.”김도훈은 “3년 동안 유리만 쫓아다녔어. 그냥 그년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고, 사 달라는 대로 다 사줬다고.. 그런데 어떻게 나한테..?”김도훈은 울음을 그치지 않고 흐느끼며 말했다. “그런데, 다른 놈과 눈이 맞아서 나와 헤어진다고? 요 몇 년 동안 번 돈은 거의 다 그년에게 쏟아 부었다고.. 모아 놓은 돈은 레스토랑 오픈하는데 넣었고, 그런데 지금 그 돈도 돌려주지 않는다고.. 내가 어떻게 그런 쓰레기 같은 인간이랑 사랑 같은 걸 한다고.. 미쳤지 내가..”은시후는 “사람은 다 실수할 수 있어. 그리고 실수를 했을 땐 다시 일어나면 돼! 내가 너에게 선물해 준 그림은? 그 그림은 적어도 수천 만원 돈 할 거야!”김도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만약 내가 네 말을 듣고 그림을 챙기지 않았으면 아마 이 그림도 뺏겼을 거다 시후야..”은시후는 “그래, 그 그림만 있으면 돼. 먼저 누워서 좀 쉬면서 진정해. 내가 그림을 좋은 값에 팔아 올 게.”“시후야, 진짜 고맙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 꼭 갚을 거야.”은시후는 “됐어.. 친구 아니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며 담담하게 말했다.말을 마친 그는 먼저 병실에서 나갔다.조금 전에 급히 온다고 뭔가 준비할 겨를이 없었는데, 김도훈의 기죽은 얼굴을 보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에 입원실에서 먹고 마실 음식들을 사고 입원비를 선납했다.병실로 돌아갔을 때 은시후는 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