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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장

정유리의 아버지가 문화재 감정사라는 소식에 자리에 있던 친구들은 은시후를 경멸하면서도 동정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들은 은시후가 정말 재수 없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맞다고 우기려다 전문가급 인사를 만나 곧 창피를 당하게 될 거니까. 조금 뒤 정유리의 아버지께서 등장한다면 곧바로 사실이 드러날 것이었다.

유나도 조금 부끄러운 듯 조심스럽게 시후에게 말했다. “여보, 동기들이 이렇게 많아요.. 고집부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정말 우리 둘 다 고개를 못 들지도 몰라요.”

레스토랑에 오기 전 시후는 유나에게 도훈에게 줄 그림 한 점을 샀다고 말했다. 분명 몇 푼 안 된다고 했는데, 지금에서 그 그림이 1000만 원이 넘는다니.. 유나는 당최 알 수가 없었다. 아마 남편이 지금 체면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믿기 어려우면 전문가에게 검증 받으시면 되겠죠.”

그러면서 그는 “참, 다들 잊지 마. 지훈이 조금 전에 내기에서 졌는데도 또 내기를 하자고 하네. 이번에 지면 모두가 보는 데서 이 테이블을 씹어 먹는다고 했으니까, 다들 잘 봐.”라고 말했다.

이지훈은 아까 자신의 애마 BMW가 탔던 일이 떠올랐다. 그는 부드득 이를 갈며 “야, 은시후.. 이겼다고 나대지 마! 조금 전 내기는 너에게 속은 거지. 그리고 비록 너에게 속았지만 난 이미 졌다고 인정했어! 하지만 이번에도 지면 내가 기꺼이 패배를 인정할 게! 그렇지만, 만약에 네가 선물한 그 그림이 짝퉁이면? 네가 대신하는 거다?

은시후는 “좋아. 만약 저 동양화가 별 가치가 없으면 네 말대로 할 게.”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 그림은 명화는 아니었지만, 조선시대 화가의 작품이었고 작품을 구매했던 골동품 가게는 유명한 곳으로, 정품을 보장해주는 곳이었기에 결코 가짜일 수가 없었다.

유나가 아무리 은시후를 말려봤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내기를 받아들였기에 유나는 저지하는 것을 그만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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