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 자리에는 은시후가 서 있었다. 작대기는 처음에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다 곧 아연실색하며 은시후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모두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작대기는 이미 손에서 칼을 버리고 좌우로 자신의 뺨을 때리며 용서를 구했다. “은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선생님이 계신 줄도 모르고 이런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죄송합니다!”은시후는 얼떨결에 작대기의 얼굴을 바라보며 “당신, 날 알아?”라고 물었다. 작대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다마다요! 몰라봬서 정말 죄송합니다 선생님.. 저는 철주 형님이랑 같이 다니는 동생 작대기라고 합니다. 지난 번에 헤븐 스프링스에서 뵈었는데.... 제가 실수했습니다.” 시후는 문득 깨달았다.그랬단 말이지..?알고 보니 그날, 헤븐 스프링스에서 임현우와 김혜준을 괴롭게 만든 사람은 바로 이화룡의 막내였는데, 다들 그를 김철주라고 불렀었다. 그런데, 지금 이 앞에 있는 사람이 김철주의 수하였다니..어쩐지.. 자신을 알아보자마자 겁부터 먹었던 것이었다. 사실, 그 때 이화룡도 감히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었지.. 하물며 이화룡이 데리고 다니는 동생의 수하라면..? 동기들은 작대기가 은시후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에 모두 놀라 어리둥절했다. 이 모습을 본 정유리도 놀라기는 매한가지였다. 이지훈을 죽일 듯 구타하던 사내가 왜 데릴사위인 은시후 앞에서 꼼짝 못하고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인지, 아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은시후를 두려워하는 표정까지 지으면서..?유나도 눈이 휘둥그레져 시후에게 “시후 씨, 이게 무슨.. 일이죠? 당신 저 사람을 알고 있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시후는 자신이 조폭들과 관련이 있다는 오해를 받을까 봐 “아뇨, 몰라요. 내가 어떻게 저런 사람을 알겠어요?”라며 다급히 해명했다. 그러자 작대기도 상황을 눈치챈 듯 급히 “아..아니요!! 저는 은선생을 알지 못합니다! 선생님도 저를 모르고요.. 저
유나 역시 오늘 일과 관련된 상세한 내용이 궁금해졌다. 먼저, BMW 520과 관련된 일이었다. 시후가 타고 온 BMW가 어째서 이지훈의 BMW 540보다 훨씬 빨리 달릴 수 있었던 것인지?다음은 시후가 가져온 수천만 원 대의 동양화!마지막은, 왜 시후가 작대기라는 조폭을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또 작대기라는 그 사람은 분명 시후가 마치 두목이라도 되는 듯 굉장히 깍듯하게 대했다.돌아가는 길, 시후는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유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는 이 BMW 520은 전시 매장에서 개조한 모델이라며, 고객들이 이 차가 잘 달린다고 착각하게 만들기 위해서 조금 개조했다고 설명해주었다.유나는 차를 잘 모르는 터라 얼떨결에 시후의 말을 믿었다.동양화는 이미 레스토랑에서 구매 내용을 알려주었기에, 상세한 설명 없이 아는 사람이 헐값에 자신에게 넘겨주었고, 김도훈과의 의리로 그림을 선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하지만 마지막으로 작대기와 자신의 관계를 해명하는 것은 조금 까다로웠다.분명 작대기가 말 끝마다 자신을 선생이라며 깍듯하게 불렀기 때문에, 이유를 대기에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었다.결국, 그는 작대기가 친구의 친척이라고 이야기하기로 결정했다. 동창회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자기 친구 체면이 있으니 자신을 깍듯하게 모시는 것이라고.유나도 이유를 듣고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보아하니, 분명 캐물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더 이상 자세히 묻지 않았다.하지만 뒷자리에 앉아있던 권여빈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시후를 관찰하면 할 수록 무언가 단순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에게 무슨 비밀이 있는지 뒷조사가 필요할 것 같았다. ******한편, 작대기의 어깨에 매달려 가던 이지훈의 마지막 모습은 매우 참담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정신을 잃은 뒤였다.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아버지는 엠그란드 그룹에서 해고되었고, 직무를 이용해 사익을 챙겼다는
유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저녁 만찬으로 시후가 예약한 레스토랑이 이곳이라니?“시후 씨, 지금 날 속이는 거 아니죠?”라며 그녀가 물었다.은시후는 “농담하는 거 아니에요.”라며 미소 지었다.그러면서 은시후는 “며칠 전에 이곳을 예약했어요. 믿지 못하겠다면 들어가서 알아보면 되죠.”유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혼 3년 차.. 시후는 한 순간도 자신을 속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오늘처럼 중요한 날에 아내인 자신을 속일 수 있을까? “아니에요! 괜찮아요~ 난 남편을 믿으니까요.”“그런데 시후 씨, 오늘 스카이 가든은 갈 수 없지 않아요? 오늘 그곳은 누군가 대관 했다고 들었던 것 같아요.”은시후는 황급히 “내가 예약한 곳은 스카이 가든이 보이는 사이드 좌석이라 아마 식사하면서 그곳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식사를 하면서 대체 어떤 사람이 그곳을 통째로 대관할 수 있었던 건지 알 수 있겠죠?”유나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난 시후 씨가 이렇게 치밀한 사람인 줄 생각지도 못했어요! 우훗!”두 사람의 발걸음은 곧바로 샹그릴라 호텔로 향했다.1층 로비에서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기다리고 있을 때, 두 사람의 귓가에 갑자기 한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에엣? 뭐야? 김유나 아니야? 네가 왜 여기 있어?!”유나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바로 맞은편에서 젊은 남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남자는 명품 브랜드 양복을 입고 있었기에 딱 봐도 부잣집 자제처럼 보였고, 여자는 온 몸에 명품을 두른 채 오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의 옷차림은 화려했지만 뭔가 과한 느낌이 있었다.알고 보니 그녀는 유나의 대학 룸메이트, 송지아였다.둘은 같은 기숙사 방을 썼지만, 학과가 같지 않았고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다.송지아는 자기애가 너무 강했고 질투도 심했기에..학창시절 송지아는 늘 유나가 ‘학과 여신’이란 타이틀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진정한 여신은 자신이어야 했기에. 사실, 그녀는 외모로
송지아는 유나의 얼굴을 보며 거만한 표정으로 자신의 옆에 서 있던 남자를 끌어당겼다. “소개할 게. 내 남편 정호민이야!”그러면서 송지아는 “우리 남편은 억대 재산을 물려받은 자산가야.”라며 남편을 치켜세웠다. 유나는 예의상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하지만 순간 시후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오늘처럼 좋은 날, 아내를 데리고 결혼 기념일을 축하하러 왔을 뿐인데 이렇게 짜증나는 상황에 맞닥뜨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참, 우리 남편이 여기 최고 클래스 회원이라, 힘 좀 쓸 수 있는데.. 차라리 이따가 우리 예약 룸에 오는 게 더 낫지 않겠어?”유나가 완곡히 거절하려 했지만, 시후가 웃으며 “제가 예약한 자리도 그닥 나쁘지 않으니 괜찮습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예약한 곳은 맨 꼭대기 층의 스카이 가든으로 아내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주려고 준비한 곳이다. 이런 자신이 왜 송지아 남편이 어떤 회원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더군다나 샹그릴라 호텔 전체가 자신의 것인데, 만약 유나를 데리고 고작 플래티넘 회원이 예약한 룸에 들어간다면 스스로 체면을 깎는 것이 아니겠는가?그 때 송지아가 “아니 세상에.. 유나야, 네 남편 좀 봐! 어쩜 배려를 해줘도 모르니? 평소에 어떻게 사는 거야?”라며 불평을 해댔다. 이어 그녀는 정호민의 팔짱을 끼고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말했다. “은시후 씨는 이런 고급스러운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아.. 사람이 너무 교양이 없잖아~ 혹 필요하면 우리 남편에게 교양 교육을 좀 받는 게 어때?”정호민은 은시후를 건방진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었다. “여보, 나에게 그렇게 불가능한 일을 시키면 어떻게 해~ 은시후 씨는 그냥 저렇게 태어난 것을.. 우리처럼 교양을 갖추기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려워 보인다고.”송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그래요.. 기지배야! 너 빨리 이혼하겠다고 이야기해! 은시후처럼 거지같은 남자랑 평생 살아야 한다니.. 얼마나 억울하냐?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지 않겠어?!”
시후는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름: 송지아. 성별: 여. 나이: 26세. 서울대 졸업.”“대학 신입생 때, 조사에 따르면 호텔 예약 건이 100건이 넘는 것으로 확인됨. 같이 호텔에 간 상대는 같은 학교 유호진, 이한솔, 김수영이라는 이름의 학생임.” 송지아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무슨 헛소리야? 조심해! 내가 너 고소할 거야!”라고 말했다.옆에 있던 정호민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송지아는 “너, 개소리 하지 마!”지후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대학교 2학년 때, SH 그룹 부회장에게 채용됨. 한 달에 약 천만 원씩 3년 동안 돈을 받으면서 낙태를 네 차례 진행. 미래 산부인과의 마지막으로 낙태를 진행한 의사가 평생 불임을 선언함.”그러면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정호민에게 물었다. “정호민 씨, 제가 잘못 짚지 않았다면. 아직 아이가 없는 것 아닙니까?”정호민의 표정이 일순간 일그러지며 송지아를 노려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송지아는 진땀을 빼며, “여보 저 남자 말을 듣지 마. 난 당신이 처음이야! 당신이 더 잘 알잖아?!” “아! 릴렉스, 릴렉스.. 여기 더 멋진 내용이 있으니까.”라며 은지후가 웃었다. 송지아는 당황한 듯 정호민의 손목을 끌면서 말했다. “당신, 그만해! 남편~ 우리 빨리 가는 게 좋겠어! 우리 밥 먹을 시간이 별로 없다고.”정호민은 눈살을 찌푸린 채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은시후에게 “뭐가 더 있죠?”라며 물었다. 은시후는 “잘 들어 보시죠. 송지아는 대학 졸업 후 성형수술을 철저히 하고, 한 달 뒤 정씨의 회사에 입사해 일부러 정씨의 벤틀리 승용차를 얻어 타며 정씨 집안의 대소사를 알게 되었음.” 은시후는 정호민을 바라보며 “내 말이 맞죠, 정호민 씨?”라고 말했다. 정호민은 아연실색했다.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사실이.. 그러니까 그 이전의 기억들이 다 계획된 일이었다고?송지아는 이미 얼굴이 창백 해졌고, 그 자리에
정호민의 안색은 잿빛이 되었고, 핏기도 함께 싹 가셨다.순간, 그는 머리를 세게 얻어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의 인내심이 바닥 났을 때, 그는 송지아를 미칠 듯이 때리며 욕을 퍼부었다. “이 더러운 년, 계속 날 속여?! 그리고 결혼한 것도 모자라 바람까지 피다니.. 우리 어머니께서 아마 널 때려 죽일 거야! 그 전에 내가 널 때려 죽여버리겠어!”송지아는 계속 울부짖었다. 그녀의 머리는 흐트러졌고 멘붕이 와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정호민은 그녀를 때리면서, “당장 이혼해! 내가 널 깨끗하게 내보내 줄 테니까! 안 그럼 내가 사람을 대서 네 부모님, 동생 할 것 없이 다 죽여버리고 강물에 던져버릴 테니 알아서 해!”송지아는 멘붕에 빠졌다!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 정호민과 결혼했는데.. 평생 부잣집 며느리로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그 꿈이 산산조각 난 것이다!이게 다 은시후 때문이야!그녀는 시후를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째려보았다. 하지만, 이 때 시후는 유나에게 웃으며 말했다. “여보, 자기들끼리 물고 뜯게 두고 우리는 식사하러 갑시다.”말을 마친 그는 유나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유나의 눈빛이 가볍게 흔들렸다. 그녀는 속으로 조금 놀랐다. 시후가 어떻게 송지아의 흑역사를 이렇게 많이 알고 있는 거지?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말투로 물었다. “저 내용을 다 당신이 조사한 거예요??”“아.. 그럴 리가? 내가 어디 그런 걸 찾을 수 있겠어요?” 시후는 “예전에 대학 다닐 대 한 친구가 송지아에게 심하게 상처받은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때 많은 자료를 모아 두었죠. 그런데 그 자료들이 오늘 쓸모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로 들어왔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마자 은시후는 최상층 버튼을 눌렀다. “시후 씨? 혹시 층수를 잘못 누른 게 아닌가요? 최상층은 스카이 가든인데요?”“유나 씨, 우리 오늘
그 때 은시후가 손을 내저으며 “저희 둘 만 있고 싶어서요. 자리를 좀 비켜주시겠어요?”라고 말했다.그러자 곧 모든 스태프가 그 자리에서 밖으로 나갔다. 스카이 가든에는 유나와 시후 둘만의 공간으로 바뀌었다.유나는 그 순간 마치 꿈속을 거닐고 있는 것 같았다.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럭셔리한 스타일로 고급스럽고 우아하게 꾸며진 웅장한 내부였다.웅장한 천고는 화려한 크리스탈 샹들리에들이 맑은 빛을 내뿜고 있었는데, 마치 밤하늘에 수 놓인 별처럼 아름다웠다. 그 때문인지 가든 전체가 더 우아하고 고요해 보였다.가든 내부를 가득 채운 클래식 피아노 명곡들은 유나의 마음을 부드럽게 사로잡았고, 싱싱한 생화들은 짙지 않은 그윽한 향기를 풍겼다. 정말 말할 수 없이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이때 연주곡이 클래식한 결혼 행진곡인 으로 바뀌면서 가든 내부에 울려 퍼졌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은은하게 유나의 귓가로 흘러 들었다.유나가 아찔하게 아름다운 풍경에 눈길을 빼앗겨 감탄하고 있을 때, 단정한 수트 차림의 은시후가 꽃다발을 들고서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그가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수정 유리로 된 버진로드가 끊임없이 아름다운 꽃잎들을 그려냈다. 이 꽃잎들은 마치 연주에 따라 춤추는 것 같았기에, 유나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다.지금 이 시각, 스카이 가든 외부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크리스탈 유리 외벽과 바닥을 통해 내부에서 진행되는 모든 상황들을 궁금해하고 있었다.다만, 유감스럽게도 스카이 가든의 유리는 모두 불투명했기에 사람들은 내부를 분명하게 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한 쌍의 젊은 남녀가 서 있었고, 그 내부는 수많은 꽃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바닥에서도 붉은 꽃잎들이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수많은 여성들은 “어머.. 너무 로맨틱한 거 아니야? 이런 장면은 영화에서 밖에 본 적 없는데.. 부럽다..”라며 부러움에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내가 만약 저 여자라면,
희미한 크리스탈 유리 너머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웅장한 결혼식을 보고 있었다.많은 사람들은 부러워하는 동시에 스카이 가든에서 결혼한 커플이 도대체 누구일지 추측하기도 했다.이 결혼식은 친척도, 절친들도, 증인도 없었으며 심지어 주례도 없는 비밀스러운 결혼식이었다.시후는 유나의 손을 잡고 미리 준비해 놓았던 목걸이를 꺼냈다.“유나 씨, 이건 내가 당신에게 주는 결혼기념일 선물이에요.”유나는 투명하고 아름다운 목걸이를 보며 “이거.. 혹시 트라비체에서 판매하는 진품 아니에요? 시후 씨, 이거 대체 어디서 난 거예요?”말을 하면서도 유나는 마음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설마, 우리 남편이 SNS에 나오는 탈인간급 재벌이었던 거야?왜 이 목걸이가 시후 씨의 손에 있는 거지?그런데...그러나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시후가 어떤 사람인데.. 내가 더 잘 알아.. 그런데 어떻게 탈인간급 재벌일 수 있겠어?우리 남편은 부자와는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야!시후는 이때 유나가 당황한 것을 보고, 속으로 자신의 정체를 알려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사실 자신이 LCS 그룹의 자제이며, 엠그란드 그룹의 상속자라는 사실을.. 그러나 순간, 그의 머리속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떠올랐다.사실 자신이 LCS 그룹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어렴풋이 생각나는 어린 시절.. 시후는 삼촌과 큰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었다. 분명 아버지는 외동 아들이 아니었던 것이다.그러니 자신의 삼촌이나 큰아버지도 그룹의 상속자가 될 수 있으며, 만약 자녀가 있다면 자신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만약 모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한 채, 자신과 유나를 보호할 능력이 부족하면서 성급히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면.. 분명 유나도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 분명했다.부자들의 재산 쟁탈 수단은 매우 잔혹하기에, 그는 사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을 만큼 무모한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이유로 그는
시후 은 웃으며 말했다. “형님,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미국에 있는 아내와 자식들은 어떻게 하시려고요?”“괜찮습니다...” 나훈구는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은 은혜를 알면 반드시 갚아야지. 만약 은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아내와 자식들은 제가 실종된 줄 알고 평생 불안에 떨며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 헤맸을 겁니다. 결국 제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경찰로부터 자세한 내막까지 듣게 될 테고, 그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고 비통해 했겠죠...” 이 말을 하며, 나훈구는 시후를 바라보다가 목이 메어 말했다. “제 목숨을 구해주신 건 물론이고, 제 아내와 자식들이 그런 극도의 슬픔을 겪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저뿐만 아니라 제 가족들도 구하신 겁니다. 제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최선의 결과가 될 테니까요. 생활고야 어찌 되든, 저는 가족들이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다만 조금 힘들게 살 뿐이죠.”시후는 나훈구의 단단한 표정과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보고는, 마음속 깊이 감동을 느꼈다.잠시 후, 그는 성도민을 불러 곁으로 오게 하더니 말했다. “성도민 씨, 이 분은 IT 분야의 전문가, 나훈구 씨입니다. 나는 블랙 드래곤에 반드시 이런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그를 데리고 중동으로 돌아가도록 하세요.”성도민은 기쁘게 말했다. “그거 정말 잘 됐습니다! 지금 블랙 드래곤에서는 IT 분야 하드웨어 구축을 강화하려는 참이었는데, 바로 이런 인재가 필요했습니다. IT 인프라와 미래 로드맵을 같이 설계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거든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내가 보기엔, 앞으로 블랙 드래곤은 IT 기업들과 협력해서 자체 위성을 제작하고, 상업 위성 발사 기업을 통해 발사하여 자체 위성 통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블랙 드래곤 내부의 통신은 보안 수준이 매우 높아야 하기 때문에, 외부 통신망이나 서비스 업체에 의존하면 100% 보안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시후의 질문을 들은 나훈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무슨 계획이 있겠습니까. 간신히 은 선생님의 은혜로 살아남았으니, 일단은 미국으로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죠...”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 이미 멕시코까지 와서 선원 일을 하려 하셨던 걸 보면, 미국으로 돌아가도 마땅한 일을 찾기는 힘들지 않을까요?”시후의 이 말을 들은 나훈구의 표정엔 다소 민망함과 무력감이 함께 떠올랐다. 그는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괜찮은 일을 못 찾으면, 그냥 허드렛일이라도 해야지 뭐... 우리 어머니도 식당에서 일하셨는데, 저라고 못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형님, 제 생각엔 차라리 이렇게 하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제 밖으로 나오셨으니 굳이 그렇게 서둘러 돌아가실 필요는 없잖아요? 형님은 IT 쪽 일을 하셨다면서요. 그렇다면 이후엔 블랙 드래곤에서 일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블랙 드래곤은 현재 중동을 거점으로 해서 해상과 항공 양쪽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분명 IT 분야의 수요는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지게 될 것이고, 수준도 높아질 겁니다. 형님 같은 인재가 절실히 필요해요.”시후가 이 말을 할 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 만약 나훈구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최상의 결과일 것이었다. 그는 성도민에게 충분한 보상을 준비시키고, 곧바로 중동으로 데려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훈구가 거절한다면, 여기서 벌어진 비밀들을 알고 있는 그를 미국으로 그냥 돌려보낼 순 없었다. 그렇기에 다른 구출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늘 일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지워야 할 것이다.다만 시후는 가능하면 그 두 번째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과 인연이 닿은 사람이고, 이렇게 큰 사건을 겪은 이상 그에 걸맞은 기회도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억을 지워버리면, 그에겐 이 피비린
때로는, 평생을 바쳐도 이성 무인에서 삼성 무인으로의 도약조차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성 무인이란, 사실 대부분의 무인들이 평생 머무는 한계점과도 같았다. 하물며, 삼성에서 사성, 사성에서 오성, 오성에서 육성으로의 도약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그런데 이번에 시후가 건넨 이 한 잔의 술이, 백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단숨에 수련 경계를 뛰어넘게 해주었다는 건, 그들에겐 말 그대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블랙 드래곤에서 가장 강한 실력을 가진 성도민은 자신과 함께한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그들 대부분이 수련 능력이 상승한 것을 발견하고는, 성도민은 가슴 속 깊은 감격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시후를 다시 바라보며, 감격과 동시에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무릎을 꿇은 뒤 공손히 말했다. “저 성도민은 은 선생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다른 블랙 드래곤의 구성원들도 즉시 정신을 차리고, 성도민을 따라 시후 앞에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소리 높여 외쳤다. “저희들은, 은 선생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희들 역시도 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그 모든 것들을 하겠습니다!”시후는 눈앞에 있는 100여 명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시후는 그들의 눈에 맺힌 눈물과 결연한 표정을 보고는 이들이 자신의 확고한 동료가 되어줄 것임을 느꼈다. 만족스러운 마음에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 은시후는, 앞으로 결코 여러분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블랙 드래곤이든 여러분 각자든, 앞으로 반드시 날개를 펼쳐, 저 넓은 하늘을 훨훨 날게 될 겁니다!”이 말을 들은 대원들은 곧바로 가슴이 뜨거워지며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이때, 지하 수술실을 불태우고 있던 화염은 이미 지상까지 뜨겁게 달궈 놓았고, 불꽃은 땅 위의 건물까지 번지고 있었다. 이에 시후는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씨, 이제 시간이 됐습니다다. 모두 질서 있게 철수하도
시후의 구호가 떨어지자, 그와 함께 모든 대원들이 술잔을 들어 잔 속의 소주를 단숨에 들이켰다.시후에게 있어 이 술에 담긴 영기는 이미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기에, 몸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이 느끼는 기운은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애초에 이 술에 이토록 강력한 에너지가 담겨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대원들이 술을 한 번에 들이켰을 때 온몸에 강렬한 온기가 복부에서 시작해 단전으로 몰려들었고, 곧이어 기운은 마치 산을 무너뜨리고 바위를 쪼개는 듯한 맹렬한 기세로 팔맥을 향해 폭발적으로 밀려들었다!무술가들에게 있어 자신의 실력 향상은 두 가지 핵심 요소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첫 번째는, 기경팔맥 중 몇 개의 경맥이 열려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무술가들의 경지와 실력을 판단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준이다. 경맥을 많이 열수록, 무술가의 등급과 전투력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미 열린 경맥이 얼마나 잘 순환되고 있느냐이다. 대부분의 무술가들은 몇 개의 경맥 만을 겨우 열 수 있을 뿐, 모든 경맥을 완전히 순환시킬 수는 없다. 이것은 마치 사람의 코에 있는 양쪽 콧구멍과도 같아서, 누가 더 뚫려 있느냐에 따라 들숨의 양이 달라지듯 경맥도 얼마나 원활히 순환되느냐에 따라, 에너지 흡수량이 달라지게 된다. 지금 이 소주 안에 담긴 영기는 그들에게 단순히 경맥을 몇 개 더 열게 해준 것이 아니라, 기존에 뚫려 있던 경맥까지 더 넓고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즉, 두 가지 방향에서 동시에 무술가들의 실력을 향상시킨 것이다.그래서 이 순간 블랙 드래곤 대원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라며 자신의 몸속에서 터져 나오는 그 엄청난 기운이 자신이 오랫동안 뚫지 못했던 다음 단계의 경맥까지 열도록 밀어붙이고 있다는 사실에 크나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잠시 후 누군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나... 나 네 번째 경맥을 뚫었어! 진짜야! 네 번째 경맥이 열렸어!!”곧이어 또 다른 사람이 외쳤다. “나도!
조금 전 까지만 해도 꽤 오랜 시간 동안 시후는 지하 수술실에 있었고, 소이연은 다른 블랙 드래곤 대원들과 함께 들어오긴 했지만, 지상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시후는 이제서야 소이연도 멕시코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이 순간, 소이연은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수줍게 말문을 열었다. “은 선생님... 리더가 선생님께서 업무가 있다고 삼성 이상 무인들만 참여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딱 맞는 위치라... 바로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시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물었다. “이번엔 본래 신분을 사용하진 않았겠죠?”“아니에요.” 소이연은 다른 블랙 드래곤 대원들에게 등을 돌린 채, 시후를 향해 장난스럽게 혀를 살짝 내밀고는 말했다. “이번엔 완전히 새 신분으로 왔어요~”“좋습니다.” 시후는 미소 지으며 손에 든 소주를 그녀에게 건넸고, 조금 전 다른 대원들에게 했던 것처럼 공손히 말했다. “오늘 수고 많았어요.”소이연은 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은 선생님께 충성을 다할 수 있는 건, 제게는 큰 영광이에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됐어, 자리에 돌아가요. 돌아가는 길에 이야기 더 하는 걸로 하고. 오늘 밤엔 나랑 같이 미국으로 돌아가죠. 좀 도와줘야 할 일이 있어서요.”소이연은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은 선생님, 탐정... 아직도 절 추적하고 있잖아요. 제가 미국에 가면 혹시 폐를 끼치게 되지 않을까요...?”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감회 어린 어조로 말했다. “제이크 한은 이제 이연 씨를 추적하지 못해요. 얼마 전 그 친구한테 사고가 있었거든. 그 이후로 그가 맡았던 사건들도 대부분 흐지부지 종결됐죠. 게다가 이연 씨는 이미 새로운 신분으로 바꿨잖아. 문제없을 겁니다.”“그럼 정말 다행이에요! 은 선생님께 폐만 안 된다면 저는 뭐든지 다 좋아요! 은 선생님 말씀만 따를게요!”그제야 소이연은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시후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동시에, 경계심과 신중함 또한 한껏 갖추고 있었다. 블랙 드래곤의 전체 전력은 분명 강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재 알려진 세상 안에서만 통하는 이야기였다. 세상 어딘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더 강대한 존재들은 어쩌면 블랙 드래곤보다 훨씬 더 막강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그래서 시후는 생각했다. 앞으로는 자신 개인의 실력 향상은 물론, 블랙 드래곤 전체의 실력도 체계적으로, 꾸준히 끌어올려야 한다고... 만일 훗날, 그 미지의 강적들과 정면으로 맞설 날이 온다면 그때는 적어도, 승산을 조금이라도 더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성도민은 시후의 성격을 잘 알기에, 즉시 몸을 낮춰 공손하게 다짐했다. “은 선생님, 안심하십시오! 저는 절대 개인적인 실력이나, 블랙 드래곤의 전력이 강해졌다고 자만하지 않을 겁니다! 또한 그로 인해 방심하거나 적을 얕보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시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나도 블랙 드래곤의 미래에 대해, 한층 더 기대하게 되는군.” 말을 마치고는 손을 크게 휘두르며 외쳤다. “자, 대원들이 줄을 서서 술을 받도록 하죠!”“예!” 성도민은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흥분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곧장 밖으로 나가 마당에 모인 100여 명의 정예 부대원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대원들! 은 선생님께서 특별히 준비하신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귀중한 술이 있다! 이번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대원들을 위해, 축하와 보상의 의미로 준비하신 것이다! 자 이 술은 천금의 가치가 있고, 너희 인생의 전환점이 될 기회다!” 그러면서 다시 힘주어 말했다. “전원 주목! 첫 번째 줄부터,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로 줄지어 입장해 술을 받아라! 단, 절대로 술을 흘리거나 쏟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단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평생 후회할 거다!”하지만 듣고 있던 대원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어떤 술이길래 천금의 가치가 있다는 건지,
시후가 막 첫 잔을 따르려던 순간, 지하실 쪽에서 갑자기 폭발음이 들려왔다.엄청난 충격과 함께, 땅 전체가 흔들렸다! 지하 수술실 입구가 숨겨진 방에서는 거대한 불길이 뿜어져 나왔는데, 폭발의 위력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었다.시후는 알고 있었다. 김미희를 포함한 악마들이 이 불꽃 속에서 재로 변해, 그 죄악의 생을 완전히 끝냈음을.그리고 그 순간, 시후는 손에 쥐고 있던 동작을 멈췄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는, 방금 막 따른 술잔을 들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들이 억울하게 죽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한 잔의 술을 그분들께 바칩니다. 부디 구천에서도 이 원한이 풀렸음을 알아주시길...”그 말과 함께, 그는 두 손으로 잔을 들어, 그 안의 술을 천천히 땅에 부었다. 이 한 잔의 술을 만약 정말 필요한 이에게 팔았다면, 아마 수천만 달러, 아니 그 이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후에게 있어, 이 술은 무고한 희생자들을 위한 경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의 영혼이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이 술을 땅에 쏟는 이유였고, 결코 낭비라 할 수 없는 행위였다.이후, 시후는 한숨을 내쉬고, 다른 잔들에도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곧, 100여 개의 술잔이 모두 채워졌고, 두 병의 소주도 정확히 사람 수에 맞춰 딱 떨어졌다.그때, 10분이 흘러 성도민이 공손히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은 선생님, 모두 마당에 모였습니다.”시후는 가볍게 답하며 말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예.” 성도민은 대답한 후 문을 열고 들어왔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강렬한 술 향기를 느꼈다. 소주는 본래 향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코를 찌르는 이 향은 평소에 느끼던 그 이상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성도민은 놀랍게도 술 향 속에서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마치 선선한 가을날, 아무 걱정 없이 꿀잠을 자고 난 후 온몸이 개운하고 상쾌해지는 듯한 형언할 수 없는 편안함이었다. 그
몇 분 전.지하 수술실에서 악행으로 가득한 살인범들이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을 때, 시후는 구출된 피해자들을 진정시킨 후, 성도민에게 물었다. “성도민 씨, 내가 미리 준비해달라고 했던 것들, 준비해 놨습니까?”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말씀하신 물건들은 모두 제 차량 트렁크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필요하시면 바로 옮기겠습니다.”“좋아요.” 시후가 말했다. “그럼 가져와요.” 그러고는 가까운 빈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안으로 옮겨 놓도록 하죠.”“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성도민은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곧이어 차 트렁크에서 커다란 종이박스 하나를 꺼내 안고 돌아왔다. 성도민은 두 손으로 종이박스를 안고 오면서, 한 손엔 묵직한 쇼핑백도 들고 있었다.박스에는 소주의 로고가 선명히 찍혀 있었고, 이는 시후가 특별히 부탁해 미리 준비하게 한 축하주였다.박스를 열어보니, 안에는 1.8리터짜리 소주가 두 병 들어 있었고, 또 다른 쇼핑백에는 소주잔이 가득 들어 있었다. 성도민이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요청하신 물건이 여기 있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10분 후에 모두 마당에 집합시켜요. 다 함께 축하주를 나눌 거니까.”성도민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은 선생님, 축하주를 마신다 하셨는데, 술이 좀 부족하지 않습니까? 백 명이 넘는데, 고작 이 소주를 나눠 마시면 1인당 양이 얼마 안 될 텐데요...” 그러고는 덧붙였다. “우리 블랙 드래곤은 주량도 셉니다. 이 정도 술은 그냥 목만 축이는 정도 아닐까요...”시후는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잠시 후 모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과음은 좋지 않죠. 이 술은 형식일 뿐이고, 진짜로 실컷 마시고 싶다면 미국에 돌아가서 마음껏 마시면 되지 않겠어요.”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시후는 말했다. “좋아요. 성도민 씨, 그럼 이젠 가서 할 일 보고, 10분 후에 나를 찾아오도록
김미희는 뒤에 산처럼 쌓인 시체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부하들이 다 죽었는데, 누가 널 구하러 온다는 거야?”후아레스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내 여자친구! 내가 계속 돌아가지 않으면 분명 나를 찾으러 올 거야! 그녀가 올 때까지 살아만 있다면, 구출될 수 있어!”김미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이해가 안 가네. 그런 머리로 어떻게 지금까지 보스를 해먹었는지.” 그러고는 위를 가리키며 냉정하게 말했다. “잊지 마. 밖에는 블랙 드래곤의 대원 백 명이 넘게 포진해 있어. 우리가 죽지 않는 이상, 그 자들은 절대 떠나지 않아. 네 여자친구가 오면, 그저 죽으러 오는 거라고!”후아레스는 한순간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어! 불만 붙이지 않으면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야! 하루만 더 버텨도 살 가능성이 생기는 거야! 기적은 절망 속에서 일어나는 거잖아? 어쩌면 은시후가 마음을 바꿀 수도 있고, 아니면 멕시코 경찰이 여길 찾아낼 수도 있고, 혹시 그 은시후에게 다른 원수가 있어서, 그 원수가 찾아와 그들을 처치해줄 수도 있잖아? 그러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어!”그는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흥분해서, 모두를 설득하려 들었다. “원래 백만 분의 일 확률이라 해도,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어! 슈퍼 로또처럼 말이야. 백만 분의 일이어도 당첨자는 반드시 나오잖아? 그게 바로 우리가 될 수도 있어. 단 조건은 뭐다? 일단 로또를 사야 되는 거지! 살아 있어야 그 가능성이 생기는 거야!”그의 말에 김미희를 비롯한 이들이 조금씩 설득되는 듯했다. 살아 있는 한 기적은 있을 수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기회가 희박해도, 아예 끝내 버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김미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그렇다면 기다려 보자고. 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면, 어쩌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어!”옆에 있던 민영건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기다리자! 나도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