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곤 역시 새파래진 얼굴로 윤우선에게로 다가가서는 이렇게 말했다."동서, 아니.. 지금까지 이런 속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야??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지금 파산하기 직전이라고 하지만, 자네 보다는 낫지?! 훨씬 낫고 말고? 자네도 뭘 가지고 있는지 그냥 보이지 않나? 남편은 뭐 할 줄 아는 것 하나도 없는 멍청이고, 사위도 쓸모 없는 밥만 축내는 놈 아니야?? 그냥 온 집안이 다 형편없고 능력 없는 백수들만 모아 놨어?!”윤우선은 그러자 김창곤에게 대들기 시작했다."아이고! 아주버님, 제 남편이 능력이 없는 건 정말 어쩔 수 없는 건 맞아요. 근데 WS 그룹 남자들은 모두 다 쓸모없는 거 아니에요? 아주버님은 아직도 그걸 모르셨어요? 호호호!""자네..??" 김창곤은 부득부득 이를 갈았다. 그리고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좋아, 윤우선.. 내가 네 남편 욕을 하니깐 나와 내 아들 이야기까지 하면서 싸그리 욕을 한단 말이야?’이때 윤우선은 그에게 말을 계속할 기회를 주지 않고, 허리에 손을 얹은 뒤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그런데 아주버님. 우리 사위가 얼마나 대단한 줄 알고 있어요?? 절대! 쓸모 없다는 그런 소리는 하지 마세요!! 우리 사위가 지금 얼마나 대단한데요?!!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사위는 청년재 아시죠? 그 큰 별장을 얻었잖아요? 우리 식구들은 다음 달이면 별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아주버님은 이런 별장에 들어갈 수 있으세요? 오호호?"사실 윤우선도 시후를 그냥 치켜 세우려고 하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후 이야기를 꺼내서 김창곤을 비웃으며 비꼬는 것은 정말 적절해 보였다. 김창곤이 이 말을 듣고 정말 배알이 꼴려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제기랄, 이건 맞는 말이긴 하잖아?! 은시후 그 병신 같은 자식이 청년재 별장을 가질 수 있다니? 우리는 지금 돈이 부족해서 20년 된 이런 중고 빌라를 사려고 하는데… 그리고 그것도 돈이 부족할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어떻게든 금액을 깎아
윤우선은 홍라연이 자신에게 손을 대려는 것을 보자마자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소리쳤다."당신은 나를 건드릴 수 없어!! 나를 건들지 않는 게 좋을 걸!?"홍라연은 "뭐? 내가 이 역겨운 네 년을 못 건드린다고? 오늘 네 입을 찢어 놓지 않으면 말이 안 되지!"윤우선은 그러자 콧방귀를 뀌었다."아하.. 우리 은 서방이 어떻게 WS 그룹 놈들을 혼내 주었는지 잊었어? 당신의 그 쓰레기 같은 김혜준을 내가 건들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야!! 당신이 나를 건드리면 내가 지금 전화 한 통에 은 서방을 불러서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전화 걸어서 이 늙은 부부를 때려 죽여 버리라고 할 거라고!”이 말이 나오자, 홍라연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갑자기 맥빠진 고무공처럼 아무 짓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지난 번 은시후의 모습은 그녀에게 강한 트라우마를 남겼기 때문이다.그녀는 이전에 누구든지 업신여길 수 있었던 그 멍청한 놈이 왜 갑자기 그렇게 강하고 지위 높은 인간으로 변하게 되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김창곤 역시도 시후를 두려워하고 있었다.윤우선은 두 사람 모두 감히 입을 열지 못하자, 그들 모두 겁을 먹었다는 것을 알고서 더욱 냉소적으로 변했다."아이고, 이렇게 말하고 보니.. 참 두 사람도 딱하네요.. WS 그룹도 이제 거의 다 파산 직전에.. 혜준이랑 혜빈이도 모두 결혼할 상대도 없고.. 게다가 혜빈이는 서울 바닥에서 소문이 자자해서.. 어떻게 앞으로 시집을 갈지..” 윤우선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당신들에게 경고하지 않았다고 탓하지는 마세요. 그리고 제가 감히 한 소리 하자면.. 지금 이렇게 빌라를 구경 올 것이 아니라, 장사를 해서 돈이라도 좀 버는 것이 낫지 않아요?? 지금 이제 앞으로 언제 끼니를 잇지 못하게 될 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인데.. 내가 보기에 교외로 가서 싼 집 한 채를 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리고 남은 푼돈으로 장사를 하시라니까요?”김창곤과 홍라연은 화가 나서 아무 말도 하지 못
아내를 끌고 밖으로 나간 김창곤을 보며 부동산 소장은 더 없이 난처해했다.비록 윤우선의 말을 듣기는 했지만. 두 사람은 자신의 손님이기는 했기 때문이다.진숙희는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어 우선에게 물었다."우선아? 저 두 사람 좀.. 너무한 것 아니야? 아니면 내가 바보라고 생각한 건가..? 무슨 이 별장을 반 값으로 깎는 게 어디 있어?”윤우선은 "그래 저 인간들은 곧 파산할 거라서 아예 돈도 없어. 엄청 가난한 인간들이야. 만약에 네가 저 두 사람이 부른 값으로 빌라를 팔겠다고 계약을 했어도 아마 저 둘은 돈 못 낼 거야!"라고 흉을 보았다.진숙희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에휴 괜히 흥만 깨졌네.. 얘들아~ 다시 고스톱이나 치자아~!!”......김창곤은 아내와 함께 빌라에서 나오자마자 이구동성으로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윤우선을 마주하고 욕설을 내뱉을 수 없는 것은 그저 그녀의 사위 은시후를 만나는 것이 꺼림칙했기 때문이었다. 만일 정말 한바탕 얻어 맞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정말 어쨌든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소장은 두 사람의 곁을 따라다니며 기다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음.. 혹시 두 분 다른 집을 보시겠어요?"홍라연의 얼굴빛은 일그러졌고, 그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어휴? 정말 분위기 파악 좀 해요!!" 말을 마치자, 그녀는 김창곤을 끌고 동네를 가버렸다.홍라연은 그 동네를 벗어 나서도 오히려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윤우선 이 더러운 년!!! 잘난 척하는 꼬라지 좀 봐?! 어휴!! 저년이 조만간 청년재로 들어갈 거라고 자랑을 해대니, 나는 저년 때문에 더 짜증이 나 짜증이!!! 그 별장이 자기 꺼야? 사실 그 은시후 그 놈 아니면 저런 걸 얻기나 하겠냐고?!! 아휴!!! 짜증나!! 아휴!!! 진짜 짜증나 죽겠어!!"김창곤은 차가운 표정으로 “윤우선 저거 저거 정말 너무하긴 했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
윤우선은 김창곤과 홍라연이 이미 그녀의 자산과 사위 시후의 청년재 별장을 노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그녀는 숙희의 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고스톱을 다시 시작하다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저녁 식사 시간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고는 치킨을 배달시켰다. 바삭한 후라이드 치킨을 각자가 들고 뜯어먹으면서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시후는 저녁 상을 차려 놓고 아내와 장인 어른과 함께 식사하고 있었는데, 유나는 엄마가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아빠~ 엄마 좀 신경 쓰세요! 지금 하루 종일 이게 뭐예요?""신경을 쓰라고?!!" 김상곤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야야 유나야, 난 그럴 만한 능력이 없어. 내가 말이야 네 엄마의 일에 관여할 수 있었으면 내가 오늘 이 지경에 이르렀겠어? 그리고 할머니께서 왜 너희 큰아버지를 그~렇~~게 예뻐하시는지, 나한테 묻지 않았냐?”유나는 "혹시 우리.. 엄마 때문이에요??"라며 놀라워했다.“그리!! 바로 네 엄마 때문이야!!!” 김상곤은 한숨을 쉬며 "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애초에 나와 네 엄마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네 엄마가 혼전 임신을 해서 너를 낳지 않았더라면, 아마 네 할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절대로 이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을 거야.”시후는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장모와 장인 어른이 혼전 임신이라니?!김상곤은 이때 또 유나에게 "사실 네 할머니는 네 엄마를 좋아하지 않으셔. 그리고 그게 2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으시더라고.."라고 말했다."왜요??" 유나는 "혹시라도 살다가 불만스러운 점이 있더라도,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면 선입견을 버려야 하지 않아요..?”"할머니는 네 엄마가 억척스럽고 네 엄마 집이 가난하다고 싫어 하더라." 김상곤은 유나에게 답을 해주었다.유나는 어색한 한숨을 내쉬며 "어휴.. 할머니도 우리 엄마보다 별로 나으신 것도 없으면서.."라고 말했다."그래.. 네 말이 맞다." 김상곤은 고개를 끄덕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자신의 손으로 죄를 지었으므로, 이제는 모두가 싫어하는 짐승 같은 인간이 되었다.고바야시 제약 마사오 회장의 사망은 이미 일본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고바야시 마사오의 둘째 아들 고바야시 지로의 선언 아래, 고바야시 이치로는 생부를 독살하고 동생을 내치려고 생각한 역적이 되어 있었다.이 때문에 일본 전역에서는 이치로를 '일본에서 내쫓아야 하는 어리석은 인물'이라고 부르며 욕을 하고 있었다.지로도 이치로의 추격에 대한 현상금을 10억에서 30억으로 올렸다.그는 지금 당장 고바야시 제약의 회장 자리에 오르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는 반드시 형을 빨리 죽게 해야 했다. 그리고 죽기 전에는 절대 일본으로 돌아올 수 없어야 했다. 고바야시 지로도 잘 알고 있었다. 분명히 자신의 형이 아버지를 죽이려고 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한국까지 가서 약을 보낼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멀리서 약을 보내 아버지를 죽였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니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형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지난 번 고바야시 제약은 은시후에게 환약의 제약에 대해 필요한 정보로 큰 돈을 주기로 결정도 했으니, 이 모든 일의 배후가 사실은 바로 자신의 형 이치로가 아니라 은시후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하지만 지로의 입장에선 큰 형이 아무리 억울하다고 하더라도 방법이 없었다. 왜냐하면 만약 이치로가 다시 회사의 회장으로 직위를 계승하겠다고 나서면 자신에게는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이 아닌가..?그렇기에 지로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형을 반드시 제압해야 했다. 그러니 차라리 형님이 서울에서 죽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던 그였다. 고바야시 이치로가 영원히 입을 열지 못한다면 그의 자리도 더욱 더 탄탄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상금을 부단히 올리는 그의 모습을 보면 아마도 지로는 하루 빨리 이치로를 죽일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시후는 이화룡에게 카톡을 보내
고바야시 지로는 확실히 시후에게 좋은 감정이 생길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감히 시후에게 밉보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화룡의 이야기를 따를 수밖에 없었고 그와 몸값을 흥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지로는 진지하게 이화룡에게 말했다."저, 그럼 은시후 씨에게 좀 전해주세요. 우리는 많아도 도합 20억 정도의 돈을 지불할 능력 밖에 안 됩니다.. 현재 우리 쪽에서는 수많은 업자에게서 판매 대금을 받지 못했고, 수십억의 은행 대출도 갚지 못해 굉장히 경영 압박이 심합니다.."그러자 이화룡은 "은 선생님께서는 한 입으로 두 말 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러니 은 선생님과 흥정을 하겠다는 환상은 버리시죠.”라며 단칼에 지로의 말을 거절했다.그러자 지로가 애원했다.“이화룡 씨, 정말 그냥 흥정을 하려는 게 아니라.. 지금 회사 사정이 정말 어려워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아니면, 은 선생님께 두 달 정도 기한을 좀 늦춰 달라고 부탁해주세요. 두 달 후면 제가 반드시 돈을 지불해드리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그 두 달 동안은 형이 살아있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도 알지 못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형이 일본으로 돌아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 하고요!”"두 달 동안...이라.." 순간 이화룡은 생각했다. "잠깐만 기다려 보시죠. 제가 한 번 은 선생님께 여쭤보지요.” 그 즉시 이화룡은 시후에게 연락을 하여 고바야시 지로가 금액을 2개월 후에 지불하게 해 달라고 물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그 때 시후는 저녁 식사 후 식탁을 치우고 있었다. 그 카톡을 보고 시후는 주저 없이 라고 답을 보냈다.이치로는 아직 이화룡의 개 사육장에서 일을 하며 살아 있었다. 이치로는 외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
"그럼 고바야시 이치로를 지금 당장 죽여 버리고 고바야시 지로에게 영상을 보여주면 될까요?"라고 이화룡이 물었다.시후는 "이치로를 잘 숨겨놓고요. 이치로의 머리를 치는 듯한 가짜 동영상을 만들고 그걸 지로에게 보내세요. 그리고는 자신의 형이 죽었다고 전하세요.”라고 답했다."어.. 그럼.. 은 선생님, 이치로의 목숨을 앗아간 것처럼 연기하라는 건가요?" 이화룡은 의아한 듯 물었다."맞아요, 이치로를 남겨두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를 통해 고바야시 제약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미래를 생각한다면.. 사실 50억도 싸다고 할 수 있죠?” 이어 시후는 "또, 이 일에 있어서는 인간의 도리와 같은 것들은 생각하지 마세요. 마음이 약해져서도 안 됩니다. 지금은 오히려 그들을 더 비참하게 만들수록 우리에게 이익이 돌아올 테니까.”라고 말했다."예, 알겠습니다!" 이화룡은 "안심하세요.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시후를 안심시켰다.......그 시각. 이룸 그룹.이룸 그룹 식구들이 식탁에서 식사를 하던 중 고바야시 제약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송 회장은 고바야시 제약의 뉴스를 보고 "흠.. 이 일은 왠지 은 선생님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 보인다.."라고 말했다.그러자 민정은 반찬을 집어 들다 말고 잠시 멈추었다가, 아무 말없이 다시 접시에 반찬을 덜었다.옆에서는 그의 사촌 송영예가 “할아버지,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마도 고바야시 이치로가 이전에 서울에서 열린 한의학 박람회에서 전신 마비와 관련된 치료법을 찾고 그 치료법을 사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졌었는데 아마 그 약이 은시후가 우리에게 준 약이 아닐까 싶어요."그러자 송 회장은 "은 선생님의 이름은, 네가 그렇게 직접 부를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그를 꾸짖었다.송영예는 "아.. 할아버지 죄송해요.. 그러니까 지난 번에 은 선생님이 만들어 주신 약과 같은 것 같아요."라고 고쳐 말했다.송 회장은 송영예가 정신을 차리고
송영예는 은시후를 대하는 송 회장의 태도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마치 은시후를 신처럼 여기는 할아버지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 회장은 최제천 선생과 나이가 거의 비슷했는데 두 사람은 이미 노년의 노인이었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앞으로 죽을 날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이 들게 되었다. 즉 죽음을 두려워하게 된다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송영예는 올해 서른이 채 안 됐다. 이런 젊은이에게 누군가 앞으로 5년을 더 살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면 그는 아마도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살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은 노년의 노인들에게 5년을 더 살 수 있게 해준다면, 그것은 바로 신이며 살아있는 보살과 같은 존재 아니겠는가..?송민정은 송 회장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송영예와 다른 점은 바로 그녀 역시도 시후가 준 환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약은 줄곧 자신의 자가용에 숨겨져 있었고 자신과 시후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그 약 때문에 민정은 바로 이전에는 없던 안심이 됨을 느끼게 되었다. 만약 자신이 어떤 변을 당하게 되었을 때, 이 약을 복용하게 되면 스스로 판을 뒤집고 승리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이런 기회가 있다는 걸 남에게 들려준다면, 아무도 이러한 사실이 뭐가 대단한 지 알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기회가 자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니까. 이런 부분에서는 송영예도 마찬가지였다. 은시후의 환약이 귀한 줄 알았다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 약을 얻으려고 할 것이고 반드시 송 회장에게 아첨을 할 것이다. 그 후에는 송 회장이 자신을 더 높이 평가하도록 노력할 것이고 장래에 자신이 더 많은 자산을 상속받으려고 하겠지.. 그는 송민정처럼 약을 자신의 손에 남겨둘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민정은 지금 자신의 행동이 송 회장에게 불경스러운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이 약이 자신을 향한 시후의 관심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여길
어쨌든 오늘 오후, 이중열이 공항 세관에서 나오는 순간, 바로 자신과 유가휘가 대치하는 순간이 될 것이었다. 그래서 시후는 유가휘의 아내가 옆에서 이 상황을 목격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후는 유미경이 함께 오지 않기를 바랐다. 이틀 간 함께 지내는 동안, 시후는 유미경이라는 여성을 꽤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유미경이 자신과 그녀의 아버지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시후가 이번에 홍콩에 와서 유가휘와 가까워졌을 때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었기에, 유미경 앞에서는 자신의 가면을 벗고 싶지 않았다. 시후의 계획은 공항에서 모든 문제를 처리한 뒤, 더 이상 유가휘의 가족들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었고 유미경과의 관계도 그저 이번 식사를 마지막으로 끝낼 생각이었다.유미경은 시후의 마음속 의도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함께 공항에 가기를 원했다. 시후가 누굴 만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후와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후가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을 원하지 않자, 유미경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식사 후에 침사추이로 돌아가야 해서, 같이 갈 수 없어요.""알겠다." 유가휘는 별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은 비서님의 친구 분이 우리 집에 오고 싶어 하면, 우리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할 테니 그때는 오도록 해라.”유미경은 시후에게 물었다. "은 비서님, 저녁에 먹자 골목에 가실 건가요?" 그러자 시후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고 말했다. "일단 오후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네 알겠어요." 유미경은 시후와 함께 먹자 골목에 가려던 계획이 아마도 연기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그럼 오후에 연락 주세요. 기다릴게요.""그래요."...오후 1시. 식사를 마친 후, 시후와 유가휘의 가족들은 함께 식당을 나섰다. 유가휘는 방가흔에게 말했다. "여보, 당신은 다른 차를 타. 나는 은 비서님과 함께 차를 탈게." 방가흔은 주저 없이 대
시후가 자신의 요청을 들어주자 유가휘는 내심 굉장한 기쁨을 느꼈다. 그는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부유한 사람은 홍콩의 Lii 그룹이었다. 하지만, Lii 그룹은 페이셔스 그룹 앞에서는 전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유가휘는 페이셔스 그룹과 인연을 맺을 기회가 생긴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큰 도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기쁜 마음으로 시후에게 말했다. "은 비서님, 조금 뒤 먼저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드시죠. 아내가 미리 가서 준비를 할 겁니다. 미경이도 함께 올 것이고요. 식사하신 뒤에, 저는 아내와 함께 은 비서님과 공항에서 배유현 회장을 맞이하러 가는 걸로 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계획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하죠."유가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은 비서님, 배유현 회장이 홍콩에 오는데, 어디에 묵으실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홍콩에는 페이셔스 그룹의 소유물이 없어서, 배유현 회장이 호텔에 묵기 위해 이곳까지 오게 하는 건 너무 예의가 없는 것 같아서요. 괜찮으시다면, 배유현 회장을 저희 집으로 초대하는 건 어떻습니까? 저희 집에는 수십 개의 게스트룸이 있으니, 배유현 회장 일행이 충분히 머물 수 있을 겁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그건 제가 대신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배유현 회장이 오면, 그때 상황을 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네요."유가휘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은 비서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좀 더 격식 있게 준비를 하라고 해야겠습니다!"점심 시간이 되어 시후와 유가휘는 미리 예약한 고급 광동식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방가흔은 이미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레스토랑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와 유가휘가 탄 차량이 도착하자, 방가흔은 바로 차량으로 다가왔고, 차량이 멈추었을 때 시후가 타고 있는 오른쪽 차문을 열어주었다.시후는 약간 놀랐다.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방가흔이 자신을 위해 직접 차량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시후는 전화기 너머에서 흐릿하게 들려오는 비행기 엔진 소리를 듣고 물었다. "유현 씨, 지금 비행기에 타고 계신 건가요?"배유현은 서둘러 대답했다. "네, 맞아요. 지금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저는 원 선생님과 함께 홍콩으로 가고 있고 비행기는 2시 30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다만, 이중열 씨가 입국 심사를 받아야 해서, 30분 늦었지만 세관을 통과하기 전에 저희가 먼저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시후는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유현 씨, 이미 많은 도움을 주셔서 이렇게까지 먼 길을 올 필요는 없었는데..”배유현은 주저 없이 말했다. "은 선생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은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정말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셨고, 저는 그저 할 수 있는 일만 했을 뿐이에요. 그게 뭐 힘든 일이겠어요." 사실 배유현은 알고 있었다. 시후가 홍콩에 있으니, 이중열의 안전은 확실히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배유현은 이중열을 안전하게 데려오기 위해 홍콩에 왔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시후를 보고 싶어 온 것이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은인이자, 또 밤낮으로 그리워하는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시후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잡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녀가 생각하기에 홍콩으로 오는 이번 일이 시후를 만나기에 가장 적절한 때였다.시후는 배유현이 홍콩까지 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녀가 오면 이 일이 조금 더 극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시후는 유가휘를 보고, 일부러 웃으며 말했다. "그럼 유현 씨가 이렇게 멀리까지 오셨으니 저도 직접 공항에 나가서 맞이하도록 하죠. 오늘 오후에 공항에서 만나요."배유현은 자신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시후에게 문제를 일으켜 그를 귀찮게 하지 않을까 불안해했지만, 시후의 말을 듣고는 마음 속에 있던 큰 돌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듯했다. 그녀는 매우 기뻐하며 시후가 자신을 마중 나올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후가 오후에 이
시후의 말에 유가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처음으로 이런 의견을 들었던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그는 분명 코웃음을 치며 상대가 단순히 위선적으로 자기 자신을 치켜세우려 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한 홍콩에서는 돈이 조금 있는 남자라면 누구나 연예계에 발을 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가? 심지어 연예인을 만나 결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그러나 시후는 엔터테인먼트계와 얽히는 것을 오히려 수치스러운 일로 여겼다. 이것은 분명 현실과는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유가휘는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매우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홍콩에서는 연예인과 얽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재벌 2세들이라는 것이었다. 반면 자수성가한 재벌 1세들은 대체로 엔터테인먼트계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홍콩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벌어졌다. 아들은 연예계의 유명 여배우를 미친 듯이 쫓아다니며 심지어 결혼까지 꿈꾼다. 하지만 집안의 가장은 이러한 기회를 주지 않고, 철저히 연예인을 내쫓는다. 심지어 어떤 연예인은 재벌 2세의 아이까지 몇 명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명문가에 시집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자수성가한 재벌 1세들은 능력, 배포, 식견, 그리고 자기 위치에 대한 인식이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 2세들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재벌 2세들이 광적으로 집착하는 연예계 스타들은, 재벌 1세의 눈에는 결코 대단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따라서 유가휘는 조금 전 시후가 한 말에서, 시후의 위치가 재벌 2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재벌 2세들이 열광하는 연예계조차도, 시후에게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유가휘는 얼굴이 뜨거워지며 말했다. “은 비서님 말씀대로... 진정한 성공한 인물이라면 연예계와 너무 가까워서는 안 되는 것이 맞습니다...”시후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
홍원산은 급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양주성을 거칠게 잡아 일으켜 뒤에 있던 부하들에게 내던지듯 넘기고는 명령했다. "이 놈을 잘 감시해! 나중에 나갈 때,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하게 하고."부하들은 공손히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형님!" 그 후 두 명의 부하는 양주성을 좌우에서 부축하듯 끌고 나가, 유가휘의 사무실을 떠났다.이때, 시후는 설수아와 함께 있던 또 다른 여성에게 말했다. "그럼 두 사람은 돌아가요. 오늘 본 것과 들은 것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설수아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 있던 또 다른 여성도 마치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설수아는 이미 시후에게 두 번이나 목숨을 구원받았기에 그에 대한 충성심이 커졌고, 함께 있던 또 다른 여성은 시후에 대한 공포심이 강했기 때문에 감히 그를 화나게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두 여성이 떠난 뒤, 유가휘는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양주성은 오늘 나에게 신인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으니, 나름 호의적으로 왔을 텐데... 사무실에 올라왔다가 자기 회사를 홀랑 빼앗길 줄이야....’ 이렇게 생각하며 그는 한탄했다. ‘은 비서는 어제 블랙 드래곤의 리더인 성도민까지 클럽으로 불러냈고, 솔직히 홍원산 따위는 손쉽게 처단할 수도 있었어. 하지만 그를 살려둔 이유가 바로 이거였구나.... 홍원산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왔기에, 은 비서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게 된 거야. 그리고 그는 이제 은 비서의 명령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개가 되었지. 이런 자를 홍콩에 남겨둔다? 이제 은 비서는 홍콩에 강력한 기반을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어....’유가휘는 다시 양주성을 떠올렸다. ‘양주성 저 놈도 정말... 진짜 앞뒤 분간을 못하고 스스로 장기말이 되겠다고 나서다니. 아무래도 앞으로 홍콩에서 계속 살아있고 싶다면, 조용히 몸을 사리는 수밖에 없을 거야....’이때 시후는 유가휘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며, "유
시후는 자신이 어릴 적 많은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기에, 공부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사람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설수아가 더 이상 공부를 하고 싶지 않을 때까지 원하는 만큼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설수아는 시후에게 한없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깊은 감사를 표하며 말했다. “선생님, 안심하세요! 저는 열심히 공부해서 꼭 학업을 마치고,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하지만 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신경 쓰지 말아요. 중요한 건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는 거니까."설수아는 이 말에 감명 깊은 표정으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시후는 그녀에게 물었다. "이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홍콩에 머물 필요는 없겠네요?"설수아는 대답했다. "네... 이미 도쿄대 입학 허가를 받았어요. 정해진 기간 내에 등록 절차만 마치면 되고, 일본으로 가기 전에 비자만 갱신하면 됩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도쿄대에서 무슨 전공을 공부하고 있죠?"설수아는 서둘러 대답했다. "도쿄대학교 경제학부에서 경제학을 배우고 있습니다."시후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경제학이구나. 그럼 이론 뿐만 아니라 실무 경험도 중요할 텐데.. 책만 파는 것보다는 직접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하고요."설수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래는 집안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인턴쉽을 할 회사를 찾으려 했어요."그러자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잘 됐네. 지금 당장 좋은 실습 기회가 있으니까." 그러고는 홍원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은 바로 홍 대표인데, 딱 봐도 공부를 많이 한 분은 아닌 것 같죠? 그런데 지금 그 양 대표님이 회사를 그에게 넘기려고 합니다. 내가 걱정되는 건, 홍 대표가 회사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거죠. 그래서 수아 씨가 개학하기 전까지 짧은 기간이라도 그를 도와 회사 경영을 맡아보는 게 어때요?"홍원산은 이 말을 듣고
하지만 오늘 이 상황을 보아하니, 자신은 이미 피할 길이 없는 것 같았다. 장운추 조차도 상대가 못 되는데, 자신은 어떻게 이곳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살아 남기 위해서는, 시후의 조건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이에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 "선생님, 저... 받아들이겠습니다..."시후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 말은 나에게 할 필요 없어. 당신과 나는 아무런 관계도 없거든. 비록 당신이 오늘 나를 여러 번 모욕했지만, 난 당신에게 손끝 하나 댄 적 없고, 당신 돈도 한 푼도 요구한 적이 없어. 오늘 이 일은 전부 당신과 홍원산 간의 사적인 문제라고. 그를 직접 부른 건 당신이고, 당신을 때린 것도 내가 아닌 홍원산이지. 지금 내가 당신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그에게 팔라고 한 것도, 어디까지나 당신 두 사람이 자발적으로 거래하는 거지, 나랑은 일절 상관이 없는 거야. 그러니 당신 두 사람이 따로 가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 나는 이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거든.”유가휘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와 말도 안 돼. 은시후 이 놈은 정말 뻔뻔함의 극치잖아?! 고작 두 마디 말로 이 일에서 자신을 완벽하게 쏙 빼버리다니?’양주성도 말문이 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가 보기에 비록 시후가 뻔뻔하게 행동하기는 했지만 사실 조금 전 시후가 한 말은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왜냐하면 애초에 오늘 이 모든 상황은 자신이 직접 초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홍원산을 부른 것도, 자신이었고, 자신을 때린 것도 시후가 아닌 홍원산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회사를 매각하는 것 역시 자신과 홍원산 사이의 문제일 뿐, 시후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다시 말해, 오늘 이 고비를 넘기고 나서 후회하여 경찰에게 개입을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시후를 잡을 수는 없을 것이고, 오직 홍원산 만을 체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홍원산은 수천 명의 부하를 거느린 거물이었다. 그러니 그와 적이 된다면, 자신은 그야말로 죽음 밖에 남지 않는 셈이지 않
"예?" 유가휘는 시후의 질문에 순간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그냥... 그냥 목숨만이라도 살려달라는 뜻입니다... 두 다리를 부러뜨려도 괜찮으니 말입니다..."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양주성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좋아, 직접 말해 봐. 내가 어떻게 목숨을 살려주길 바라나?"양주성은 망설임 없이 외쳤다. "이 개 같은 목숨이라도 살려주십시오! 제발, 은 선생님! 제 개 같은 목숨만이라도 살려주십시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회장님도 널 위해 나서주셨으니, 네가 원하는 대로 ‘개 같은 목숨’을 남겨줄 방법을 하나 제시해주지. 불가능한 건 아닐 거야. 지금 내가 기분이 좋으니 해결책을 알려주지." 이렇게 말한 시후는 덧붙여 말했다. "잘 들어. 이건 단 하나뿐인 해결책이다. 네가 받아들이면 이 일은 여기서 끝내겠지만, 거절한다면 모든 걸 홍원산이 알아서 처리할 거다.”양주성은 깜짝 놀라며 기쁨이 밀려왔다. 그는 급히 말했다. "선생님, 무조건 받아들이겠습니다!"그러나 시후는 손을 흔들며 태연하게 말했다. "섣불리 대답하지 마. 내 말을 다 듣고 난 뒤에 다시 결정하라고."양주성은 긴장하며 말했다. "부디 말씀하십시오!"시후는 그를 한 번 쳐다보더니, 홍원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당장 문서를 작성해. 당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단돈 1만 홍콩 달러에 홍원산에게 넘긴다고 말이야.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뭐라고요?!" 양주성은 즉시 무너져 내리며 외쳤다. "그건 내 반평생의 피땀 어린 결실입니다!"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서 거절하겠다는 거야?"이때 유가휘가 다급하게 나섰다. "양 대표, 지금 죽게 생겼는데도 그까짓 재산이 그렇게 중요해? 은 선생님은 네가 가진 모든 걸 빼앗겠다는 것도 아니잖아. 그저 엔터테인먼트 회사 하나만 넘기면 되는 거라고! 도대체 뭐가 그렇게 고민이야?"시후는 유가휘를 바라보며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회장님, 조금 전
시후는 냉소하며 말했다. "그가 이곳에서 나에게 그렇게 잘난 척을 해댔는데, 내가 그냥 봐주면 내가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습니까?”유가휘는 급히 말했다. "은 비서님.... 제 말은 그저 그를 완전히 용서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처벌 방식을 조금 바꿔 주셔서 최소한 목숨만 살려주셨으면 해서...."양주성도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애원했다. "그렇습니다, 선생님! 제발 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그럼, 뭐든 선생님께서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다급하게 덧붙였다. "선생님, 제가 원하시면 얼마든지 돈으로 사죄하겠습니다! 얼마를 원하시든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당신을 얕보는 건 아닌데, 솔직히 말해서 관대한 처분을 바라며 그에 대한 대가로 돈을 주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당신 수준은 나에게 조건을 걸 만한 깜냥이 안 돼." 그런 뒤 시후는 경멸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회사 시가총액이 얼마지?"양주성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대략 30억 홍콩 달러 정도입니다...."시후는 비웃으며 말했다. "미국 달러로 환산해 봐야 겨우 4억 달러 남짓이군. 솔직히 말해서, 그건 먼지 정도로 적어. 게다가 당신의 전 재산을 다 합쳐 봐야 10억 달러가 최대일 텐데, 홍원산에게 물어봐. 어제 장운추가 나에게 용서를 받기 위해 어떤 조건을 걸었는지.""장운추?!" 양주성은 경악하며 홍원산을 바라보았다.홍원산은 우월한 태도로 말했다. "잘 들어라, 양주성. 어제 장운추는 은 선생님께 용서를 구하기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총 100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약속했다!""10년 동안 100억?! 그것도 미국 달러로?!" 양주성은 입을 떡 벌리고 경악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반박했다. "아니, 장운추도 총 자산이 100억 달러 남짓일 텐데.... 그가 어떻게 그런 거액을 내겠다고 약속했단 말이야....?"“짜악!” 홍원산은 양주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양주성의 뺨을 후려쳤다.양주성은 눈앞이 번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