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선은 홍라연이 자신에게 손을 대려는 것을 보자마자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소리쳤다."당신은 나를 건드릴 수 없어!! 나를 건들지 않는 게 좋을 걸!?"홍라연은 "뭐? 내가 이 역겨운 네 년을 못 건드린다고? 오늘 네 입을 찢어 놓지 않으면 말이 안 되지!"윤우선은 그러자 콧방귀를 뀌었다."아하.. 우리 은 서방이 어떻게 WS 그룹 놈들을 혼내 주었는지 잊었어? 당신의 그 쓰레기 같은 김혜준을 내가 건들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야!! 당신이 나를 건드리면 내가 지금 전화 한 통에 은 서방을 불러서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전화 걸어서 이 늙은 부부를 때려 죽여 버리라고 할 거라고!”이 말이 나오자, 홍라연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갑자기 맥빠진 고무공처럼 아무 짓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지난 번 은시후의 모습은 그녀에게 강한 트라우마를 남겼기 때문이다.그녀는 이전에 누구든지 업신여길 수 있었던 그 멍청한 놈이 왜 갑자기 그렇게 강하고 지위 높은 인간으로 변하게 되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김창곤 역시도 시후를 두려워하고 있었다.윤우선은 두 사람 모두 감히 입을 열지 못하자, 그들 모두 겁을 먹었다는 것을 알고서 더욱 냉소적으로 변했다."아이고, 이렇게 말하고 보니.. 참 두 사람도 딱하네요.. WS 그룹도 이제 거의 다 파산 직전에.. 혜준이랑 혜빈이도 모두 결혼할 상대도 없고.. 게다가 혜빈이는 서울 바닥에서 소문이 자자해서.. 어떻게 앞으로 시집을 갈지..” 윤우선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당신들에게 경고하지 않았다고 탓하지는 마세요. 그리고 제가 감히 한 소리 하자면.. 지금 이렇게 빌라를 구경 올 것이 아니라, 장사를 해서 돈이라도 좀 버는 것이 낫지 않아요?? 지금 이제 앞으로 언제 끼니를 잇지 못하게 될 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인데.. 내가 보기에 교외로 가서 싼 집 한 채를 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리고 남은 푼돈으로 장사를 하시라니까요?”김창곤과 홍라연은 화가 나서 아무 말도 하지 못
아내를 끌고 밖으로 나간 김창곤을 보며 부동산 소장은 더 없이 난처해했다.비록 윤우선의 말을 듣기는 했지만. 두 사람은 자신의 손님이기는 했기 때문이다.진숙희는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어 우선에게 물었다."우선아? 저 두 사람 좀.. 너무한 것 아니야? 아니면 내가 바보라고 생각한 건가..? 무슨 이 별장을 반 값으로 깎는 게 어디 있어?”윤우선은 "그래 저 인간들은 곧 파산할 거라서 아예 돈도 없어. 엄청 가난한 인간들이야. 만약에 네가 저 두 사람이 부른 값으로 빌라를 팔겠다고 계약을 했어도 아마 저 둘은 돈 못 낼 거야!"라고 흉을 보았다.진숙희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에휴 괜히 흥만 깨졌네.. 얘들아~ 다시 고스톱이나 치자아~!!”......김창곤은 아내와 함께 빌라에서 나오자마자 이구동성으로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윤우선을 마주하고 욕설을 내뱉을 수 없는 것은 그저 그녀의 사위 은시후를 만나는 것이 꺼림칙했기 때문이었다. 만일 정말 한바탕 얻어 맞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정말 어쨌든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소장은 두 사람의 곁을 따라다니며 기다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음.. 혹시 두 분 다른 집을 보시겠어요?"홍라연의 얼굴빛은 일그러졌고, 그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어휴? 정말 분위기 파악 좀 해요!!" 말을 마치자, 그녀는 김창곤을 끌고 동네를 가버렸다.홍라연은 그 동네를 벗어 나서도 오히려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윤우선 이 더러운 년!!! 잘난 척하는 꼬라지 좀 봐?! 어휴!! 저년이 조만간 청년재로 들어갈 거라고 자랑을 해대니, 나는 저년 때문에 더 짜증이 나 짜증이!!! 그 별장이 자기 꺼야? 사실 그 은시후 그 놈 아니면 저런 걸 얻기나 하겠냐고?!! 아휴!!! 짜증나!! 아휴!!! 진짜 짜증나 죽겠어!!"김창곤은 차가운 표정으로 “윤우선 저거 저거 정말 너무하긴 했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
윤우선은 김창곤과 홍라연이 이미 그녀의 자산과 사위 시후의 청년재 별장을 노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그녀는 숙희의 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고스톱을 다시 시작하다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저녁 식사 시간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고는 치킨을 배달시켰다. 바삭한 후라이드 치킨을 각자가 들고 뜯어먹으면서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시후는 저녁 상을 차려 놓고 아내와 장인 어른과 함께 식사하고 있었는데, 유나는 엄마가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아빠~ 엄마 좀 신경 쓰세요! 지금 하루 종일 이게 뭐예요?""신경을 쓰라고?!!" 김상곤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야야 유나야, 난 그럴 만한 능력이 없어. 내가 말이야 네 엄마의 일에 관여할 수 있었으면 내가 오늘 이 지경에 이르렀겠어? 그리고 할머니께서 왜 너희 큰아버지를 그~렇~~게 예뻐하시는지, 나한테 묻지 않았냐?”유나는 "혹시 우리.. 엄마 때문이에요??"라며 놀라워했다.“그리!! 바로 네 엄마 때문이야!!!” 김상곤은 한숨을 쉬며 "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애초에 나와 네 엄마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네 엄마가 혼전 임신을 해서 너를 낳지 않았더라면, 아마 네 할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절대로 이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을 거야.”시후는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장모와 장인 어른이 혼전 임신이라니?!김상곤은 이때 또 유나에게 "사실 네 할머니는 네 엄마를 좋아하지 않으셔. 그리고 그게 2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으시더라고.."라고 말했다."왜요??" 유나는 "혹시라도 살다가 불만스러운 점이 있더라도,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면 선입견을 버려야 하지 않아요..?”"할머니는 네 엄마가 억척스럽고 네 엄마 집이 가난하다고 싫어 하더라." 김상곤은 유나에게 답을 해주었다.유나는 어색한 한숨을 내쉬며 "어휴.. 할머니도 우리 엄마보다 별로 나으신 것도 없으면서.."라고 말했다."그래.. 네 말이 맞다." 김상곤은 고개를 끄덕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자신의 손으로 죄를 지었으므로, 이제는 모두가 싫어하는 짐승 같은 인간이 되었다.고바야시 제약 마사오 회장의 사망은 이미 일본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고바야시 마사오의 둘째 아들 고바야시 지로의 선언 아래, 고바야시 이치로는 생부를 독살하고 동생을 내치려고 생각한 역적이 되어 있었다.이 때문에 일본 전역에서는 이치로를 '일본에서 내쫓아야 하는 어리석은 인물'이라고 부르며 욕을 하고 있었다.지로도 이치로의 추격에 대한 현상금을 10억에서 30억으로 올렸다.그는 지금 당장 고바야시 제약의 회장 자리에 오르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는 반드시 형을 빨리 죽게 해야 했다. 그리고 죽기 전에는 절대 일본으로 돌아올 수 없어야 했다. 고바야시 지로도 잘 알고 있었다. 분명히 자신의 형이 아버지를 죽이려고 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한국까지 가서 약을 보낼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멀리서 약을 보내 아버지를 죽였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니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형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지난 번 고바야시 제약은 은시후에게 환약의 제약에 대해 필요한 정보로 큰 돈을 주기로 결정도 했으니, 이 모든 일의 배후가 사실은 바로 자신의 형 이치로가 아니라 은시후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하지만 지로의 입장에선 큰 형이 아무리 억울하다고 하더라도 방법이 없었다. 왜냐하면 만약 이치로가 다시 회사의 회장으로 직위를 계승하겠다고 나서면 자신에게는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이 아닌가..?그렇기에 지로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형을 반드시 제압해야 했다. 그러니 차라리 형님이 서울에서 죽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던 그였다. 고바야시 이치로가 영원히 입을 열지 못한다면 그의 자리도 더욱 더 탄탄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상금을 부단히 올리는 그의 모습을 보면 아마도 지로는 하루 빨리 이치로를 죽일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시후는 이화룡에게 카톡을 보내
고바야시 지로는 확실히 시후에게 좋은 감정이 생길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감히 시후에게 밉보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화룡의 이야기를 따를 수밖에 없었고 그와 몸값을 흥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지로는 진지하게 이화룡에게 말했다."저, 그럼 은시후 씨에게 좀 전해주세요. 우리는 많아도 도합 20억 정도의 돈을 지불할 능력 밖에 안 됩니다.. 현재 우리 쪽에서는 수많은 업자에게서 판매 대금을 받지 못했고, 수십억의 은행 대출도 갚지 못해 굉장히 경영 압박이 심합니다.."그러자 이화룡은 "은 선생님께서는 한 입으로 두 말 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러니 은 선생님과 흥정을 하겠다는 환상은 버리시죠.”라며 단칼에 지로의 말을 거절했다.그러자 지로가 애원했다.“이화룡 씨, 정말 그냥 흥정을 하려는 게 아니라.. 지금 회사 사정이 정말 어려워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아니면, 은 선생님께 두 달 정도 기한을 좀 늦춰 달라고 부탁해주세요. 두 달 후면 제가 반드시 돈을 지불해드리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그 두 달 동안은 형이 살아있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도 알지 못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형이 일본으로 돌아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 하고요!”"두 달 동안...이라.." 순간 이화룡은 생각했다. "잠깐만 기다려 보시죠. 제가 한 번 은 선생님께 여쭤보지요.” 그 즉시 이화룡은 시후에게 연락을 하여 고바야시 지로가 금액을 2개월 후에 지불하게 해 달라고 물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그 때 시후는 저녁 식사 후 식탁을 치우고 있었다. 그 카톡을 보고 시후는 주저 없이 라고 답을 보냈다.이치로는 아직 이화룡의 개 사육장에서 일을 하며 살아 있었다. 이치로는 외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
"그럼 고바야시 이치로를 지금 당장 죽여 버리고 고바야시 지로에게 영상을 보여주면 될까요?"라고 이화룡이 물었다.시후는 "이치로를 잘 숨겨놓고요. 이치로의 머리를 치는 듯한 가짜 동영상을 만들고 그걸 지로에게 보내세요. 그리고는 자신의 형이 죽었다고 전하세요.”라고 답했다."어.. 그럼.. 은 선생님, 이치로의 목숨을 앗아간 것처럼 연기하라는 건가요?" 이화룡은 의아한 듯 물었다."맞아요, 이치로를 남겨두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를 통해 고바야시 제약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미래를 생각한다면.. 사실 50억도 싸다고 할 수 있죠?” 이어 시후는 "또, 이 일에 있어서는 인간의 도리와 같은 것들은 생각하지 마세요. 마음이 약해져서도 안 됩니다. 지금은 오히려 그들을 더 비참하게 만들수록 우리에게 이익이 돌아올 테니까.”라고 말했다."예, 알겠습니다!" 이화룡은 "안심하세요.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시후를 안심시켰다.......그 시각. 이룸 그룹.이룸 그룹 식구들이 식탁에서 식사를 하던 중 고바야시 제약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송 회장은 고바야시 제약의 뉴스를 보고 "흠.. 이 일은 왠지 은 선생님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 보인다.."라고 말했다.그러자 민정은 반찬을 집어 들다 말고 잠시 멈추었다가, 아무 말없이 다시 접시에 반찬을 덜었다.옆에서는 그의 사촌 송영예가 “할아버지,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마도 고바야시 이치로가 이전에 서울에서 열린 한의학 박람회에서 전신 마비와 관련된 치료법을 찾고 그 치료법을 사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졌었는데 아마 그 약이 은시후가 우리에게 준 약이 아닐까 싶어요."그러자 송 회장은 "은 선생님의 이름은, 네가 그렇게 직접 부를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그를 꾸짖었다.송영예는 "아.. 할아버지 죄송해요.. 그러니까 지난 번에 은 선생님이 만들어 주신 약과 같은 것 같아요."라고 고쳐 말했다.송 회장은 송영예가 정신을 차리고
송영예는 은시후를 대하는 송 회장의 태도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마치 은시후를 신처럼 여기는 할아버지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 회장은 최제천 선생과 나이가 거의 비슷했는데 두 사람은 이미 노년의 노인이었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앞으로 죽을 날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이 들게 되었다. 즉 죽음을 두려워하게 된다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송영예는 올해 서른이 채 안 됐다. 이런 젊은이에게 누군가 앞으로 5년을 더 살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면 그는 아마도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살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은 노년의 노인들에게 5년을 더 살 수 있게 해준다면, 그것은 바로 신이며 살아있는 보살과 같은 존재 아니겠는가..?송민정은 송 회장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송영예와 다른 점은 바로 그녀 역시도 시후가 준 환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약은 줄곧 자신의 자가용에 숨겨져 있었고 자신과 시후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그 약 때문에 민정은 바로 이전에는 없던 안심이 됨을 느끼게 되었다. 만약 자신이 어떤 변을 당하게 되었을 때, 이 약을 복용하게 되면 스스로 판을 뒤집고 승리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이런 기회가 있다는 걸 남에게 들려준다면, 아무도 이러한 사실이 뭐가 대단한 지 알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기회가 자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니까. 이런 부분에서는 송영예도 마찬가지였다. 은시후의 환약이 귀한 줄 알았다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 약을 얻으려고 할 것이고 반드시 송 회장에게 아첨을 할 것이다. 그 후에는 송 회장이 자신을 더 높이 평가하도록 노력할 것이고 장래에 자신이 더 많은 자산을 상속받으려고 하겠지.. 그는 송민정처럼 약을 자신의 손에 남겨둘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민정은 지금 자신의 행동이 송 회장에게 불경스러운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이 약이 자신을 향한 시후의 관심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여길
그러자 민정은 "할아버지, 그럼 선물은 뭘로 가지고 갈까요?"라고 물었다.송 회장은 "몇 년 전에 누가 나에게 천연 비취를 선물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받은 후에 마음이 안정되기도 하고 참 좋더구나.. 그러니 마음이 심란할 최 대표에게 그런 종류의 선물을 하면, 좋지 않겠나 싶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라고 이야기 해주었다.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네 할아버지,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다.그러자 송 회장은 갑자기 할 말이 있는 듯 자리에서 일어선 뒤 민정에게 말했다."민정아, 그리고 할 말이 있으니 내 방으로 따라와라.""네, 할아버지." 민정은 영문도 모른 채 급히 일어나 따라 갔고 할아버지와 함께 그의 서재로 들어 갔다.서재에서 송 회장은 마호가니 의자에 앉아 민정에게 물었다. "민정아, 요즘 은 선생님과 어떻게.. 잘 되가는 거냐?""아.. 할아버지, 저요..? 그게.. 음...." 민정의 얼굴이 붉어졌다.송 회장은 웃으며, "이 녀석아, 뭘 그렇게 부끄러워 하는 거냐..? 뭐 있는 거 그대로 얘기해 봐!”라고 말했다."음.. 할아버지, 요즘 사실 은 선생님께서 굉장히 바쁘세요.. 그래서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요..."그러자 송 회장은 다소 실망한 표정으로 "민정아,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면 안 된다.. 그래! 넌 아직 어리지만, 이 할아비는 이미 늙어서 몇 년을 기다릴 수 없단 말이다..." 그리고 송 회장은 황급히 "민정아, 이 할아버지가 말하는 것은 말이야 은 선생님을 납치해오라는 것도 아니고, 은 선생님과 어떻게 지내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나도 은 선생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잘 알지 않느냐? 너도 은 선생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렇지?”민정은 얼굴을 붉히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 역시도 시후에게 마음이 깊어진 지 오래였다. 그녀처럼 강한 여자는 능력 있는 남자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후에게 마음을 쏟게 된 것이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제임스는 이어 말했다. “이번 일이 지나고 배 도련님이 무사히 돌아오면, 그에게 얘기해서 더 이상 당신이 페이셔스 그룹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도록 할 게요. 나와 함께 시애틀로 가요.”가정부는 크게 기뻐하며 물었다. “제임스... 진심이예요?!”“물론이지!” 제임스는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은 내가 좋아하는 여자야.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집에서 가정부를 할 수는 없지.. 당신은 장차 아내가 되어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을 사람이라고, 남을 돌보는 건 당신의 일이 될 수 없지.”제임스의 이 ‘상류층 남자’와 같은 식의 말은 가정부를 단번에 매료시켰고, 그녀는 마치 동화 속에서 왕자를 만난 평민 소녀처럼 가슴이 설레었다. 그녀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데렐라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고, 어릴 적부터 드라마와 소설에서 꿈꾸던 상류층과의 로맨스가 제임스를 만난 덕분에 현실처럼 다가왔다.가정부는 감동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 제임스... 정말로 저를... 저를 거부하지 않으세요?”“거부할 리가 있겠어!” 제임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어루만지며 웃었다. “지금은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배 도련님이 돌아오길 기다리면 돼요. 그러면 그때 가서 말해볼게요. 그가 거절할 리 없어.”“네..” 가정부는 머리를 연신 끄덕이며, 감격에 몸을 떨었다.그때 제임스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제시.. 난 지금 배 도련님이 무척 걱정 되는데..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둘의 행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거예요. 그러니 요즘 페이셔스 그룹의 사람들에게 가까이 갈 기회가 있다면, 꼭 주의 깊게 들어줘요. 만약 그들이 닌자에 대해 언급하면 특별히 신경 써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최대한 기억해 둬요.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알아보고요, 알겠죠?”제임스는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이 동생을 죽인 미스터리의 인물 외에도 일본 닌자들이었다. 만약 이번 사건이 닌자들의 짓이라면
제임스는 세상에 누군가가 배호영의 귀를 자를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런 잔혹한 방법은 너무나도 잔인해서 재벌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떤 재벌가라도 집안의 일원이 이런 일을 당하면, 상대와 끝까지 싸우기 위해 모든 것을 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임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만약 정말 그 닌자들이 한 일이라면, 이렇게 대담할 수는 없었을 거야... 페이셔스 그룹의 힘이 워낙 강력하니까. 아무리 미국과 일본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페이셔스 그룹이 진지하게 공격하려 하면, 이가 닌자 전체가 달려들어도 페이셔스 그룹을 이길 수 없을 텐데..’ 그리고 나서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설마 진짜 배후는 닌자들이 아니란 말인가? 만약 그들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지?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위치도 무시할 수 있는 존재라면, 이 미스터리한 인물의 실력은 가늠조차 어려울 거야..’ 그러다 제임스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마음속으로 물었다. ‘설마 제이콥을 죽인 그 사람인가?!’ 그 순간, 제임스는 온몸이 떨리고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만약 배호영을 납치한 배후가 동생 제이콥을 죽이고 이탈리아 조직을 사라지게 한 그 미스터리의 인물이라면, 다음 목표는 분명 자신일 것이다.옆에 있던 가정부는 제임스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 “제임스... 괜찮아요?”제임스는 정신을 차리며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야... 단지... 배 도련님이 이런 일을 당할 줄 몰랐을 뿐이예요...”“그러게요…” 가정부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들리는 말로는, 회장님께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고 하네요…”제임스는 재빨리 물었다. “또 다른 소식은 없나요?”가정부는 생각하며 말했다. “다른 소식은 별로 없어요.. 도련님이 납치된 이후로 집안의 여자 분들을 돌보라는 지시가 내려졌어요. 사모님께서 도련님의 귀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기절하셨거든요. 저는 계속 부인을 돌보고 있다가 이
페이셔스 그룹은 많은 인력을 동원해 브루클린 사건 현장 근처에서 목격자를 수색했고, 사건 발생 당시의 영상을 촬영한 사람들에게 10만 달러의 현금으로 영상을 사들이겠다고 약속했다. 게다가 영상을 제공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개인 정보를 기록하지 않고 현금으로 거래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사람들의 의심을 불식시키려 했다. 이 전략은 효과가 좋았다. 소문이 브루클린에 퍼지자 사건을 촬영한 사람들이 줄지어 페이셔스 그룹에 영상을 팔러 왔다. 불과 20분 만에 페이셔스 그룹은 여덟 개의 서로 다른 각도에서 촬영된 사건 영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일부는 배한빈이 거리의 여인과 키스하는 장면부터 촬영했으며, 또 다른 일부는 그가 두 개의 귀를 발견하는 장면부터 촬영했다. 페이셔스 그룹이 원하는 것은 후자의 영상이었다. 그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언론과 대중 앞에서 동정을 유도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페이셔스 그룹이 상상도 못한 것은, 영상을 판매한 8명의 행인 중 네 명이 블랙 드래곤의 일원이었다는 것이다. 이중열은 페이셔스 그룹이 반드시 명성을 회복하려고 노력할 것이며, 그 방법으로 동정을 유도할 것이라는 점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그의 계산에 맞춰 진행된 셈이었다.블랙 드래곤의 일원들이 거리의 행인으로 변장해 사건을 촬영한 이유는 바로 페이셔스 그룹에 그들이 원하는 ‘방패’와 ‘무기’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처음 배한빈이 거리의 여인과 키스하는 영상을 공개한 사람도 블랙 드래곤이었다. 배해산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자들과 자신들에게 방어 수단을 제공하는 자들이 모두 시후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현재 거대한 힘을 가진 페이셔스 그룹은 그저 시후에 의해 미로 속에서 놀아나는 쥐와 같을 뿐이었다. 겉보기엔 그들 스스로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든 모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교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한편, 페이셔스 그룹이 영상을 찾고 있는 동안 페이셔스 그룹의 집에 숨어 있는 제임
배해산의 견해로는 오해를 받는 일은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저 중요한 것은 오해를 빨리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더 좋은 효과를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로맨스 영화들을 보면, 남녀 주인공이 처음엔 서로 오해를 하다가 그 오해가 풀리면서 더욱 관계가 깊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인간이란 원래 그렇지 않은가.그래서 배해산은 이번 사건을 위기 관리의 좋은 기회로 보았다. 이번 기회를 잘 잡게 된다면, 그래서 배한빈에게 위대한 아버지라는 이미지를 세워준다면, 배한빈은 분위기의 반전을 이끌어 낸 뒤 승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페이셔스 그룹 또한 더 나은 대중적 지지 기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이때 배해산의 동생 배한산이 말했다. “형님, 기자들을 집으로 직접 부르는 건 너무 의도적이지 않습니까. 비록 인질범들이 화를 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우리가 일부러 동정을 사고자 하는 것으로 여길 겁니다.”배해산은 반문했다. “그럼 네 생각은 뭐냐?”배한산은 급히 제안을 내놓았다. “형님, 제 생각엔 차라리 영상처럼, 우선 제 3자를 통해 호영이가 납치되었고, 한빈이 아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는 사실을 먼저 알리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 다음 뒤에서 여론을 부추기면 언론들은 분명 우리를 찾아올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받아 이번 사건의 진상을 공개하면 되죠.”배해산은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이렇게 하면 훨씬 자연스러워지겠구나.”배한빈은 이 말을 듣고 급히 말했다. “아버지!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여러 명이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었어요. 그 사람들은 호영이의 귀를 그 상자에서 꺼내는 장면을 분명히 찍었을 겁니다. 그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가기만 하면, 이 일은 확실히 해결될 것 같습니다!”배해산은 즉시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영상 촬영자를 찾기 위해 10만 달러의 포상금을 걸도록 해라. 그런 다음 이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알겠습니다!” 배한빈이 대답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사람은 말했다. 심지어 더 악의적인 댓글도 있었다. 온라인에는 각국 언어로 다양한 조롱과 비난이 넘쳐났고, 전 세계 네티즌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했다. 페이셔스 그룹에 대한 여론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보며 배한빈은 애가 타서 아버지 배해산에게 말했다. “아버지, 제발 어떻게 좀 해주세요. 이 일이 계속 이렇게 악화되면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페이셔스 그룹 전체의 체면이 다 깎이겠습니다..”지금 배한빈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명성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이었다. 앞으로 사람들이 그를 볼 때마다, 또는 그의 이름만 들어도 매춘부와의 사건을 떠올린다면, 그의 앞날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되면 그는 마치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이 되어 버릴 것이고, 그의 아버지 역시 그를 가문의 후계자로 세우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을 도와 이 상황을 반전시켜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배해산도 걱정스러웠다. 그는 아들의 명성뿐만 아니라 집안의 미래에도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자신이 막 회장직에 올랐고, 외부에서는 그가 권력을 강제로 빼앗았다고 떠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시후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정신과 심리 양쪽으로 압박을 하여 적이 저항하지 못하고 순종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시후는 이미 부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의 약점을 정확히 노릴 수 있었다. 대다수 부유층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익과 체면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후가 이번 일을 크게 키우고 페이셔스 그룹에 큰 타격을 주고 싶다면, 그들의 치부를 폭로하는 방법이 최고의 해결책이었다. 배한빈이 집에 돌아와 분노에 가득 찬 가족들을 마주하고 나서야, 그는 이미 인터넷에서 자신이 화제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영상이 인터넷에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것을 보고 그는 거의 기절을 할 뻔했다. 그는 그 길거리 매춘부가 꼴도 보기 싫어 한참 동안 불쾌했고, 차 안에서도 몇 번이고 토할 뻔했었다. 게다가 손에는 아들의 두 귀가 들려 있었으니,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간신히 버티고 집에 돌아와 즉시 에이즈 예방 약을 복용하려 했지만, 정작 자신과 매춘부의 키스 영상이 먼저 퍼져 나가 있다니... 격노한 배한빈은 거의 발광할 듯이 가족들 앞에서 소리쳤다. “반드시 그 영상을 올린 놈을 찾아내 죽여 버리겠어! 이대로는 절대 참을 수 없어!” 배해산은 냉정하게 말했다. “그 영상은 네가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찍혔으니, 명백히 너를 노리고 있었던 거다. 아마 그들 중 한 사람이겠지.” 배한빈은 어리둥절하며 말했다. “아버지, 그들이 돈이 필요하다면 그냥 요구하면 될 텐데, 왜 이런 짓을 벌인 걸까요?!” 그러면서 그는 아들의 두 귀를 내밀며 말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잔인하게 호영이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거죠?! 우리 페이셔스 그룹이 그들과 목숨 걸고 맞서 싸울까 두렵지 않은 걸까요?!” 배해산은 얼굴을 찌푸린 채 말했다. “그들이 호영이의 귀를 자른 건, 우리에게 겁을 주고, 우리가 뭘 해도 감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일 거다.. 우리의 의지를 무너뜨리려는 거지.
그는 당장이라도 닌자들을 잡아 갈갈이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닌자들의 진짜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배해산은 주위에 많은 정보통이 있었기 때문에, 배한빈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이미 이 일을 전해 들었다. 그는 배호영을 특별히 아꼈는데, 손자의 귀가 잘렸다는 소식에 분노가 극에 달해 서재 안에서 부술 수 있는 것은 모두 부수고 있었다.이 소리를 듣고 놀란 아내는 급히 남편에게 와 상황을 진정시키며 겨우 배해산을 막아 세웠다. 소식을 들은 후 아내는 방 안에 더 부술 물건이 남아나지 않은 것을 보고 배해산을 연신 때리며 울부짖었다. "어떻게든 우리 손자를 무사히 구해 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도 죽어버릴 거야!" 배해산은 이미 심란한 상태였는데, 아내가 자신을 더 자극하는 것을 원치 않아 불만스럽게 말했다. "알았어! 호영이는 당신 손자이기도 하지만 나의 손자이기도 해. 반드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아이를 구해 올 거야!" 아내는 다시 물었다. "정말이에요? 그들이 무자비하게 호영이를... 호영이를..." 아내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배해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들은 돈을 원할 거야. 그들이 돈을 원한다면 호영이를 해치지 않을 거야." 아내는 다급히 덧붙였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 놈들에게 반드시 복수해야 해요!" 노부부의 서재에서 난 소란은 곧바로 배호영의 어머니와 다른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배해산은 이들에게도 사건의 상황을 숨기지 않고 설명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난 배호영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고, 다른 가족들 역시 몹시 불안해했다. 평소 안락한 생활에 익숙했던 이들은 가족이 납치당하고 심지어 귀가 잘렸다는 소식에 한편으로는 화가 나고 한편으로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한동안 페이셔스 그룹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배한빈이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인터넷에는 또 다른 화제가 되는 영상이 올라왔다. 그 영상의 제목은 매
그 여자는 총을 들이대는 사람들 때문에 겁에 질려, 허름한 크로스백에서 떨리는 손으로 구겨진 피임약 상자를 꺼냈다.배한빈은 상자 위에 그려진 피임약 상자의 사진을 보고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차갑게 말했다. "그 개자식이 너한테 주라고 한 게 이거야?""네 맞아요.." 여자는 급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당신에게 한마디를 전해달라고 했어요.."배한빈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빨리 말해! 더 망설이면 당장 죽여버릴 거야!"여자는 온몸을 떨며 말했다. "그가 말하길.. 미안하지만 배한빈 씨, 시간이 촉박해서 적당한 용기를 구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상자는 초라하지만 안에 있는 물건은 정말 소중하다고 했어요.."배한빈은 상자를 가져가려다 그 여자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였다. 그는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상자를 땅에 내려놔!"여자는 순순히 상자를 땅에 내려놓았다. 배한빈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오른손으로 그 상자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하지만 상자를 열어야 할 때가 되자, 그는 왼손으로 직접 상자를 열기가 꺼려졌다. 에이즈가 이런 접촉으로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다행히 옆에 있던 그의 부하 중 한 명이 검은 장갑을 건네 주었다. 배한빈은 안심하며 장갑을 끼고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어두운 환경 탓에 상자 속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벼운 물체가 들어 있는 듯했다. 그는 상자를 살짝 흔들어보다가 오른손으로 상자를 뒤집고 왼손으로 받쳤다. 그리고 그 안에 든 물건을 쏟아냈다. 갑자기 두 개의 물체가 그의 손바닥에 떨어지자, 배한빈은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물체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것은 바로 피투성이가 된 두 개의 귀였다.주변에 있던 여자들도 그 모습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보디가드들도 충격을 받았고, 상자 안에 사람의 귀가 들어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배한빈은 몸을 가다듬고 가까이 다가가 귀를 확인한 뒤,
보디가드는 긴장한 채 말했다. "대표님, 그냥 가시기엔 너무 위험합니다. 제가 먼저 가서 그 여자가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볼까요?""그럴 필요 없어..." 배한빈은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인 배해산이 이미 그렇게 하라고 명령한 상황에서 만약 다른 사람을 보내 여자를 확인하게 한다면, 혹시라도 이 소식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 아버지가 자신에게 실망할 것이 두려웠다. 결국 배한빈은 마음을 굳히고 차 문을 열어 내려가 도로변에 서 있던 그 여자에게 다가갔다. 케딜락에서 중년 남자가 내려 자신들 쪽으로 걸어오자 여성들은 하나같이 환심을 사기 위해 아양을 떨며 윙크를 보냈다. 배한빈은 이 모습을 보고 속이 메스꺼워 온몸이 가려웠다.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이 그 금발의 여자를 찾아가 손에 든 천 달러를 그녀의 옷깃 안으로 밀어 넣었다.주위에 있던 여자들이 깜짝 놀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다른 여인들은 하루 종일 서 있어도 백 달러도 벌기 힘든데, 이 남자는 와서 바로 천 달러를 건넸기 때문이다. 그러자 금발 여자는 기뻐하며 말했다. "어머나, 당신이 바로 배한빈 씨인가요?"배한빈은 여자의 입에서 나는 악취에 놀라 한 걸음 물러나며 토할 것 같은 충동을 억누르고 물었다. "돈은 줬으니 이제 물건을 줘. 누가 나에게 뭔가를 주라고 하지 않았나?"여자는 기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이 날 속이려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 줄은 몰랐어..” 그러자 그녀는 배한빈에게 다가와 갑자기 그를 세게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보디가드들은 여자가 배한빈에게 뭔가 위협을 가하는 줄 알고 총을 들고 차에서 뛰쳐나왔다.배한빈은 깜짝 놀라 그 여자를 밀쳐내고 입을 닦으면서 분노에 차서 외쳤다. "퉤퉤퉤! 이 미친 여자야?! 왜 키스를 하는 거야!" 그리고 배한빈은 여자의 팔에 바늘 자국이 가득한 걸 보고 더 크게 경악하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배한빈은 끊임없이 침을 뱉으면서 자신을 털어내며 소리쳤다. "너 에이즈 환자 아니야? 혹시라도 에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