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던 그의 머릿속에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차를 몰고 길가에 있는 수리점으로 가서, 돈을 주고 BMW 760의 로고를 BMW 520으로 바꾸었다.사실 BMW 5시리즈는 7시리즈와 매우 비슷해서, 차이점은 내부 디자인 정도라 겉보기에 구분이 어려워 보통 로고로 알아볼 수 있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520은 BMW 5시리즈 중에서 가장 낮은 클래스로 파워와 컨트롤은 보통이고, 모든 면에서 무난한 편이다.반면, M760은 7시리즈 중 최고로 극강의 파워와 컨트롤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이었다. 시후는 520 로고가 부착된 M760를 몰면서 유나는 차를 잘 모르고, 차에 대한 공부도 별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는 BMW 520이라고 말하면 유나는 알아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리점 주인은 차를 보고 입을 삐죽 내밀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 꽤 정직해 보였는데.. 일부러 760을 520으로 바꾸다니. 자신을 감추고 있다가 상대가 방심하면 이겨 먹으려는 거로군?******차를 사고 나서 시후는 오늘 점심에 김도훈의 레스토랑을 오픈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이 선물을 장만하기로 유나와 한 약속이 생각났다. 도훈이 대학생 시기 유일하게 자신에게 잘해 준 동기라는 것을 생각하자 그는 직접 차를 몰아 미술품 판매점에 가서 4천만 원 정도의 조선시대 초기 작품을 하나 구매했다.화가는 그리 유명한 편은 아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그림인지 알 수 없었다. 이런 그림을 산 것은 한편으로는 도훈에게 무게 있는 선물을 주고 싶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그림이 대체 얼마인지 알려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만약 다른 사람이 물어본다면, 몇 십만 원짜리라고 한다고 해도 분명 속아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림을 구매하고, 약속 시간이 가까워지자, 시후는 유나에게 전화를 걸어 엠그란드 그룹으로 그녀와 권여빈을 데리러 가겠다고 말했다.마중 나온 시후를 만난 유나는 그가 뜻밖에도
김도훈이 새로 오픈 한 레스토랑은 강남 한복판에서 조금 떨어진 구석에 위치해 있었다. 복적한 시내에서는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넓기는 했지만 인적이 드물었다. 시후는 도훈이 여기에 레스토랑을 차렸는지 궁금했다. 곧 그 궁금증은 유나에 의해 풀렸다. 지금은 아니지만, 조만간 레스토랑 주변에 대기업을 비롯한 대규모 회사들이 입주하게 될 것이어서 점차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이라는 이야기였다.그렇다면 도훈은 사실 매우 현명한 선택을 한 것 같았다. 레스토랑은 넓고 새로 생긴 거리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위아래 2층으로 꽤 큰 규모였다. 라고 새겨진 나무 간판과 함께, 분위기 있어 보이는 레스토랑이었다. 시후가 차를 식당 앞에 세우려고 했으나, 이미 많은 차들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었다. 붉은색 BMW 앞에 선 남자들이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 시후의 대학 동기기는 했지만, 그들과의 교류는 한 번도 없었다. 시후는 이지훈이라는 이름 석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학과에서 좀 유명했던 재벌 2세였는데, 늘 유나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유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이지훈은 붉은색 BMW에 기대어 동기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었다. 몇몇 동기들은 부러워 죽겠다는 눈빛으로 “와.. 새끼.. 네가 진짜 위너다!”라며 치켜세웠다. “졸업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BMW냐?! 이거 BMW 540인가? 5시리즈?” 이지훈은 하하 웃으며 “응. 540 맞아~ 별거 아니지 뭐..” “와.. 씨.. 540 맞다고? 이거 5시리즈에서 제일 비싼 클래스였는데?!” “오.. 나는 BMW 1시리즈 한 3,4천만원 대 사려고 했다가 내가 가진 돈 다 털어도 계약금이 안 나오던데.. 너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나는!” “야, 지훈아. 그면 이 차 운전할 때 속도감 완전 쩔겠다?”이지훈은 씩 웃으며 “뭐 그럭저럭? 동력은 좋은 편이긴 하지. 평소에 도로 달릴 때 따라오는 차들은 별로 못 봤으니까?” “와
김유나와 김여빈은 동기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이지훈은 대학생 때보다 더욱 아름다워진 지금의 김유나를 바라보니 마음이 불편해졌다.대체 왜? 지훈은 대학 입학 당시부터 틈만 나면 김유나에게 끈질기게 대시를 했었다. 하지면 그녀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녀는 뜻밖에도 데릴사위라고 소문난 저 거지 같은 놈과 결혼을 한 것이다. 정말.. 신의 눈이 먼 것이 분명해! 이에 그는 “와! 시후야~ 너 유나네 집에 데릴사위로 갔다고 들었는데, 횡재한 것 같다? BMW도 타고! 유나가 사준 거야? 너 정말 많은 솔로남들의 귀감이 되겠다야!” 김유나가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김여빈이 말했다. “이지훈! 너 아무렇게 판단하지 마. 이 차는 유나 부부가 산 거고, 특히 시후가 직접 고른 거야.” “아이고! 대단하다. BMW 5시리즈를 다 몰고!”라며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그는 일부러 시후를 향해 도발했다. “시후야, 여기 차가 별로 없잖아? 큰길이 넓고 곧지, 누가 더 빨리 달리는지 시합 한 번 할까?” 시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약간 상기된 얼굴로 이지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괜한 일에 끌어들여서 귀찮게 하네.. 난 너와 아무런 친분도 없고 교류도 없었는데. 그리고, 누구 차가 더 빠를까? 이 차는 사실 모델 중에서 제일 비싸고 빠른 BMW M760이라고. 상대도 안 될 것이 불 보듯 뻔한데.. 이지훈은 시후가 쫄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아휴, 왜 대학 다닐 때처럼 쫄았어?! 아! 혹시 기름 아까워서 그런 거냐? 그건 내가 넣어줄게~” 김여빈이 말했다. “야, 이지훈, 너 뭐야? 네 차는 BMW 540이고, 시후 씨 차는 520이야. 이게 공평하다고 생각해?” 이지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레이싱은 기술이 갑이지~! 좋은 차가 꼭 빨리 달린다는 법은 없고, 기술이나 배짱으로 이길 수도 있는 거라고. 그런데 내 생각에 시후는 그럴 배짱이 없을 것 같긴 한데.. 해볼까? 만약에 쫄보라서 정 싫다면 나도 인
이지훈은 이 말을 듣자 마음이 흥분되어 참을 수가 없었다.자신의 차는 BMW 540, 은시후의 차는 그저 520일뿐이었다. 저 자식은 죽어도 자신을 이길 수 없을 것이 뻔했다.감히 나에게 이렇게 큰 도박을 걸다니! 차 안에 저 나무들을 넣고 불을 붙이면 다 타버려서 다시는 쓸 수 없게 될 텐데.. 하지만, 은시후가 자초한 일이니 모두의 앞에서 그의 콧대를 꺾어줄 좋은 기회임은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이지훈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희들이 증명하는 거야! 나랑 시후 둘 중 누구의 차가 더 빨리 달렸는지. 진 사람은 아마 눈 앞에서 불타는 차를 보겠네. 하핫..” “억지 부리면 다 죽는 거야아!!” 바로 옆에 있던 동기 남학생 몇 명은 야유를 하기 시작했고, 레스토랑 위층에 이미 앉아있던 동창들은 이 소식을 듣고 모두 달려나갔다. 거의 20~30명이 좋은 구경거리를 보기 위해 입구 주위에 모여들었다. 모두가 시후를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모두 직선 도로라 그저 차량 성능의 좋고 나쁨에 승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BMW 520이 감히 540에 도전장을 내민다고?슈마허가 BMW 520을 몰아도 520이 540은 못 이기지! 모두들 시후의 신차 BMW 520이 조만간 폐차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나 역시 이건 이기지 못할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시후 씨. 그냥 참고 넘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훈이랑 내기는 그만 두는 게 어때요?” 시후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여보, 마음 편히 기다리고 있어요. 내가 질 일은 없을 거예요.”이지훈은 박장대소하며 말했다. “하하핫!! 오우, 시후야. 네 배짱에 놀람을 표한다. 하하하, 그렇다면 쓸데없는 소리는 치우고 직접 보면 되겠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어떤 방식으로 내기를 할 건가?”지훈이 도로 끝의 길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둘이 동시에 출발해서, 저기 보이는 사거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거야. 먼저 여기에 오는 사람
저 자식의 BMW 520은 겨우 184마력 밖에 안 되고 내 차는 340마력으로 2배 가까이 높은데.. 어째서 이렇게 쉽게 날 추월할 수 있는 거지? 내기를 구경하고 있던 옛 동기들도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내기를 구경하던 그 모두가 은시후의 패배를 예상했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은시후의 BMW는 순식간에 이지훈의 540을 제쳤고, 순식간에 그를 따돌린 것이다! 이지훈이 아직 중간 지점에 도착하기도 전에, 시후는 이미 사거리 길목에서 유턴을 하고 있었다.이지훈이 막 유턴하려는 찰나, 이미 출발점에 도착한 은시후였다.“은시후가 이겼어!”“와.. 완전 발렸는데?!”이제서야 유턴해 돌아온 이지훈은 결승점에 이미 도착한 은시후를 바라보며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뭐야 이거? 뭔 상황이야!BMW 520이 언제부터 BMW 540을 바를 수 있었지?아니야 이건.. 저 나쁜 새끼가, 혹시 차를 개조한 거 아니야?!아오..씹..! 개조한 차로 날 함정에 빠뜨리려 들다니? 젠장! 그는 이를 악물고 차를 군중들 앞으로 몰았다. 은시후는 이미 김유나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었다. 주위 친구들도 모두 어리둥절해서는 대체 어떻게 시후의 520이 이렇게 빠른 지 생각조차 못했다! 이지훈은 차를 세우고 분한 듯 소리쳤다. “이 망할 새끼야! 너 튜닝카 몰았지? 이건 무효야! 튜닝하기 전 모델이 내 차 보다 훨씬 빠른데 어떻게 내가 상대한다는 거야?” 은시후는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야, 이지훈. 조금 전에 내기하기 전에 네 입으로 그랬잖아.. 엔진 마력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며? 기술과 배짱이 중요하다며? 네가 지니까 무효라고 떼쓰냐?”“내가 언제?!” 이지훈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네가 나를 함정에 빠뜨린 거지, 내가 떼쓰는 게 아니고!”라며 억지를 부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권여빈이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지훈, 말도 안 되
이지훈은 이미 이성을 잃었다. 옛 친구들 앞에서 은시후 녀석 때문에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김도훈의 품에 안겨 있던 장작들을 그대로 자신의 차에 던져 넣었다.그리고는 불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잘 봐! 나도 결과에 승복하는 사람이야! 시후가 봐주고 그러는 건 필요 없다고!” 말이 끝나자 마자, 그는 장작들에 불을 붙였다. 차 안은 순식간에 연기로 가득 찼다! 처음에는 차 안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불길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곧, 차 안은 온통 하얗고 검은 연기만 보였고, 불이 타오르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이지훈의 심장은 불타오르는 차와 함께 녹아내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듯했지만, 구경꾼들을 흥분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적지 않은 학우들이 벌써부터 휴대폰을 꺼내 들고는 영상을 찍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금 뒤 모든 과정을 인스타와 유튜브에 업데이트해 인친들과 구독자들이 볼 수 있게 만들 예정이었다. 사실 주변 사람 대부분이 불을 붙이더라도 곧 바로 불을 끌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은 생각보다 BMW 540의 내부를 금방 태워버렸다. 좌석이 모두 대량의 스펀지로 충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화성 물질이었기 때문에 뜨거운 열이 닿자 빠르게 불이 붙었다. 모두들 이렇게 불이 빠르게 번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차 안의 불꽃은 갑자기 폭발을 일으키며 눈 앞에 놓인 차는 마치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어버렸다. 현장에 있던 동기들은 모두 놀라 소리를 질러 댔다. 이지훈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를 질러 댔다. “아씨!!! 와!! 씨!!! 누가 불 좀 꺼줘!!! 빨리!!!! 저기 불 좀 꺼봐!!! 119!!!” 그는 원래 불을 넣었다가 빨리 소화기를 가져와 불을 끄려는 생각이었다. 만약 손상을 입어도 조금만 수리하면 차는 다시 처음처럼 회복될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빨리 불이 번질 줄이야! 이지훈이
많은 친구들이 축하 선물을 건네자, 은시후는 자신이 사온 그림을 들고 김도훈에게 다가가 “축하해, 도훈아. 이건 우리 부부가 보내는 개업 축하 선물이야.”라고 말했다. 유나도 “김도훈, 축하해. 돈 세다 힘들면 연락해!”라고 말하며 웃었다.“고맙다, 고마워!” 김도훈은 감사를 표한 뒤 시후의 귀에 대고 미소를 지으며 “보기에 너 우리 학과 여신이랑 사이가 매우 좋아 보이는데..? 하하.. 아이는 언제 가지려고?”유나는 두 사람의 소곤거림에 얼굴이 붉어졌고, 은시후는 “야, 너 그런 소리 하지 마!”라며 받아 쳤다. “에이에이~ 하하” 김도훈은 “만약에 너희 두 사람이 아이를 낳게 되면 내가 꼭 두 손에 두둑하게 쥐어 줄게!”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화장을 짙게 한 여자가 김도훈에게 다가와 “도훈아, 이 두 분은 누구야?”라고 물었다. “여기는 바로 내 대학 시절 깐부! 은시후. 그리고 여기 옆에 있는 아름다운 분은 김유나 씨. 지금은 시후의 아내야.” 김도훈은 두 사람을 소개한 뒤 “처음 보지? 이 사람은 내 약혼녀 정유리 씨.” 정유리가 갑자기 아는 척을 하며 입을 뗐다. “뭐? 혹시 그 데릴사ㅇ...” 하지만 그녀는 이내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순간 화제를 돌렸다. “도훈 씨에게서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두 분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은시후는 한 귀로 흘려 들으며, “저희의 작은 성의입니다.”라며 그림을 건넸다. 정유리는 “아이쿠, 그냥 오시면 되는데, 오자마자 무슨 선물까지 주셔요~”라며 웃었다. 그리고는 부랴부랴 선물을 받아 들었다. 시후는 “두 사람 볼일 봐, 우리는 자리에 가서 앉을게.”라고 했다. “그래.” 김도훈은 “미안해, 시후야. 동기들이 너무 많아서.. 인사하고 올게.”라며 미안해했다. 시후와 유나가 다른 쪽으로 가자마자 정유리는 시후가 선물한 선물 상자를 재빨리 열어보았다. 그리고 족자에 담긴 그림을 발견하고는 “깐부라며.. 당신에게 준 게 대체 뭐야?”라며
시후가 유나, 여빈과 함께 자리에 앉자 이지훈이 따라와 여빈의 곁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웃으며 권여빈에게 물었다. “여빈아, 이번에 너 서울 와서 엠그란드 그룹에 들어갔다는 말을 들었는데. 진짜야?” 권여빈은 “응.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지훈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우리 아버지도 엠그란드에서 일하고 계시는데, 부서의 부사장이셔! 그때 내가 너 입사한다고 하기에 내 친구라고 잘 봐 달라고 말씀드렸지~” 이 말을 듣자 테이블에 있던 여러 사람이 “지훈아, 네 아버지가 엠그란드 부사장이시라고?”라며 놀라워했다. “그래.”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년에 막 승진하셨지.”라며 으스댔다. “거기 부사장님이시면 거의 억대 연봉 아니냐? 부럽다 진짜.. 어쩐지 너네 집안이 부자인 것 같아 보이더라?!” 이지훈이 말했다. “월급이야 그냥 매달 받아 오시는 거니까 별거 아니고.. 중요한 건 우리 아버지가 회사에서 좀 잘 나가신다는 거지~ 요즘 엠그란드가 호텔 사업도 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를 맡으셨거든. 만약에 계약 체결만 되면, 아버지께서 최소 20억은 버실 수 있을 걸?”그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동기가 다급히 물었다. “지훈아, 나도 엠그란드 그룹에 들어가고 싶은데.. 여러 번 이력서를 보내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혹시 아버지께 추천 좀 해 줄 수 있어?”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나중에 카톡으로 이력서 하나 보내 봐! 내가 아버지께 말씀드려 줄게.”시후는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지훈의 아버지가 엠그란드 그룹의 고위직이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상황을 지켜보다 이태리 부회장에게 이지훈의 아버지를 해고하라는 연락을 취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그래서 시후는 일부러 지훈에게 물었다. “지훈아, 아버지께서 그렇게 유능하신 분인지 몰랐다. 그런데 그렇게 힘있는 분인데 왜 너를 회사에 넣지 않으신 거지?”지훈은 “알
크리스는 이 상황을 경찰이나 배한빈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용기가 없었다. 왜냐하면 일본인들이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의 생명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죽는 것은 상관없지만, 가족들을 구할 수 없다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그가 불안에 떨고 있을 때, 한 경찰이 그의 앞에 다가와 말했다. "크리스 씨 입니까?"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 네, 맞습니다..." 경찰은 그에게 손짓하며 차갑게 말했다. "함께 가시죠." 크리스는 더욱 불안해졌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경찰을 따라 제이크 한의 임시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크리스는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는 제이크 한의 명성을 오래전부터 들어왔기 때문에 그에게서 자신의 의도를 들킬까 봐 겁이 났다. 크리스는 몸을 한껏 움츠린 채로 제이크 한 앞에 다가가서 더듬거리며 말했다. "경.. 경.. 경감님... 안녕하십니까..." 제이크 한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갑자기 냉랭하게 몰아붙였다. "크리스! 하나 묻지, 왜 일본인 닌자들과 결탁해서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을 납치했지?" 제이크 한의 갑작스러운 질책에 크리스는 크게 놀라며 황급히 변명했다. "저... 저는...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제이크 한은 차갑게 말했다. "어디서 거짓말을 해?! 그 일본인 닌자들은 당신이 데려왔잖아! 당신이 그저 그들을 고용하기만 한 것이라면 실수라고 믿어주겠지만, 그들을 사건 현장에 배치한 것은 명백한 계획적 행동이야! 그러니 당신은 그들의 내부 협력자라고!" 크리스는 계속해서 손사래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는 일본 닌자 같은 건 전혀 모릅니다..." 제이크 한은 그의 이마와 뺨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 "크리스.. 당신이 나에게 변명하는 건 상관없지만, 경고하나 할 까? 당신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내가 알아낸 정보를 배한빈에게 전달할 거야. 오늘
제이크 한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곧바로 기리시 카나드를 보며 물었다. "일본인들이라니, 무슨 이야기죠?" 기리시 카나드는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말했다. "저는 호텔에서 임시직으로 고용된 것이고, 같은 날 고용된 임시직이 열 몇 명이었는데, 그 중에 일본인이 여러 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에는 그들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제이크 한은 물었다. "당신이 말한 그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겼죠? 특별한 특징이 있습니까?" 기리시 카나드는 질문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냥 평범하게 생긴 얼굴들이었어요. 특징이라면, 전부 표정이 진지하고 웃지도 않았죠. 말은 하지 않고 눈빛으로만 서로 의사소통을 했고, 뭔가 은밀한 느낌이 들어서 좋은 사람들 같지는 않았습니다." 제이크 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들이 말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일본인인 걸 알았죠?" 기리시 카나드는 대답했다. "오가면서 우연히 그들 중 한 명의 휴대폰 화면을 봤는데, 일본어로 설정되어 있더라고요." 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 그들과 교류가 더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기리시 카나드가 답했다. "호텔에 도착하자 주방에서 일을 하도록 배정받았는데, 그들은 곧 다른 업무로 배치되더니 주방에서 나갔습니다." 제이크 한은 계속해서 물었다. "좋아. 그럼 당신이 고용된 담당자는 누구였죠? 업무를 배정해 준 사람은? 특히 그 일본인들에게 업무를 배정한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기리시 카나드는 서둘러 대답했다. "우리를 고용한 사람은 크리스 씨인데, 구체적인 이름은 잘 모릅니다.. 주방에서 일하도록 지시한 것도 그였고, 중간에 그 일본인들에게 다른 업무를 배정한 것도 그였습니다." 제이크 한은 호텔 직원 명단을 꺼내 크리스의 이름이 적힌 페이지를 찾아 기리시 카나드 앞에 내밀며 물었다. "이 사람이 맞나요?" 기리시 카나드는 명단의 사진을 보자마자 단호하게 말했다. "네, 맞아요. 이 사람입니다!" 제이
미국 유학생 비자 정책에 따르면, 학교에서 퇴학당한 경우 비자가 자동으로 무효화되는데, 이럴 경우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자면 미국을 떠난 후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어 고향에 돌아가는 대신 뉴욕에서 불법 체류 신세가 되었다. 불법 체류자로 살아가는 건 쉽지 않았다. 그는 정해진 직업도, 집도 없었기에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매일 한 PC방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주로 다른 사람들의 게임을 대리 플레이 하여 임시직으로 돈을 벌어서 생활비를 충당했다. 대리 플레이를 한 뒤 수입이 부족해지면 다시 일당을 주는 임시직을 찾아 잠시 일했다가, 돈을 벌면 다시 PC방에서 돈이 떨어질 때까지 그 생활을 반복했다. 지금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회의실에 서서 경찰의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더 불안했다. 그의 비자가 이미 만료되어 불법 체류자로 분류되는 상태였기 때문에 경찰에게 발각되면 이민국으로 넘겨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이민국은 불법 체류자에 대해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강제 추방한다는 정책을 가지고 있었다. 불안에 떨던 그는 경찰 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에게 혹시 신분증도 검사 받았는지 묻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다른 구역에 각자 격리되어 있었기에 물어볼 기회조차 없었다.이때 한 경찰관이 그의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같이 가시죠." 젊은이는 경찰의 말을 거스를 수 없었다. 그는 재빨리 경찰을 따라 회의실을 나와 옆방으로 들어갔다. 옆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제이크 한을 보았다.제이크 한은 미소를 지으며 앞의 1인용 소파를 가리키고 말했다. "자, 앉으세요." 젊은이는 불안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제이크 한은 그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손가락과 종아리가 떨리는 것을 보고 묻는다. "젊은이, 이름이 뭐죠?" 젊은이는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는 기리시 카나드입니다..." "기리시 카나드
경호원의 말에 제임스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죽은 사람들은 누구죠?”경호원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경호원은 제임스와 더 얘기할 시간이 없다는 듯 서둘러 떠나갔다.제임스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갔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배호영이 실종되다니.. 대체 누구의 소행이지? 이가 닌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혹시 그들이 죽은 건가..?’ 제임스는 자신이 고용한 8명의 이가 닌자들이 배호영을 공격할 줄은 전혀 몰랐다. 따라서 그는 배호영이 다른 적들에 의해 납치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제임스는 지금껏 비양심적인 일을 많이 저질러 왔지만, 배호영의 실종 사건만큼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세상에 대고 맹세할 수 있었다. 그만큼 그는 이번 일에 대해서 떳떳했다. 그래서 그는 배호영의 실종을 자신과 연관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다만 걱정하는 것은 만약 배호영이 무사히 돌아오지 못한다면, 자신이 임시 거처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되면 동생을 살해한 범인이 여전히 자신을 쫓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직접 나서서 대비해야 했다.하지만 곧 제임스는 어차피 지금 자신은 페이셔스 그룹에 머무르고 있고, 요 며칠 아무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 자신이 아직 안전하다는 증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리 배호영이 돌아오든 말든, 자신이 어떻게든 페이셔스 그룹에서 계속 머무는 것이 중요했다. 그는 배호영이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구성원이 떠난 별장에서 자신을 머무르게 했기 때문에, 별장에만 잘 숨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설령 신경을 쓴다고 해도, 배호영의 친구로서 페이셔스 그룹이 자신을 쫓아내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이렇게 생각하니 제임스의 마음은 조금 평온해졌다....한편, 페이셔스 그룹이 운영하는 WF 호텔에서는 뉴욕 경찰이 연회장의 모든 직원들을 모아 놓고 있었다. 제이크 한은 이들 중에 일본 닌자의 내부 공모자가 있을 것
한 경찰관이 곧바로 앞으로 나와 큰 소리로 경고했다. “배한빈 씨, 만약 계속 현장을 떠나지 않고 파손을 지속하신다면, 강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배한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감히 누가 나를 건드릴 수 있나 보자고!”경찰들 역시 그의 신분을 알고 있어, 그가 분노하자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제이크 한은 몸을 돌려 말문을 열었다. “좋습니다, 배한빈 씨. 그렇게 고집을 부리신다면 여기 그대로 계십시오.”배한빈은 제이크 한이 마침내 한 발 양보하자 마음이 조금 풀렸다. 오늘 밤 내내 그에게 억압당하고 있던 터라 굉장히 답답했는데, 이제서야 한 번 이긴 기분이었다. 그러자 그는 냉소를 지으며 거만하게 말했다. “제이크 한, 이번엔 당신을 현명하다고 인정해 주지!”제이크 한은 그의 거만함에 화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 배한빈 씨.. 이렇게 큰 사건이 터졌으니 우리는 대중에게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잠시 후 여러 언론사들이 이곳에 와서 보도를 할 테니, 그때 가서 기자들과 잘 얘기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절대 이곳을 떠나지 마십시오. 잠깐의 기자회견을 준비할 테니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시면 됩니다.” 이 말을 듣자 배한빈은 속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사실 그는 꼭 여기에 머무르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저 제이크 한이 자신을 내쫓으려 해서 반발심이 생긴 것뿐이었다. 그런데 제이크 한이 여기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하다니! 배한빈으로선 세상 사람들에게 아들이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공개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이런 치욕을 어찌 견디겠는가? 그래서 그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한테 여기서 허송세월 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 당신이나 기자회견 하시고, 난 아들을 찾으러 가겠어!”제이크 한은 냉소를 지으며 비꼬았다. “뭐죠? 내가 가라고 하면 억울하다고 하더니, 갑자기 본인이 제 발로 떠나겠다고 하는 건 무슨 의미입니까?”배한빈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가고 싶으면 가고, 있고 싶으면 있는 거지
제이크 한은 배한빈을 늘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배한빈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배한빈의 아버지 배해산이 권력을 빼앗으려 했다는 소문을 들어서였다. 제이크 한은 페이셔스 그룹의 원로인 배원중 회장을 존경했기에, 배해산과 그의 아들 배한빈 부자를 경멸했다.반면, 배한빈이 제이크 한을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제이크 한이 워낙 명망 높은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심지어 백악관에서도 높이 평가 받는 정치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고, 미국 내에서는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특히, 10년 동안 이어진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해 현직 대통령에게 표창을 받은 인물로, 커뮤니티에서 거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만약 그가 무슨 일이라도 당한다면, 미국의 국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컸다. 이 때문에 배한빈은 제이크 한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고,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페이셔스 그룹 역시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이때 제이크 한은 배한빈을 바라보며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배한빈 씨, 지금 당신의 아들이 실종 상태이긴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오늘 벌어진 일들에 있어서 당신의 아들이 무고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차갑게 덧붙였다. "당신은 똑똑한 사람일 테니 스스로 잘 생각해 보시죠. 그냥 단순한 자선 행사인데, 당신의 아들이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일을 벌일 필요가 있었을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하지 않나요?"배한빈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비록 남을 깔보는 성격이었지만, 그 역시도 똑똑한 편이었다. 그래서 배한빈은 뭔가 아들이 일을 이 정도로 과하게 벌인 것이 확실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가장 수상한 점은 제이크 한이 언급한 것뿐만 아니라, 사건의 성격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이었다. 배한빈은 그의 아들 배호영이 평소에 자선 활동에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가족이 자선 행사를 열 때마다 배호영은 참여조차 꺼렸는데,
잠시 멈칫한 후, 제이크 한은 다시 말했다. “오늘 밤 이곳에 있는 모든 직원들을 전부 조사할 것이며, 인원이 줄어들지 않았는지 특히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한다. 각 직원들이 서로를 확인하여 누가 빠졌는지 알아내도록 해!”사람들은 즉시 지시에 따랐고, 제이크 한은 이어 시후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현장에 있던 간접적인 증인이니, 비록 직접 목격자는 아니지만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잠시 후 경찰차를 타고 함께 경찰서로 가서 진술서를 작성해 주시면 좋겠습니다.”시후는 대답했다. “혜리 씨는 공인이라 경찰서를 드나들었다는 소문이 퍼지면, 언론에서 어떻게 허위 기사를 만들어내 눈길을 끌지 모릅니다.. 그러니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시후는 제안했다. “일단 저희들이 먼저 호텔로 돌아가면 어떻겠습니까? 진술서가 필요하시면 호텔로 오시면 되고요. 그렇다면 저희도 성심껏 협조하겠습니다.”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좋겠군요. 현장 조치가 끝나면 호텔로 방문하겠습니다.”시후는 “그럼 지금 나가도 되나요?”라고 물었다.“물론입니다.”그러자 옆에서 배한빈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내 아들은 아직 행방불명 상태야! 내 아들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여길 떠날 수 없어!”시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뭐 때문에요?” 그러고 나서 그는 더 이상 배한빈과 대화하지 않고 바로 제이크 한을 향해 말했다. “경감님, 저는 이번 사건이 사전에 계획된 음모라고 강하게 의심합니다. 특히 페이셔스 그룹이 크게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배한빈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뭐라고?!”시후는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페이셔스 그룹이 크게 의심스럽다고요!”배한빈이 화가 나서 뭔가 소리치려던 찰나, 제이크 한이 매우 진지하게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시후는 진지하게 설명했다. “이번 일 자체가 매우 이상하니까요. 페이셔스 그룹의 그 젊은 도련님이라는 자가 혜리 씨를 자선 파티에 초대했고, 혜리 씨가 특
시후는 배한빈의 극도로 적대적인 시선을 느끼고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가 보기에 이 남자는 배원중과 닮은 점이 많아 보였다. 방 안에서 들은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시후는 이 사내가 바로 배호영의 아버지, 바로 배한빈임을 확신했다.현재 배한빈은 극도로 화가 난 상태였다. 그는 시후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따져 물었다. "아까 내가 문 열라고 했을 때, 왜 열지 않았지?"시후는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을 몰라서죠. 당신이 누구인지 내가 어떻게 압니까? 이렇게 긴급한 상황에서 경찰이 아닌 사람을 내가 믿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배한빈은 답답한 듯 말했다. "나는 페이셔스 그룹의 배한빈이라고 한다. 내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건가?"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얼마 전에 한국에서 왔고, 당신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아들을 찾는 것이지 여기서 나에게 위세를 부릴 필요는 없지 않나요? 그럴 시간에 아드님의 행방을 찾는 게 더 나을 겁니다.""너..!?" 배한빈은 너무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분노를 억누르며 이를 악물고 물었다. "방금 전에 뭘 봤는지 어서 말해!"시후는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 일에 대해 나는 법적 권한을 가진 경찰에게만 이야기하겠습니다. 당신에게는 말할 수 없습니다."배한빈은 평생 동안 자신을 이렇게 대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기에 순간적으로 이 젊은이를 당장 보디가드에게 명령해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제이크 한이 옆에 있음을 떠올리자 화를 참아야 했다.이때 제이크 한이 시후를 보며 물었다. "젊은이, 나는 뉴욕 경찰청의 경감입니다. 나에게 본 것을 말해줄 수 있습니까?"시후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 일곱 구를 가리키며 얼굴을 찌푸린 채 말했다. "뭘 봤겠습니까? 당연히 문을 열자마자 죽은 사람들을 봤겠죠! 미국에 오기 전에는 치안이 정말 좋은 줄 알았는데, 문을 열고 보니 죽은 사람들이 잔뜩 있
배한빈은 아들이 이 기회를 이용해 혜리를 만나려 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아들이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번 행사를 준비했던 이유가 그녀를 겨냥한 것이 아닌가 짐작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일본 닌자들이 그 틈을 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그래서 그는 혹시 혜리가 이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 아니면 그녀가 배후에서 이 모든 일을 주도한 건 아닌지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호텔 책임자에게 말했다. “혜리에게 문을 열라고 해. 물어볼 말이 있다.”호텔 책임자는 급히 말했다. “대표님, 조금 전 혜리 씨의 측근이 경찰이 올 때까지는 문을 열지 않겠다고 전했습니다.”“뭐?!” 배한빈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모르는 건가? 여기가 우리 페이셔스 그룹의 영역이라는 것을?!”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VIP실 문에 발길질을 하며 소리쳤다. “문을 여시죠!”그러자 안에서 시후가 말했다. “우리는 경찰과만 이야기하겠습니다. 관계없는 사람은 저 멀리 물러서세요! 그리고 무례한 자는 더 멀리 떨어지십시오!”배한빈은 이를 듣고 곧바로 격노했다. 지금 자신의 아들이 실종되어 이미 속이 뒤집힌 상태인데, 모르는 녀석이 문 뒤에서 자신을 조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화를 참지 못하며 소리쳤다. “감히 나에게 그렇게 말하다니, 내가 누군지 알고는 있나?”시후는 경멸스럽게 대답했다.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아. 당신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면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지도록 해. 우리는 경찰과만 이야기하겠어. 다른 사람은 대통령이라도 소용없다고!”배한빈은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디에서든 항상 최고라고 존중 받는 자신이 지금 무명의 남자에게 무시당하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이곳에서 본 모든 것을 고스란히 말하는 것이다. 경찰 같은 것은 필요 없어! 이곳은 페이셔스 그룹의 영역이다. 뉴욕 경찰 따위가 감히?!”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 중년 남자가 불쾌한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