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이 새로 오픈 한 레스토랑은 강남 한복판에서 조금 떨어진 구석에 위치해 있었다. 복적한 시내에서는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넓기는 했지만 인적이 드물었다. 시후는 도훈이 여기에 레스토랑을 차렸는지 궁금했다. 곧 그 궁금증은 유나에 의해 풀렸다. 지금은 아니지만, 조만간 레스토랑 주변에 대기업을 비롯한 대규모 회사들이 입주하게 될 것이어서 점차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이라는 이야기였다.그렇다면 도훈은 사실 매우 현명한 선택을 한 것 같았다. 레스토랑은 넓고 새로 생긴 거리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위아래 2층으로 꽤 큰 규모였다. 라고 새겨진 나무 간판과 함께, 분위기 있어 보이는 레스토랑이었다. 시후가 차를 식당 앞에 세우려고 했으나, 이미 많은 차들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었다. 붉은색 BMW 앞에 선 남자들이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 시후의 대학 동기기는 했지만, 그들과의 교류는 한 번도 없었다. 시후는 이지훈이라는 이름 석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학과에서 좀 유명했던 재벌 2세였는데, 늘 유나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유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이지훈은 붉은색 BMW에 기대어 동기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었다. 몇몇 동기들은 부러워 죽겠다는 눈빛으로 “와.. 새끼.. 네가 진짜 위너다!”라며 치켜세웠다. “졸업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BMW냐?! 이거 BMW 540인가? 5시리즈?” 이지훈은 하하 웃으며 “응. 540 맞아~ 별거 아니지 뭐..” “와.. 씨.. 540 맞다고? 이거 5시리즈에서 제일 비싼 클래스였는데?!” “오.. 나는 BMW 1시리즈 한 3,4천만원 대 사려고 했다가 내가 가진 돈 다 털어도 계약금이 안 나오던데.. 너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나는!” “야, 지훈아. 그면 이 차 운전할 때 속도감 완전 쩔겠다?”이지훈은 씩 웃으며 “뭐 그럭저럭? 동력은 좋은 편이긴 하지. 평소에 도로 달릴 때 따라오는 차들은 별로 못 봤으니까?” “와
김유나와 김여빈은 동기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이지훈은 대학생 때보다 더욱 아름다워진 지금의 김유나를 바라보니 마음이 불편해졌다.대체 왜? 지훈은 대학 입학 당시부터 틈만 나면 김유나에게 끈질기게 대시를 했었다. 하지면 그녀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녀는 뜻밖에도 데릴사위라고 소문난 저 거지 같은 놈과 결혼을 한 것이다. 정말.. 신의 눈이 먼 것이 분명해! 이에 그는 “와! 시후야~ 너 유나네 집에 데릴사위로 갔다고 들었는데, 횡재한 것 같다? BMW도 타고! 유나가 사준 거야? 너 정말 많은 솔로남들의 귀감이 되겠다야!” 김유나가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김여빈이 말했다. “이지훈! 너 아무렇게 판단하지 마. 이 차는 유나 부부가 산 거고, 특히 시후가 직접 고른 거야.” “아이고! 대단하다. BMW 5시리즈를 다 몰고!”라며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그는 일부러 시후를 향해 도발했다. “시후야, 여기 차가 별로 없잖아? 큰길이 넓고 곧지, 누가 더 빨리 달리는지 시합 한 번 할까?” 시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약간 상기된 얼굴로 이지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괜한 일에 끌어들여서 귀찮게 하네.. 난 너와 아무런 친분도 없고 교류도 없었는데. 그리고, 누구 차가 더 빠를까? 이 차는 사실 모델 중에서 제일 비싸고 빠른 BMW M760이라고. 상대도 안 될 것이 불 보듯 뻔한데.. 이지훈은 시후가 쫄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아휴, 왜 대학 다닐 때처럼 쫄았어?! 아! 혹시 기름 아까워서 그런 거냐? 그건 내가 넣어줄게~” 김여빈이 말했다. “야, 이지훈, 너 뭐야? 네 차는 BMW 540이고, 시후 씨 차는 520이야. 이게 공평하다고 생각해?” 이지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레이싱은 기술이 갑이지~! 좋은 차가 꼭 빨리 달린다는 법은 없고, 기술이나 배짱으로 이길 수도 있는 거라고. 그런데 내 생각에 시후는 그럴 배짱이 없을 것 같긴 한데.. 해볼까? 만약에 쫄보라서 정 싫다면 나도 인
이지훈은 이 말을 듣자 마음이 흥분되어 참을 수가 없었다.자신의 차는 BMW 540, 은시후의 차는 그저 520일뿐이었다. 저 자식은 죽어도 자신을 이길 수 없을 것이 뻔했다.감히 나에게 이렇게 큰 도박을 걸다니! 차 안에 저 나무들을 넣고 불을 붙이면 다 타버려서 다시는 쓸 수 없게 될 텐데.. 하지만, 은시후가 자초한 일이니 모두의 앞에서 그의 콧대를 꺾어줄 좋은 기회임은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이지훈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희들이 증명하는 거야! 나랑 시후 둘 중 누구의 차가 더 빨리 달렸는지. 진 사람은 아마 눈 앞에서 불타는 차를 보겠네. 하핫..” “억지 부리면 다 죽는 거야아!!” 바로 옆에 있던 동기 남학생 몇 명은 야유를 하기 시작했고, 레스토랑 위층에 이미 앉아있던 동창들은 이 소식을 듣고 모두 달려나갔다. 거의 20~30명이 좋은 구경거리를 보기 위해 입구 주위에 모여들었다. 모두가 시후를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모두 직선 도로라 그저 차량 성능의 좋고 나쁨에 승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BMW 520이 감히 540에 도전장을 내민다고?슈마허가 BMW 520을 몰아도 520이 540은 못 이기지! 모두들 시후의 신차 BMW 520이 조만간 폐차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나 역시 이건 이기지 못할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시후 씨. 그냥 참고 넘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훈이랑 내기는 그만 두는 게 어때요?” 시후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여보, 마음 편히 기다리고 있어요. 내가 질 일은 없을 거예요.”이지훈은 박장대소하며 말했다. “하하핫!! 오우, 시후야. 네 배짱에 놀람을 표한다. 하하하, 그렇다면 쓸데없는 소리는 치우고 직접 보면 되겠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어떤 방식으로 내기를 할 건가?”지훈이 도로 끝의 길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둘이 동시에 출발해서, 저기 보이는 사거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거야. 먼저 여기에 오는 사람
저 자식의 BMW 520은 겨우 184마력 밖에 안 되고 내 차는 340마력으로 2배 가까이 높은데.. 어째서 이렇게 쉽게 날 추월할 수 있는 거지? 내기를 구경하고 있던 옛 동기들도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내기를 구경하던 그 모두가 은시후의 패배를 예상했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은시후의 BMW는 순식간에 이지훈의 540을 제쳤고, 순식간에 그를 따돌린 것이다! 이지훈이 아직 중간 지점에 도착하기도 전에, 시후는 이미 사거리 길목에서 유턴을 하고 있었다.이지훈이 막 유턴하려는 찰나, 이미 출발점에 도착한 은시후였다.“은시후가 이겼어!”“와.. 완전 발렸는데?!”이제서야 유턴해 돌아온 이지훈은 결승점에 이미 도착한 은시후를 바라보며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뭐야 이거? 뭔 상황이야!BMW 520이 언제부터 BMW 540을 바를 수 있었지?아니야 이건.. 저 나쁜 새끼가, 혹시 차를 개조한 거 아니야?!아오..씹..! 개조한 차로 날 함정에 빠뜨리려 들다니? 젠장! 그는 이를 악물고 차를 군중들 앞으로 몰았다. 은시후는 이미 김유나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었다. 주위 친구들도 모두 어리둥절해서는 대체 어떻게 시후의 520이 이렇게 빠른 지 생각조차 못했다! 이지훈은 차를 세우고 분한 듯 소리쳤다. “이 망할 새끼야! 너 튜닝카 몰았지? 이건 무효야! 튜닝하기 전 모델이 내 차 보다 훨씬 빠른데 어떻게 내가 상대한다는 거야?” 은시후는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야, 이지훈. 조금 전에 내기하기 전에 네 입으로 그랬잖아.. 엔진 마력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며? 기술과 배짱이 중요하다며? 네가 지니까 무효라고 떼쓰냐?”“내가 언제?!” 이지훈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네가 나를 함정에 빠뜨린 거지, 내가 떼쓰는 게 아니고!”라며 억지를 부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권여빈이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지훈, 말도 안 되
이지훈은 이미 이성을 잃었다. 옛 친구들 앞에서 은시후 녀석 때문에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김도훈의 품에 안겨 있던 장작들을 그대로 자신의 차에 던져 넣었다.그리고는 불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잘 봐! 나도 결과에 승복하는 사람이야! 시후가 봐주고 그러는 건 필요 없다고!” 말이 끝나자 마자, 그는 장작들에 불을 붙였다. 차 안은 순식간에 연기로 가득 찼다! 처음에는 차 안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불길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곧, 차 안은 온통 하얗고 검은 연기만 보였고, 불이 타오르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이지훈의 심장은 불타오르는 차와 함께 녹아내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듯했지만, 구경꾼들을 흥분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적지 않은 학우들이 벌써부터 휴대폰을 꺼내 들고는 영상을 찍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금 뒤 모든 과정을 인스타와 유튜브에 업데이트해 인친들과 구독자들이 볼 수 있게 만들 예정이었다. 사실 주변 사람 대부분이 불을 붙이더라도 곧 바로 불을 끌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은 생각보다 BMW 540의 내부를 금방 태워버렸다. 좌석이 모두 대량의 스펀지로 충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화성 물질이었기 때문에 뜨거운 열이 닿자 빠르게 불이 붙었다. 모두들 이렇게 불이 빠르게 번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차 안의 불꽃은 갑자기 폭발을 일으키며 눈 앞에 놓인 차는 마치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어버렸다. 현장에 있던 동기들은 모두 놀라 소리를 질러 댔다. 이지훈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를 질러 댔다. “아씨!!! 와!! 씨!!! 누가 불 좀 꺼줘!!! 빨리!!!! 저기 불 좀 꺼봐!!! 119!!!” 그는 원래 불을 넣었다가 빨리 소화기를 가져와 불을 끄려는 생각이었다. 만약 손상을 입어도 조금만 수리하면 차는 다시 처음처럼 회복될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빨리 불이 번질 줄이야! 이지훈이
많은 친구들이 축하 선물을 건네자, 은시후는 자신이 사온 그림을 들고 김도훈에게 다가가 “축하해, 도훈아. 이건 우리 부부가 보내는 개업 축하 선물이야.”라고 말했다. 유나도 “김도훈, 축하해. 돈 세다 힘들면 연락해!”라고 말하며 웃었다.“고맙다, 고마워!” 김도훈은 감사를 표한 뒤 시후의 귀에 대고 미소를 지으며 “보기에 너 우리 학과 여신이랑 사이가 매우 좋아 보이는데..? 하하.. 아이는 언제 가지려고?”유나는 두 사람의 소곤거림에 얼굴이 붉어졌고, 은시후는 “야, 너 그런 소리 하지 마!”라며 받아 쳤다. “에이에이~ 하하” 김도훈은 “만약에 너희 두 사람이 아이를 낳게 되면 내가 꼭 두 손에 두둑하게 쥐어 줄게!”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화장을 짙게 한 여자가 김도훈에게 다가와 “도훈아, 이 두 분은 누구야?”라고 물었다. “여기는 바로 내 대학 시절 깐부! 은시후. 그리고 여기 옆에 있는 아름다운 분은 김유나 씨. 지금은 시후의 아내야.” 김도훈은 두 사람을 소개한 뒤 “처음 보지? 이 사람은 내 약혼녀 정유리 씨.” 정유리가 갑자기 아는 척을 하며 입을 뗐다. “뭐? 혹시 그 데릴사ㅇ...” 하지만 그녀는 이내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순간 화제를 돌렸다. “도훈 씨에게서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두 분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은시후는 한 귀로 흘려 들으며, “저희의 작은 성의입니다.”라며 그림을 건넸다. 정유리는 “아이쿠, 그냥 오시면 되는데, 오자마자 무슨 선물까지 주셔요~”라며 웃었다. 그리고는 부랴부랴 선물을 받아 들었다. 시후는 “두 사람 볼일 봐, 우리는 자리에 가서 앉을게.”라고 했다. “그래.” 김도훈은 “미안해, 시후야. 동기들이 너무 많아서.. 인사하고 올게.”라며 미안해했다. 시후와 유나가 다른 쪽으로 가자마자 정유리는 시후가 선물한 선물 상자를 재빨리 열어보았다. 그리고 족자에 담긴 그림을 발견하고는 “깐부라며.. 당신에게 준 게 대체 뭐야?”라며
시후가 유나, 여빈과 함께 자리에 앉자 이지훈이 따라와 여빈의 곁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웃으며 권여빈에게 물었다. “여빈아, 이번에 너 서울 와서 엠그란드 그룹에 들어갔다는 말을 들었는데. 진짜야?” 권여빈은 “응.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지훈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우리 아버지도 엠그란드에서 일하고 계시는데, 부서의 부사장이셔! 그때 내가 너 입사한다고 하기에 내 친구라고 잘 봐 달라고 말씀드렸지~” 이 말을 듣자 테이블에 있던 여러 사람이 “지훈아, 네 아버지가 엠그란드 부사장이시라고?”라며 놀라워했다. “그래.”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년에 막 승진하셨지.”라며 으스댔다. “거기 부사장님이시면 거의 억대 연봉 아니냐? 부럽다 진짜.. 어쩐지 너네 집안이 부자인 것 같아 보이더라?!” 이지훈이 말했다. “월급이야 그냥 매달 받아 오시는 거니까 별거 아니고.. 중요한 건 우리 아버지가 회사에서 좀 잘 나가신다는 거지~ 요즘 엠그란드가 호텔 사업도 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를 맡으셨거든. 만약에 계약 체결만 되면, 아버지께서 최소 20억은 버실 수 있을 걸?”그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동기가 다급히 물었다. “지훈아, 나도 엠그란드 그룹에 들어가고 싶은데.. 여러 번 이력서를 보내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혹시 아버지께 추천 좀 해 줄 수 있어?”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나중에 카톡으로 이력서 하나 보내 봐! 내가 아버지께 말씀드려 줄게.”시후는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지훈의 아버지가 엠그란드 그룹의 고위직이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상황을 지켜보다 이태리 부회장에게 이지훈의 아버지를 해고하라는 연락을 취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그래서 시후는 일부러 지훈에게 물었다. “지훈아, 아버지께서 그렇게 유능하신 분인지 몰랐다. 그런데 그렇게 힘있는 분인데 왜 너를 회사에 넣지 않으신 거지?”지훈은 “알
원래 김도훈은 선물들을 공개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다지 힘이 없는 그는 어쩔 수 없이 유리가 제멋대로 날뛰는 것을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많은 동기들은 이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누가 어떤 선물을 줬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사회에 입성한 친구들이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남들 보다 비싼 선물을 한다면 스스로를 과시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까.이어 정유리가 선물을 개봉하며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박수한 씨, 상품권 고마워요!” “김승배 씨, 선물해준 와인 잘 받겠습니다. 감사해요!” “서준한 씨, 화환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지훈 씨,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거의 천만 원을 주셨는데요?! 잘 보태어 쓸게요.” 다른 동기들은 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이나 선물을 했는데, 갑자기 지훈의 선물에 다들 놀라 입을 벌리고 있었다. 개업식에 너무 많이 쏘는 거 아니야?! 많은 친구들이 그를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지훈은 모두에게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거만하게 다리를 꼬았다. 아마도 제일 큰 액수의 선물을 한 것 같았다. 뒤이어 정유리는 “은시후, 유나 씨 부부가 선물해준 골동품, 잘 걸어둘게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부부를 비웃었다. “뭐야? 그림이잖아? 얼마 하겠어?”다들 두 사람이 너무 인색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같은 학과 동기 도훈이가 레스토랑을 차린 건데.. 아마 준비한 식사값만 해도 저 그림보다는 비싸 보이는데..?” “둘이서 같이 밥 먹으러 온 거면서 저런 짝퉁 그림을 선물한다고? 놀림거리가 되고 싶어서 저러는 건가?”이지훈도 “시후야, BMW 520도 사고, 튜닝할 돈은 있으면서.. 아무리 그래도 동기 레스토랑 오픈인데..” 은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게 무슨 그림인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짝퉁이라고 판단하지?” 지훈은 그런 시후를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네 생각
이때, 병상에 누워 있던 중년 남성은 이미 숨이 거의 끊어질 정도로 미약한 상태였다. 할머니는 수술대 앞으로 달려가 오열하며 말했다. “얘야, 얘야 눈 좀 떠봐라, 엄마를 한 번만 봐 줄래? 엄마랑 한 마디만 해주면 안 되겠니...? 제발, 아이고 얘야...”하지만 그 중년 남성은 이미 생의 끝자락에 있었고, 숨소리조차 거의 멎어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어머니의 부름을 들을 수 있겠는가?시후는 이 할머니의 몸도 이미 매우 약해졌음을 느끼고, 서둘러 앞으로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어르신, 지금 어르신 몸 상태도 많이 안 좋으십니다.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시후는 속으로 알고 있었다. 자신이 가진 회춘단이나 거풍환 같은 약으로 이 남성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걸. 하지만 그는 이런 약은 그 하나하나가 값을 매기기 어려울 정도로 귀중하며,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한 사람당 하나씩 나눠줄 수 있을 정도로 많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시후는 쉽게 생면부지의 타인을 위해 이 약을 쓰고 싶지 않았다.시후의 생각으로는 조금은 냉정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해 받을 수 있는 일이라고 느꼈다. 결과적으로 세상에는 고통받는 사람도, 죽어가는 사람도 너무나 많기 때문에 자신이 모든 사람을 다 구할 수는 없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이 어르신을 포함한 다른 이들을 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공덕을 쌓은 셈일 것이었다. 그렇기에, 굳이 모든 비극에 마음을 쏟을 필요는 없다.그러나 할머니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먹였다. “제 막내 아들이, 누가 좋다고 멕시코에 선원으로 간다고 하길래 나는 말렸지, 그래도 간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결국 이렇게 됐어요... 내가 걱정돼서 같이 따라왔는데... 누가 이런 짓을 당할 줄 알았겠냐고......”그녀는 고개를 들어 시후를 바라보며 간절히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제발... 제발 제 아들을 밖으로 옮겨만 주세요. 선생님이 뭘 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구급차 한 대만 불러주세요. 못
이 순간 시후는 약간 망설이고 있었다. 그는 이 사람들의 다짐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는 만약 누군가가 오늘 이곳에서 벌어진 일의 흔적을 추적하려 들고, 그 흔적이 이들 일반인에게 닿기라도 한다면 상대가 반드시 이들로 하여금 입을 열게 할 수만 가지 방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상대는 그들이 입을 열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유롭고 거리낌 없이 말하도록 만들 것이다.시후는 아직 부모님의 원수조차 아직 갚지 못했고, 외가의 온 가족을 죽이려 했던 그 미스터리 조직에 대한 실마리도 아직 아무것도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정체를 너무 일찍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철창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일단 제가 사람을 시켜 여러분을 먼저 이곳에서 데려 나가겠습니다. 제가 처리할 일이 끝나면, 여러분과 따로 얘기할 일이 있습니다. 그 후에 자유롭게 풀어 드리죠.”시후의 생각은, 모든 일이 끝난 후, 이들에게 영기를 사용해 오늘의 기억을 지운 뒤, 성도민에게 지시해 이들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설령 누가 이들을 찾아내 그동안의 행적을 캐내려 해도, 그들의 입에서는 시후에 대한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게 될 것이다.바로 그때, 감옥 안에서 한 고령의 할머니가 목이 메인 채 시후에게 애원했다. “은 선생님... 부탁이 있습니다... 제 아들도 데리고 나가 주실 수 있을까요...?”시후는 그녀의 아들이 철창 안의 다른 사람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이 안에 있는 모든 분들 전부 구해드릴 겁니다.”그러자 할머니는 눈물로 고개를 저으며, 떨리는 왼손을 철창 사이로 뻗었다. 그리고 맞은편 간이 수술실 안에 누워 있는 한 사람을 가리키며 울먹였다. “저 사람이 제 아들입니다... 저들은 얼마 전 제 아들의 간을 절반이나 도려내더니, 오늘은 신장 하나를 또 꺼냈어요... 이제는...
시후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미희, 네 두 아들의 자료는 이미 다 조사했어. 말한 대로 별로 똑똑하진 않더군. 아니, 좀 멍청하다고 해도 되겠던데. 하지만 괜찮아. 보니까 둘 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힘은 좀 쓸 것 같아 보였으니까. 지금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서 영구 주둔 기지를 짓고 있는데, 이런 단순무식하면서 체력 좋은 인재들이 아주 부족하거든. 그래서 두 놈이 딱 그 자리에 어울리던데.”김미희는 공포에 질려 큰 소리로 울부짖었고, 살려달라고 빌고 싶었다. 하지만 시후는 냉혹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김미희, 지금 너희 아들 둘은 일단 살려둘 생각이다. 하지만 네가 여기서 계속 쓸데없는 소리로 내 심기를 건드린다면, 생각을 바꿀 수도 있어. 그러면 세 사람이 저승에서 다시 만났을 때 네 아들들이 너를 원망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건 다 네 책임이야.”이 말을 들은 김미희는 아무리 두렵고 억울해도 더 이상 헛소리를 하지 못했다. 결국 김미희는 죽는 것보단 살아남는 게 낫다는 진리를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들이 시리아로 끌려가더라도, 어느 날 조용히 죽임을 당하는 것보단 훨씬 나을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팔을 들어, 자신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그리고 급히 말했다. “다... 다 제 잘못입니다... 입을 함부로 놀린 제 잘못이죠... 선생님, 제발 저 같은 인간과 같은 수준이 되지 마세요...”시후는 더 이상 김미희와 말을 섞지 않고 대신 성도민을 불러 조용히 지시했다. “성도민 씨, 부하들을 시켜서, 화레이스 일당의 시체들을 전부 지상으로 옮기도록 하세요. 하나도 남기지 말고. 살아있는 놈들도 나중에 똑같이 처리하게 될 거니까.”“예!” 성도민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낮은 목소리로 시후에게 물었다. “은 선생님, 옆 감방에 아직 한국인들이 갇혀 있던데 어떻게 할까요?”시후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당연히 버려두면 안 되겠죠. 내가 시킨 일부터 먼저 처리하고, 그 사람들은 내가 직
시후의 말에, 김미희는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녀는 시후를 뚫어져라 똑바로 쳐다보며, 마음속에서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내뱉었다. “은시후,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이 자리엔 화레이스, 마윤걸을 비롯한 다른 이들도 있었고, 그들 또한 당혹스러운 얼굴로 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 역시, 이 눈앞에 선 은시후라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너무나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자 시후는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 정체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하지만 너희들은 그 중에서도 제일 수준 낮은 부류에 속해. 그래서, 굳이 내 정체를 알려줄 필요가 없을 것 같군. 하지만 너희가 알아야 할 건 딱 하나야. 블랙 드래곤 전체가 나에게 충성을 맹세했다는 사실... 그리고 이건 자랑이 아니라 경고다. 너희들이 죽은 뒤, 네 가족들도 그 대가를 치르게 만들 능력이 나에겐 충분히 있다는 거지!”바로 옆에서 성도민이 차갑게 덧붙였다. “은 선생님께서 한 마디만 하신다면, 너희들의 가족들은 그 어디로 숨는다 해도, 내가 반드시 끌고 올 것이다!”김미희는 시후를 마치 괴물이라도 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존재를 적으로 돌렸는지를. 만약 시후가 블랙 드래곤을 쥐고 있는 것이라면, 자신의 두 아들을 시리아로 끌고 가는 건 고사하고, 집안을 몰살 시키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바로 그 순간, 김미희는 완전히 당황하고 말았다. 그녀는 평생 악행을 저질러 왔지만, 단 한 번도 악몽을 꾼 적은 없었다. 되돌릴 수 없는 길을 택한 그 순간부터, 그녀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자신을 무장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 모든 건 자손 대대로 잘 살게 하기 위한 것이며, 자신이 총살을 당하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던 김미희는, 시후가 집요하게 그녀의 급소를 찔러오자 완전히 무너졌다.김미희는 집안에 위기가 닥쳤을 때 한 번 절망했었다. 하지만 서
이때, 시후는 갑자기 몸을 돌려 김미희를 흥미롭게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이모님, 그럼 제 몸값은 여기서 얼마쯤 받을 수 있을까요?”김미희는 시후의 얼굴을 본 순간, 마치 하늘에서 정수리에 천둥이 내리 꽂히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두 눈이 휘둥그레져 무의식 중에 외쳤다. “은... 시후?!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시후는 어깨를 으쓱이며 미소 지었다. “난 당연히 널 찾으러 왔지. 네가 우리 장모님을 감옥에 처넣었잖아. 내 아내가 매일 울면서 장모님을 구해달라고 하는데, 내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인 널 그냥 둘 수 있겠어?”김미희는 냉소적인 말투로 대꾸했다. “뭐? 너 혼자서? 감히 멕시코까지 와서 나에게 복수하려고?” 김미희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은시후, 여기가 어딘지 알아? 여긴 크레이지 화레이스의 본거지야! 여기서 매년 죽어 나가는 인간들이 수두룩하다고. 그리고 너도 여기 온 이상, 죽는 것밖에 남은 게 없을 거야!”시후는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크레이지 후아레스의 보스 이름이 혹시 후아레스인가?”김미희는 냉정하게 말했다. “당연하지! 우리 보스는 그 유명한 후아레스 님이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성도민에게 눈짓을 보냈다. “성도민 씨, 끌고 와요.”“예!” 성도민은 곧 두 다리가 부러진 후아레스를 사람들 사이에서 질질 끌어왔다. 김미희는 그의 얼굴을 알아본 뒤, 그 자리에서 뒷걸음질치며 몇 걸음 물러났고 그만 뒤에 서 있던 서건희와 부딪혀 둘 다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녀는 깜짝 놀라 후아레스를 바라보며 다급히 물었다. “보... 보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그러자 후아레스는 이를 갈며 영어로 고함쳤다. “김미희! 이 개 같은 계집아! 널 죽여버리겠다!”시후는 그런 그를 발로 한 차례 걷어차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말하라고 했나?”후아레스는 바닥을 구르며 극심한 다리 통증에 이를 악물었지만, 시후 앞에서는 단 한 마디도 감히 내뱉지 못하고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나훈구의 성격을 말하자면, 그는 사실 비교적 노련하고 보수적인 지식인 스타일이었다. 다소 범생이 같은 타입이었던 것이다. 그는 지식인 특유의 고고한 자부심, 그리고 일부 전형적인 인물에게서만 나타나는 궁상맞을 정도로 고지식한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함부로 욕설을 하지 않지만, 욕을 하기 시작하면 그건 정말 참을 수 없는 지경에 몰렸을 때라고 할 수 있었다.지금 이 순간, 나훈구는 생명의 위협은 없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김미희에 대한 증오를 도무지 억제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여자는 자신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죽이려 했고, 자신은 그런 그녀를 은인이라 생각하고 고마워하며 따랐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지금 다시 마주한 그녀에게, 나훈구는 분노로 이를 악물며 말했다. “궁지에 몰린 도둑이라고? 뭘 믿고 그렇게 자만하는 거지? 듣자 하니 너희 집안이 다 털렸다며! 남편이랑 아들도 잡혔고, 네가 벌어온 더러운 돈도 다 동결됐다고 하던데! 수십 년의 노력이 물거품 된 기분 어때, 아주 괴롭지?”그 말을 들은 김미희는 충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금 전까지의 그 자신감과 냉소적인 태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대신 분노와 당혹감, 미친 듯한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나훈구를 노려보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누가 말해준 거야?!”지금의 김미희는 단순히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보다 더한 건 충격이었다. 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훈구 같은, 자기 신분조차 제대로 모르는 멍청이가 어떻게 자기 집안의 상황을 알 수 있는 것인가? 그녀는 속으로 당황하며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 가족한테 일어난 일은, 우리랑 같이 이곳으로 온 그 차 안의 몇 명 빼곤 아무도 모를 텐데...? 게다가 모두 핸드폰도 버렸고, 외부와의 연락 수단 자체가 없었어. 같이 온 세 명이 설령 그걸 누군가에게 알리려 해도, 불가능했을 텐데. 그리고 설사 누가 어떻게든 정보를 퍼뜨렸다 해도, 하필 그걸 나훈
“맞아...” 이호량은 블랙 드래곤을 떠올리자 절망감에 사로잡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보스는 이번에 블랙 드래곤이랑... 어떤 의미에선 완전히 접촉하게 된 셈이지...”김미희는 그 말을 듣고 바로 흥분하며 말했다. “좋네! 완전 잘 된 거네! 블랙 드래곤이랑 연결됐으면, 이제 뭘 더 걱정할 게 있겠어? 유럽이나 미국은 물론이고, 중동에서도 이제 우릴 건드릴 자가 없겠구나!” 그러면서도 그녀는 이호량의 풀이 죽은 듯한 기색을 보고, 아마 마윤걸이 사고를 쳐서 보스에게 혼난 것을 걱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마윤걸은 어디까지나 이호량의 보호막 같은 존재였고, 만약 마윤걸이 진짜 보스에게 미움을 샀다면 이호량도 위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그녀는 웃으며 위로했다. “이호량, 너무 걱정 마. 형님이 보스를 얼마나 오래 따라다녔는데, 보스가 그를 쉽게 버리진 않을 거야.”이호량은 김미희를 바라보며, 힘없이 웃었다. “그랬으면 좋겠네...”김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더니, 문득 떠오른 듯 물었다. “맞다, 이호량. 그 나훈구는 도착했지? 나 요 며칠 외부와는 통 소통을 못 해서, 소식을 전혀 못 들었거든.”“도착했어...” 이호량은 김미희를 힐끗 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나훈구가 비행기에서 한국인을 한 명 만났는데, 꽤나 말이 잘 통했는지 그 사람도 선원으로 일하고 싶다고 같이 데려 왔더라고. 그래서 형님에게 보고하고, 둘 다 공항에서 데려왔어.”김미희는 웃으며 말했다. “헐, 그런 행운도 있었어? 그냥 돈줄이 굴러들어온 거 아니야?”“돈줄...?” 이호량은 순간 멍해졌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씁쓸히 웃었다. “그래... 돈줄이지... 너도 곧 직접 만나보면 알게 될 거다.”김미희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기며 말했다. “나훈구는 내가 꼬드겨서 오게 만든 거고, 네가 말한 그 청년도 나훈구가 데리고 온 거니까, 그 청년도 잘 써먹게 되면 수당 절반은 내가 또 받아야겠네~” 그러더니 김미희는 이호량을 보며 웃으
김미희가 탄 자동차가 막 마당 밖에 도착하자, 대문이 안쪽에서 열렸다. 그 안에서는 그들이 잘 아는 이호량과 두 명의 낯선 동양인 남성이 함께 나왔다.운전 중이던 민영건은 이호량을 보자마자 머리를 내밀고 반갑게 인사했다. “어이 이호량, 오랜만이다!”지금의 이호량은 사실상 강제로 김미희 일행을 맞이하러 나온 상황이었기에, 마치 영혼이 나간 듯 멍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심지어 반응 속도도 평소보다 한참 느렸다.민영건이 몇 초간 그를 부른 뒤 정신을 차리고,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오랜만이다...” 그러고는 민영건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서둘러 시후가 당부한 말을 전했다. “아 참, 보스가 안에서 화가 단단히 나셨다. 어서 내려가 봐.”민영건을 비롯한 일행은 긴장한 기색을 보였고, 조수석에 앉아 있던 김미희도 당황한 듯 보였다. 그녀는 민영건이 차를 멈추자마자 이호량에게 물었다. “보스가 왜 화가 난 거야? 우리 때문은 아니지?”이호량은 식은땀을 닦으며 대답했다. “너희들과는 상관없어... 형님이 사고를 쳤거든...”그 말을 들은 김미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절박한 범죄자들의 세계에서는 내가 죽는 것 보다 차라리 남이 죽는 게 낫다는 마인드가 기본이기 때문이었다. 평소 협력을 하던 관계라 해도 누가 사고를 치면 동정 따윈 없이 상대방을 버리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궁금한 듯 물었다. “뭘 어쨌는데? 무슨 사고를 쳤길래?”이호량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었다. ‘이 모든 게 다 너 때문에 생긴 일이잖아! 그런데 지금 무슨 염치로 묻냐? 은시후의 장모를 해코지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지금 블랙 드래곤한테 이렇게 당했겠어? 오늘 여기서 죽는다면, 넌 진짜 죄의 근원이다!’ 하지만 블랙 드래곤 대원 두 사람이 곁에 있어 이호량은 감히 분노로 얼굴을 붉힐 수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억지로 평정을 유지하며 말했다. “말로 설명하긴 좀 어려워, 직접 내려가서 보면 알 거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의 그녀는 멕시코 말고는 숨을 곳이 없지! 김미희, 내가 드디어 널 기다려온 보람이 있구나!” 그는 곧바로 블랙 드래곤 대원에게 물었다. “외부 정리는 잘 되었나?”대원은 즉시 답했다. “은 선생님, 리더가 오기 전부터 이미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시신들은 전부 위층 빈 방으로 옮겼고, 대원들은 마당 안팎의 흙을 뒤집어 피의 흔적을 가리고 있습니다. 오늘 밤은 바람이 강해서 피 냄새도 금방 흩어질 겁니다.”“좋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차가 들어오면 바로 잡아서 내게 데려오도록.”대원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Yes, sir!”...같은 시각, 멕시코 마을 동쪽 입구.민영건이 차를 몰아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김미희, 서건희, 그리고 민영건의 아내 역할을 하고 있는 손혜나 모두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네 사람은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차는 주유나 식수 및 음식 구매를 하는 시간 외에는 거의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미국 전역은 너무나도 위험했고, 가장 안전한 선택은 빠르게 멕시코에 도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미희는 멕시코에서 며칠 쉬면서 나훈구의 수술 건을 감독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미국 쪽 분위기가 잠잠해지면 다시 돌아갈 계획이었다.그때, 운전 중이던 민영건이 의아한 듯 말했다. “이모, 오늘 왜 이렇게 조용하죠?”김미희는 무심히 말했다.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그래.” 그리고는 기지개를 켜며 투덜거렸다. “어휴 이번 건만 끝나면, 난 평생 차를 안 타고 싶다...”김미희의 말에 민영건은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고 익숙하게 차를 몰아 수술실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수술실 근처에 다다르자, 그들은 갑작스레 이례적인 풍경을 보게 되었다. 수술실 앞에 차량들이 가득했고, 눈대중으로만 봐도 최소 수십 대는 되어 보였던 것이다.그러자 뒷좌석에 앉아 있던 서건희도 놀라며 말했다. “왜 이렇게 차가 많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