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는 눈앞의 중년 남성의 행동에 놀랐다. 그는 즉시 그를 부축하며 본능적으로 물었다. “실례합니다만.. 혹시 누구 십니까?” 중년 남성은 즉시 공손하게 답했다. “도련님, 저는 이중열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이미 고혼이 되어야 했겠지만, 정말 운이 좋게도 도련님의 아버님이신 은서준 상무님의 도움 덕분에 오늘날까지 이렇게 살아남았습니다.” 이중열이 아버지의 지인이라는 말을 들은 시후는 매우 존경스럽게 그에게 손을 모아 인사하며 말했다. “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은시후라고 합니다!” 이중열은 매우 감격하여 눈이 붉어지며 말했다. “알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을 처음 보자마자 당신이 분명히 시후 도련님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처음에는 제가 환각을 보는 줄 알았는데, 고은서 아가씨께서 저에게 놀라운 손님이 올 것이라고 말하셨을 때, 저는 분명히 은시후 도련님일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고은서는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시후 오빠, 내가 아저씨께 오빠가 온다고 말씀드리지 않았거든. 우리가 오빠를 찾았다고도 말하지 않았고.. 아저씨께 놀라움을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똑똑한 아저씨가 오빠의 정체를 금방 알아챌 줄은 몰랐어!” 이중열은 서둘러 말했다. “아가씨, 이건 제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은시후 도련님과 당년의 상무님이 너무 닮으셔서 그렇습니다...” 시후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르신, 제 아버지는 어떻게 아십니까?” 이중열은 한숨을 쉬며 진지하게 말했다. “예전에, 제가 젊어서 경솔하게 행동하다가 사람을 잘못 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상대방은 저를 죽이기 위해 추격령을 내렸고, 홍콩의 갱들이 저를 찾기 위해 나섰지요...” 그는 이어서 눈을 붉히며 말했다. “그때 상무님께서 저를 밤새 구출하기 위해 사람을 보내주셨고, 직접 홍콩에 가서 협상까지 하시며 엄청난 대가를 지불한 뒤 제 목숨을 구해주셨습니다...” 시후는 놀라며 말했다. “어르신, 당신이 제 아버지의 오래된 친구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감정이 격해진 가운데, 예전의 얘기를 들은 시후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르신, 이후에 어떻게 뉴욕에 오게 되셨습니까?"이중열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상무님이 세상을 떠나신 뒤, 저는 조용히 애도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예전에 저를 죽이려 했던 놈들이 상무님의 불행한 소식을 듣고 다시 추격령을 내렸다는 걸 알게 되었죠. 저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고, 결국 미국에 오게 되었고 지금까지 미국에 머물게 됐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시후에게 물었다. "도련님, 지금까지 어디에 계셨습니까? 당시 고선우 회장님이 도련님을 찾기 위해 거의 전 세계를 돌아다니신 걸로 알고 있고, 미국에도 여러 번 오셨는데.. 저도 함께 당신을 찾으러 다녔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습니다..."옆에 있던 고은서가 재빨리 대답했다. "시후 오빠, 나도 아빠와 함께 예전 뉴욕에 왔었어. 그때 바로 아저씨가 우리를 맞아주셨어.. 이 식당에서!" 그녀는 이중열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말했다. "아저씨, 제가 처음 아빠와 여기 온 게 8살 때였는데, 마지막에 온 게 20살이었죠! 지금은 27살이 되었는데, 여기는 정말 하나도 변한 게 없네요."이중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원래 익숙하면 바꾸기가 어렵더라고요. 사실 말하자면 게으른 편이죠."고은서는 시후를 바라보며 설명했다. "시후 오빠, 예전 아빠와 함께 미국에 왔을 때 아저씨의 집이 첫 번째 거처였어. 아, 참! 아저씨의 삼겹살 구이는 정말 맛있어!"이중열은 겸손을 잃지 않고 물었다. "아가씨, 그런데 어떻게 도련님을 찾으셨나요? 어디서 찾으셨습니까?"시후가 입을 열었다. "어르신, 사실 저는 계속 한국에 있었어요."이중열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놀라며 외쳤다.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당시 고선우 회장님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당신을 찾으러 돌아다녔는데, 아무도 소득이 없었습니다..."이 질문을 들은 시후는 당사자인 박상철이 자신을 보육원에 배치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이중열은
고선우의 음성 메시지를 듣고 난 후, 시후는 매우 놀라고 말았다. 고선우가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과거에 아버지가 이 이중열이라는 인물을 인정했던 것을 고려했을 때, 이중열은 분명히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후는 자신에게 현재 가장 큰 발전 제약이 바로 인재의 부족임을 잘 알고 있었다. 블랙 드래곤은 강하긴 하지만, 결국 외부에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없는 존재이며, 블랙 드래곤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힘과 관련된 문제일 뿐이었다. 그러니 앞으로 LCS 그룹의 힘을 지속적으로 키워 나가려면 무력은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할 것이고, 경영이야 말로 훨씬 더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따라서 시후는 자신이 이 부분에 많은 부족함이 있다고 느꼈다. 그러니 앞으로 LCS 그룹은 방향을 제시할 리더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경험이 풍부한 운영자가 필요했다.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LCS 그룹이라는 큰 선박을 더욱 안정적이고 빠르며 멀리 항해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중열은 그런 역할에 적합한 인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시후는 자신이 이중열과 잘 알지 못하는 사이이고, 그의 과거에 대해서도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중열 역시도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곧바로 회사로 초대하는 것은 다소 성급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이중열을 조금 더 알아가기로 마음먹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중열과 아래층에 있던 직원은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을 들고 2층으로 올라왔다. 이중열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긴 테이블에 음식들을 가득 차려 놓은 후에야 비로소 분주함을 멈추고 앞치마를 벗었다. 그리고 그는 시후와 고은서의 옆에 마주 앉았다. 서로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세 사람은 마주 앉았다. 이중열은 소주를 꺼내며 시후에게 말했다. "도련님, 기분이 내키신다면 함께 한 잔 하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시후는 망설임 없이 말
"김천 출신입니다." 이중열이 말했다. "제 본적은 경북 김천이지요. 아버지께서는 오랫동안 많은 식당을 하셨고, 그 중에서도 삼겹살 집을 잘 운영하셨습니다. 얼마 안 가 자리를 잡으셨고, 나중에는 덕분에 가정 형편이 점차 좋아졌기 때문에 저를 미국으로 유학 보내셨습니다."시후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그러면 어떻게 제 아버지와 아시게 되었나요?"이중열이 답했다. "아버님과 저는 미국에서 배낭 여행을 하다가 만났습니다. 그때는 둘 다 학생이었고, 방학 배낭 여행을 하던 중에 우연히 마주친 상황이었죠. 계획한 여행 코스가 거의 비슷해서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고, 그 후로 친구가 되었습니다. 며칠 동안 우리는 종종 함께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서로 뜻이 잘 통하더군요.."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다만, 우리 두 사람의 학교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전화로 연락은 자주 했지만, 직접 만날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아버님이 어머님과 함께 귀국하게 되었는데, 떠나기 전에 저에게 연락처를 남기며 졸업 후 한국에서 만나자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음이 걸리는 일이 있어서 고향 집으로 돌아갔습니다."시후는 여기까지 듣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중열이 어떻게 홍콩에서 어떤 인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는지 궁금했지만, 당사자에게 직접 묻는 건 무례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마음을 접었다. 그러면서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와 삼촌께서 배낭 여행으로 친구가 되신 거라니..”이중열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도련님, 제가 홍콩에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쫓기게 되었는지 알고 싶으십니까?"시후는 잠시 멈칫했지만, 그의 말에 맞춰 웃으며 답했다. "중열 삼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말 궁금하긴 합니다......""하하하!" 이중열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일은 당시 홍콩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가 될 겁니다.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제가 홍콩으로 가게 되었을 때, 제 부친께서는
"그가 뭐라고 했냐고요?" 이중열은 말을 반복하며 한숨을 쉬고는 무력하게 말했다. "그야 당연히 제 말을 믿지 않았지요. 분명히 그녀와 제가 불륜을 저질렀다고 확신했고, 제가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죠. 다만, 그는 제가 그에게 큰 돈을 벌어준 공로를 봐서 이번 한 번은 용서해줄 테니 돌아가서 상처를 치료하고, 제가 다 나아서도 그를 위해 돈을 벌어준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저를 죽이겠다고 했습니다." 여기까지 말한 뒤 이중열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가 꿈에도 몰랐던 것은,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내기로 결심할 때 이미 대비책을 마련해 두었다는 것이었죠. 저는 미리 제 첫사랑에게 여권을 챙겨 그의 저택을 나온 뒤 회사 근처 병원에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시후는 놀라며 물었다. "그가 삼촌을 병원으로 보낼 거라고 예측하셨기 때문에 그러신 건가요?"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이중열은 웃으며 말했다. "그가 정말 그렇게까지 할 줄 알았다면, 그냥 저는 첫사랑을 데리고 도망쳤을 겁니다. 그럼 제가 굳이 사람들에게 구타당할 일도 없었겠죠." 이중열은 계속해서 말했다. "사실, 저는 당시에 상황에 따른 세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그에게 돈을 많이 벌어줬으니 앞으로도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여, 여자도 많으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저와 제 첫사랑의 사이를 허락하는 것이었죠. 두 번째는 그가 몹시 화가 나 저를 죽이게 될 경우입니다. 세 번째는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저를 사용 가치가 있다고 보고, 저에게 교훈을 줄 뿐 첫사랑에 대한 마음만 접게 하여 계속해서 돈을 벌게 하는 것이었죠." 그리고 나서 이중열은 말했다. "제가 첫사랑을 병원으로 가게 했던 이유는 첫 번째 상황이 된다면 당연히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 될 것이므로, 직접 병원에서 좋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고, 가까운 곳이니 빨리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경우가 된다면 그녀는 병원에서 저를 기다려도 만나지 못
시후는 자신이 이중열과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이렇게 치밀하게 대비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때, 이중열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시 저는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병원에 실려 갔지만, 누가 알았겠습니까? 30분 뒤 제가 몰래 병원을 빠져나와 첫사랑과 함께 도망칠 것이란 걸.." 그는 이어서 말했다. "당시 제 계획은 먼저 동남아로 가고, 이후 미국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첫사랑이 여권을 가지고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사내는 즉시 제 목에 3천만 홍콩 달러라는 현상금을 걸었습니다. 우리 둘은 막 공항에 도착해서 택시에서 내리려던 찰나, 공항 밖에 위험한 자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지요.. 그래서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몰래 빠져나갈 시도를 했지만, 당시 홍콩 최대의 현상금이 걸린 터라 홍콩 내 모든 조폭들이 협력하고 우리 두 사람을 잡기 위해 나섰거든요.. 게다가 마카오에 있던 조폭들 까지도 손을 벌리는 바람에 홍콩의 모든 항구와 관문이 봉쇄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절박한 나머지 아버지께 구조 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뒤 상무님께서 저를 위해 직접 홍콩으로 오셔서 저를 쫓는 사내를 만나 많은 희생과 양보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이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요.. 저는 늘 이 일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제 가족들과 일들을 정리한 후에 한국으로 가서 상무님을 섬기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한 뒤 이중열은 탄식했다. "하지만 상무님께서 그렇게 젊은 나이에 돌아가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상무님께서 돌아 가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저를 쫓던 사내는 다시 3천만 홍콩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제 목숨을 노렸고, 저는 할 수 없이 도망쳐야 했습니다.."시후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렇다면 삼촌의 첫사랑은 어떻게 되었습니까?"이중열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녀도 저와 함께 미국으로 왔어요. 당시
시후는 이 이야기를 듣고 할 말을 잃었다. 이중열이 사랑을 위해 이렇게 많은 것을 희생했지만, 결과는 모두 헛된 것이 되고 말았다. 이건 마치 부인을 잃고 군대까지 모두 잃은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원래 그는 최고의 엘리트로, 그의 재능 때문에 시후의 아버지가 여러 차례 그를 찾았을 만큼 그는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러니 그는 원래 밝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했을 뿐만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거물에게 원한을 사는 바람에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보지 못하고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미국에 머물러야만 했다. 사회의 정상에 있던 그는 이제는 미국의 한인 타운에서 노동을 하는 많은 이들과 다를 바 없는 처지로, 그는 이렇게 20여 년을 보내고 있었다. 그의 인생은 그날의 결정으로 완전히 망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시후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 "중열 삼촌, 이런 결정을 후회하신 적 있으십니까?"이중열은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 "후회할 건 없지요. 사람은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당시 저는 진심으로 그녀와 행복한 결말을 맞고 싶었지만, 그때는 사랑에 눈이 멀었고 여러 각도에서 이 일의 타당성을 깊이 있게 분석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는 이어서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영웅이 미인의 유혹을 이기기 힘들다고 하는데.. 나는 영웅도 아니고, 당시에는 나이도 어렸고 철이 없었으니 두 사람의 마음이 같으면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람은 시간과 상황에 따라 다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요. 어떤 여성들은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늘 마음 속으로 넓은 자연을 동경하기도 하죠. 자연 속에 뛰어들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사실 자연을 정말 동경하는 게 아니라, 너무 안락하게 지내다 보니 삶이 지루해졌던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은 진짜 자연으로 나가 비바람을 맞고 배고픔을 견디게 되면, 대부분 과거의 새장을 그리워하게 될 걸요
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한숨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제 생각에는, LCS 그룹이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서는 것만이 아버지의 영혼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이중열은 시후의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시후에게 이런 원대한 포부가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원대한 포부를 가지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하늘에 오르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시후가 얼마나 은서준과 닮았는지 이중열은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은서준이 과거 자신에게 베풀었던 은혜를 떠올리며, 그는 언젠가 시후에게 충성을 다해 그를 도울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후와 이중열 모두 초면에 그만큼의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고 시후가 자신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두 사람은 암묵적으로 대화를 점차 가벼운 주제로 이끌어갔고, 곧 시후의 뉴욕 방문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이중열이 물었다. “도련님, 이번에 미국에 오신 것은 고은서 아가씨의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까?”시후는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저는 아내를 따라 미국에 왔습니다. 아내가 여기서 연수를 받고 있어서요. 마침 프로비던스에 있어서, 오늘은 은서와 함께 자선 만찬에 참석하러 온 것입니다.”“아, 그렇군요.”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의 의아함을 드러냈다. “그런데, 은서 아가씨를 초대할 수 있는 자선 만찬이라면 분명히 큰 영향력을 가진 행사일 텐데.. 최근에 그 정도 규모의 자선 만찬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고은서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한인회와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 함께 이 행사를 주최한다고 들었어요. 목적은 서양에 있는 동양인 고아들을 위해 기금을 모으기 위한 것이랍니다.”이중열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비록 평범한 삼겹살 집 가게 사장일 뿐이었지만, 한때 금융
한 경찰관이 곧바로 앞으로 나와 큰 소리로 경고했다. “배한빈 씨, 만약 계속 현장을 떠나지 않고 파손을 지속하신다면, 강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배한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감히 누가 나를 건드릴 수 있나 보자고!”경찰들 역시 그의 신분을 알고 있어, 그가 분노하자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제이크 한은 몸을 돌려 말문을 열었다. “좋습니다, 배한빈 씨. 그렇게 고집을 부리신다면 여기 그대로 계십시오.”배한빈은 제이크 한이 마침내 한 발 양보하자 마음이 조금 풀렸다. 오늘 밤 내내 그에게 억압당하고 있던 터라 굉장히 답답했는데, 이제서야 한 번 이긴 기분이었다. 그러자 그는 냉소를 지으며 거만하게 말했다. “제이크 한, 이번엔 당신을 현명하다고 인정해 주지!”제이크 한은 그의 거만함에 화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 배한빈 씨.. 이렇게 큰 사건이 터졌으니 우리는 대중에게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잠시 후 여러 언론사들이 이곳에 와서 보도를 할 테니, 그때 가서 기자들과 잘 얘기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절대 이곳을 떠나지 마십시오. 잠깐의 기자회견을 준비할 테니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시면 됩니다.” 이 말을 듣자 배한빈은 속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사실 그는 꼭 여기에 머무르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저 제이크 한이 자신을 내쫓으려 해서 반발심이 생긴 것뿐이었다. 그런데 제이크 한이 여기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하다니! 배한빈으로선 세상 사람들에게 아들이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공개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이런 치욕을 어찌 견디겠는가? 그래서 그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한테 여기서 허송세월 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 당신이나 기자회견 하시고, 난 아들을 찾으러 가겠어!”제이크 한은 냉소를 지으며 비꼬았다. “뭐죠? 내가 가라고 하면 억울하다고 하더니, 갑자기 본인이 제 발로 떠나겠다고 하는 건 무슨 의미입니까?”배한빈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가고 싶으면 가고, 있고 싶으면 있는 거지
제이크 한은 배한빈을 늘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배한빈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배한빈의 아버지 배해산이 권력을 빼앗으려 했다는 소문을 들어서였다. 제이크 한은 페이셔스 그룹의 원로인 배원중 회장을 존경했기에, 배해산과 그의 아들 배한빈 부자를 경멸했다.반면, 배한빈이 제이크 한을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제이크 한이 워낙 명망 높은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심지어 백악관에서도 높이 평가 받는 정치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고, 미국 내에서는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특히, 10년 동안 이어진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해 현직 대통령에게 표창을 받은 인물로, 커뮤니티에서 거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만약 그가 무슨 일이라도 당한다면, 미국의 국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컸다. 이 때문에 배한빈은 제이크 한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고,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페이셔스 그룹 역시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이때 제이크 한은 배한빈을 바라보며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배한빈 씨, 지금 당신의 아들이 실종 상태이긴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오늘 벌어진 일들에 있어서 당신의 아들이 무고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차갑게 덧붙였다. "당신은 똑똑한 사람일 테니 스스로 잘 생각해 보시죠. 그냥 단순한 자선 행사인데, 당신의 아들이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일을 벌일 필요가 있었을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하지 않나요?"배한빈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비록 남을 깔보는 성격이었지만, 그 역시도 똑똑한 편이었다. 그래서 배한빈은 뭔가 아들이 일을 이 정도로 과하게 벌인 것이 확실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가장 수상한 점은 제이크 한이 언급한 것뿐만 아니라, 사건의 성격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이었다. 배한빈은 그의 아들 배호영이 평소에 자선 활동에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가족이 자선 행사를 열 때마다 배호영은 참여조차 꺼렸는데,
잠시 멈칫한 후, 제이크 한은 다시 말했다. “오늘 밤 이곳에 있는 모든 직원들을 전부 조사할 것이며, 인원이 줄어들지 않았는지 특히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한다. 각 직원들이 서로를 확인하여 누가 빠졌는지 알아내도록 해!”사람들은 즉시 지시에 따랐고, 제이크 한은 이어 시후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현장에 있던 간접적인 증인이니, 비록 직접 목격자는 아니지만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잠시 후 경찰차를 타고 함께 경찰서로 가서 진술서를 작성해 주시면 좋겠습니다.”시후는 대답했다. “혜리 씨는 공인이라 경찰서를 드나들었다는 소문이 퍼지면, 언론에서 어떻게 허위 기사를 만들어내 눈길을 끌지 모릅니다.. 그러니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시후는 제안했다. “일단 저희들이 먼저 호텔로 돌아가면 어떻겠습니까? 진술서가 필요하시면 호텔로 오시면 되고요. 그렇다면 저희도 성심껏 협조하겠습니다.”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좋겠군요. 현장 조치가 끝나면 호텔로 방문하겠습니다.”시후는 “그럼 지금 나가도 되나요?”라고 물었다.“물론입니다.”그러자 옆에서 배한빈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내 아들은 아직 행방불명 상태야! 내 아들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여길 떠날 수 없어!”시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뭐 때문에요?” 그러고 나서 그는 더 이상 배한빈과 대화하지 않고 바로 제이크 한을 향해 말했다. “경감님, 저는 이번 사건이 사전에 계획된 음모라고 강하게 의심합니다. 특히 페이셔스 그룹이 크게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배한빈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뭐라고?!”시후는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페이셔스 그룹이 크게 의심스럽다고요!”배한빈이 화가 나서 뭔가 소리치려던 찰나, 제이크 한이 매우 진지하게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시후는 진지하게 설명했다. “이번 일 자체가 매우 이상하니까요. 페이셔스 그룹의 그 젊은 도련님이라는 자가 혜리 씨를 자선 파티에 초대했고, 혜리 씨가 특
시후는 배한빈의 극도로 적대적인 시선을 느끼고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가 보기에 이 남자는 배원중과 닮은 점이 많아 보였다. 방 안에서 들은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시후는 이 사내가 바로 배호영의 아버지, 바로 배한빈임을 확신했다.현재 배한빈은 극도로 화가 난 상태였다. 그는 시후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따져 물었다. "아까 내가 문 열라고 했을 때, 왜 열지 않았지?"시후는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을 몰라서죠. 당신이 누구인지 내가 어떻게 압니까? 이렇게 긴급한 상황에서 경찰이 아닌 사람을 내가 믿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배한빈은 답답한 듯 말했다. "나는 페이셔스 그룹의 배한빈이라고 한다. 내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건가?"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얼마 전에 한국에서 왔고, 당신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아들을 찾는 것이지 여기서 나에게 위세를 부릴 필요는 없지 않나요? 그럴 시간에 아드님의 행방을 찾는 게 더 나을 겁니다.""너..!?" 배한빈은 너무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분노를 억누르며 이를 악물고 물었다. "방금 전에 뭘 봤는지 어서 말해!"시후는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 일에 대해 나는 법적 권한을 가진 경찰에게만 이야기하겠습니다. 당신에게는 말할 수 없습니다."배한빈은 평생 동안 자신을 이렇게 대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기에 순간적으로 이 젊은이를 당장 보디가드에게 명령해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제이크 한이 옆에 있음을 떠올리자 화를 참아야 했다.이때 제이크 한이 시후를 보며 물었다. "젊은이, 나는 뉴욕 경찰청의 경감입니다. 나에게 본 것을 말해줄 수 있습니까?"시후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 일곱 구를 가리키며 얼굴을 찌푸린 채 말했다. "뭘 봤겠습니까? 당연히 문을 열자마자 죽은 사람들을 봤겠죠! 미국에 오기 전에는 치안이 정말 좋은 줄 알았는데, 문을 열고 보니 죽은 사람들이 잔뜩 있
배한빈은 아들이 이 기회를 이용해 혜리를 만나려 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아들이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번 행사를 준비했던 이유가 그녀를 겨냥한 것이 아닌가 짐작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일본 닌자들이 그 틈을 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그래서 그는 혹시 혜리가 이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 아니면 그녀가 배후에서 이 모든 일을 주도한 건 아닌지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호텔 책임자에게 말했다. “혜리에게 문을 열라고 해. 물어볼 말이 있다.”호텔 책임자는 급히 말했다. “대표님, 조금 전 혜리 씨의 측근이 경찰이 올 때까지는 문을 열지 않겠다고 전했습니다.”“뭐?!” 배한빈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모르는 건가? 여기가 우리 페이셔스 그룹의 영역이라는 것을?!”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VIP실 문에 발길질을 하며 소리쳤다. “문을 여시죠!”그러자 안에서 시후가 말했다. “우리는 경찰과만 이야기하겠습니다. 관계없는 사람은 저 멀리 물러서세요! 그리고 무례한 자는 더 멀리 떨어지십시오!”배한빈은 이를 듣고 곧바로 격노했다. 지금 자신의 아들이 실종되어 이미 속이 뒤집힌 상태인데, 모르는 녀석이 문 뒤에서 자신을 조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화를 참지 못하며 소리쳤다. “감히 나에게 그렇게 말하다니, 내가 누군지 알고는 있나?”시후는 경멸스럽게 대답했다.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아. 당신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면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지도록 해. 우리는 경찰과만 이야기하겠어. 다른 사람은 대통령이라도 소용없다고!”배한빈은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디에서든 항상 최고라고 존중 받는 자신이 지금 무명의 남자에게 무시당하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이곳에서 본 모든 것을 고스란히 말하는 것이다. 경찰 같은 것은 필요 없어! 이곳은 페이셔스 그룹의 영역이다. 뉴욕 경찰 따위가 감히?!”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 중년 남자가 불쾌한 목소리
'일본 닌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배한빈의 첫 번째 생각은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전에 부하들에게 일본 닌자들을 처리하라고 지시한 경험이 있었고, 따라서 그의 생각에 일본 닌자는 결코 페이셔스 그룹에 맞설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배한빈의 아들을 납치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그래서 배한빈은 나동오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일본 닌자가 맞아?”“확실합니다!” 나동오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수리검 같은 무기는 일본인이 아니면 쓰지 않고, 이런 즉사성 독약 역시 그들만 쓰는 무기입니다.”배한빈은 냉정하게 말했다. “이런 투척 무기와 즉사성 독약을 쓰는 이들이 없다는 말인가?”나동오는 서둘러 말했다. “대표님, 물론 예전에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이런 무기를 쓰는 이들이 있었지만, 그것은 옛날 이야기입니다. 과거에는 이런 것들이 존재했지만, 시간이 흐른 후 사실상 이런 비열한 암살 무기는 이제 더 이상 무술계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그는 이어 말했다. “사실 20세기 이후 전 세계가 검과 창 같은 무기 제거 열풍에 휩싸였지만, 유독 일본 닌자들은 그 전통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래서 이 무기는 이제 그들만 사용하고 있지요.”배한빈은 매우 화가 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자신의 비서에게 지시했다. “즉시 집에 연락해서 보낼 수 있는 인원들을 전부 파견해. 닌자들을 반드시 찾아내고, 호영이를 무사히 데려와야 해!” 그리고는 덧붙였다. “그리고 뉴욕의 모든 조직과 단체에 통보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자에게는 정보의 가치를 따져 1천만에서 5천만 달러까지 보상하겠다고. 만약 누군가 내 아들을 구출해 준다면 1억 달러로 보상하고, 아들을 구함과 동시에 닌자들을 체포한다면 2억 달러를 보상하겠다고!”비서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곧바로 진행하겠습니다!”배한빈은 다시 자신의 보디가드 장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장 선생, 당신과 당신의 형제들도 도와 호영이를 구할 수 있는
말을 마친 후, 시후는 다시 말했다. "혜리 씨의 안전을 위해 지금부터 이 문은 닫겠습니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열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시후는 방 문을 쾅 닫았다.그 시각, 혜리와 계약을 맺은 보안 회사의 외부 보디가드들도 이 소란을 듣고 달려왔다. 그들은 6명의 동료가 사망한 모습을 보며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고, 호텔 측에 설명을 요구했다.호텔 책임자가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으나, 그 역시도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간신히 침착함을 유지하며 보디가드들을 진정시키려 했다. 사건이 경찰에 보고되고 소문이 퍼지면 페이셔스 그룹의 큰 치부가 될 수 있기에, 그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책임을 지기 어려웠다. 하지만 다른 미국인들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곧바로 911에 신고했다. 호텔 책임자는 상황이 완전히 통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재빨리 사람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배호영의 아버지인 배한빈에게 연락을 취했다.그 시각, 배한빈은 맨해튼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몇몇 사업 파트너들을 접대하고 있었다. 아들이 실종되었고, 그것도 자신의 호텔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에 그는 크게 충격을 받았다. 거리는 호텔과 5km도 채 되지 않았지만, 배한빈은 헬기를 타고 빠르게 현장으로 향했다.뉴욕 경찰국 NYPD 역시 WF 호텔에서 일어난 7명 사망 사건의 신고를 접수하고는 대규모 경찰 병력을 현장으로 파견했다. 그와 동시에 고위급 인사들이 경찰 헬리콥터를 타고 사건 조사를 주도하기 위해 현장으로 향했다.몇 분 뒤, 배한빈은 불안한 얼굴로 현장에 도착했고, 호텔 책임자는 직원들과 함께 그를 맞이하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대표님, 잘못했습니다. 벌을 주십시오.."배한빈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손을 들어 책임자의 뺨을 때리고는, 아주 어두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말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호텔 책임자는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 "대표님, 저도 구체적인 상황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호영
뉴욕 한인회의 회장인 김사년이 연설을 막 끝내고 배호영에게 연설을 부탁하려던 순간, 현장에 갑작스러운 소란이 발생했다.페이셔스 그룹의 부하들과 호텔 직원들이 시후의 외침 소리에 이끌려 그쪽으로 몰려가자, 그들은 충격적인 광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혜리를 보호하던 6명의 보디가드가 현장에서 즉사했고, 배호영의 비서 손진호 역시 처참하게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호영 본인은 행방 불명된 상태였다.배호영의 몇몇 보디가드는 겁에 질려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들은 도련님이 페이셔스 그룹이 관리하는 호텔에서 실종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그 중 보디가드 중 한 명인 나동우라는 중년 남성은 배원중의 경호원인 원서훈의 조카로, 배호영의 안전을 담당하는 무술 고수였다. 하지만 배호영은 그를 자신의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기에, 그를 여러 가지 이유로 쫓아내곤 했으며 종종 계획을 바꿔 그를 따돌리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동우는 배호영에게 불만을 품게 되었고, 결국 원서훈에게 자신을 대신할 다른 사람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원서훈은 그의 요청을 들어주기로 했지만, 당분간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이 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만 참아 달라고 당부했다. 오늘의 자선 만찬 행사에서도 나동우는 배호영을 가까이서 보호하려 했으나, 배호영이 그를 연회장에만 머물게 했고 한 발자국도 나가지 말라고 지시했다. 만약 큰일이 났다는 소식을 듣지 않았다면 그는 경솔하게 연회장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나동우는 VIP실 앞에 급히 도착했고, 현장에 있는 시신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한눈에 이 시신들에 꽂혀 있는 단검이 닌자들의 전용 무기임을 알아챘다. 그는 즉시 물었다. "누가 이곳을 가장 먼저 발견했습니까?"문가에 서 있던 시후가 대답했다. "제가 발견했습니다!"나동우는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세히 말해 보세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시후는 그의 강경한 태도에 한 발 물러서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맞받아쳤다. "당신들이 감히 우리
배호영은 닌자들이 대체 뭘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당장 혜리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혜리를 보내면 다시 이런 기회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손진호에게 말했다. "가자, 같이 가보자고!"지금 배호영의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혜리를 붙잡아 놓고, 그 후에 닌자들에게 연락해 사태를 수습할 방법을 찾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것이 자신을 겨냥한 함정일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곳은 자신의 페이셔스 그룹이 운영하는 장소였기에 자신의 영역 안에서 위험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손진호와 함께 급히 VIP실로 걸음을 옮겼다.배호영이 VIP실에 도착하자, 혜리가 시후를 포함한 사람들의 동행 하에 VIP실 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혜리를 보자마자 물었다. "아니, 혜리 씨! 왜 그러시는 겁니까? 갑자기 아무 말도 없이 떠나시려고요? 제가 곧 무대에 올라 인사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그때 혜리 씨를 특별 게스트로 소개할 예정이었어요. 혜리 씨가 지금 떠나시면 제가 무대에서 체면이 서지 않는데...."혜리는 말없이 그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그 눈빛은 배호영을 움찔하게 만들었다.그때, 시후가 냉소하며 말했다. "배호영 씨, 무대에 오르지 않아도 되니 걱정 마세요. 왜냐하면, 당신은 무대에 설 기회조차 없을 테니까!"배호영은 놀라서 되물었다. "무, 무슨 말이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무언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배호영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의 비서 손진호는 앞으로 쓰러졌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손진호가 바닥에 엎어지며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배호영은 깜짝 놀라 손진호의 등을 보니, 네 개의 새까만 단검이 꽂혀 있었다. 그 단검은 바로 닌자 핫토리 카즈오가 던진 수리검이었다!배호영은 놀라움과 공포에 휩싸여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뒤에서 누군가 그를 순식간에 제압했고, 목에 강한 충격을 받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