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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7장

시후는 이 이야기를 듣고 할 말을 잃었다. 이중열이 사랑을 위해 이렇게 많은 것을 희생했지만, 결과는 모두 헛된 것이 되고 말았다. 이건 마치 부인을 잃고 군대까지 모두 잃은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원래 그는 최고의 엘리트로, 그의 재능 때문에 시후의 아버지가 여러 차례 그를 찾았을 만큼 그는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러니 그는 원래 밝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했을 뿐만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거물에게 원한을 사는 바람에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보지 못하고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미국에 머물러야만 했다. 사회의 정상에 있던 그는 이제는 미국의 한인 타운에서 노동을 하는 많은 이들과 다를 바 없는 처지로, 그는 이렇게 20여 년을 보내고 있었다. 그의 인생은 그날의 결정으로 완전히 망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후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 "중열 삼촌, 이런 결정을 후회하신 적 있으십니까?"

이중열은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 "후회할 건 없지요. 사람은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당시 저는 진심으로 그녀와 행복한 결말을 맞고 싶었지만, 그때는 사랑에 눈이 멀었고 여러 각도에서 이 일의 타당성을 깊이 있게 분석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는 이어서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영웅이 미인의 유혹을 이기기 힘들다고 하는데.. 나는 영웅도 아니고, 당시에는 나이도 어렸고 철이 없었으니 두 사람의 마음이 같으면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람은 시간과 상황에 따라 다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요. 어떤 여성들은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늘 마음 속으로 넓은 자연을 동경하기도 하죠. 자연 속에 뛰어들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사실 자연을 정말 동경하는 게 아니라, 너무 안락하게 지내다 보니 삶이 지루해졌던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은 진짜 자연으로 나가 비바람을 맞고 배고픔을 견디게 되면, 대부분 과거의 새장을 그리워하게 될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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