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는 시후가 이미 결정을 내린 것을 보고, 더 이상 설득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얌전히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시후 씨, 모든 일에 조심해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 말했다. "여보, 우리 음식을 포장해서 호텔로 돌아갑시다. 미안하지만 호텔에서 식사를 해야겠어요."유나는 서둘러 말했다. "나 신경 쓰지 말고 바로 공항으로 가요! 난 혼자 택시 타고 갈 수 있어요.”"안 돼요!" 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당신 혼자 가는 건 내가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그래요. 내가 당신을 호텔 방까지 데려다 줄게요. 호텔에 도착하면 다시는 밖으로 나가지 말아요."유나는 시후가 고집을 부리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후는 직원에게 손대지 않은 음식을 포장해달라고 요청했고, 이후에 렌트한 아우디 A6를 몰고 유나를 호텔로 데려다 주었다. 시후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 유나를 방까지 데려다 주며 당부했다. "여보, 문을 잠그고, 불필요한 외출은 하지 말아요.""알겠어요!" 유나는 서둘러 동의한 후 시후의 손을 잡고 간절히 말했다. "여보, 꼭 조심해요.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면 무리하지 말고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요. 그래도 안 되면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해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걱정 마요, 여보. 아무 일 없을 거야.. 만약 허탕이라면 금방 돌아올게요.""네..." 유나는 힘껏 시후의 손을 잡고 다시 말했다. "안전하게 돌아와요.""그래요!" 시후는 유나가 방 문을 닫는 것을 확인한 후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한편, LCS 그룹에서 준비해둔 걸프스트림 G650은 이미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비행기는 민간 항공기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며, 거의 음속에 가까운 속도를 낼 수 있다. 이 기종은 현재 시후가 찾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비행기였다.시후가 비행기에 탑승한 것은 뉴욕 시간으로 오후 1시 40분쯤... 3시간의 시차 덕분에, 시후가 밴쿠버에 도착했을 때는 밴쿠버
코리아타운의 거리 양쪽에는 각종 간판이 높이 걸려 있었고, 대부분이 전부 한국어로 되어 있었다. 또한 거리의 양쪽을 보면 거의 모두 한국인들이었고, 외국인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어서 마치 한국의 거리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밴쿠버 코리아타운은 캐나다에서 가장 규모가 큰 코리아타운 중 하나이다. 또한, 코리아타운은 한국인들이 밀집한 지역이기에 외국인이 많지 않은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시후가 가려는 곳은 코리아타운에서 가장 번화한 핵심 지역이었다. 택시가 이 거리에 도착했을 때,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이며 매우 활기찬 분위기를 풍겼다. 차량은 주행 방향 때문에, 운전사는 47번지 맞은편에 차를 세웠다. 시후는 요금을 지불하고 차에서 내린 후, 곧바로 맞은편에 있는 "우리 편의점"이라는 간판을 발견했다. 이곳이 바로 이씨 아주머니와 이소분이 운영하는 편의점이었다. 가게는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넓이를 보면, 두 짝으로 된 유리문 외에는 하나의 유리 진열창만 있었다. 또한 이 가게는 얼마 전에 새로 리모델링을 한 것처럼 보였고, 전체적인 깔끔함은 주변 다른 가게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편의점 안에는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많았고, 시후는 계산대에서 바쁘게 일하는 이소분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조금 더 기다렸다가, 가게 안에 있던 손님들이 모두 계산을 마치고 나간 후에야 미소를 지으며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이소분은 계산대에서 현금을 정리하고 있었다. 문이 열리며 울리는 종소리를 들었지만, 고개를 들지 않고 "어서 오세요!"라고 말했다. 가게의 진열대 옆에서 진열을 정리하던 한 소녀도 뒤돌아보지 않은 채, 달콤한 목소리로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했다.시후는 두 사람이 바빠서 자신을 보지 않는 것을 보고, 진열대에서 껌 하나를 골라 이소분에게 건넸다.이소분은 고개를 들 시간도 없었고, 습관적으로 "안녕하세요, 1달러입니다."라고 말했다.시후는 주머니에서 1000원짜리 지폐 하나를 꺼내서 이소분 앞에 놓았다. 이
시후가 본 클라우디아는 나이가 겨우 17~18 살 정도로 보였고, 그녀는 동서양 혼혈인처럼 보였다. 파란 눈, 긴 속눈썹, 오뚝한 콧날에 짙은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의 얼굴은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녀의 오른쪽 뺨부터 목까지는 화상으로 인한 크고 긴 흉터가 있었고, 흉터는 피부가 심하게 뒤틀려 있었기에 보기에 조금 무서워 보였다.클라우디아는 일부러 몸을 살짝 옆으로 돌리며 시후가 자신의 오른쪽 화상 자국을 보지 않게 하려고 했고, 옷깃을 올려 흉터를 가리려고 노력했다.시후는 클라우디아를 보며 정중하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클라우디아. 한국어를 참 잘하시네요!”클라우디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옆에 있던 이소분이 소개했다. “시후 오빠, 이 친구는 바로 우리 가게의 두 번째 직원 클라우디아 디노시오 양이야! 클라우디아의 어머니는 한국인이고, 아버지는 이탈리아 분이셔. 절반은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고,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한국어를 배워서 한국어를 정말 잘해. 우리랑 거의 다를 게 없어.”“그렇구나.”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그때 클라우디아는 조금 긴장한 듯 이소분에게 말했다. “소분 언니, 슬라이스 빵이 다 떨어졌어요. 제가 뒤쪽 창고에서 좀 가져올게요.”이소분이 서둘러 말했다. “그래, 어서 다녀와.”클라우디아가 창고로 들어가자, 이소분은 시후의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후 오빠, 클라우디아는 좀 내성적이야. 게다가 예전에 집에서 큰 화재가 났는데, 부모님과 두 남동생이 그 화재로 모두 하늘 나라에 갔어.. 그 바람에 클라우디아는 얼굴과 목에 심한 화상을 입었고.. 그래서 늘 자신감이 좀 부족하지.. 하지만 정말 좋은 사람이야. 마음씨가 착하고 정말 성실하게 일하거든.”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타까워했다. “사연이 참 슬프네...”“그렇지...” 이소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이제 그녀는 혼자 남았어. 학교에서는 자주 괴
도로 양쪽의 보도 구역에는 여러 대의 이동식 트럭이 주차되어 있었다. 그 중에 어떤 사람은 떡볶이를 팔고 있었고, 또 다른 사람은 주먹밥과 김밥을 팔고 있었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났지만, 노점들의 장사는 여전히 잘되고 있었다.시후는 잠시 서서 주변을 구경하며, 이곳의 삶이 얼마나 평화롭고 조용한지 느꼈다. 이곳에서는 그 어디에도 위험이 느껴지지 않았다.그때, 17~18살 정도로 보이는 남녀 중학생 몇 명이 편의점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시후의 옆을 지나치며 문을 열고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시후는 그들을 돌아보았다. 그중 선두에는 금발의 아시아계 소녀가 서 있었고, 그녀의 곁에는 화려하게 꾸민 아시아계 소년이 팔짱을 끼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마치 커플인 듯했다. 그 뒤에는 화려한 옷을 차려 입은 소녀 둘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은 심지어 입술에 피어싱을 하고 있었다.시후는 이들을 처음 보고, 마치 한국의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진들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네 명의 학생들이 편의점에 들어가자마자 선두의 소녀가 바로 말했다. "어이, 말보로 한 갑!"이소분이 돌아보더니, 이 아이들을 보고는 바로 얼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 "BC주에서는 19세 이상만 담배를 살 수 있어."선두의 소녀는 입을 삐쭉 대며 무시하듯 말했다. "내가 벌써 19살이 넘어서!"이소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신분증 보여줘."소녀는 경멸스럽게 말하며 "신분증 안 가지고 왔어. 내가 올해 19살이라고! 내 말 못 믿겠으면 그년한테 물어보던가!" 손가락으로 이소분의 옆에 있는 클라우디아를 가리키며 도발적으로 말했다. "어이, 흉측한 년! 이 아줌마한테 내가 올해 19살 맞는지 말해!"클라우디아는 그 말을 듣고 조금 긴장했지만, 굳건하게 말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올해 막 18살이 된 걸로 아는데." 그녀는 이소분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소분 언니, 우리가 담배를 판다면, BC주 법에 따라 가게는 최대 5만 캐나다 달러의 벌금을 물게 돼요
선두에 있던 소녀의 도발에 맞서, 이소분은 담담하게 말했다.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내 가게에서 나가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해 버릴 거야.""신고한다고?" 소녀는 입을 비죽거리며 말했다. "신고해 봐! 네가 신고하고 나면, 지금 당장 아빠한테 전화해서 이 건물 전체를 사들여서 너희 가게가 내일 바로 문을 닫도록 할 테니까!?”이소분이 차갑게 물었다. "돈이 많으면 다야? 이 가게는 내가 5년간 임대했어. 나를 쫓아내고 싶으면, 내가 가게에 투자한 돈과 위약금을 물어 내! 그럼 언제든지 다른 곳으로 갈 테니까. 그런데 그 돈을 너희가 낼 수 있겠어?"소녀는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언니, 나이도 꽤 있어 보이는데 참 순진하다! 내가 이 가게를 산 다음, 언니 가게를 망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수천 가지는 돼. 그리고 너희가 투자한 돈, 한 푼도 못 건질 거야. 그 때가서 나에게 뭐라고 해도 소용없어. 나중에 변호사라도 사서 소송을 걸 거야? 우리 아빠는 내가 소송할 때마다 수십만 캐나다 달러씩 변호사에게 쓰는데, 네가 나랑 무슨 수로 싸울 수 있겠어?" 말을 마친 그녀는 클라우디아를 가리키며 이소분에게 말했다. "네 가게가 계속 장사하고 싶다면, 당장 이 년을 내쫓아. 이 년이 계속 여기서 일하면, 내가 이 가게를 절대 가만히 두지 않을 테니까!"클라우디아는 분노하며 물었다. "김윤설,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거야?! 내 기억에 너는 내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매일 나에게 와서 친하게 지내자고 날 쫓아 다녔잖아. 내가 그때 네 제안을 거절하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나를 괴롭힐 필요는 없잖아?"김윤설은 비웃으며 말했다. "그때는 네 아빠가 좀 괜찮아 보였으니까! 그래서 내가 널 높이 평가한 거지. 근데 네 아빠가 그렇게 쉽게 죽을 줄 몰랐어.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는 네가 잘난 척하는 게 너무 싫었어. 네 아빠가 무슨 착한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알아? 네 아빠는 악명 높은 이탈리아 마피아였어! 그런데 네가 매일 착
클라우디아는 순간 당황하여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동시에 주먹을 더 꽉 쥐었다. 그녀는 김윤설이 절대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윤설은 겉으로는 무해해 보이지만, 속은 정말 악랄한 아이였다. 평소에도 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학생들을 자주 괴롭혔고, 학교에서 학우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일도 빈번했다. 그녀에게 괴롭힘을 당한 학생들은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지만, 김윤설의 집안 배경이 너무 좋아서 그녀는 많은 문제들을 쉽게 덮을 수 있었다. 따라서 일반 학생들은 감히 그녀를 건드리지 못했다.이때 이소분은 주저하지 않고 클라우디아 앞을 막아섰고, 도움을 구하는 눈빛으로 조용히 서 있는 시후를 바라보았다. 이소분은 평소 정의감이 강했던 시후가 왜 클라우디아가 이 문제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시후는 단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다. 그는 이 기회를 통해 클라우디아라는 소녀를 조금 더 파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행동 방식을 보려는 것도 있었고, 동시에 그녀의 출생과 관련된 정보를 얻고자 했다. 아까 이 문제아들이 클라우디아를 모욕하는 과정에서 무심코 몇 가지 정보를 흘렸기 때문이다.가령, 클라우디아는 혼혈이었지만 한국인이 많은 학교에서 계속 공부해왔기 때문에 이 문제아들과 같은 학교를 다녔던 것이 분명하다. 또한, 클라우디아의 아버지가 생전에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의 일원이었으며, 김윤설이 클라우디아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려 했던 것을 보면, 클라우디아의 아버지는 조직에서도 상당한 지위를 차지했던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시후는 클라우디아가 약간의 기술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녀의 몸이 다소 말라 보이긴 했지만, 시후의 눈에는 그녀의 몸에 숨겨진 힘이 일반인들 보다 훨씬 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아마 그녀는 많은 훈련을 받았던 것이 분명했다. 시후는 문제아 네 명이 아무리 잘 싸운다고 해도, 막상 싸움
시후의 말이 끝나자마자 김윤설은 마치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격분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내 입이 더럽다고?! 믿지 못하겠지만, 내 전화 한 통이면 사람들을 불러서 네 입을 찢어놓을 수 있어!" 김윤설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평소에 자기 말을 절대적으로 따랐던 남자친구 이수원이 갑자기 돌아서서 이를 갈며 그녀를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던 것이다. "너, 입이 너무 험해!" "뭐라고?!" 김윤설은 눈을 크게 뜨고 화를 냈다. "이수원, 네가 방금 뭐라고 했어?!"이수원은 큰 소리로 외쳤다. "네 입이 너무 험하다고!" 그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김윤설의 옷깃을 잡아챘고, 오른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좌우로 세게 내려치기 시작했다.이 장면을 보고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시후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특히 클라우디아와 김윤설의 두 친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이수원이 평소 김윤설 앞에서 얼마나 비굴하게 행동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김윤설이 조금만 기분이 나빠도 이수원은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김윤설이 불만이 있으면 그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학교에서도 그랬기 때문에 누구도 이수원이 갑자기 김윤설에게 손을 댈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김윤설 자신도 남자 친구에게 뺨을 맞고 나서 멍해졌다. 그녀는 태어나서 18년 동안 그 누구에게 단 한 번도 맞아본 적이 없었는데, 평소 자기에게 꼬리 치며 따르던 이수원이 자신을 때리다니... 그녀는 화가 치밀어 소리쳤다. "이수원! 네가 감히 나를 때려?! 내가 널 죽여버릴 거야, 이 자식아!" 그러나 이수원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계속해서 김윤설의 뺨을 세차게 때렸고, 결국 그녀의 얼굴은 멍들고 입술에서는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멈추지 않고 욕설을 퍼부으며 말했다. "김윤설, 난 너를 참아온 지 너무 오래됐어! 집에 돈 좀 있다고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내가 너를 오늘 죽여버릴 거야!"김윤설은 계속되는 따
이제 감정이 점차 가라앉고 이성이 돌아오자, 이수원은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방금 전 상황이 어느 정도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수원 본인은 자신이 아까 너무 화가 나서 이성을 잃었던 것이라고 믿었다. 지금 그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이 일이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였다. 만약 김윤설이 깨어난 후에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다면, 자신은 정말 끝장이다...이때 시후는 한숨을 쉬며 이수원에게 말했다. "그만 울어.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빨리 이 소녀를 병원으로 데려가는 거야. 만약 그녀가 잘못되면, 너는 평생 망하게 될 걸!" 이수원은 그제야 정신이 들어 급히 말했다. "맞아! 병원으로 가야 해!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자! 구급차 불러!" 그러고 나서 스스로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 "안 돼! 구급차는 너무 느려. 무슨 일이 생기면 골치 아프게 될 텐데... 종합병원이 여기서 멀지 않으니 택시를 타고 가야겠어!"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김윤설을 안고 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시후는 그곳에 서 있는 두 친구를 보며 말했다. "너희 둘은 뭐하고 있어? 어서 따라가야지." 두 친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급히 문을 열고 따라 나갔다.이소분은 이 상황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악인은 악인이 해결하네... 김윤설은 앞으로 최소 10일에서 20일은 병원 신세를 져야 할 거야."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까 그녀의 휴대폰으로 영상을 하나 올렸으니, 김윤설은 한동안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거야.."이소분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시후 오빠, 정말 못됐어..." 그러면서 감탄했다. "이수원도 평소 김윤설에게 많이 괴롭힘을 당했나 봐. 완전히 이성을 잃었네..." "그러게.."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계획은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 이번에 시후는 예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했던 것과는 달리 이수원에게는 강한 최면을 걸지는 않았다. 대신 이성을 잃게 하려고 비교적 부드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