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전, 응급 구조 센터에 한 통의 응급 전화가 걸려왔다. 서울에서 평당 1억이 넘는 고급 아파트가 즐비한 강남에 심장병 환자가 발생했다는 제보였다. 이에 응급 구조 센터는 바로 강남과 가장 가까운 중앙 병원에 지시하여 환자를 이송하도록 조치했다. 중앙 병원은 해당 조치를 조금 전 병원에서 출발한 구급차에 배정했다. 구급차가 강남에 도착하자, 차에서 네 명의 의료진이 내렸다. 이들은 모두 하얀 가운을 입고 마스크와 의료용 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복장으로 보아 남자 셋과 여자 하나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네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급 아파트의 최상층에 올라갔고, 응급 전화를 건 집 번호에 따라 2501호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 아파트에는 심장병 환자가 없었다. 거실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건 역시 흰 가운을 입고 마스크와 모자를 쓴 세 남자와 한 명의 여성이었다. 이 네 사람은 구급차에서 내려온 네 사람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체격도 거의 비슷했다. 그들 외에도 방 안에는 세 사람이 더 있었는데, 이화룡과 그의 든든한 부하 마동선, 그리고 최근 이화룡과 함께 업무를 하고 있는 장 사장이었다. 두 무리의 사람들이 만나자, 이화룡은 곧바로 옆에 있던 네 명의 위장한 의료진에게 말했다. "네 사람은 빨리 들것에 동선이를 실어서 구급차에 태워!" 네 사람 중 리더로 보이는 의사 복장을 한 사람이 즉시 말했다. "알겠습니다, 형님!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장 사장이 그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너희 넷은 지금부터 차에 올라탈 때까지 절대로 머리를 들어 CCTV를 직시하지 마라. 들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 알겠지?” 그러자 나머지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좋아!" 장 사장이 진지하게 말했다. "시간이 없다. 어서 출발해!" 이화룡은 이때 마동선에게 말했다. "동선아, 얼른 들것에 누워. 며칠 동안 병원에서 푹 쉬도록 해라." 마동선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알
밤이 깊은 가운데, 배유현, 배원중, 그리고 원서훈은 블랙 드래곤 몇 명의 장군들의 인솔 하에 헬리콥터에 올라타 빠르게 인천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때, 수만 톤의 곡물을 실은 화물선이 인천항에서 이미 출항해 천천히 항구를 떠나고 있었다. 이 배의 선원들은 모두 TS Shipping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승무원들로, 그들은 명령을 받아 밤새 항해를 시작했고 중간에 한 무리의 승객들이 배에 탑승했다. 비록 승무원들이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변지현은 그들에게 승객들과의 접촉을 일절 금지시키며 중간에 탑승하는 승객들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게 하였다. 불빛이 환한 항구를 떠나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로 화물선이 나아가자, 두 대의 헬기가 차례로 도착해 바다 위에서 화물선을 따라잡고, 차례로 화물선의 갑판에 착륙했다. 첫 번째 헬기에서 내린 사람은 바로 소이연과 그녀가 이끄는 여러 명의 블랙 드래곤 장군들이었다. 이번에 소이연이 데려온 사람들은 대부분 블랙 드래곤의 여성 멤버들이었다. 각 팀원은 큰 부피의 작전용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다양한 무기 및 장비들뿐만 아니라 생활 용품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들은 질서 있게 비행기에서 내린 후, 선장의 협조 하에 생활 구역을 분할하여 봉쇄하기 시작했다. 그 후, 소이연은 모든 승무원들에게 갑판을 떠나라고 요청했고, 이어서 두 번째 헬기가 갑판 위에 천천히 착륙했다. 비행기가 멈추자마자, 배유현은 가장 먼저 비행기에서 내렸고, 원서훈이 배원중을 부축하여 그 뒤를 따랐다. 소이연이 앞으로 나와 공손하게 말했다. “배유현 양이시죠? 저는 소이연이라고 합니다. 은 선생님께서 저를 보내 당신과 회장님을 시리아로 호송하라고 하셨습니다.” 배유현은 놀라서 물었다. “소이연 씨..?! 혹시.. 이전에 일본이 온 나라를 들쑤셔가며 찾던 그 소이연 씨가 맞나요?” 소이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맞습니다. 접니다.” 소이연의 이름은 일본 사
소이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은 선생님의 친구이니, 이런 일을 맡게 된 건 제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러면서 소이연은 덧붙였다. “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당신과 회장님의 출국 문제는 반드시 철저히 비밀을 지켜야 하니, 비행기로는 갈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배로 가는 길이 좀 멀어서 적응하셔야 할 텐데, 불편하시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괜찮습니다!” 배유현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국을 무사히 떠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은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소이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방금 선장과 항로를 확인했는데, 이번 항해 목적지는 시리아 서부의 타르투스 항구입니다. 안전을 위해 타르투스 항구에 도착하기 전까지 어떤 항구에도 정박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싱가포르에는 5일 정도, 수에즈 운하까지는 약 18일 정도, 운하를 지나기까지 대기 시간을 포함해 총 20일 정도 걸릴 예정입니다.” 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소이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과 회장님의 안전을 위해, 배에서 생활하는 구역은 일반 선원들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만약 갑판에 올라가고 싶으시면 미리 저에게 알려주세요. 그럼 제가 선원들에게 일시적으로 자리를 비우라고 하겠습니다.” 배유현은 감동하며 말했다. “정말 세심하게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한 일인 걸요.” 소이연은 웃으며 말했다. “이제 세 분을 선실로 안내하겠습니다. 방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변지현이 시리아로 보내는 이 화물선은 10만 톤급으로 매우 크고, 내부 생활 공간도 넉넉하여 세 명에게 각각 방을 하나씩 배정할 수 있었다. 소이연은 블랙 드래곤의 젊은 남성 둘에게 배원중과 원서훈을 그들의 방으로 안내하도록 하고, 배유현은 자신이 직접 객실로 데려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소이연은 문을 닫고 방 안에 놓인 세 개의 큰 배낭을 가리키며 말했다. “배유현 양, 은 선생님께서 당신을 위해
배유현은 자신의 객실을 간단히 정리하고 배에서 잠시 적응한 뒤에, 할아버지 배원중의 객실로 갔다. 이때 원서훈은 객실 안에서 배원중의 침대를 간단히 정리하고 있었고, 배원중은 객실 안의 1인용 소파에 앉아 천장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 배유현이 들어오자, 원서훈은 서둘러 공손하게 말했다. "아가씨." 배유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원 선생님, 이번 일로 선생님까지 연루되게 해서 죄송합니다. 당분간 돌아가시기 어려울 겁니다..." 원서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가씨께서 그렇게 말씀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 임무는 회장님을 보호하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말한 뒤 원서훈은 말을 이어갔다. "제가 돌아가는 것은 급한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해왕이도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입니다.. 이번에 저희 문파에서 로이가 제 임무를 인계 받아 페이셔스 그룹에서 계속 일하도록 하려 했는데, 그가 실종되었으니 저도 면목이 없어 그냥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배유현은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왕 씨가 은시후 도련님의 손에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클 것 같아요.." 원서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블랙 드래곤의 리더 성도민이 계속해서 LCS 그룹을 자신의 부모를 죽게 만든 원수로 여겼다는 소문이 있었고, 성도민이 수많은 관을 들고 LCS 그룹에 찾아갔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그가 그렇게 큰 소동을 일으키고도 결국 은시후 씨의 부하가 되었으니.. 성도민은 은시후 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는 말을 덧붙였다. "소문에 따르면 성도민은 저보다 강력한 무술인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은시후 씨는 분명히 그 이상의 힘을 가진 무술 고수임에 틀림없습니다." 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 선생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보기엔 은시후 도련님은 판단이 분명한 사람인 것 같아요. 이해왕 씨가 도련님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다면 그도 이해왕 씨를 다치게 하지
배유현이 말했다. "내부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은시후 도련님은 아내에게 자신의 진짜 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그의 아내 가족도 그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들은 은시후 도련님을 고아 출신의 데릴 사위라고 알고 있어요." 배원중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부부 사이에 이렇게 큰 비밀을 숨긴다는 건.. 두 사람의 감정적 기반이 그리 튼튼하지 않다는 뜻일 거다.. 결국엔 이혼하게 될 거야.." 배유현은 당황스러운 듯 말했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배원중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배유현에게 말했다. "유현아, 지금 페이셔스 그룹에 큰 변동이 생겼고, 강력한 외부의 개입이 없다면 너의 큰아버지의 지위를 엎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내가 죽으면 그 놈은 너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 거야. 은시후 도련님이 바로 네가 복귀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그 순간, 배원중은 속에서 아직 내뱉지 않은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그의 생각에, 시후는 단지 배유현에게만 기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마지막 반전의 기회라는 사실이었다. 시후가 가지고 있는 '회춘단'의 효과는 뛰어나서, 반쪽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자신은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배유현이 시후와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 자신과 손녀 모두 인생의 반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배원중이 지나치게 계산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면 당연히 운명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 한 가닥의 목숨이 붙어 있는 한, 그는 반전을 인생의 최대 목표로 삼을 것이다.배유현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똑똑한 사람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기 연민에 빠지거나 좌절하지 않고 위기 속에서 탈출구를 찾으려 할 것이다. 배유현도 자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찬탈한 이후, 자신의 처지는 진퇴양난과 같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만약 오늘 할아버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지 않는다면, 큰아
그 시각, 미국 뉴욕.땅값이 비싼 금융 중심지 맨해튼의 한 고층 빌딩의 최상층 회의실에서, 일흔이 넘은 한 노인이 7~8명의 사람들에게 고함을 치고 있었다.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며 사람들을 질책했다. "지금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잖아!! 멀쩡한 사람을 병원에 보냈는데 어떻게 증발해 버릴 수가 있냐고! 이런 쓸모없는 놈들! 무능한 놈들!" 이렇게 말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배원중의 장남, 배해산이었다. 몇 시간 전, 그는 막 전화로 아버지에게 자신이 새롭게 그룹의 권력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의 말 속에는 도발적인 말투가 섞여 있었는데, 그것은 배원중에게 더 큰 충격을 주려는 의도였다. 그는 이런 말투로 인해 이미 위태로운 상태였던 아버지의 몸 상태가 더 빨리 무너지게 하고자 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이 전화가 아버지에게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심지어 그 전화가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 그였다. 그래서 배해산은 서울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었다. 심지어 오늘 열린 경매장에도 그의 심복이 잠입해 있었다. 경매가 끝난 후, 그 심복은 곧바로 그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회춘단'이 실제로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을 정도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배해산은 자신이 쿠데타를 일으킨 결정을 매우 다행으로 여겼다. 만약 아버지가 회춘단을 성공적으로 얻었다면, 최소한 10~20년은 더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자신은 또 다시 아버지가 굳건히 버티고 있는 바람에 지쳐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경매장에 있던 관계자에 따르면, 아버지는 마지막에 병세가 악화되어 병원으로 실려 갔다고 했다. 이에 배해산은 즉시 서울에 있던 자신의 심복을 통해 병원에서 아버지의 상태를 확인하게 했다. 그는 아버지가 이미 사망했는지, 아니면 여전히 응급치료 중인지 알고 싶었다. 만약 응급 치료 중이라면, 아버지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배해산은 쿠데타를 일으
그러자 마한성이 서둘러 말했다. "회장님, 제 생각에 지금 당장 급한 일은 바로 능력 있는 사람들을 빨리 한국으로 파견하여, 어떻게든 전 회장님과 유현 아가씨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배해산은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 참모, 이 일을 당신에게 맡기지. 직접 사람들을 뽑아 오늘 안에 서울로 날아가. 그리고 반드시 아버지를 찾아내고, 살아 있으면 살아 있는 걸 확인하고 죽었으면 시신을 확인하도록 해!" 마한성은 신중하게 물었다. "회장님, 만약 전 회장님과 유현 아가씨를 찾게 되면, 제가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합니까?" 배해산은 잠시 망설이다가 냉랭하게 말했다. "일단 먼저 사람을 찾는 게 우선이야. 상황이 통제 가능하다면, 모두 가둬두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한국을 떠나지 못하게 해. 만약 상황이 통제 불능이라면, 사고를 가장해 처리하고." 이때 회의 중인 사람들 중 한 명인 50대 중반의 중년 남자가 질문했다. "아버지, 유현이는 어떻게 할까요? 이 아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장차 큰 골칫거리가 될 겁니다!" 이렇게 말한 인물은 바로 배해산의 장남이자, 배원중의 장손, 그리고 배유현의 가장 나이 많은 사촌인 배한빈이었다. 배한빈은 배유현보다 거의 서른 살이 많았다. 그의 아들은 심지어 배유현보다 세 살 더 많았다. 배한빈 세대에서 막내로 태어난 배유현은, 원래 페이셔스 그룹에서 귀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랄 운명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모두 배원중이 그룹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환상에 불과했다. 배원중이 배유현을 아끼자, 모든 가족들은 그녀에게 잘해주는 척했다. 하지만 사실 배유현의 두드러진 재능은 이미 많은 사람의 불만을 사고 있었다. 배한빈은 늘 배유현이 눈에 거슬렸고, 그녀가 그룹 내에서 지나치게 돋보이며 배원중의 총애를 너무 많이 받고 있기에 자신의 입지를 위협한다고 생각했다. 배유현은 능력이 뛰어났기에, 가족들을 무심코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배유현과 같은 나이 또래의 친척들 역시 배원중에게 비교되며 꾸중을
이 시각, 버킹엄 호텔.경매는 이미 끝났지만, 시후는 곧바로 떠나지 않았다. 오늘 밤 초대한 세 명의 VIP를 위해 시후는 한 알의 회춘단을 준비해 두었다. 절반은 할아버지 은충환에게 주었고, 나머지 반은 두 조각으로 나누어 박청운과 노르웨이의 전 여왕에게 줄 예정이었다. 이번 경매에 이렇게 많은 전세계 부자들이 모인 것도 이 두 사람이 홍보를 잘 해준 덕분이었다. 그래서 시후는 버킹엄 호텔에 간단한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세 사람을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은충환과 박청운은 원래 알고 있던 사이여서 식사 자리에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지만, 노르웨이의 전 여왕인 엘리사 일리아드는 그 자리에서 다소 어색한 모습이었다. 비록 그녀는 한때 한 나라의 여왕이었지만, 지금은 퇴위하여 여왕이라는 지위는 사라졌다. 게다가 오늘 밤 경매에서, 그녀의 자신감은 미친 듯이 입찰하는 부자들로 인해 크게 타격을 받았다. 의심할 여지없이, 그녀는 경매에 참가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가난한 것 같다는 생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시후는 오늘 밤 회춘단을 경매에 내놓아 수십 억 달러를 벌었으니, 지금 이 식탁에 앉아 있는 그녀는 한편으로는 영광스러우면서도 불안함을 느꼈다.하지만 많은 돈을 벌어들인 시후는 이 세 사람 앞에서 여전히 겸손했다. 시후는 직접 세 사람에게 술을 따르고 잔을 들어 공손하게 말했다. "오늘 이곳에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 분께 술 한 잔 올리겠습니다."세 사람은 일제히 일어서려 했으나, 시후는 급히 말했다. "세 분, 앉으십시오. 이 술은 제가 올리는 것이니, 너무 예의를 차리지 않으셔도 됩니다."박청운은 황급히 말했다. "도련님, 저는 낮은..."시후는 그가 다시 운명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낼 것을 알고 급히 그를 제지하며 말했다. "선생님, 운명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는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만약 제가 선생님을 모른 상태로 버스에서 뵈었다면, 선생님께 자리를 양보했을 겁니다. 그러니 지금 굳이 저에게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