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유현이 말했다. "내부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은시후 도련님은 아내에게 자신의 진짜 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그의 아내 가족도 그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들은 은시후 도련님을 고아 출신의 데릴 사위라고 알고 있어요." 배원중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부부 사이에 이렇게 큰 비밀을 숨긴다는 건.. 두 사람의 감정적 기반이 그리 튼튼하지 않다는 뜻일 거다.. 결국엔 이혼하게 될 거야.." 배유현은 당황스러운 듯 말했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배원중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배유현에게 말했다. "유현아, 지금 페이셔스 그룹에 큰 변동이 생겼고, 강력한 외부의 개입이 없다면 너의 큰아버지의 지위를 엎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내가 죽으면 그 놈은 너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 거야. 은시후 도련님이 바로 네가 복귀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그 순간, 배원중은 속에서 아직 내뱉지 않은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그의 생각에, 시후는 단지 배유현에게만 기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마지막 반전의 기회라는 사실이었다. 시후가 가지고 있는 '회춘단'의 효과는 뛰어나서, 반쪽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자신은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배유현이 시후와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 자신과 손녀 모두 인생의 반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배원중이 지나치게 계산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면 당연히 운명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 한 가닥의 목숨이 붙어 있는 한, 그는 반전을 인생의 최대 목표로 삼을 것이다.배유현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똑똑한 사람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기 연민에 빠지거나 좌절하지 않고 위기 속에서 탈출구를 찾으려 할 것이다. 배유현도 자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찬탈한 이후, 자신의 처지는 진퇴양난과 같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만약 오늘 할아버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지 않는다면, 큰아
그 시각, 미국 뉴욕.땅값이 비싼 금융 중심지 맨해튼의 한 고층 빌딩의 최상층 회의실에서, 일흔이 넘은 한 노인이 7~8명의 사람들에게 고함을 치고 있었다.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며 사람들을 질책했다. "지금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잖아!! 멀쩡한 사람을 병원에 보냈는데 어떻게 증발해 버릴 수가 있냐고! 이런 쓸모없는 놈들! 무능한 놈들!" 이렇게 말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배원중의 장남, 배해산이었다. 몇 시간 전, 그는 막 전화로 아버지에게 자신이 새롭게 그룹의 권력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의 말 속에는 도발적인 말투가 섞여 있었는데, 그것은 배원중에게 더 큰 충격을 주려는 의도였다. 그는 이런 말투로 인해 이미 위태로운 상태였던 아버지의 몸 상태가 더 빨리 무너지게 하고자 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이 전화가 아버지에게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심지어 그 전화가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 그였다. 그래서 배해산은 서울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었다. 심지어 오늘 열린 경매장에도 그의 심복이 잠입해 있었다. 경매가 끝난 후, 그 심복은 곧바로 그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회춘단'이 실제로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을 정도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배해산은 자신이 쿠데타를 일으킨 결정을 매우 다행으로 여겼다. 만약 아버지가 회춘단을 성공적으로 얻었다면, 최소한 10~20년은 더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자신은 또 다시 아버지가 굳건히 버티고 있는 바람에 지쳐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경매장에 있던 관계자에 따르면, 아버지는 마지막에 병세가 악화되어 병원으로 실려 갔다고 했다. 이에 배해산은 즉시 서울에 있던 자신의 심복을 통해 병원에서 아버지의 상태를 확인하게 했다. 그는 아버지가 이미 사망했는지, 아니면 여전히 응급치료 중인지 알고 싶었다. 만약 응급 치료 중이라면, 아버지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배해산은 쿠데타를 일으
그러자 마한성이 서둘러 말했다. "회장님, 제 생각에 지금 당장 급한 일은 바로 능력 있는 사람들을 빨리 한국으로 파견하여, 어떻게든 전 회장님과 유현 아가씨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배해산은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 참모, 이 일을 당신에게 맡기지. 직접 사람들을 뽑아 오늘 안에 서울로 날아가. 그리고 반드시 아버지를 찾아내고, 살아 있으면 살아 있는 걸 확인하고 죽었으면 시신을 확인하도록 해!" 마한성은 신중하게 물었다. "회장님, 만약 전 회장님과 유현 아가씨를 찾게 되면, 제가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합니까?" 배해산은 잠시 망설이다가 냉랭하게 말했다. "일단 먼저 사람을 찾는 게 우선이야. 상황이 통제 가능하다면, 모두 가둬두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한국을 떠나지 못하게 해. 만약 상황이 통제 불능이라면, 사고를 가장해 처리하고." 이때 회의 중인 사람들 중 한 명인 50대 중반의 중년 남자가 질문했다. "아버지, 유현이는 어떻게 할까요? 이 아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장차 큰 골칫거리가 될 겁니다!" 이렇게 말한 인물은 바로 배해산의 장남이자, 배원중의 장손, 그리고 배유현의 가장 나이 많은 사촌인 배한빈이었다. 배한빈은 배유현보다 거의 서른 살이 많았다. 그의 아들은 심지어 배유현보다 세 살 더 많았다. 배한빈 세대에서 막내로 태어난 배유현은, 원래 페이셔스 그룹에서 귀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랄 운명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모두 배원중이 그룹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환상에 불과했다. 배원중이 배유현을 아끼자, 모든 가족들은 그녀에게 잘해주는 척했다. 하지만 사실 배유현의 두드러진 재능은 이미 많은 사람의 불만을 사고 있었다. 배한빈은 늘 배유현이 눈에 거슬렸고, 그녀가 그룹 내에서 지나치게 돋보이며 배원중의 총애를 너무 많이 받고 있기에 자신의 입지를 위협한다고 생각했다. 배유현은 능력이 뛰어났기에, 가족들을 무심코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배유현과 같은 나이 또래의 친척들 역시 배원중에게 비교되며 꾸중을
이 시각, 버킹엄 호텔.경매는 이미 끝났지만, 시후는 곧바로 떠나지 않았다. 오늘 밤 초대한 세 명의 VIP를 위해 시후는 한 알의 회춘단을 준비해 두었다. 절반은 할아버지 은충환에게 주었고, 나머지 반은 두 조각으로 나누어 박청운과 노르웨이의 전 여왕에게 줄 예정이었다. 이번 경매에 이렇게 많은 전세계 부자들이 모인 것도 이 두 사람이 홍보를 잘 해준 덕분이었다. 그래서 시후는 버킹엄 호텔에 간단한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세 사람을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은충환과 박청운은 원래 알고 있던 사이여서 식사 자리에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지만, 노르웨이의 전 여왕인 엘리사 일리아드는 그 자리에서 다소 어색한 모습이었다. 비록 그녀는 한때 한 나라의 여왕이었지만, 지금은 퇴위하여 여왕이라는 지위는 사라졌다. 게다가 오늘 밤 경매에서, 그녀의 자신감은 미친 듯이 입찰하는 부자들로 인해 크게 타격을 받았다. 의심할 여지없이, 그녀는 경매에 참가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가난한 것 같다는 생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시후는 오늘 밤 회춘단을 경매에 내놓아 수십 억 달러를 벌었으니, 지금 이 식탁에 앉아 있는 그녀는 한편으로는 영광스러우면서도 불안함을 느꼈다.하지만 많은 돈을 벌어들인 시후는 이 세 사람 앞에서 여전히 겸손했다. 시후는 직접 세 사람에게 술을 따르고 잔을 들어 공손하게 말했다. "오늘 이곳에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 분께 술 한 잔 올리겠습니다."세 사람은 일제히 일어서려 했으나, 시후는 급히 말했다. "세 분, 앉으십시오. 이 술은 제가 올리는 것이니, 너무 예의를 차리지 않으셔도 됩니다."박청운은 황급히 말했다. "도련님, 저는 낮은..."시후는 그가 다시 운명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낼 것을 알고 급히 그를 제지하며 말했다. "선생님, 운명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는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만약 제가 선생님을 모른 상태로 버스에서 뵈었다면, 선생님께 자리를 양보했을 겁니다. 그러니 지금 굳이 저에게
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전 여왕님이 당돌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굳이 그들과 경쟁하실 필요가 없으셨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전 여왕님께서는 귀빈이십니다. 아무리 그들보다 자산이 많지 않더라도, 저에게 있어 당신의 지위는 그 200여 명보다 훨씬 높으니까요." 여왕은 이 말을 듣고 자신감이 조금 회복되었다. 비록 자신의 재력이 부족하기는 했지만, 시후가 이렇게까지 자신에게 예의를 갖춰준다면 자신도 당당할 수 있었다. 사실 오늘 경매에서 회춘단을 손에 넣지 못했어도, VIP로 참석한 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체면을 지켰다고 느꼈다. 그래서 여왕은 서둘러 말했다. "은시후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존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리 일리아드 가문이 오늘날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은시후 씨의 도움 덕분이고요." 그러고 나서 그녀는 손녀 헬레나 이야기를 꺼내며 진지하게 말했다. "헬레나는 늘 제 앞에서 은시후 씨를 그리워하며, 다시 뵙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지금 그 아이는 여왕이 되었고, 여왕이라는 신분 때문에 쉽게 해외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시후는 여왕이 헬레나를 언급하는 것은 자신과 친분을 쌓고 싶어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는 그 점을 알아차렸지만 굳이 언급하지 않고, 그녀의 말에 맞춰 웃으며 말했다. "말씀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다. "은시후 씨께서 시간이 되시면 언제든 노르웨이로 오십시오. 헬레나는 비록 궁 밖으로 나갈 수는 없지만, 궁 안은 매우 사적인 공간입니다. 시간이 나시면 궁에서 며칠 머무르셔도 좋습니다." 시후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네 좋습니다. 기회가 되면 가보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여왕과 박청운을 번갈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참, 이번에 두 분께서 이렇게 멀리서 한국까지 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제가 두 분께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
비록 오늘 이 세 명의 VIP는 경매에 참석해 회춘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시후는 이들을 경매에 초대한 이상 그들을 그냥 보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춘단 한 알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할아버지에게는 반 개를, 박청운과 전 여왕에게는 각각 4분의 1로 나눈 조각을 각 한 개씩 선물했다. 시후가 보기에 이는 꽤 합리적인 분배 방식이었다.이 세 사람 중에서 회춘단을 아직 복용해 보지 않은 사람은 할아버지 은충환 뿐이었다. 은충환의 나이가 아직 많지는 않아서 절반 만으로도 큰 개선 효과가 있을 터였다. 시후는 일부러 히든 카드를 남겨둔 것이었다. 할아버지에게 한 알의 회춘단을 한 번에 주면,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의 야망을 다시 품고 그룹을 장악하려 할 수도 있기에, 이것은 나중에 시후에게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회춘단의 반 개만 할아버지에게 주어 회춘단에 대한 갈망을 더 키우고, 그룹이 시후에게 더욱 협조할 수 있게 하려 한 것이다. 비록 시후가 사실상 그룹을 접수하기는 했지만, 그룹에 남아 있는 후손들은 대부분 형편없었기 때문에 많은 일은 여전히 할아버지가 직접 나서야 할 것이었다.박청운과 노르웨이 전 여왕에게 회춘단을 준 것은 순전히 의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두 사람은 회춘단 경매를 홍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으니, 감사의 뜻을 표하는 것이 마땅했다. 전 여왕은 시간이 지나면 몸이 안 좋아 질 것 같아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회춘단을 복용했다. 얼마 전만 해도 중병에서 회복한 그녀는 몸 상태가 약해서 회춘단을 통해 건강을 빨리 개선하고 싶었다. 약을 삼킨 후, 그녀는 온몸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편안 해지며 힘이 넘치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건강은 마치 순식간에 4~5년 전의 상태로 돌아간 듯했다.박청운은 처음에는 회춘단을 아껴두었다가 나중에 응급 상황이 생겼을 때 쓰려 했지만, 전 여왕이 복용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약을 챙겨가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후의 친 외삼촌 조차도 16억
은충환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네 외할아버지 쪽 가족들은 당시 우리 그룹에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었단다... 네 어머니가 시집올 때 외가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고, 그러니 나도 네 외삼촌들과는 만난 적이 없었어. 다만 몇 년 전에 스웨덴 정상회담에서 네 외삼촌 안태풍을 한 번 멀리서 봤을 뿐이지... 그때 그는 연단에 있었고, 나는 청중 속에 있었다. 이후 그와 친분을 쌓고자 만나 이야기를 좀 하려 했는데, 그가 나를 만나주지도 않았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제 외가는 LCS 그룹을 별로 좋게 보지 않는 것 같네요.”은충환은 자조하며 말했다. “그는 나를 무시했지만, 그때 분명히 말했지.. LCS 그룹 사람 중에서는 너만을 알아 볼 것이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은충환은 다시 말했다. “아 참, 네 큰외삼촌이 경매에 참가해서 회춘단을 가져가려 했는데.. 대체 누구를 위해 회춘단을 낙찰 받으려는 건지 모르겠구나. 네 외할아버지를 위한 건지, 아니면 외할머니를 위한 건지?”“저도 잘 모르겠어요.” 시후가 말했다. “아직 직접적으로 접촉한 적이 없어서, 회춘단을 누구를 위해 사려는 것인지 알 수 없네요..”은충환은 말했다. “시후야, 내가 보기엔 네가 외가와 접촉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구나.” 그러면서 그는 덧붙였다. “하지만 만약 접촉하려 한다면, 네 외할아버지나 네 외삼촌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거다.. 내가 알기로는, Samson 그룹의 세대 중에서 진정한 발언권을 가진 사람은 네 외삼촌 안태풍이야.. 네 어머니가 집안을 떠난 이후, 많은 사업을 네 외삼촌이 맡아서 처리했고, 지금도 아주 잘 해내고 있거든.. 네 외할아버지는 이미 오래전에 네 외삼촌을 그룹의 후계자로 정했지.”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아직 외가 가족들과 만날 생각이 없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두고 싶어요.”은충환은 말했다. “Samson 그룹은 세계 상위 가문 중 하나다.. 그러니 그들의 지지를 얻으면 너의 미래 발전에 큰 도움
일반인이 은충환과 같은 최상급 부유층의 연락처를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안충주에게는 은충환의 연락처를 알아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곧 그는 은충환의 휴대전화 번호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는 주저 없이 은충환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때 은충환은 시후와 한가롭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전화가 울리자 그는 전화를 집어 들고 번호를 확인한 뒤, 미국 번호임을 보고 잠시 찡그린 표정을 지었다. 시후에게 말했다. “시후야, 전화를 좀 받아야겠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으로 전화를 받으라는 제스처를 했다.은충환은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여보세요?”전화 건너편에서 안충주는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안녕하십니까?”은충환은 순간 당황스러웠다. 낯선 번호에서 전화가 오고, 시작부터 자신을 ‘어르신’이라고 부르니, 혹시 예전 지인의 자녀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그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뭔가 익숙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 경매장에서 송민정에게 쫓겨났던 사내의 목소리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급히 시후에게 입모양으로 말했다. “안충주!” 그러고는 스피커폰으로 전환하며 물었다. “누구십니까?”안충주는 겸손하게 말했다. “예 어르신, 저는 안충주입니다. 안예선이 제 친누나이고요.”“뭐라고?” 은충환은 놀란 척하며 물었다. “자... 자네가 내 며느리의 동생인가?”“네.” 안충주는 서둘러 대답했다. “저희는 총 다섯 남매이고, 저는 둘째입니다.”은충환은 순간 깨달았다. “아, 그렇군... 자네가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니?”안충주는 설명했다. “제가 사람을 통해서 전화번호를 알아냈습니다. 갑자기 연락 드려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괜찮아, 괜찮네..” 은충환은 감탄하며 말했다. “예선이는 결국 우리 그룹의 며느리이니까.. 자네가 내 며느리의 동생이라면 우리 그룹의 친척이나 다름 없지.. 나에게 이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네.”이전과 같았다면 은충환이 Samson 그룹 사
오후 두 시. 이중열이 탄 항공편은 정시에 홍콩 국제공항에 착륙했다.창가 자리에 앉아 있던 이중열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는 오랫동안 홍콩을 떠나 있었기에, 창밖의 풍경은 이제 더 이상 낯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이중열에게 익숙한 것은 사방에서 볼 수 있는 한자들 뿐이었다. 그 글자들은 마치 그에게 20년 만에 추억이 있는 지역으로 마침내 돌아왔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홍콩에 온 뒤에 아마도 홍콩에 다시 익숙해질 기회조차 없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가 홍콩 땅을 밟는 순간부터, 그의 생명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이때, 한 스튜어드가 다가와 그에게 말했다. "이 선생님, 규정에 따라 조금 뒤 비행기에서 서둘러 내리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모든 승객이 내린 뒤에 저희가 직접 선생님과 함께 관련 서류를 홍콩 세관에 인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미국으로부터 강제 추방된 것이었지만, 범죄자는 아니었기에 미국 경찰이나 관계자가 그와 함께 동행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절차에 따르면, 추방 대상자의 여권 정보는 블랙리스트에 올려 5년, 10년 또는 영구적으로 미국 입국을 금지한 후, 바로 출국 항공편을 배정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 후의 일은 미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따라서 미국 당국은 그를 출국 항공편에 태우면서 관련 서류를 항공사 직원에게 전달했고, 해당 직원은 그가 비행기에서 내리면 홍콩 세관에 그를 인계하는 것으로 모든 절차가 끝나게 된다.비행기의 모든 승객이 내린 후, 승무원이 다시 이중열에게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이 선생님, 저와 함께 가시면 됩니다.""네." 이중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그는 머리 위 수납칸에서 작은 기내용 가방을 꺼낸 뒤, 직원의 안내를 따라 비행기에서 내렸다.복도를 지나자, 두 명의 세관 직원이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쨌든 오늘 오후, 이중열이 공항 세관에서 나오는 순간, 바로 자신과 유가휘가 대치하는 순간이 될 것이었다. 그래서 시후는 유가휘의 아내가 옆에서 이 상황을 목격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후는 유미경이 함께 오지 않기를 바랐다. 이틀 간 함께 지내는 동안, 시후는 유미경이라는 여성을 꽤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유미경이 자신과 그녀의 아버지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시후가 이번에 홍콩에 와서 유가휘와 가까워졌을 때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었기에, 유미경 앞에서는 자신의 가면을 벗고 싶지 않았다. 시후의 계획은 공항에서 모든 문제를 처리한 뒤, 더 이상 유가휘의 가족들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었고 유미경과의 관계도 그저 이번 식사를 마지막으로 끝낼 생각이었다.유미경은 시후의 마음속 의도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함께 공항에 가기를 원했다. 시후가 누굴 만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후와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후가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을 원하지 않자, 유미경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식사 후에 침사추이로 돌아가야 해서, 같이 갈 수 없어요.""알겠다." 유가휘는 별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은 비서님의 친구 분이 우리 집에 오고 싶어 하면, 우리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할 테니 그때는 오도록 해라.”유미경은 시후에게 물었다. "은 비서님, 저녁에 먹자 골목에 가실 건가요?" 그러자 시후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고 말했다. "일단 오후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네 알겠어요." 유미경은 시후와 함께 먹자 골목에 가려던 계획이 아마도 연기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그럼 오후에 연락 주세요. 기다릴게요.""그래요."...오후 1시. 식사를 마친 후, 시후와 유가휘의 가족들은 함께 식당을 나섰다. 유가휘는 방가흔에게 말했다. "여보, 당신은 다른 차를 타. 나는 은 비서님과 함께 차를 탈게." 방가흔은 주저 없이 대
시후가 자신의 요청을 들어주자 유가휘는 내심 굉장한 기쁨을 느꼈다. 그는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부유한 사람은 홍콩의 Lii 그룹이었다. 하지만, Lii 그룹은 페이셔스 그룹 앞에서는 전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유가휘는 페이셔스 그룹과 인연을 맺을 기회가 생긴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큰 도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기쁜 마음으로 시후에게 말했다. "은 비서님, 조금 뒤 먼저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드시죠. 아내가 미리 가서 준비를 할 겁니다. 미경이도 함께 올 것이고요. 식사하신 뒤에, 저는 아내와 함께 은 비서님과 공항에서 배유현 회장을 맞이하러 가는 걸로 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계획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하죠."유가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은 비서님, 배유현 회장이 홍콩에 오는데, 어디에 묵으실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홍콩에는 페이셔스 그룹의 소유물이 없어서, 배유현 회장이 호텔에 묵기 위해 이곳까지 오게 하는 건 너무 예의가 없는 것 같아서요. 괜찮으시다면, 배유현 회장을 저희 집으로 초대하는 건 어떻습니까? 저희 집에는 수십 개의 게스트룸이 있으니, 배유현 회장 일행이 충분히 머물 수 있을 겁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그건 제가 대신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배유현 회장이 오면, 그때 상황을 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네요."유가휘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은 비서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좀 더 격식 있게 준비를 하라고 해야겠습니다!"점심 시간이 되어 시후와 유가휘는 미리 예약한 고급 광동식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방가흔은 이미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레스토랑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와 유가휘가 탄 차량이 도착하자, 방가흔은 바로 차량으로 다가왔고, 차량이 멈추었을 때 시후가 타고 있는 오른쪽 차문을 열어주었다.시후는 약간 놀랐다.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방가흔이 자신을 위해 직접 차량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시후는 전화기 너머에서 흐릿하게 들려오는 비행기 엔진 소리를 듣고 물었다. "유현 씨, 지금 비행기에 타고 계신 건가요?"배유현은 서둘러 대답했다. "네, 맞아요. 지금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저는 원 선생님과 함께 홍콩으로 가고 있고 비행기는 2시 30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다만, 이중열 씨가 입국 심사를 받아야 해서, 30분 늦었지만 세관을 통과하기 전에 저희가 먼저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시후는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유현 씨, 이미 많은 도움을 주셔서 이렇게까지 먼 길을 올 필요는 없었는데..”배유현은 주저 없이 말했다. "은 선생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은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정말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셨고, 저는 그저 할 수 있는 일만 했을 뿐이에요. 그게 뭐 힘든 일이겠어요." 사실 배유현은 알고 있었다. 시후가 홍콩에 있으니, 이중열의 안전은 확실히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배유현은 이중열을 안전하게 데려오기 위해 홍콩에 왔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시후를 보고 싶어 온 것이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은인이자, 또 밤낮으로 그리워하는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시후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잡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녀가 생각하기에 홍콩으로 오는 이번 일이 시후를 만나기에 가장 적절한 때였다.시후는 배유현이 홍콩까지 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녀가 오면 이 일이 조금 더 극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시후는 유가휘를 보고, 일부러 웃으며 말했다. "그럼 유현 씨가 이렇게 멀리까지 오셨으니 저도 직접 공항에 나가서 맞이하도록 하죠. 오늘 오후에 공항에서 만나요."배유현은 자신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시후에게 문제를 일으켜 그를 귀찮게 하지 않을까 불안해했지만, 시후의 말을 듣고는 마음 속에 있던 큰 돌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듯했다. 그녀는 매우 기뻐하며 시후가 자신을 마중 나올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후가 오후에 이
시후의 말에 유가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처음으로 이런 의견을 들었던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그는 분명 코웃음을 치며 상대가 단순히 위선적으로 자기 자신을 치켜세우려 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한 홍콩에서는 돈이 조금 있는 남자라면 누구나 연예계에 발을 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가? 심지어 연예인을 만나 결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그러나 시후는 엔터테인먼트계와 얽히는 것을 오히려 수치스러운 일로 여겼다. 이것은 분명 현실과는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유가휘는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매우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홍콩에서는 연예인과 얽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재벌 2세들이라는 것이었다. 반면 자수성가한 재벌 1세들은 대체로 엔터테인먼트계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홍콩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벌어졌다. 아들은 연예계의 유명 여배우를 미친 듯이 쫓아다니며 심지어 결혼까지 꿈꾼다. 하지만 집안의 가장은 이러한 기회를 주지 않고, 철저히 연예인을 내쫓는다. 심지어 어떤 연예인은 재벌 2세의 아이까지 몇 명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명문가에 시집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자수성가한 재벌 1세들은 능력, 배포, 식견, 그리고 자기 위치에 대한 인식이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 2세들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재벌 2세들이 광적으로 집착하는 연예계 스타들은, 재벌 1세의 눈에는 결코 대단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따라서 유가휘는 조금 전 시후가 한 말에서, 시후의 위치가 재벌 2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재벌 2세들이 열광하는 연예계조차도, 시후에게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유가휘는 얼굴이 뜨거워지며 말했다. “은 비서님 말씀대로... 진정한 성공한 인물이라면 연예계와 너무 가까워서는 안 되는 것이 맞습니다...”시후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
홍원산은 급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양주성을 거칠게 잡아 일으켜 뒤에 있던 부하들에게 내던지듯 넘기고는 명령했다. "이 놈을 잘 감시해! 나중에 나갈 때,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하게 하고."부하들은 공손히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형님!" 그 후 두 명의 부하는 양주성을 좌우에서 부축하듯 끌고 나가, 유가휘의 사무실을 떠났다.이때, 시후는 설수아와 함께 있던 또 다른 여성에게 말했다. "그럼 두 사람은 돌아가요. 오늘 본 것과 들은 것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설수아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 있던 또 다른 여성도 마치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설수아는 이미 시후에게 두 번이나 목숨을 구원받았기에 그에 대한 충성심이 커졌고, 함께 있던 또 다른 여성은 시후에 대한 공포심이 강했기 때문에 감히 그를 화나게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두 여성이 떠난 뒤, 유가휘는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양주성은 오늘 나에게 신인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으니, 나름 호의적으로 왔을 텐데... 사무실에 올라왔다가 자기 회사를 홀랑 빼앗길 줄이야....’ 이렇게 생각하며 그는 한탄했다. ‘은 비서는 어제 블랙 드래곤의 리더인 성도민까지 클럽으로 불러냈고, 솔직히 홍원산 따위는 손쉽게 처단할 수도 있었어. 하지만 그를 살려둔 이유가 바로 이거였구나.... 홍원산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왔기에, 은 비서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게 된 거야. 그리고 그는 이제 은 비서의 명령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개가 되었지. 이런 자를 홍콩에 남겨둔다? 이제 은 비서는 홍콩에 강력한 기반을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어....’유가휘는 다시 양주성을 떠올렸다. ‘양주성 저 놈도 정말... 진짜 앞뒤 분간을 못하고 스스로 장기말이 되겠다고 나서다니. 아무래도 앞으로 홍콩에서 계속 살아있고 싶다면, 조용히 몸을 사리는 수밖에 없을 거야....’이때 시후는 유가휘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며, "유
시후는 자신이 어릴 적 많은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기에, 공부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사람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설수아가 더 이상 공부를 하고 싶지 않을 때까지 원하는 만큼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설수아는 시후에게 한없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깊은 감사를 표하며 말했다. “선생님, 안심하세요! 저는 열심히 공부해서 꼭 학업을 마치고,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하지만 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신경 쓰지 말아요. 중요한 건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는 거니까."설수아는 이 말에 감명 깊은 표정으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시후는 그녀에게 물었다. "이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홍콩에 머물 필요는 없겠네요?"설수아는 대답했다. "네... 이미 도쿄대 입학 허가를 받았어요. 정해진 기간 내에 등록 절차만 마치면 되고, 일본으로 가기 전에 비자만 갱신하면 됩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도쿄대에서 무슨 전공을 공부하고 있죠?"설수아는 서둘러 대답했다. "도쿄대학교 경제학부에서 경제학을 배우고 있습니다."시후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경제학이구나. 그럼 이론 뿐만 아니라 실무 경험도 중요할 텐데.. 책만 파는 것보다는 직접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하고요."설수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래는 집안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인턴쉽을 할 회사를 찾으려 했어요."그러자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잘 됐네. 지금 당장 좋은 실습 기회가 있으니까." 그러고는 홍원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은 바로 홍 대표인데, 딱 봐도 공부를 많이 한 분은 아닌 것 같죠? 그런데 지금 그 양 대표님이 회사를 그에게 넘기려고 합니다. 내가 걱정되는 건, 홍 대표가 회사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거죠. 그래서 수아 씨가 개학하기 전까지 짧은 기간이라도 그를 도와 회사 경영을 맡아보는 게 어때요?"홍원산은 이 말을 듣고
하지만 오늘 이 상황을 보아하니, 자신은 이미 피할 길이 없는 것 같았다. 장운추 조차도 상대가 못 되는데, 자신은 어떻게 이곳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살아 남기 위해서는, 시후의 조건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이에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 "선생님, 저... 받아들이겠습니다..."시후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 말은 나에게 할 필요 없어. 당신과 나는 아무런 관계도 없거든. 비록 당신이 오늘 나를 여러 번 모욕했지만, 난 당신에게 손끝 하나 댄 적 없고, 당신 돈도 한 푼도 요구한 적이 없어. 오늘 이 일은 전부 당신과 홍원산 간의 사적인 문제라고. 그를 직접 부른 건 당신이고, 당신을 때린 것도 내가 아닌 홍원산이지. 지금 내가 당신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그에게 팔라고 한 것도, 어디까지나 당신 두 사람이 자발적으로 거래하는 거지, 나랑은 일절 상관이 없는 거야. 그러니 당신 두 사람이 따로 가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 나는 이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거든.”유가휘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와 말도 안 돼. 은시후 이 놈은 정말 뻔뻔함의 극치잖아?! 고작 두 마디 말로 이 일에서 자신을 완벽하게 쏙 빼버리다니?’양주성도 말문이 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가 보기에 비록 시후가 뻔뻔하게 행동하기는 했지만 사실 조금 전 시후가 한 말은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왜냐하면 애초에 오늘 이 모든 상황은 자신이 직접 초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홍원산을 부른 것도, 자신이었고, 자신을 때린 것도 시후가 아닌 홍원산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회사를 매각하는 것 역시 자신과 홍원산 사이의 문제일 뿐, 시후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다시 말해, 오늘 이 고비를 넘기고 나서 후회하여 경찰에게 개입을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시후를 잡을 수는 없을 것이고, 오직 홍원산 만을 체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홍원산은 수천 명의 부하를 거느린 거물이었다. 그러니 그와 적이 된다면, 자신은 그야말로 죽음 밖에 남지 않는 셈이지 않
"예?" 유가휘는 시후의 질문에 순간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그냥... 그냥 목숨만이라도 살려달라는 뜻입니다... 두 다리를 부러뜨려도 괜찮으니 말입니다..."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양주성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좋아, 직접 말해 봐. 내가 어떻게 목숨을 살려주길 바라나?"양주성은 망설임 없이 외쳤다. "이 개 같은 목숨이라도 살려주십시오! 제발, 은 선생님! 제 개 같은 목숨만이라도 살려주십시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회장님도 널 위해 나서주셨으니, 네가 원하는 대로 ‘개 같은 목숨’을 남겨줄 방법을 하나 제시해주지. 불가능한 건 아닐 거야. 지금 내가 기분이 좋으니 해결책을 알려주지." 이렇게 말한 시후는 덧붙여 말했다. "잘 들어. 이건 단 하나뿐인 해결책이다. 네가 받아들이면 이 일은 여기서 끝내겠지만, 거절한다면 모든 걸 홍원산이 알아서 처리할 거다.”양주성은 깜짝 놀라며 기쁨이 밀려왔다. 그는 급히 말했다. "선생님, 무조건 받아들이겠습니다!"그러나 시후는 손을 흔들며 태연하게 말했다. "섣불리 대답하지 마. 내 말을 다 듣고 난 뒤에 다시 결정하라고."양주성은 긴장하며 말했다. "부디 말씀하십시오!"시후는 그를 한 번 쳐다보더니, 홍원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당장 문서를 작성해. 당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단돈 1만 홍콩 달러에 홍원산에게 넘긴다고 말이야.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뭐라고요?!" 양주성은 즉시 무너져 내리며 외쳤다. "그건 내 반평생의 피땀 어린 결실입니다!"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서 거절하겠다는 거야?"이때 유가휘가 다급하게 나섰다. "양 대표, 지금 죽게 생겼는데도 그까짓 재산이 그렇게 중요해? 은 선생님은 네가 가진 모든 걸 빼앗겠다는 것도 아니잖아. 그저 엔터테인먼트 회사 하나만 넘기면 되는 거라고! 도대체 뭐가 그렇게 고민이야?"시후는 유가휘를 바라보며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회장님, 조금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