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수는 확실히 시후를 죽여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다만, 그는 지금 당장 시후를 처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물며 이놈은 곳곳에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을 배치 해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죽이려는 생각을 가진다면 반드시 진정한 의미의 고수를 찾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아마 헛수고만 할 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그렇기에 김익수의 생각에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자신의 병을 치료할 방법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장차 죽음보다 더 나쁜 삶을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그러자 김익수는 최 선생이 굉장히 눈엣가시처럼 느껴졌다.‘이 노망난 늙은이! 분명히 날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있는데도, 끝내 한사코 자신에게 쓰지 않는다니!’ 더욱 기막힌 것은, 그가 뜻밖에도 은시후 때문에 자신을 그의 병원에서 쫓아 냈다는 것이다! 이 것은 정말 빌어먹을 일이었다!김창곤도 사실 김익수의 병이 낫지 않으면 자신의 딸이 별 쓸모가 없어지지 않을 까라는 걱정이 되었다.그렇게 되면 자신의 명예는? 그리고 그 별장은? 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지금 그룹은 이젠 김익수의 투자에만 기대고 있는 터였고, 아직 김익수는 당초 투자하기로 한 100억 중에서 전체 금액을 투자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만약 그가 남자로서의 능력을 되찾지 못 한다면.. 남은 금액은 절대 자신들의 그룹에 더 투자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이렇게 생각하니, 김창곤은 심지어 김익수 자신보다 그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더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그래서 그는 차를 몰면서 김익수를 향해 물었다."회장님, 제 생각에는 그 최 선생이라는 사람이 아부하는 걸 통 모르는 것 같은데.. 제가 회장님을 대신해서 좀 사람을 찾아 그가 가지고 있는 약을 빼앗아 오라고 해볼까요?”김익수는 손사래를 쳤다. "그 영감탱이는 실력이 뛰어나고, 그 외손녀도 싸움 실력이 보통이 아니에요. 무엇보다 영감이 적지 않은 거물들을 진찰했기 때문에 지금 내가 그 영감의 미움을 샀다는 게 큰 골칫거리입
최 선생는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오늘 밤 두 인간이 자신에게 치료를 부탁하러 왔는데 뜻밖에도 모두가 은 선생님의 미움을 산 인간들이라는 것 때문이었다..저 장 부장이라는 놈은 그 날 병실에서 은 선생님에게 거들먹거리더니 결국 중요한 일은 하나도 하지 못하고 이화룡에 의해 3층 창문에서 바로 내던져져 다리가 부러졌는데, 나에게 뻔뻔하게 찾아오다니!그리고 김익수! 사실 장 부장 보다 더 가증스러운 것은 이 놈이었다!하마터면 약을 줄 뻔했기 때문이다! 자신과 친한 척하면서 이렇게 약을 타가려고 하다니. 조금만 늦었어도 은 선생님의 은혜를 원수로 갚은 꼴이 될 뻔하지 않았는가?이렇게 생각을 하자, 그는 손녀 소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소희야, 제때에 와서 정말 다행이다. 내가 그 약을 김익수에게 줄 뻔했어!”소희도 약간 겁을 먹고 말했다. "외할아버지, 제가 알아본 바로는 김익수가 남자의 능력을 잃은 것이 바로 은 선생님의 손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어요!”"그렇구나.. 은 선생님이 상대방도 모르게 신경을 망가뜨릴 수 있다니..” 최 선생은 그 사실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최고의 외과 의사라 해도 이렇게 정확하게 처리할 수는 없는데…."소희는 "그 놈은 그렇게 당해도 싸요! 감히 은 선생님의 기분을 상하게 했으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소희는 또 이어 말했다."외할아버지, WS 그룹과 김익수 회장의 집안에 할아버지의 입장을 표명하셔야 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은 선생님께서 우리가 그 집 사람들과 친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할아버지를 오해라도 하게 된다면.. 이건 큰일이지 않겠어요?”“그래! 네 말이 맞다!” 최 선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집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말해야겠어!"라고말했다.최 선생은 곧바로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김익수의 어머니, 강미화에게 전화를 걸었다.강미화는 이미 금년 83세가 되었다. 이제 나이가 많은 만큼 질병에도 취약한 몸이 되어가고 있었다.그녀는 첫 번째로 73세 때
그러자 강미화는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최 선생, 왜 이래? 우리 두 집 사이에 이렇게 오랫동안 교류를 했는데, 어떻게 그냥 말 한마디로 쉽게 끊어질 수 있냐고?” 최 선생은 진지하게 말했다. "형수님, 그 당시에 형님께서 저에게 도움을 주신 은혜를 제가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집안 가족들의 건강을 관리해드리며 보답했다는 것 잘 아실 겁니다.”"그래 잘 알고 있지!!!" 강미화는 황급히 "그런데 도대체 뭐 때문에 우리 집안과 이렇게 칼 같이 관계를 끊으려는 거냐고? 내가 뭘 잘못했다면 말해요, 내가 꼭 신경 써서 고칠 테니..”최 선생은 "형수님, 집안의 문제가 아니라 형수님의 아들 익수의 문제입니다.."라고 말했다."익수?" 강미화는 "왜 그래? 익수가 최 선생에게 무례한 짓을 한 거야? 그런데 지금 서울에 있어요?"“저도 서울에 있습니다.” 최 선생은 진지하게 말했다. "제가 익수을 만났고, 절 건드리지 않았지만 제 은인을 건드렸거든요.. 이 은인은 몸에 병을 앓고 있던 저를 재건할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신 생명의 은인 입니다.. 그래서 저는 은인에 대한 감사로 형수님의 집안과 선을 그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형수님도 용서해주십시오..”그 말을 들은 강미화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자신의 아들이 서울에서 최 선생을 화나게 했단 말인가? 정말 멍청한 놈! 최 선생은 국내의 유명한 한의사로서, 얼마 안 되는 거물들도 그에게 치료를 요구하고 있는데.. 죽을 병에 걸린 사람도 최 선생과 함께 하면 얼마간 더 살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기에 권세 있는 계층에게는 그야말로 꿈에 그리던 엄청난 명의였다!권력과 재산이 많은 사람일수록 명의들을 찾아 다니며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 노력한다.그래서 여러 권세가들 중에는 김익수의 집안을 부러워하지 않는 집이 하나도 없었다. 이유는 바로 그들이 최 선생와 대대로 친분이 있기 때문이며,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최 선생과의 좋은 관계를 얻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혜빈이 보기에 김익수가 계속 이렇게 나온다면.. 용돈은커녕 약속했던 후속 투자도 물 건너갈 것만 같았다..그러니 어서 김익수를 빨리 회복시켜야 자신이 그에게서 계속 득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그렇지 않으면 김익수는 분명 순식간에 자신을 버리고 그룹까지 모두 버릴 것이었다.지금까지 김익수가 투자한 돈도 이제 자신들이 겨우 빚을 갚고 살아 날 수 있는 돈이었다.. 그렇기에 그룹을 유지시켜도 정상으로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김창곤은 "이거.. 한 알이면 다 된다는 거지요? 하하하!!"라며 김익수의 옆에서 함께 웃었다."네.. 그렇다고 하네요!" 김익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세 알을 뜯어 한 입에 약을 삼켰다.그는 이 약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여, 바로 혜빈을 보며 말했다. “그럼 방으로 돌아갈까요?”혜빈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김익수의 손목을 붙잡고 아첨했다. "오빠, 우리 방으로 가요!! 후훗.."김익수는 응하고 말하며 혜빈를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약품들은 조금도 쓸모가 없었다. 이번에도 김익수는 나락으로 간 것 같은 마음이었다.그는 화가 치밀어, 한 발로 혜빈을 침대 아래로 걷어차며, "꺼져버려!”라고 소리쳤다.혜빈은 김익수가 자신에게 화를 낼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 “오빠! 괜찮아요,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꺼지라는 말 안 들려?!!” 김익수는 초조하게 소리를 지르며 베개를 들어 혜빈에게 집어 던져 버렸다.혜빈은 감히 남아있지 못하고, 급히 옷을 싸매고, 급히 방을 나섰다..김익수는 혼자 침대에 누운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성공한 남자가 정상에 오른 뒤 가장 기대하는 것은 수 많은 미녀의 정취를 음미하는 것인데..그러나 막상 자신은 물건을 쓸 수 없으니.. 그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가 격노하고 있을 때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바로 자신의 어머니였다.김익수는 급히 전화를 받고 공손히 물었다. “어머니 아직 안 주무셨어요?"강
김익수는 어머니의 말에 부들부들 떨었다.최 선생은 은시후의 기분을 상하게 했기 때문에 자신을 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 집 식구들과도 연을 끊은 것인가?이 노망난 늙은이가 분명 은시후에게 약을 받은 뒤 눈이 먼 것이 분명해!!그는 마음속으로 분개해 마지않았지만, 강미화에게는 부드럽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그 늙은 영감탱이는 좋은 실력자가 아니에요.."강미화는 이를 악물고 욕을 해댔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84세 생일에 반드시 최 선생을 우리 집에 모셔와!! 그리고 날 진찰하라고 하고!! 내가 가진 잔병들 모두 치료하게 해!! 만약 그렇지 않으면 널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다!"많은 사람들은 나이가 들 수록 더 이기적으로 변한다..늙을수록 죽음을 두려워하고 조금 더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익수와 최 선생이 무엇 때문에 갈등을 겪는지 강미화는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그녀는 최선생이 계속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한의사로 남아 주었으면 싶은 마음 뿐이었다.그가 자신을 도와주기만 한다면 아흔이 넘어도 아무런 문제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테지만, 그가 없었다면 올해 이 고비도 넘지 못했을 것이다.김익수도 답답해하며 자신의 불만을 하소연하고 싶었지만, 강미화는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고, 강경하게 말을 한 후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김익수는 방에서 화를 내며 방을 부셔버릴 것처럼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던졌다. 그리고 마침내 이를 악물고 휴대전화를 들어 최 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참회와 애원을 한 뒤, 엄마를 계속 진료해 달라고 부탁하려 했다..하지만 최 선생의 휴대폰은 꺼져 있었다..김익수는 더욱 분노했다.그러나 그는 감히 어머니의 말씀을 거역하지 못했다. 그래서 옷을 입고 내려와 차를 몰고 최 선생의 제세당으로 향했다.차가 제세당 입구에 도착했을 때, 제세당은 이미 문을 닫은 지 오래였다.김익수는 문 앞에서 이를 악물고 기다렸는데, 어둠 속에서
장진환은 "아버지, 여기 안에 기름이 충분히 뿌려질 수 있도록 문 틈 사이로 부어 놓으면 밖에서불을 피웠을 때 바퀴 벌레 한 마리도 살아남을 수 없을 거예요!"라고 말했다.장수원은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저놈들을 다 불태워 죽여 버리자!"라고 동의했다.장수원은 서울에서 그렇게 잘 나가는 기업의 회장도 아니었고, 일류의 재벌가도 아니었지만 아들사랑으로는 그야말로 서울 1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아들바보였다.그는 대대로 독자 집안이었지만, 자신이 장가를 간 후에는 여러 명의 딸을 연이어 낳았고 마지막으로 진환이라는 보배로운 아들을 갖게 되었다. 그렇기에 진환은 자연히 어려서 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자라 응석받이로 자라왔다.장진환은 초등학교를 다녔을 때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수업시간에 자꾸 방해를 하는 바람에 자로 손바닥을 맞은 적이 있었다. 그 소식을 들은 장수원은 곧장 학교로 달려가 그 선생의 오른팔을 부러뜨려 버렸고, 그 선생은 평생 장애를 가지게 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다.중학생 때는 학교에서 친구와 싸우다 진 적이 있었는데, 아버지 장수원은 직접 돈을 주고 사람을고용해 아들을 때린 학생을 식물 인간으로 만들었다.이런 일들은 장진환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지기수로 많았다. 장수원은 늘 아들의 앞길을 막거나 괴롭히는 인간들의 끝은 늘 죽음이나 절망으로 끝나게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그런데 이번에는 빌어먹을 최 선생이라는 늙은이가 감히 아들의 다리를 치료해 주지 않았으니..그리고 아들을 이 꼴로 만든 놈이 은.시.후라는 놈이라니.. 이 빌어먹을 놈들!그래서 그는 오늘 먼저 최 선생를 불태워 죽이고, 내일은 계획을 세운 대로 시후의 목숨을 빼앗아 버리기로 계획했다!김익수는 두 사람이 정말 불을 질러 최 선생의 한의원을 태우려 하고, 심지어 최 선생까지 태워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당황하여 두 사람의 앞으로 재빨리 뛰어나왔다. "저기 두 분! 절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십시오!!”부자는
장수원 부자는 최 선생이 가지고 있는 약은 반 알 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김익수는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었다.결국 그는 오후에 잘만 했으면 최 선생의 손에서 그 반 알의 약을 받을 뻔 했다..그는 감히 최 선생에게 직접 손을 대지 못 하지만, 만약 이 두 사람이 최 선생에게 손을 대신 댄다고 하면 자기는 작은 계책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예를 들어, 자신이 먼저 보이는 반 알의 약을 본떠서 몇 개의 가짜 약을 만들어 가지고 있다가 그들이 최 선생을 잡은 후, 자신은 그 절반을 최 선생에게서 빼앗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 둔 가짜 약들을 두 사람에게 주면, 그때 자신은 부상을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신이 직접 손을 쓰지 않더라도 최 선생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니 일석이조였다!장수원은 의외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공동의 적을 가지고 있는 이상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전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사람이 많으면 힘도 세지게 될 것이고 위험도 똑같이 부담할 수 있으니, 함께 하지 않을 필요가있겠는가? 게다가 신비한 약에 대해서는 그 늙은이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만약 최 선생이 약이 있다면 죽을 것이고, 약이 없다고 해도 그들은 그를 죽여버릴 계획이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아들이 받은 고통으로 그들은 모두 분노를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김익수과 연락책을 교환했다. 그리고 세 사람은 내일 시간을 내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아들과 함께 휘발유통을 들고 최 선생의 제세당을 떠났다.김익수는 마음속으로 자신의 계획에 기뻐하며, 급히 차를 몰고 별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밀가루반죽, 검은 물감을 써서 환약 모양과 비슷하게 밀가루 반죽 몇 개를 빚어 냈다.장 씨 부자는 돌아가는 길에 대화를 했다. 장진환은 아버지에게 물었다."아버지, 그럼 내일 우리 먼저 원래대로 하는 게 어떨까요? 일단 은시후 그 놈을 끌어내어 해치운후
우선은 장 부장이 다리가 부러졌다는 것에 안타까움과 죄책감을, 호의를 베풀게 되었다.그래서 이때 장 부장의 전화를 받고 기뻐할 뿐 아니라 죄책감도 함께 느끼는 그녀였다.장 부장은 수화기 너머로 "아이고 어머님, 제가 지난 번 아버님의 교통 사고로 입원하셨던 그 때돌팔이에게 속아서 제대로 돕지 못했지요? 그 일은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죄송하다는 걸 한 마디도 못 드려서….""아이고! 장 부장,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날 일은 내가 오히려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지.. 미안하다는 걸 말해야 하는 사람은 나야~”그러자 진환은 "어머님, 이건 제 직무 유기에요. 그 의사의 진상을 알아보지 못해서.." 그러면서 진환은 "그래서 제가 사과드릴 수 있도록 밥 한 끼를 대접하고 싶은데.. 사과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좀 허락해 주세요!!"라고 말했다.우선은 마음속으로 갑자기 기뻤다.솔직히 장 부장에게 어떤 잘못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반대로 장 부장도 사실 이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고, 이는 모두 은시후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이 무능력한 사위가 남의 다리 하나를 부러뜨렸지 않은가?.윤우선은 진환의 전화 한 통에 그에 대한 인상이 한결 좋아졌다.‘역시.. 장 부장 좀 봐, 집에 돈이 있어도 사람이 이렇게 열심이고, 또 날 이렇게 존중해주지 않아?! 이런 사위를 만나면 내가 얼마나 좋겠어..? 만약 딸과 좀 더 접촉하게 할 수 있다면, 나중에 은시후를 내쫓아 버린다면 우리 딸이 이 집안에 시집갈 수 있지 않겠어?’그리고 우선에게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컨벤션 센터가 이후에 인테리어 공사를 하게 될 것으로, 그 양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만약 그가 유나와 함께 결혼을 한다면 그 공사는 모두 딸의 회사가 계약을 체결하여 넘어오지 않겠는가?설령 공사를 가져오거나, 되팔거나, 남에게 하청을 준다 하더라도, 적어도 수십 억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그러니 그 백수 은시후보다 수만 배 낫지 않은가?그래서 장
시후는 더욱 신중해졌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지 않는 한, 불필요한 경우 절대 이 문 밖을 나서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한편, 옆방의 박스 안...안산과 시후의 외할머니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안충주와 그의 아내가 두 노인 옆에 앉아 있었다. 그 맞은편에는 안태풍 부부와 안재남 부부, 그리고 시후의 이모 안유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제이크 한은 바 테이블로 가서 위스키 한 잔을 따라 바 스툴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Samson 그룹 사남매와 시후의 세 외숙모 외에도, 안태풍의 두 아들, 안재남의 큰딸, 그리고 안유진의 12살 된 외동딸이 있었다. 이들 모두 시후의 사촌 형제자매이며, 동시에 혜리의 팬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로스앤젤레스에서부터 이곳까지 따라온 것이었다.안충주의 두 딸도 혜리를 좋아했지만, 큰 딸은 스탠퍼드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고, 둘째 딸은 영국에서 유학 중이었다. 두 사람은 학업으로 바쁜 탓에 오늘 아침 일찍 학교로 돌아갔다. 두 딸은 이전에 할아버지가 위중했을 때 휴학계를 내고 함께 지냈던 만큼, 더 이상 학업을 미룰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안충주의 두 딸은 Samson 그룹의 가족 채팅방에서 다른 형제자매들에게 공연 영상을 많이 찍어 업로드 해 달라고 부탁했다.시후는 영기를 통해 그들의 신분을 직접적으로 감지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나눈 대화를 듣고 각자의 신분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중 둘째 외삼촌 안태풍의 큰아들은 어릴 적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그는 아직 갓난아기였다. 반면, 셋째 외삼촌 안재남의 큰 딸과 이모 안유진의 외동딸은 시후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이때 안충주는 제이크 한이 혼자 술을 마시며 우울해 보이는 것을 눈치채고, 바 테이블로 다가가 그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물었다. “왜 그래? 아직 기분이 풀리지 않은 거야?”제이크 한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풀릴 게 뭐 있나... 우리 이렇게 오랜 세월 친구였으니 알잖아. 내
이 시각 시후의 모든 신경은 단 한 벽 너머에 있는 외조부모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는 김지우가 자신의 외할머니에게 공손하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모님, 너무 겸손하게 말씀하지 마세요. 사모님께서는 은서의 외할머니나 마찬가지이시고, 회장님께서도 은서의 공연을 보러 오셨으니 저희야 말로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외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은서는 지금 전 세계 한국인 스타 중 가장 유명하죠. 은서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건 우리가 더 영광이지요.”옆에 있던 안산도 감탄하며 말했다. “미국에서 공연을 열 수 있고, 또 이렇게 큰 호응을 받을 수 있다니, 은서 양은 정말 한국인들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겠군.”시후의 외할머니가 말했다. “무슨 은서 양이라니, 그녀는 미래 손자 며느리잖아요. 그렇게 딱딱하게 부르지 말고, 은서라고 불러요.”안산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 당신 말이 맞아. 앞으로 은서라고 부르겠네.”김지우는 감탄하며 말했다. “두 분 정말 사이가 좋으시네요.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는 맨날 티격태격하시고, 한 치도 양보를 안 하세요.”안산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할아버지가 문제야. 남자가 편하게 살고 싶다면, 항상 아내에게 져줘야 하거든.”“그렇죠?!” 김지우는 웃으며 말했다.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이 비법을 꼭 전수해 드려야겠네요.” 웃음소리가 오가는 가운데, 김지우는 Samson 그룹 가족들을 박스 내부로 안내했다. 그녀는 박스의 기본적인 시설과 기능을 설명한 후 말했다. “공연까지 아직 40분 정도 남았으니 여기서 편히 쉬고 계세요. 지금 관객들이 입장하기 시작할 겁니다. 저는 나가서 확인 좀 해보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호출 벨을 누르시거나 저에게 연락 주시면 됩니다.”외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고생이 많아요, 매니저. 바쁜 일이 있으면 가서 해요, 우리야 괜찮아요.” 그러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물었다. “참, 매니저. 공연 끝나고 은서가 시간이 괜찮을까요? 만약 괜찮다면 잠시 얼굴
시후는 김지우가 유나에게 은근히 밖으로 나가지 말 것을 암시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시후 자신도 웬만하면 밖에 나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야 외조부모와 마주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유나는 김지우의 의도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거의 망설임 없이 말했다. “매니저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어디도 안 갈 거예요.”김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시간을 확인한 뒤 말했다. “오늘 공연은 옆방에도 몇몇 귀빈들이 계실 예정입니다. 그분들은 10분 후에 도착하실 거라 제가 나가서 그분들을 맞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더 이상 두 분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매니저님, 바쁘신데 일 보세요. 저희는 괜찮습니다.”“알겠습니다.” 김지우는 고개를 끄덕인 뒤, 시후에게도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저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김지우가 나간 후, 시후는 약간 멍한 상태로 응접실 소파에 앉았다. 외조부모가 이제 10분 후에 도착한다는 생각에 긴장과 불안감이 다시 밀려왔다.유나는 시후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그의 옆에 앉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보, 무슨 일이에요? 몸이 안 좋아요?”시후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며칠 동안 이곳저곳을 오가느라 좀 피곤한 것 같아요.”유나는 자책하며 말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우리 차를 끌고 오지 말 걸 그랬어요.. 운전하느라 고생했을 텐데다가, 나랑 여기저기 다니느라 더 피곤했겠죠..” 그러더니 곧 덧붙였다. “내일은 아무 데도 가지 말고 호텔에서 푹 쉬어요. 돌아갈 때는 내가 운전할게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잠깐 쉬면 나아질 거야. 걱정하지 마요.”유나는 시후가 억지로 괜찮은 척한다고 생각하고 그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여보, 앞으로 피곤하면 미리 말해줘요. 우리의 모든 계획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건강이 제일 우선이잖아요.”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
“별 말씀을요.” 김지우는 진지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이 저희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오히려 저희가 은 선생님께 폐를 끼친 거죠.” 그러면서 일부러 덧붙였다. “사모님, 저희가 최근 풍수 문제로 인해 은 선생님을 뉴욕으로 자주 오가게 하여 사모님과 보낼 단둘만의 시간을 방해했을 텐데, 부디 너그럽게 봐주세요.”유나는 그녀가 일부러 한 말인지 모르고 급히 말했다. “매니저님, 과찬이세요. 이건 제 남편의 본업이니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김지우는 미소를 띠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는 유나에게 더 많은 암시적인 말을 하고 싶었지만, 시후 앞에서 선을 넘을 수는 없음을 알고 적당히 멈추었다. 그러고는 웃으며 말했다. “은 선생님, 사모님, 제가 두 분을 VIP 박스 좌석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시후는 김지우가 적절히 멈추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매니저님.”“별 말씀을요.” 김지우는 환하게 웃으며 시후와 유나를 VIP 통로로 안내했다.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올라갔다.공연장의 규모가 컸기 때문에 VIP 박스는 7~8층 높이에 위치해 있었다. 이 고층 구역은 공연장의 VIP 구역으로, 입구와 각종 시설, 통로가 아래 관중석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VIP의 프라이버시가 철저히 보호되고 있었다.오늘 밤의 공연은 시후와 유나, 그리고 외조부모 일가에게만 두 개의 VIP 박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다른 박스는 모두 개방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층에 있는 직원의 수는 매우 적었고, 출입구에만 보안 요원이 배치되어 있었으며 안쪽은 텅 비어 있었다. 이는 고은서가 일부러 준비한 것이었다. 시후도 원래 조용히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Samson 그룹은 대중의 주목을 받는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의 보호가 필요했다. 직원이 적을수록 노출될 가능성도 적을 것이었다.김지우는 시후와 유나를 중앙 위치의 박스로 안내했다. 문을 열자 내부는 거의 호텔의 럭셔리 스위트룸처럼
오후. 외가와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시후는 유나를 데리고 공연장에 미리 도착했다.이 시각 공연장 안팎에는 이미 많은 팬들이 초조하게 콘서트홀 내부로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입장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팬들은 공연장을 빈틈없이 에워싸고 있었다.다행히 공연장에는 별도의 VIP 통로가 있었고, 통로 외부에는 보안 요원이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곳은 팬들의 간섭이 없었다. 공연장에 도착하기 전, 시후는 고은서의 매니저 김지우에게 미리 연락을 해두었다. 그래서 그의 차가 VIP 통로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보안 요원은 차량 번호판을 확인하고 아무런 질문 없이 차단기를 열어주었다.이 VIP 통로는 전체적으로 지하 터널처럼 설계되어 있었다. 차량이 들어가면 경기장 지하로 곧바로 진입하게 되며, 통로는 완전히 직선으로 뻗어 있어 입구에서 들어서면 멀리에서 밝은 출구가 보였다. 그리고 VIP 리셉션 데스크는 이 통로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었다.VIP 통로가 이와 같이 설계된 것은 귀빈들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통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매우 안전한 것이다. 주변은 매끄러운 콘크리트 벽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누구도 이 통로로 숨어들 수 없다.통로 중앙에 위치한 VIP 리셉션 데스크는 움푹 들어간 주차장으로, 일반적으로 귀빈들의 차량은 이곳에 주차 후 바로 공연장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퇴장할 때도 매우 편리했다.김지우는 바로 이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가 차를 몰고 들어오는 것을 보자 그녀는 손을 흔들어 신호를 보냈다.시후는 헤드라이트를 깜빡이며 응답한 후 김지우의 안내에 따라 차를 주차장에 세웠다.주차장에는 이미 몇 대의 비즈니스 차량이 세워져 있었고, 시후는 한눈에 그것들이 고은서의 차량이라는 것을 알아챘다.유나는 약간 놀란 듯 물었다. “여보, 여긴 어디예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VIP 통로요. 오늘 저녁 공연을 VIP 박스석에서 관람할 거예요
창재가 놀라며 물었다. “사장님... 왜... 어떻게 홍콩으로 가시려고요? 그 사람이 분명히 사장님의 목숨을 노릴 텐데요...”이중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미국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건 결국 그런 사람으로 취급되니, 경찰이 나를 찾아왔다는 건 곧 강제 송환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일 거야.. 그렇다면 내가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게 되겠지..”창재는 다급히 말했다. “사장님, 그렇다고 이렇게 송환될 날만 기다리시면 안 되죠! 차라리 뉴욕을 떠나 숨어보는 게 어때요?”“아니.” 이중열은 손을 저으며 덤덤하게 말했다. “20년 넘게 숨어 지냈더니 이제 이런 생활에 너무 지쳤어. 더 이상 도망 다니면 내 자신이 나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그는 창재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나는 늘 이곳을 떠나고 싶었지만, 늘 용기가 나지 않았어.. 하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결정을 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창재는 긴장하며 말했다. “사장님, 도망 다니는 게 그래도 사장님이 살아남을 방법이잖아요! 만약 그 홍콩 부자가 사장님을 놓아줄 생각이 없다면, 돌아가자마자 목숨을 잃으실 거라고요!”이중열은 웃으며 말했다. “그가 내 목숨을 노린다 해도, 시기가 적절해야 할 거야. 설마 내가 막 송환되어서 홍콩에 도착한다고 하더라도 세관에서 날 해치려 들겠어? 게다가 난 미국에서 강제 송환되는 것이고, 세관 직원들이 반드시 나를 데리고 가서 절차를 밟을 거야. 유씨가 아무리 대단해도 세관에서까지 나를 건드릴 수는 없겠지. 그러면 나는 지인들에게 미리 연락을 취해 세관에서 가족들이나 지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있을 거야. 그들과 만날 수만 있다면, 외출할 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 그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창재야, 이 일은 더 이상 걱정하지 마. 날 설득할 수도 없고. 난 이미 결정을 했어. 넌 여기에서 이 식당을 잘 운영하도록 해. 나머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창재는 눈물이 그
그 시각 뉴욕 한인 타운.점심시간이라 이중열의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이었다. 그는 직원과 단둘이 정신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하지만 이중열은 손님을 대접하면서도 몰래 가게 밖을 계속 살피고 있었다. 아침부터 그의 가게 맞은편 도로에 한 대의 차가 계속해서 주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상대는 네 대의 차를 번갈아 가며 사용했고, 위치도 바꿨지만, 이중열은 그 네 대의 차가 모두 그의 가게 정문을 볼 수 있는 위치를 택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이 때문에 그의 마음속에 묘한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이중열은 뉴욕 경찰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그를 긴장하게 했다. 이중열에게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눈치챈 직원이 다가와 물었다. “사장님, 무슨 일이 있으세요?”“아니야....” 이중열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일해.”직원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장님, 힘드시면 조금 쉬고 오세요. 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이중열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가게를 떠날 생각은 없었다. 그때 맞은편 도로에 있던 차가 갑자기 시동을 걸고 한인 타운을 떠났다.이중열은 상대가 곧 다른 차로 교대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차가 떠난 후 더 이상 의심스러운 차량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그제야 조금 안도했다. 하지만 곧 다시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곧바로 소매 덮개와 앞치마를 벗고 직원에게 말했다. “창재야, 영업 중지 팻말을 걸고, 손님들이 다 나가시면 바로 문을 닫아. 그리고 아래층에 와라.”직원은 왜 그가 갑자기 서두르는지 몰랐지만,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렇게 하겠습니다!”이중열은 말이 끝나자마자 혼자 지하실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두 개의 방이 있었는데, 그와 직원 창재의 침실이 각각 있었다. 이중열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에게 가장 의미
유가휘는 그동안 홍콩에서 여러 연애 관련 스캔들로 이름을 날렸고, 그와 사귀었던 모든 여성들은 마지막에 헤어지더라도 여전히 그를 보기 드문 신사라고 칭찬하곤 했다. 로맨틱한 재벌들은 많지만, 유가휘처럼 행동하는 이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이때, 홍콩은 이미 깊은 밤이었다. 유가휘는 비단으로 만든 잠옷을 입고 서재에 앉아 집사가 건넨 자료를 읽고 있었다. 자료를 몇 번이나 훑어본 그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자식을 이렇게 오래 찾아다녔지만 못 찾았는데, 뉴욕의 한인 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숨어 있었다니! 보아하니 꼴이 완전히 초라해졌겠군! 만약 그를 본다고 해도 아마 못 알아볼 정도일 거야!”집사는 급히 말했다. “대표님, 이중열이라는 자는 정말로 완벽하게 숨어 있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20년 넘게 거의 면도를 하지 않고, 머리도 길게 기르며 분위기를 상당히 바꿨다고 하더군요. 이번에 미국 경찰이 그의 자료를 조사하지 않았다면, 그의 행방을 찾기도 어려웠을 겁니다.”유가휘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런데 미국 경찰이 왜 그를 조사했지? 미국에서 무슨 범죄라도 저질렀나?”집사가 대답했다. “제 정보통에 따르면, 며칠 전 뉴욕에서 일어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그를 의심한 것 같더군요. 게다가 미국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 경찰이 그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홍콩에서의 과거 자료를 찾아낸 것 같습니다.”유가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멍청한 자식! 난 늘 그 놈의 뛰어난 두뇌로 분명 새로운 신분을 얻어 금융이나 주식 같은 본업으로 돌아가 재기를 할 줄 알았는데.. 그런데 이렇게 초라한 식당이나 운영하며 살고 있다니, 정말 한심한 놈이군!” 사실, 유가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신사적인 모습과 달리 소심하고 앙심을 품는 성격이었다. 따라서 이중열에 대한 원한을 그는 지금까지 잊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중열이 너무 철저히 숨어 있는 바람에 오랜 세월 동안 그를 찾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유가휘가 사랑했던 여인은
이중열의 신분은 확인되었지만, 이는 오히려 제이크 한에게 약간의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는 좀 더 특이하고, 뭔가 음모가 숨겨져 있을 법한 정보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고 받은 내용은 그의 이중열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불식시키는 내용이었다. 베테랑 경찰관으로서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현재를 위장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과거를 완벽히 숨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많은 범죄자들은 과거를 지우고 모두가 존경하는 성공한 인물이 되었음에도, 결국 과거의 죄로 인해 감옥에 가게 되는 것이다.20~30년 전의 이중열에게 일어난 일들까지 밝혀졌으니 그와 혜리의 관계를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 따라서 혜리가 그의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또한 혜리가 식당에서 식사 중 우연히 안충주가 아버지의 건강이 위독한 상황을 언급하는 것을 듣고, 먼 길을 달려 약을 전달하러 온 것이라면, 이 역시도 납득할 수 있을만한 일이었다.이중열이 왜 CCTV의 하드웨어를 고의로 파손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제이크 한은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 있었다. 혜리는 유명한 스타이고, 이중열 역시 평범하지 않은 과거를 가진 인물인 만큼, 그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혜리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CCTV를 파손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 모든 일들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었으므로, 이 노선은 더 이상 추적할 필요가 없어졌다.결국 제이크 한은 경찰이 블랙 드래곤의 단서를 통해 사건을 더 깊이 파헤쳐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현재로선 블랙 드래곤이 가장 분명한 수사 방향이었다.그러나 부하의 목소리는 약간 무기력했다. “형님, 오늘 후임자인 브루노가 우리와 회의를 했습니다. 이 사건은 조사 방향을 피해자들의 신원 확인과 피해자 납치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 조사로 완전히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페이셔스 그룹 쪽도 윗선과 이미 이야기를 끝났습니다. 그래서 블랙 드래곤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중단될 겁니다.”제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