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천은 비행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영상 속 김혜빈 옆에 수백 명의 여성들이 서 있는 것을 본 후, 그의 기분은 즉시 많이 좋아졌다. 솔직히 말해, 그는 공항에 마중 올 팬들을 자주 돈을 주고 부르곤 했지만 이렇게 물 좋은 인원들이 많이 온 것을 본 적은 없었다. 예전에는 이런 일을 하려면 엑스트라를 많이 데리고 있는 회사 대표들과 협력해서 이루어졌는데, 엑스트라 자원을 좀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외모가 뛰어나고 몸매 좋은 여성들은 소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에 오는 여성들은 모두 키 168 이상의 아름다운 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여성들이 한 두 명만 있다면 눈에 띄지 않겠지만 100명, 200명 정도가 한 자리에 모여 있다면 시각 효과는 정말 폭발적일 것이다..! 이에 그는 기쁜 마음으로 옷 매무새를 고쳐 입고 진명명에게 말했다. "오늘의 픽업 장면은 사진을 평소보다 더 많이 찍고, 자원도 더 많이 투자해서 검색어 1위가 되도록 해줘.”진명명은 서둘러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도련님, 제가 준비하겠습니다.""오케이!" 주우천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그럼, 가보자고!" 그렇게 말한 뒤 그는 가장 먼저 비행기에서 내렸다.개인 비행기가 착륙 노선을 신청하면서 공항 VIP 픽업 서비스를 구매했기 때문에, 이미 공항 관리자가 밖에 서 있었다. 주우천이 내려오자 그는 즉시 앞으로 다가와 그를 맞이하며 정중하게 말했다. "주우천 씨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주우천은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고 관리자가 물었다. "서울에는 자주 오시나요?”"네." 주우천은 가볍게 대답하며 앞에 있는 벤츠 스프린터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 차량은 픽업하러 온 건가요?”"네, 네!" 관리자는 급히 초대하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어서 차에 타세요. 이제 터미널로 가겠습니다!”주우천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차에 올라탔다. 그 결과 차에 탑승한 후, 그는
그러나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 주우천은 놀라고 말았다. 그는 거의 텅 비어 있는 통로를 바라보며 의심스럽게 말했다. “공항에 왜 이렇게 사람이 적죠? 우리들 말고는 다른 승객이 없는 건가요..?”관리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건... 오늘의 교통 통제와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도착하는 항공편이 많지 않고 많은 항공편이 지연되거나 취소되었습니다."주우천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서울의 인천 공항이 아무리 항공편이 취소되더라도 이렇게 황량할 수는 없다.그 때, 주우천의 소속사 관계자가 앞에 있는 반투명 유리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천 씨, 앞에 출구가 있어요. 밖에 팬분들이 많이 있으니 혹시 불편하면 경호원이 먼저 나가서 에스코트를 해 달라고 하던가, 나가기 전에 경호원들이 팬을 몰아내도록 하겠습니다.""아닙니다!" 주우천의 마음속에 있던 의심은 즉시 사라졌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난 항상 팬들을 가족처럼 생각했습니다. 멀리서 저를 환영해준다면 당연히 인사해야죠!" 그 후 그는 재빨리 성큼성큼 걸어 유리문에 이르렀고, 어서 돈을 주고 데려온 300명의 아름다운 '팬'들에게 나가서 인사하고 싶었다. 곧 유리문이 열렸고, 통로 밖의 풍경이 주우천의 눈동자에 비쳤을 때, 그는 마치 뇌가 고전압 전기로 마비되는 듯한 느낌을 받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왜냐하면, 이때 출구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기는 했지만, 그가 상상했던 미인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그의 눈 앞에는 덩치가 크고, 사악한 얼굴의 사내들이 떼로 서있었다.주우천이 깜짝 놀란 그 순간, 얼굴에 두 개의 상처가 있고 굉장히 사나운 표정을 지은 사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종천우! 사랑해! 내 아를 낳아도!!”군중 속에서 갑자기 휘파람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또 다른 사내가 소리쳤다. "이야아아!! 종천우! 나도 사랑해! 나도 낳아 줄 수 있어!!" 그 때 스포츠 조끼를 입은 한 남자가 문신으로 뒤덮인 큰 두 팔을
이렇게 뺨을 맞자, 주우천은 머리가 핑 도는 듯했다. 조금 전의 강경한 태도는 두 차례 연타로 뺨을 맞은 뒤 바로 수그러들었다.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단 한 번도 맞으면서 크지 않았는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뺨을 두 번이나 맞고, 얼굴이 퉁퉁 붓는 듯한 느낌이 들자 그는 그 자리에서 죽어 버리고 싶었다. 그는 지금 마치 늑대들에게 둘러싸인 닭 같았고, 이 사나운 사내 무리를 마주한 그는 이미 겁에 질려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경호원들은 이미 쓸모가 없어진 지 오래였고, 완전히 사내들의 놀림감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머뭇대며 질문만 하고 있었다. "저기 형님들, 무슨 오해라도 있으신 겁니까...?" 경호원들도 조금 전 통화에서 자신들을 기다리는 건 수백 명이나 되는 미녀들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밖으로 나왔을 때 미녀는 단 한 명도 없고 오히려 조폭들만 수백 명이 서 있으니 이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오해는 무슨?!" 조금 전 주우천의 얼굴을 꼬집은 남자는 차갑게 말했다. "우리는 모두 종천우의 팬이고 종천우를 매우 사랑하는 팬클럽이야! 우리는 종천우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환영하러 온 건데 왜 그래? 종천우 씨? 어때?! 우리 환영 인사가? 만족스럽죠?”그러자 주우천은 울상이 되어 말했다. "형님, 농담 그만하세요... 나 같은 사람은 좋아할 만한 게 하나도 없어요. 제가 잘못한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 제가 꼭 바꾸겠습니다. 굳이 이렇게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그러자 사내들은 웃으며 말했다. "아니, 우리 귀여운 종천우 씨 왜 이런 말을 하는 겁니까? 우리가 당신을 환영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은 당신의 음악적 재능을 존경해서인데.. 게다가 우리는 당신을 위해 이렇게 호화 파티도 준비했다고요! 이제 시간이 거의 다 됐네! 어서 갑시다!" 그렇게 말한 후 그 사내는 옆에 있는 다른 사내들에게 윙크를 했고,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는 몸을 굽혔다. 한 사람은 주우천의 다리를 안아 위로
가장 안타까운 점은 40인승 버스에 그가 앉을 자리가 없었다는 점이다. 모든 좌석은 사납고 강력한 사내들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조수와 경호원들과 함께 버스의 길고 좁은 복도로 던져졌다.차에 오르자마자 이들의 태도는 즉시 바뀌었고, 그 중 한 사람은 즉시 주우천과 그의 직원들에게 소리치기도 했다. "어이! 순순히 휴대폰을 넘겨주지 않으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비난하지 마!”주우천은 불안해하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버킹엄 호텔의 안세진 부장님이 보낸 겁니까?"이전에 그를 때렸던 사내는 차갑게 말했다. "왜 이렇게 말이 많아? 휴대 전화는 어디에 있어? 빨리 꺼내!”주우천은 덜덜 떨면서 전화기를 건네며 용감하게 말했다. "당... 당신들!! 지금 사람 납치하고 있는 거야! 어떻게 대낮에는 이런 짓을 할 수 있지?! 게다가 뭐지? 나는 창신 그룹의 도련님의 신분이야! 우리 그룹이 내가 이런 일을 당했다는 걸 알면 어떻게 나올지 생각해 보고 이러는 거야?!”근육질 몸매의 사내는 휴대폰을 들고 그를 무시하며 말했다. "사실 우리는 당신이 누구인지 상관없어. 일단 중국에서 잘 나가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한국의 정서와 분위기에 따라 몸을 사리고 겸손하게 굴어야지. 왜 이렇게 건방져?”그의 말을 들은 주우천은 상대방이 안세진이 보낸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짐작하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너희 LCS 그룹과 아주 잘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LCS 그룹의 은소리 이모는 내 아버지의 같은 학교 후배이시기도 해요!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이모랑 얘기 좀 해달라고 하게 해줘요. 혹시 오해가 있다면 직접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요."사내는 주우천과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귀찮아서 그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차갑게 말했다. "우리가 거기에 도착하기 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양말을 벗겨서 당신 입에 넣어주지. 내가 미리 말하는데.. 나는 일주일 동안 양말을 한 번도 갈아 신지 않았어."그러자 주우
주우천의 영상은 공개되자마자 주요 사이트에서 빠르게 검색되며 화제가 되었다. 네티즌들은 주우천이 지난 번의 실수에 이어 또 다시 멍청한 짓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전쟁 영화에 참여했던 엑스트라들을 데려와 팬으로 일하게 했을 때와 비슷했지만, 이번에는 더 심한 것 같았다.하지만 창신 그룹은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그래서 그들은 즉시 주우천에게 연락했지만, 주우천과 그의 일행들 모두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그들은 주우천이 위험에 처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후 창신 그룹은 즉시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기 시작했고, 주우천의 행방을 찾기 위해 서울시에 있는 지인들에게 정보를 요청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연락을 취했다. 이때 주우천은 버스를 타고 버킹엄 호텔로 직행하고 있었다.주우천은 원래 고은서와 가까워지기 위해 버킹엄 호텔의 스위트 룸을 예약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스위트 룸을 예약하기는커녕 한 무리의 사람들에 의해 죄수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는 화가 나고 겁이 났지만, 그가 생각할 시간도 없이 안세진의 부하들은 여러 사내들의 손에서 그를 넘겨받은 다음 그를 안세진의 사무실로 곧장 데려갔다.이때 사무실에서는 시후, 이화룡, 안세진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문이 열리고, 당황한 모습의 주우천이 그의 옷깃을 잡힌 채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는 들어서자마자 사무실에 있는 세 사람을 살펴보기 시작했지만, 시후를 포함한 세 사람을 처음 만나는 터라 누가 안세진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버킹엄 호텔 관리인 안세진 부장이 누구입니까?!”라고 물었다.안세진은 가볍게 답했다. "접니다.”주우천은 재빨리 말했다. "부장님, 오늘 이 문제에 대해 오해가 있으신 것이 아닙니까?”"오해?" 안세진은 그를 비웃었다. "오해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전화 통화에서 너무 거만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직접 초대를 해서 이야기를 나눠야겠더군요.”주우천은 용기를 내며 말했다. "저는 당신이 LCS 그룹 출신이라는 것을
LCS 그룹에는 전국 각지, 심지어 전 세계에 친척들이 많이 있었다. 친척들 가운데에 성이 ‘은’씨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경제력은 LCS 그룹에 비하면 매우 뒤떨어져 있었다. 그러므로 시후가 LCS 그룹의 사람이라면 주우천은 그를 화나게 할 수 없지만, 친척일 뿐이라면 주우천은 전혀 무서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었다. 창신 그룹도 역시 유명하고 권력도 강하기 때문위다. 그리고 LCS 그룹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은데, 어떻게 일개 LCS 그룹의 친척이라는 청년에게 모욕을 당하겠는가?이때 시후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방금 은소리 씨를 안다고 하던데.. 지인인가요?”"물론이죠!" 주우천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은소리 이모는 제 아버지와 아주 좋은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며칠 전에도 함께 저녁을 먹었다고요!"시후는 큰 관심을 보이며 말했다. "은소리 씨와 친하다고 하던데, 은소리 씨가 나에 대해 언급하지 않던가요?”주우천은 입술을 삐죽이며 경멸적인 어조로 말했다. "당신은 단지 LCS 그룹의 친척일 뿐인데 내가 아는 한 LCS 그룹의 친척 중에는 당신과 같은 젊은이가 수없이 많을 텐데 어떻게 LCS 그룹이 나에게 당신을 언급하겠어?!”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누군가 당신의 휴대전화를 가져오게 할 테니 직접 전화해서 물어볼래요?”시후의 장난스러운 표정을 본 주우천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렇게 생각했다. ‘혹시라도 이 사람이 정말 엄청난 배경을 가진 거물인가?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은소리 이모에게 전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최소한 지원군 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기회니까!’ 그래서 그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요! 휴대폰을 돌려주면 이모한테 전화해서 몰어보죠.”시후는 안세진에게 윙크를 하며 말했다. "얘 휴대폰을 가져오세요."…….동시에 창신 그룹도 누군가에게 이 일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피드백에 따르면 주우천은 공항의 사내들에 의해 버킹엄 호텔로 끌려 갔다고
은소리는 시후 때문에 갇혀 있던 곳을 벗어난 이후로 '서울'이라는 말만 들어도 온 몸에 털이 곤두섰다..! 그녀는 이제 시후가 활동하는 한 서울은 자신이 갈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속해서 시후가 머무르게 된다면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곳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에게는 블랙홀처럼 어두운 그림자가 마음 속에 생겨났다.주정도는 은소리의 목소리가 조금 부자연스러운 것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물었다. "소리 씨, 호텔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은소리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조금 전에 우천이가 납치되어 버킹엄 호텔로 끌려갔다고 했나요?""맞아!" 주정도가 재빨리 말했다. "정말 버킹엄 호텔로 끌려갔다는 피드백이 돌아왔어. 혹시 이 문제가 LCS 그룹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버킹엄 호텔은 전적으로 소리 씨 가족이 소유한 재산 아니야?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서..."은소리는 이 말을 듣자마자 주우천의 납치가 시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즉시 결론을 내렸다. 그렇지 않고 안세진은 감히 주우천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생각하면서 그녀는 주정도에게 물었다. "우천이가 누군가를 화나게 했어요?""화나게 만들었다고?" 주정도는 어색하게 말했다. "그 녀석이 자주 말썽을 부리고, 하루 종일 제멋대로 입을 놀리고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여전히 자제력이 있어서 누군가를 함부로 화나게 하지는 않을 텐데.. 나는 그저 그 녀석이 신분이나 배경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그런 사람을 도발했을까 봐 두려워.. 그런 상대라면 우리 집안의 배경에는 전혀 관계 없이 우천이를 괴롭힐 것이고 그렇다면 쉽지 않을 테니까..” 즉시 주정도는 애원하는 어조로 말했다. “소리 씨.. 호텔 담당자에게 전화해 볼 수 있어?”은소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알겠어요. 먼저 구체적인 상황이 어떤 지 제가 알아볼게요.”“고마워!" 주정도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서둘러 말했다. "그런데 소리 씨,
은소리는 늘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것을 보고 다시는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은소리는 이미 남편과 별거하고 있었으며, 거의 만나지 않았고 서류 상으로만 여전히 부부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은소리와 주정도의 경우, 두 사람은 처음에는 그냥 대학 선후배 사이였는데, 두 사람 사이에는 딱히 교류가 없었다.하지만, 은소리가 몇 년 전 동창회에서 술을 몇 잔 마신 뒤 근황을 이야기하면서, 동창들에게 남편과 별거를 하고 있지만 이혼은 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그 때, 오랫동안 미망인이었던 주정도가 눈에 들어왔다.여러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던 주정도로서는 은소리처럼 나이가 많은 여성은 딱히 관심이 없었다. 은소리는 나이가 있어도 여전히 매력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리 외모에 신경을 써도 20대 여성들과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리고 주정도는 이미 오랫동안 자유분방하게 지냈기 때문에 여자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취향을 가지고 있었고, 그는 50세가 넘었지만 기본적으로 25세가 넘는 여자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은소리는 비교적 특별한 축에 속했다. 그녀는 LCS 그룹 회장의 딸이었으며, 미래에 LCS 그룹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재산을 물려받을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녀가 LCS 그룹 내에서 가지게 될 자원과 권력만 해도 엄청난 이득이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동창회가 끝난 뒤, 주정도는 은소리에게 예의를 갖추기 시작했다.은소리는 이미 나이 많은 중년이었지만, 결국 여자였다. 남자는 죽을 때까지 소년이라는 말이 있는데, 여자들은 나이가 많아도 여전히 소녀 감성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주정도는 당당하고 개성이 있으며, 창신 그룹의 대표였다. 주정도의 아버지는 자식이 많아 상속인들이 많기는 하지만, 창신 그룹의 전체적인 힘은 여전히 상당하며 은소리의 남편 가족보다 훨씬 강력했다. 그래서 주정도는 전반적으로 파트너에 대한 은소리의 요구 사항에 부합했다.주정도 같은 연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