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민지는 이 말을 듣고 시후를 다시 한 번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시후가 계산적인 자신의 할아버지를 아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시후는 소성봉이 반드시 도움을 청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가 말한대로 할아버지는 연락을 해왔다. 그러나 그녀는 할아버지가 왜 시후를 화나게 만든 것인지, 할아버지가 시후를 암살하기 위해 선봉연을 파견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즉시 동의하지 않고 물었다. "할아버지, 제 은인과 오해가 있었다고 하셨는데.. 혹시 구체적인 오해가 무엇인지 먼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제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예측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소성봉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몇 번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하아... 그건 사실 오해가 아니라 이 할아버지가 한동안 어리석었기 때문이다.. 나는 영국에서 도술 대가를 고용하여 너의 은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서울로 보냈다..." 그렇게 말한 뒤 소성봉은 다시 변명했다. "사실 내가 그 은인에게 손을 대려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사람을 찾아 직접 만난 뒤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었는데, 내가 부른 도술 전문가가 조금 과도하게 힘을 쓴 것 같더구나.. 서울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그 은인이라는 청년도 죽이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네 은인은 그걸 잘 모르고 내가 그를 죽이려고 그를 보냈다고 생각하니 나를 원망하는 것도 당연하지..!”소민지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할아버지가 감히 그런 짓을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음모는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은인을 향한 것이었다..! 이 사실은 즉시 그녀를 화나게 만들었고 그녀는 크게 소리쳤다. "당신은 대체 왜 제 은인을 암살하기 위해 사람을 보냈죠!!?”소성봉은 소민지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이 ‘당신’으로 바뀌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녀가 매우 화가 났음에 틀림없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변명을 했다. “그건 나의 의도가 아니라, 내
그는 목표를 달성했기에 이 문제에 대해 오래 끌지 않고 곧바로 주제를 바꾸어 말했다. "그런데 민지야, 이토 유키히코 씨와의 대화는 어땠니? 그는 원래 우리와 협력하고 싶어했는데, 아시아를 벗어나 함께 세계로 나가자고 말이다.. 그런데 도쿄 사건 이후로는 우리를 별로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던데.”"맞아요. 이토 유키히코 회장님의 태도는 확실히 바뀌었어요.. 저도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요. 지금까지는 이야기가 꽤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고, 저도 자세를 좀 낮추기로 했거든요. 저는 해상 운송 사업권 전체를 가지고 이토 그룹과 함께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이때 지분은 이토 그룹이 51%, 제가 49%를 보유할 겁니다. 이로써 고정자산이 새로운 회사 이름으로 변경되면 엘에이치 그룹의 등록을 취소함으로써 우리는 이전에 받고 있던 제한과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겁니다.”소성봉은 이 말을 듣고 놀랐지만 별로 반대하지는 않았다. 소민지가 실제로 이토 유키히코와 다시 사업을 활성화할 수만 있다면, 지배 지분을 잃는 것이 다소 불편할 지라도 도움을 요청할 때는 적절한 희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는 자산과 기업이 다시 재탄생 하는 것이고, 이익의 일부를 희생하더라도 전체 사업은 활성화되어 손실이 늘어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이를 생각하며 그는 손녀에게 말했다. "민지야, 이토 그룹과 협력하여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괜찮지만, 자산과 자원을 투자한 후에도 전체 철회 권한을 유지할 것이라는 것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지 우리 그룹에 대한 제한이 해제되면 모든 자산을 다시 철회하여 엘에이치 그룹의 해상 운송 그룹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시후는 옆에서 소성봉의 말을 듣고 이 늙은이가 정말 계산에 빠르다고 생각하며 시후도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소민지는 이미 시후와 협력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시후를 대상으로 그런 짓을 할 수 없다고
전화를 끊은 뒤 소성봉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몰디브 섬은 그가 예의상 말한 것일 뿐이었지만, 손녀가 그것을 바로 가져갈 줄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손녀에게 섬의 소유권을 넘기는 것에 큰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곳은 그가 스스로 마련한 은퇴 후 거처로, 그에게는 개인적으로 의미가 컸다.옛날 사람들은 죽기 전에 비싸고 무거운 관을 미리 장만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죽은 뒤에 관에서 긴 잠을 자야 하기 때문에 관을 자신의 생명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죽음 이후의 일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노후에는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부동산을 구입하고 미래의 은퇴를 준비하는 것이다. 미래에 은퇴하여 호화로운 노후 생활을 누리기 위해 섬 개발을 열심히 준비한 소성봉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는 은퇴하지 않았지만, 이미 섬은 손녀에게 넘어가게 되었다. 그는 괴로움을 느꼈지만 손녀가 자신이 두려움 없이 탈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약간 안도감을 느꼈다.반면에 소민지는 섬을 얻는 것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소성봉이 고통을 느끼기를 바랐던 것이고, 그녀는 그런 휴양을 즐기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어머니가 그곳에 갈 가능성이 더 적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박혜정도 이러한 호화로운 생활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녀의 가장 큰 소원은 휴양지에 가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은서준 상무가 살았던 오래된 집을 가능한 한 빨리 개조하고 그 집에서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는 시후에게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제 할아버지가 몰디브 섬을 매입하고 건물들을 짓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환경은 정말 좋지만 어머니와 저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요.. 아니면, 선생님께 이 섬을 드릴게요..”시후는 손을 저으며 웃었다. "당신도 관심이 없지만 나도 관심이 없어요. 딱히 휴양을 할 이유가 없
안세진은 "아마도 깜짝 선물을 드리고 싶은 것 같습니다. 하하하.."라고 웃으며 말했다.시후는 손을 저었다. "정말 깜짝 선물을 할 생각이었다면 버킹엄 호텔을 예약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에 시후는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그럼 제가 직접 전화해 볼게요.”안세진은 현명하게 사무실을 떠났고 시후는 고은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고은서는 전화를 받고 행복하게 물었다. "시후 오빠, 왜 전화했어..?”시후는 웃으며 물었다. "지금 전화 가능해?”고은서는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전화를 받고 놀랐을 뿐인 걸? 평소에는 나에게 먼저 전화하지는 않잖아~”시후는 서둘러 말했다. "방금 안세진 부장님의 이야기를 들었거든. 소속사가 내일 온다고 하던데.. 너는 언제 오려는 거야?”"내일은 안 가. 일단 소속사에서 먼저 조명, 음향, 무대 디자인, 현장 자료 등 하드웨어를 점검할 거고, 리허설은 모레 정오부터 시작되거든.. 나는 내일 모레 일찍 도착할 예정이야..”"내일 너도 오는 줄 알았는데..”고은서는 미안한 듯 말했다. "미안해 오빠.. 나는 내일까지 갈 수 없어. 오늘 예능 프로그램 촬영이 있거든.. 프로그램에서 출연 제의가 와서 특별 게스트이자 결승 심사위원으로 나가.. 그래서 미안하지만 오빠는 하루 더 기다려 줘야 해..”시후는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괜찮아. 일도 중요하지만 건강 잘 챙겨.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말고..""걱정하지 마 오빠~ 그리고, 내가 작은 비밀을 하나 알려 줄 게. 이번 콘서트 투어가 끝난 후에 나는 무기한으로 연예계 은퇴하기로 결정했어.”시후는 혼란스러워하며 물었다. "왜? 무슨 일 때문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고은서는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연예인이 된 건, 단지 오빠를 찾을 기회를 얻기 위해서야. 그런데 이제 오빠를 찾았으니 당연히 이 바닥에 계속 머물 이유가 없잖아? 지금까지 이 일을 하고 있는 건, 그저 기대하는 팬들이 아직 많아서야.. 나는 예전부터 탈퇴를 발표하고 싶었어.
시후는 고선우 회장과 임지연도 서울에 올 줄은 몰랐기 때문에 이 말을 듣고 서둘러 물었다. "삼촌과 이모께서 여행 일정을 어떻게 하기로 하신 거야? 숙소를 미리 마련해 줄까?”"아마 부모님께서는 콘서트 당일에 가실 것 같은데, 해야 할 일이 많으셔서 그 날 콘서트를 보러 오신 뒤에 저녁이 되면 바로 집으로 돌아 가실 거야. 그런데 사실 부모님은 내 콘서트를 보러 오신 게 아니라, 오빠를 만나서 생일을 축하해 주고 싶어서 오시는 거고..”시후는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고선우 회장과 임지연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감동을 받은 뒤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은서야.. 내 생일 때문에 두 분을 여기까지 오게 하는 건 좀..”고은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말했다. "헤헤, 상관없어. 부모님은 오빠를 친자식처럼 여기시거든. 게다가 오빠는 우리 아버지의 생명과 우리 가족 전체의 운명을 구해줬어~ 이렇게 도움을 받았으니, 오빠가 다른 나라로 가더라도 우리 부모님은 꼭 오빠의 생일을 축하하러 달려오실 거야!!" 고은서는 이렇게 말한 뒤 다시 말했다. "시후 오빠, 우리가 어렸을 때 오빠 생일이나 내 생일이 되면 양가가 함께 모여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잖아. 축하하고 난 뒤에는 늘 저녁 식사를 한다고 맛집을 찾아 다녔고.. 기억해?”시후는 재빨리 답했다. "당연히 기억하지! 내 생일 때마다 늘 나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지.. 그리고 너의 생일이 되면 이모가 나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해서 늘 당황했고..”"그래 맞아!" 고은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때 오빠는 정말 내성적이었어.. 말을 많이 하지도 않았고, 나와 놀아주지도 않았어. 그래서 매번 내가 먼저 오빠에게 말도 걸고 일부러 괴롭히기도 했잖아..”시후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하아.. 그런 내가 내성적인 것이 아니라, 수줍음이 많고 어색해서 그랬던 거지..’ 나이 어린 사내아이가 늘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는 어린 소녀와 앞으로 결혼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마음이 불편하지
고은서는 웃으며 물었다. "왜 자꾸 물어보는 거야? 데리러 올 거야?”"시간이 된다면 데리러 갈 수 있지?”"우와~ 좋아!" 고은서가 서둘러 말했다. "내일 모레 오빠가 시간이 될 때 내가 맞춰서 김포 공항으로 갈게~ 나는 개인 비행기를 탈 예정이니까 언제든지 괜찮아." 이에 고은서는 서둘러 덧붙였다. "그런데 시후 오빠, 오후 2시에 리허설을 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장소로 가야 하는데.. 늦어도 12시에는 서울에 도착해야 해.. 혹시 오전에 시간이 될까?”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아침 8시쯤 내 아내를 회사에 데려다 줄 예정이야. 그 외에는 괜찮을 것 같아.”고은서는 중얼거렸다. "나는 그녀를 오빠의 아내로 인정하지 않아!! 나 외에는 누구도 아내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내가 오빠의 아내가 될 거야!”시후는 부끄러워하며 마지못해 말했다. "일단, 9시부터는 내가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고은서는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10시쯤 도착할게. 그럼 오빠랑 호텔에 가서 짐을 내려 두면 되지 않을까? 시간 괜찮아?”"그래 좋아!”고은서는 행복하게 말했다. "시후 오빠, 그럼 나 데리러 오는 거 절대 잊으면 안 돼!”"걱정하지 마. 하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고은서는 웃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할 일이 있으니 먼저 끊을게. 서울에서 봐~”"그래!"고은서는 전화를 끊기 전에 "쪽! 오빠가 최고야!"라고 말하며 스피커에 키스했다.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마지못해 전화를 끊었다. 그 후 시후는 이화룡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연결되자 이화룡이 물었다. "도련님, 무슨 일이십니까? 분부하실 부분이 있으신가요?”"이화룡 씨, 제 생일에 혹시 헤븐 스프링스에 예약이 많을까요..?”이화룡은 별 생각 없이 말했다. "사용하고 싶으시면 즉시 모든 예약을 취소하도록 하겠습니다."“그렇게 해도 되나요..? 문제없으시죠?”"괜찮습니다. 헤븐 스프링스는 저희 측의 문제
이때 소민지는 버킹엄 호텔을 떠나 어머니 박혜정이 낙찰 받은 은서준 상무가 지내던 옛 저택에 이르렀다.박혜정은 인테리어 회사에 연락해 이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 할 계획이었으며, 가능한 한 빨리 리모델링이 완료된 후 빨리 이곳으로 이사하고 싶어했다. 소민지가 오래된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박혜정은 마당에 있었고 디자이너에게 자신의 계획에 대해 기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소민지는 울타리를 통해 어머니의 행복한 얼굴을 보고 매우 기뻐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어머니가 진심으로 어머니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단 어머니 만이 아니라, 소민지 자신도 이제부터는 더 이상 엘에이치 그룹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를 위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박혜정이 디자이너에게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의 방향을 설명하던 중, 그녀는 갑자기 안뜰 입구에 서 있는 딸의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서둘러 손을 흔들었다. "민지야, 어서 들어와~”소민지는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고는 박혜정에게 물었다. "엄마, 디자인은 다 정하셨어요?”박혜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 있는 젊은 여성 디자이너를 가리키며 행복하게 말했다. "팀장님과 이야기를 거의 다 끝냈어. 디자인은 복고풍 쪽으로 하기로 했어. 엄마는 아무래도 이런 스타일이 자꾸 눈이 가네?”소민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현대적인 디자인과 기술을 사용하되 20년 전의 스타일에 따라 리모델링 하는 건 어때요? 요즘 가구도 그렇고 인테리어를 할 때 사용하는 재료들이 정말 좋아졌잖아요~ 품질, 환경, 편안함까지 보장할 수 있다고 하던 걸요?”옆에 있던 여성 디자이너는 소민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사모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현대적인 재료와 기술을 사용하여 복고풍 스타일로 인테리어를 하고, 이 오래된 집을 더욱 편안하고 살기 좋게 만들기로 했어요. 그건 그렇고, 일단 구체적인 디자인 계획에 대해서는 대표님께서 세부 디자인 설계도가 나올 때까지 조금 기다려
잠시 후 여성 디자이너는 덧붙였다. "담쟁이 덩굴이 있으면 단열 및 자외선 차단 효과가 좋죠. 여름에는 집안 온도가 몇도 떨어질 거예요.”이때 박혜정은 벽을 기어오르는 덩굴들의 푸르른 모습을 본 듯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녹색으로 물든, 마당의 붉은 벽돌 담, 돌길과 아름다운 정원을 상상하니 생각만 해도 정말 아름다울 것 같아요..!”디자이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름에 비가 오면 마당에 있는 돌길에 이끼가 자라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참 신비로운 느낌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걸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사모님, 그럼 요구 사항은 거의 다 파악했으니, 먼저 돌아가서 대표님과 소통하고 가능한 빨리 디자인 설계도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네 좋아요." 박혜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팀장님, 그럼 수고해주세요. 진전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주시고요.”"알겠습니다." 여성 디자이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사모님 먼저 가 보겠습니다.”"네 안녕히 가세요!" 박혜정은 여성 디자이너를 보낸 다음 돌아섰다. 소민지가 감탄하는 듯한 표정으로 마당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딸에게 물었다. "민지야, 무엇을 보고 있는 거야..?”"엄마, 때가 되면 저에게 방을 하나 주세요. 저도 여기서 엄마와 함께 살고 싶어요!"박혜정은 웃으며 말했다. "방을 하나 줄게. 하지만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8월에 시작할 텐데.. 5월에 떠날 계획 아니니?"소민지의 얼굴에 갑자기 머뭇거리는 듯한 표정이 나타났다. 그러자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어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 난 하버드에 가지 않으려고 해요..”박혜정은 그녀의 결정에 놀라지 않은 듯 침착하게 물었다. "신중하게 결정한 것 맞니?”"네.. 정말 깊이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에요.." 소민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단호하게 말했다. "오늘 저의 은인을 만나러 가서 그와 해상 운송 사업에 협력하기로 결정했어요.. 때가 되면 저는 해상 운송 사업권을 통합할 것이고 지분 49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