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회장이 소지빈과 소민지 남매의 일본행을 발표하자 아버지 소수도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가 보기에, 소 회장은 이렇게 중대한 일을 자신의 아들딸에게 맡겼는데, 이것이 바로 자신이 장남으로서 소 회장의 가장 신임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다른 자식들은 각자 첫째를 부러워하고 질투했다. 소 회장이 소지빈의 비즈니스 능력을 훈련시켜야 한다는 것에는 다들 별 이견이 없었다. 어쨌든 소지빈은 장손이니, 하지만 소민지까지 챙기는 건 너무 편애가 아닌가..? 정상적인 상황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장손이 앞장서서 주도권을 잡게 되면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아들의 유능한 아들 한두 명을 골라 장손과 함께 나가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소 회장은 장손만 애지중지하고, 거기에다 총애하는 그 맏손녀만 달랑 보내다니! 이건 다시 말해, 소 회장이 장손을 제외한 나머지가 소민지라는 일개 여자 아이에 비해 열등하다는 걸 표명한 것이다..!이 사실은 다른 가족들의 마음을 극도로 불편하게 만들었다. 엘에이치 그룹이 번창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소 회장에게는 10여 명의 형제가 있었는데, 소 회장 아래에만 이르러도 여전히 13명의 손자와 2명의 손녀가 있었다. 하지만, 그 누가 소 회장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맏손녀일 거라고 예상이나 했겠는가?그 이유는 사실 소 회장이 집안의 남자들에 대한 요구와 관리가 엄격했기 때문에, 아들, 손자에게는 늘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소 회장 역시도 인간이고 부드러운 면이 있었다. 그렇기에 아들, 손자들에게는 부드러운 면모를 보여줄 수 없으니 손녀에게 부드러운 면을 다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소민지는 어려서부터 총명해서 소 회장의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남들 앞에서 소 회장은 살벌하고 결단력 있고, 당당하며 오만한 회장이지만, 손녀 앞에서는 그저 상냥한 영감일 뿐이었다.사실 소 회장이 소민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그녀의 이름에서 알 수 있다. 그룹
이것이야 말로, 소 회장이 소민지를 아끼는 마음이 곳곳에 배어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결혼 적령기에 든 남성들은 소민지에 대한 갈망이 엄청났다. 그들의 생각에 소민지와 결혼하는 것은 엄청난 미녀를 아내로 맞이하는 것과 같으며, 미국 예일대에서 세계 최고의 고급 교육을 받은 능력자일 뿐만 아니라, 엘에이치 그룹 전체를 뒷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민지와 결혼하게 된다면 조에 달하는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래서 소민지는 전국 대기업들 사이에 돌고 있는 별명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소도시’였다. 아마도 그녀와 결혼하면 소도시를 하나 얻는 것 같다는 뜻일 것이다. 소성봉은 자신의 결정을 발표한 뒤 장남 소수도에게 "서둘러 방안을 상의한 뒤 출발 준비를 해라,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라고했다."예 아버지, 제가 가능한 한 빨리 아이들과 의논해서 오늘 밤 일본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소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양자택일의 상황에서는 누가 먼저 만나느냐가 가장 중요해. 이토 그룹과 다카하시 그룹은 그동안 일본 경제 전반이 쇠퇴하면서 몰락했지만, 지금 전체적으로 일본 내에서는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으니, 어느 곳을 먼저 만나야 할지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해라.”“예, 곧 의논을 시작하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보고 드리겠습니다.”소성봉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도야.. 18년 전, 너는 은서준 상무를 이겼고, 젊은 세대 중 가장 빛나는 인재가 되었지만 그 후로 더 큰 영광을 이루지는 못했다. 물론 이것은 네 탓은 아니다. 우리 그룹이 요 몇 년 동안 국내에서 이렇다 할 적수를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소성봉은 냉소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국내 시장은 더 이상 성장할 여지가 없다! 우리가 계속 발전하려면 또 다시 해외로 나가고,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로스차일드를 포함한 서양의 오래된 그룹들이 우리 몫을 빼앗으
아빠와 오빠의 물음에 민지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이토 그룹은 도쿄에 자원이 풍부하고, 오사카와 나고야에도 꽤 영향력이 있지만.. 일본의 진짜 슈퍼 하버는 도쿄 옆에 있는 요코하마항이에요."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다카하시 그룹은 도쿄에서는 이토 그룹에 비해 실력이 크지는 않지만, 요코하마는 다카하시 그룹의 본거지라고 할 만큼 그들의 힘이 강력하죠. 다음으로, 이토 그룹은 지금 골치 아픈 일을 겪고 있죠. 이토 그룹의 회장 이토 유키히코의 딸이 얼마 전 한국에서 국제 킥복싱 대회에 출전해 중상을 입고 요양 중이에요. 이토 유키히코가 이 딸을 굉장히 총애하는데, 딸의 몸 상태가 많이 안 좋기 때문에 일에 100%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의 협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사실 1%라도 영향이 있다면 우리에게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겠죠.”소수도는 "이토 유키히코의 딸이 다쳤다고? 나는 그런 소식을 들어본 적도 없는데..?"라고 말했다.소민지는 "사람을 시켜 두 집안의 상속인을 포함한 상황을 전수 조사해보라고 했어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소민지의 오빠 소지빈은 자신도 모르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히야.. 이런 것 까지 조사하다니.. 대단한데?”"오빠, 여기서 아부 떨지 마. 앞으로 혼자 결정해야 할 사람은 오빠라고. 나는 당분간 오빠가 더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고.”"이렇게 좋은 여동생이 있다니, 정말 마음이 편안~해!”"또 한 가지, 이토 그룹이 고바야시 제약이라는 일본 제약 회사에 투자하려 했던 것도 아마 에너지를 분산시킬 수 있어요.”소지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 회사를 알아요. 고바야시-S라고, 위장약을 파는 곳인데.. 저도 전에 먹어 봤거든요? 효과가 정말 좋아요. 대단해요~”"그건 옛날이야." 소민지는 담담하게 말했다. "한국에서도 얼마 전 출시된 위장약이 하나 있는데, 제품력에서 이미 그들을 능가했어.”"오.. 내 생각에도 아마 한국의 구현제약이 치고 나갈 것 같은
소수도는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지빈아, 혹시 Koreana 그룹의 딸이 마음에 들었거나 그런 거야?”"아니에요, 아버지.." 소지빈은 얼른 손을 내저었다. “저는 그냥 그녀를 존경할 뿐이에요.”소수도는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멈추었다가 입을 열었다. "그 딸아이는 확실히 괜찮은 상대이긴 해. 만약 네가 진심으로 그 아이를 좋아한다면, 나는 반대하지 않겠지만 다만 네 할아버지가 얕잡아볼까 걱정이 돼서 그런 거다!”소지빈은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아버지, 정말 괜찮은 거예요?"라고 물었다.그러자 옆에 있던 소민지는 불쑥 끼어 들었다. "오빠, 바보야? 아빠가 지금 거짓말하는 거 못 알아 듣겠어?""어?!" 소지빈은 당황하여 급히 물었다. "아버지, 도대체 무슨 뜻이에요?"소수도는 한숨을 쉬며 진지하게 말했다. "지빈아.. 너는 역시 네 여동생보다 아직 멀었다..!”소지빈은 갑자기 난처 해졌다.소수도는 이때 굳은 얼굴을 하고 말했다. "너는 엘에이치 그룹의 아들이자 앞으로 엘에이치 그룹의 3대 계승자야. 게다가 Koreana 그룹은 엘에이치 그룹과 비교도 안 된다. 그러니 네 할아버지는 절대 그 결혼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나도 동의하지 않을 거다. 게다가 Koreana의 그 아가씨는 은서준의 아들과 어릴 때부터 혼약을 맺었고, 나는 은서준과 사이가 좋지 않아! 그러니 절대로 Koreana의 그 딸 아이를 우리 집안에 들여보내지 않을 거다!”소지빈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아버지, 그게 언제 일이에요..! 그건 이미 오래 전 일이고 게다가 은서준 상무의 아들은 실종된 지 몇 년이나 되지 않았어요?”소수도는 그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건 그렇다 쳐도, 네 할아버지는 일찍이 나와 너의 결혼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할아버지는 우리 그룹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룹이 된 후에 너를 미국 최고 재벌가의 아가씨와 결혼하기를 바라고 계신다. 이렇게 하면 우리 그룹의 해외 확장에도 더 유리할 테니까! 국내로 말하자면, 너에게 합
민지의 말에 소수도는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딸에게 손짓하며 화를 냈다. "너 그런 말은 집에서만 해라!! 감히 밖에 나가서 하다가는 네 할아버지가 가만 두지 않을 거야!!”소민지는 휴대전화를 꺼내 "아니면 지금 할아버지께 전화를 드려서 직접 말씀드릴까요? 후훗?”"빨리 휴대폰 뺏아!" 소수도는 급히 말했다. "됐어, 됐어!! 너와 이런 소리는 하지 않으련다! 어차피 남자도 없는데, 빨리 일본 가는 거나 좀 연구해! 일찍 출발하는 게 좋겠다!”그러자 소지빈은 서둘러 물었다. "아버지, 그럼 민지가 방금 말한 대로 다카하시 그룹을 먼저 만나고 나서, 이토 그룹과 미팅을 잡겠습니다. 출발 시간은 가능한 한 빨리 가는 것이 좋을 것 같고요. 그럼 승무원에게 준비하라고 하죠. 점심 먹고 바로 출발하는 것은 어떨까요?”소수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서둘러 준비해라. 그런데 점심을 먹고 서둘러 가지 말고, 먼저 할아버지께 가서 계획과 생각을 너의 할아버지께 말하도록 해. 다른 이견이 없다면 떠날 준비를 하고."“네, 아버지.” 소지빈은 승낙하고 얼른 소민지에게 눈짓을 하며 "민지야, 가자."라고 말했다.소민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소지빈을 따라 아버지의 서재를 나왔다.서재를 나오자 소지빈은 "너는 진짜 그 가벼운 입이 문제야.. 왜 아버지 앞에서 은서랑 일을 말하는 거야!?”라며 짜증을 냈다.소민지는 껄껄 웃으며 농담조로 말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오빠는 분명히 마음속으로만 끙끙 앓았을 걸? 그런데 오빠.. 설마 앞으로 정말 오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어르신들의 계획만 따를 거야?”소지빈은 한숨을 내쉬었다. "야.. 우리는 어릴 때부터 금의옥식하고 부를 지니고 태어났어..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우린 이런 사랑과 같은 감정적인 부분에는 자율권이 없다는 걸 너 스스로도 잘 알고 있지 않아? 넌 왜 아직도 아빠한테 그런 말을 해?"“난 기꺼이 할 수 있어.” 민지는 한마디를 내뱉은 뒤 자신의 단발머리를 다듬으
안세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에 일정이 없으시면 함께 가시죠.”점심에 시후는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시후는 도쿄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유난히 번화한 현대 도시에 대한 호감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비해 그는 한국의 조용한 소도시들을 더 좋아했다. 한국은 산이 많고, 그를 따라 흐르는 천들이 많아서 시후는 자연과 함께하는 이런 풍경을 더 좋아했다. 하지만 시후는 자신이 관심이 없다고, 다른 사람들이 쇼핑할 권리를 박탈하고 싶지 않았기에 안세진과 이화룡을 밖에서 쇼핑하라고 보내 버렸다.사람들은 오후 내내 번화한 긴자와 신주쿠에 가서 돌아다녔고, 돌아올 때 모두들 두 손 가득 쇼핑 가방들을 들고 들어왔다. 저녁 무렵, 안세진은 모두를 시켜 그의 부하가 운영하는 한식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시후는 별일 없다는 듯 안세진과 이화룡에게 말했다. "이따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도록 하세요. 내 주위에서 함께 다니지 않아도 됩니다.”이화룡은 서둘러 물었다. "은 선생님, 이따가 계획이 있으십니까?”시후는 잠시 생각한 뒤, "나 혼자 나가서 좀 다니려고요.”라고 말했다.이화룡은 웃으며 "은 선생님, 혹시 술집에 가실 겁니까? 저기, 번화가에 귀염둥이들이 미모가 제법이라고 하던데요..?”시후는 손을 내저었다. "하하.. 아니거든요. 도쿄대학을 좀 돌아다니고 싶어.. 귀염둥이들은 혼자 보시고요.”"도쿄대요?" 이화룡은 의아한 듯 물었다. "은 선생님, 거기 뭐 하러 가십니까? 모교도 아니고..""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구경하고 싶어서 그러니까, 날 따라올 필요 없어요.”안세진은 "은 선생님, 제가 차를 배치해드릴까요?"라고 바삐 말했다."아닙니다. 고바야시 이치로 씨의 집에서 하루 종일 있으니까 좀이 쑤셔서.. 그냥 산책하려는 거니까 걱정 마세요.”많은 사람들이 시후의 말을 듣고 더 이상 제안하지 않았다.시후는 호텔을 나와 혼자 호텔 옆 지하철역으로 들어가 노선도를 본 뒤, 지하철을 타고 도쿄대로 향했다. 왜
이토 유키히코의 짜증은 위선이나 편협함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요 며칠 동안 그는 줄곧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사랑하는 딸이 중상을 입었고, 이어 사윗감으로 찍었던 고바야시 지로가 실종되기도 했다. 게다가 1500만 달러를 들여 고바야시 제약에 투자하기 위해 계약서에 서명하고 대금 지급까지 했는데, 갑자기 고바야시 이치로가 들이닥쳐서는 자신이 서명한 투자 계약은 무효라고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은시후라는 녀석이 주식 양도는 없고, 1500만 달러도 환불하지 않겠다고 강경하게 나왔다.이토 유키히코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뻔뻔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은시후라는 녀석은 정말 유능한 것 같지는 않았고, 한국에서 엘에이치 그룹이 일본에 와서 협력을 논의하지만 않았다면, 이토 유키히코는 당장 은시후라는 그 녀석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엘에이치 그룹을 맞이하기 위해 많은 인내심을 가지고 이 악몽 같은 시간들을 견뎌내고 있었는데.. 엘에이치 그룹의 첫 방문지가 뜻밖에도 자신이 아니라, 라이벌 그룹인 다카하시 그룹이라니..? 지금 이토 유키히코의 멘탈이 나가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요즘 왜 이렇게 불길한 일이 자주 일어나는 거야? 설마.. 절에 가서 향을 피우고 부처님께 절을 하고 며칠 채식을 해야 하나..?다나카 코이치가 멀리서 노발대발하고 있는 이토 유키히코 회장을 바라보기만 할 뿐, 한참 동안 감히 그를 말리지 못했다.다나카는 이토 유키히코가 충분히 화를 내고 나서야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회장님, 이 일로 그렇게 화를 내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엘에이치 그룹이 먼저 다카하시 그룹과 접촉했다고 해서, 바로 교류를 하게 된다는 것은 아니니까요? 게다가 저는 이미 엘에이치 그룹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모레 오전에 댁을 방문한다고 하니.. 어쨌든 기회가 있을 겁니다.”하지만, 이토 유키히코는 어두운 표정으로 답했다. "이런 비즈니스의 경우, 누구를 먼저 만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
생각해보니 일본은 음력 설을 쇠기도 했지만, 메이지 유신 후 탈 아시아 정책을 실시하면서 음력에서 양력으로 변경한 것이 떠올랐다. 따라서 일본은 오쇼가쓰(お正月) 라는 양력 설을 보낸다는 걸 잠시 잊었던 것이다.이제 도쿄대학교는 겨울방학을 앞둔 듯했고, 이에 따라 학생들은 학기의 마지막 기말고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도쿄대 캠퍼스를 거닐자, 시후의 머릿속에는 이토 나나코가 이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직접 그녀를 보지 않았다면, 그렇게 연약해 보이는 여학생이 도쿄대의 수재일 뿐 아니라, 실력이 뛰어난 킥복싱 선수라는 걸 이렇게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정말 그녀는 말도 안 되는 존재였다.도서관 근처까지 갔을 때, 시후는 가로등에서 이토 나나코의 응원 포스터를 보기도 했다. 포스터에는 킥복싱 복장을 입고 있는 이토 나나코의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 그녀는 꽃처럼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포스터는 도쿄대 학생들을 향해 국제대학생 킥복싱대회에 출전하는 이토 나나코 선수를 응원해 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누군가 이토 나나코의 포스터에 '일본 최고', '일본의 자랑', '올림픽 금메달 따자', ‘도쿄대 여신’이라는 낙서를 해두었다.시후는 이 글들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마도 이 꼬리표들은 이토 나나코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던 동창들이 붙여준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런 꼬리표들은 이토 나나코에게 일종의 가스라이팅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건 마치 이토 나나코에게 계속 라는 생각을 주입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차라리 라는 한마디를 건네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 생각한 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고, 휴대전화를 꺼내 이 포스터를 기념으로 사진에 담았다. 날이 저물고,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시후는 그제서야 도쿄대를 나섰다.도쿄대 정문을 나오자,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