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는 시후가 어머니에게 돈 공세를 벌일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이 돈 공세의 효과가 정말 좋아 보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갑자기, 그녀는 부끄러워서 몰래 방으로 숨어버리고 싶었다.이때 윤우선은 유나가 말을 하지 않자 옆에서 끊임없이 그녀를 부추겼다. ”유나야, 내일 내가 너를 데리고 그 한의사를 찾아가 한약을 지어 줄게!!“유나는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어 부끄러워하며 소리쳤다. "엄마, 여기서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 해요!!“그러자 윤우선은 정색을 하고 소리쳤다. "무슨 헛소리야!! 나도 빨리 외손자를 안고 싶어!!”유나는 자신이 이곳에서 떠나지 않으면 엄마가 분명히 끝없이 말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급히 시후의 등을 떠밀었다. “시후 씨 어서가요. 아빠 데리러.“시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먼저 장인 어른을 모시러 가고, 쌍둥이 얘기는 나중에 하죠?”그러자 윤우선이 맞장구를 쳤다. “그래 그래, 그건 나중에 얘기하자~~”유나는 어쩔 수 없이 시후를 밀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자 유나는 일부러 화가 난 표정으로 시후에게 말했다. "시후 씨, 왜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해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여기서 그 이야기 하려고 이렇게 서둘러 나온 거예요?“유나는 그를 한 번 쳐다보았다. "내가 시후 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요! 그리고 레벨 업하고 싶으면 한 단계 한 단계 조금씩 올라가야지, 엄마를 설득해서 바로 그렇게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는 절대 기대하지 말라고요!!”"난 그럴 생각이 없는데요..!? 단지 장인 장모님도 나이가 많으셔서 틀림없이 빨리 외손자를 보고 싶어할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에요.“유나는 부끄러워하며 소리쳤다. “보긴 뭘 봐요! 어서 빨리 가서 운전해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나의 BMW를 꺼내 함께 장인 어른을 모시러 갔다. 두 사람은 헤븐 스프링스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서 웃고 떠들고 있는 노인 몇 명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장인 어른은 한미정
시후와 유나는 차 안에 있고, 무리와는 거리가 좀 있어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한미정이 아들 폴을 통해 상곤에게 답례를 준비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선물을 교환하는 것을 지켜보던 유나는 더욱 답답해했다. "아빠와 아주머니를 보세요. 저건 결코 평범한 친구의 표현이 아니라고요. 그냥 사랑에 빠진 중장년 커플이라니까요?“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 두 사람 사이에 아직도 서로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아차렸다. 게다가 한미정이 폴에게 한상곤이라는 한국어 이름까지 지어준 것을 보면, 그녀는 줄곧 마음속에서 상곤을 잊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상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는 오랫동안 윤우선에게 압박당하고 살면서 얼마나 한미정을 그리워하고 갈망했는지 모른다. 만약 윤우선이 자신의 은행 카드를 훔쳤을 때, 자신이 직접 그녀를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면 지금쯤 상곤은 벌써 한미정과 재혼했을 것이다. 이때 유나는 보다 못해 시후에게 말했다. “어서 경적을 울려서 아빠를 불러요. 그렇지 않으면 30분 더 얘기할 것 같은데..“시후가 고개를 끄덕이고 경적을 울리자 김상곤은 소리를 듣고 두리번거린 뒤 유나의 차를 알아보고 자신을 데리러 온 줄 알고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그는 아쉬운 듯 미정에게 말했다. "아이구 미정아, 마침 사위가 데리러 왔으니 먼저 돌아가야겠어..”미정은 싱긋 웃으며 "집에 도착하면 걱정 안 하게 얘기해 줘.”라 고 부드럽게 말했다."그래 알겠어." 김상곤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유나는 김상곤이 미정에게 얼굴을 돌린 틈을 타 시후에게 “아빠가 내가 온 줄 몰랐을 텐데 뒷줄에 앉아 있을게요."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내려서 뒷좌석에 앉았다. 그녀는 상곤이 차를 타는 습관을 알고 있었는데, 상곤은 조수석에 앉는 것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아무도 없으면 주저하지 않고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뒷자리에 숨어 있는 이유는 김상곤이 술을 좀
김상곤은 차 안에 자신과 시후 두 사람만 있고, 시후는 자신의 사위일 뿐만 아니라 현재 자신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은 서방에 대해 거짓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미정과의 일 역시 시후가 알게 되는 것을 걱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선물의 포장을 뜯으면서 말했다. "아이고.. 은 서방.. 미정이가 지금 노인대학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몰라.. 그녀를 좋아하는 30~40대 중년부터 60~70대 노인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니까..?! 내가 더 서두르지 않으면 상황이 좋지 않을 것 같아..“시후는 난처한 듯 허허 웃더니 화제를 돌렸다. "아버님, 저녁에 술 많이 드시지 않으셨어요? 말씀 그만 하시고 이제 좀 쉬세요.“"그게 뭐 어때서~ 놔.. 놔는 괜찮아~~ 미정이 나한테 뭘 선물했는지 아직 못 봤다아~~?“ 그렇게 말하면서, 김상곤은 겉의 포장지를 다 뜯었다. 안에 있는 상자를 보고 그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에에?!! 롤렉스??!"시후는 장인 어른의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한 번 슬쩍 옆을 봤는데 상자 안에 정말 롤렉스 시계가 있었다.김상곤은 조심스럽게 시계를 들어 올려다보더니 "이거 유행하는 제품인가..?“라고 물었다.시후는 이를 보고 웃었다. "아버님, 이건 롤렉스 중에서도 금으로 만든 제품으로 ‘첼리니’라는 제품 같네요. 하하하..”“머어?? 첼..첼로?? 나는 원래 시계에 대해 전혀 몰라. 그래서 이게 얼마인데?““음.. 최근에 롤렉스가 값이 많이 올라서요.. 아마 저 라인이라면.. 4000만 원 정도 할 것 같은데요..?”“으억!! 뭐라고?!! 그렇게 비싸?? 400만 원도 비싸서 무서운데 4000만 원짜리 시계를 나에게 사줬다고?“ 그러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음.. 아버님 아주머니께 선물한 화장품은 300만 원 정도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죠. 반면 이 시계는 잘 관리하면 수십 년을 쓰는 것이 가능해요. 그리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 수록 가치가 오
시후는 오른손을 뻗어 이마를 짚으며 얼굴의 절반 정도를 가리고 있었는데, 그는 정말 바보 같은 늙은 장인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자 김상곤은 버튼을 누르고는 유나에게 말했다. "아이고~~ 우리 딸~~~ 유나야아~~ 이지 시후와 함께 돌아간다아아~”그러자 뒷좌석에서 유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정말 실망했어요!!”김상곤은 깜짝 놀라 “아이고!!”하고 소리를 질렀고 휴대폰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손에서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는 휴대전화를 주울 겨를도 없이 놀라며 유나를 바라보았다. “너.. 네가 왜 여기 차에 있냐아?"유나는 화를 내며 물었다. "왜요? 제가 차에 있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요? 내가 차에 없었으면 아빠가 이렇게 다른 여자랑 바람 피운 줄도 난 몰랐을 거야!"그러자 김상곤은 마치 꼬리를 밟힌 듯 소스라치게 놀랐고 마치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아이고.. 유나야.. 너 함부로 말하지 마, 내가 언제 바람을 피웠다고 그러니?”"아빠랑 그 아주머니랑 이렇게 비싼 선물을 주고받을 지경에 이르렀으니까요!! 엄마 몰래 데이트도 하고 식사도 하고.. 이게 바람 피우는 게 아니면 뭐하는 건데요?”김상곤은 다급히 변명했다. "아니야~~ 이건 바람 피우는 게 아니다. 나와 미정이는 서로 존경해,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선을 넘은 적이 없다.. 게다가 나와 네 엄마는 이미 별거하는 상태에다 정도 없어!! 나는 조만간 네 엄마랑 이혼을 할 거다.. 그리고 유나가 네가 나에게 바람을 피운다고 말 하더라도, 이건 바람을 피운다고 할 수 없어! 그저 이 아버지의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것일 뿐이다!!”"흐윽.. 아빠.. 대체.. 흑흑.." 유나는 갑자기 눈시울을 붉혔다. “아빠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나는 항상 아빠가 좋은 아버지라고 생각했고, 우리 엄마에게 좋은 남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과격한 사람일 줄은 몰랐어요.. 엄마랑 같이 살아온 것도 20년이 넘었는데, 그 시간은 아빠에게 아무것도 아닌 거
유나는 입을 딱 벌리고 잠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김상곤은 억울함으로 가득 차 눈물을 글썽이며 울먹였다. "그 당시에, 나는 네 엄마와 아무런 감정적 연결고리가 없었어..!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그날 밤 술에 취하기 전에, 말도 몇 마디 나누지 않았다고.. 아마 너도 알고 있을 걸?? 미정이의 모든 조건이 네 엄마보다 훨씬 더 낫다는 걸 말이다. 어떤 남자를 데려와도 미정이를 포기하고 네 엄마를 선택할 수는 없었을 걸?? 그리고 네 엄마와 결혼한 건 순전히 네 엄마의 강요 때문이었다!!” 이렇게 말하면서 김상곤은 또 다시 슬픈 표정으로 창 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고통스러움이 가득했다. “그 때 네 엄마와 그런 일이 있기 전 나는 미정이와 굉장히 깊게 사랑하는 사이었다. 우리 두 사람은 졸업 후에 어떻게 할 지도 인생 계획을 모두 짜두었었지.... 우리 둘은 졸업 후 함께 미국에 가서 공부하려고 했어. 유나 너도 알 거다. 이 아빠가 대학을 다닐 때는 유난히 해외로 나가서 공부하는 것이 유행했고, 돈 좀 있는 사람들은 다 해외로 유학 가던 시절이었으니까.. 우리 둘은 만약 미국에서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더 적절하다면, 그곳에서 결혼하여 정착하고 이민까지 갈 생각이 있었어!!! 즉 우리는 몇 년간의 인생 계획을 완벽하게 짜 둔 거지..!! 그런데.. 결과가 어떻게 되었겠냐..??? 내가 파티에서 술을 많이 마셨을 때, 네 엄마는 그 틈을 타서 미정이를 쫓아내고, 내 일생의 행복을 파괴하고 내 인생 계획을 모두 다 망쳐버렸어!!!! 내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런 의욕도 없고 종일 집에 처박혀 있었는 줄 아니?? 왜 내가 명문대 졸업생이었음에도 그런 총명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는 줄 아냐고??? 그때 네 엄마가 내 인생의 모든 계획을 다 망쳐 놓았기 때문이다! 난 그 때 나침반을 잃고 항해하는 하나의 조각배 같았어!! 크흡..!!” 이렇게 말하고 김상곤은 더 이상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흐느꼈다."
"알겠어 알겠어~~” 그는 감격에 겨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집에 있으면 절대 이 시계를 안 낄 거다!”라고 소리쳤다. 옆에 있던 시후는 비록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안도감이 들었다. 쉽지는 않았을 테지만, 사실 장인 어른이 윤우선을 이렇게 오랫동안 참은 것도 바로 유나 때문일 것이다. 자기 딸을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윤우선을 계속 참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장인이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고, 적어도 유나에 대한 그의 부성애는 매우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유나에게 늘 질문을 받았을 때도, 그는 지난 20년 동안의 억울함을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으니.. 결국 유나를 향한 상곤의 사랑은 굉장히 크고 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별장으로 돌아오자 시후는 차를 몰고 동네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이토 나나코가 마스크를 쓴 채 동네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비록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시후는 그녀의 몸매와 헤어스타일, 분위기로 이토 나나코가 맞다고 생각했다.이토 나나코는 자신이 차를 몰고 접근하자 자신도 모르게 몇 걸음 다가왔다가 차 안에 있던 김상곤과 유나를 보았는지 이내 걸음을 멈추었다.시후는 아내와 장인이 모두 차에 타고 있었기에 차를 세워 먼저 인사를 하거나, 무슨 일이냐고 물어볼 수 없어서 나중에 핑계를 대며 다시 나와볼 생각이었다. 차는 별장 차고로 들어갔고, 차가 멈추기도 전에 김상곤은 이미 미정이 보낸 시계를 넣었다. 차가 완전히 멈춘 후, 그는 황급히 문을 밀고 내려서 시계를 자신의 BMW에 숨겼다.유나는 이를 보고 한숨을 쉬며 낮은 목소리로 시후에게 말했다. "갑자기 아빠가 불쌍하게 느껴져요.. 지난 몇 년 동안 얼마나 억울했을 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유나 씨가 자라온 시절 만큼 고통을 참고 억눌렀어요.. 아마 다른 사람이라면 벌써 무너졌을지도요..”유나는 시후에
시후가 별장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이토 나나코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좌우로 주변을 몇 바퀴 돌았지만 이토 나나코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시후는 방금 자신의 생각이 틀렸던 것인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분명 그 소녀는 비록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이토 나나코였는데...? 그녀가 청년재에 온 건 분명 자신을 찾으러 왔을 텐데, 왜 갑자기 사라졌지? 이 생각을 하며 시후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나나코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이토 나나코는 카페에 숨어 멀리서 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후가 그녀를 찾아 헤매는 듯하자 나나코의 마음속 어딘가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오늘 밤 분명 시후를 만나러 왔다. 곧 결승전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스승님도 가족들도 자신이 진설아를 이기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시합 중에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까지도.. 자신의 주변 모두가 자신이 결승전에 참가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력이 출중한 무술인이라면, 남보다 실력이 부족해도 의지력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나코는 경기에 임하면서 부상 까지도 각오하기로 마음먹었다.이 때문에 그녀의 아버지는 특별기 한 대와 일본 최고의 의료진을 파견했는데, 이 팀은 결승전 때 현장에서 철저히 대기하면서 만약 나나코가 시합 중에 부상을 당하면 즉시 구조하는 동시에 특별기를 타고 2시간 이내에 도쿄로 보내 치료를 받게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경기에 나간 후 시후와 만날 기회가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토 나나코는 오늘 밤 그를 다시 만나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방금 청년재의 문 앞에서 시후가 차를 몰고 들어올 때 뒷좌석에 아름다운 여자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고, 문득 그 여자가 시후의 부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순간 그녀는 마음이 좀 상했고, 자신이 유부남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호텔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시후가 자신을 보았는지 자신을 만나러 나올지 궁금
"사장님, 커피 한 잔 더 주세요."라고 그녀는 서둘러 말했다."아가씨, 저희 가게 문을 닫으려고 합니다. 점원도 퇴근해서 더 이상 주문을 받지 않아요.. 죄송합니다.”"아, 그래요..?" 이토 나나코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때 갑자기 시후가 청년재 정문의 오른쪽으로 가는 것을 보고 급히 자신의 커피를 들고 달려 나왔다.시후는 이토 나나코가 떠난 줄 알고 약국에 가서 장인어른을 위해 숙취 해소제 한 상자를 사서 드릴 생각이었다. 약국 입구에 도착했을 때, 그는 약국 입구에 아름다운 혜리가 손에 을 들고 그 위에 그녀가 말하던 광고 문구도 기재된 커다란 포스터를 보았다. 할까요..?> 포스터 하단에는 그녀의 개인 싸인도 있었다. 시후는 걸음을 내딛어 약국에 들어갔고, 여러 사내들이 약사에게 혜리가 광고한 그 한 통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들었다."저도 한 통 줘요!"“나도요!”약사는 웃으며 물었다. "혹시 이거 사서 소장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어떻게 아셨어요? 약사님도 혜리 팬이에요?”"맞아요! 저도 바로 혜리의 팬이거든요. 오늘 을 사러 온 거의 모두 혜리 팬이더라고요? 아무래도 실제 이런 약품을 광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소장 의미가 있죠. 하하하!! 이 약이 효과가 좋다고 쓰신 분들이 그러시더라고요. 각종 위장 불편함에 효과 만점이라고.. 소장한다고 집에 사두더라도 상비약으로 쓸 수 있으니 이건 뭐 일석이조 아니겠습니까?” 한 상자를 받은 한 젊은이는 "이 한 상자는 통째로 소장하려고요! 뜯어서 먹기 아까우니 나중에 필요하 다시 와서 사려고요. 일단 한 통은 소장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시후는 이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혜리의 영향력이 이렇게 막강할 줄이야.. 팬들이 몰려들어 그녀가 광고하는 약 까지 사서 수집할 줄은.. 그가 의아해할 때, 몇 사람이 더 와서 을 샀다. 그들은 적어도 한 갑은 사고, 많으면 열 갑까지 구
시후는 연애 감정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비록 유나와 결혼한 지 4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사실 시후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번도 유나와 심각한 갈등을 겪어본 적도 없었고, 크게 다퉈본 적도 없었다. 그들의 감정은 잔잔한 물결처럼 천천히 깊어 졌을 뿐, 격정적인 기복을 겪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시후는 뜨겁고 격렬한 사랑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연애 고수들은 대부분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사랑과 관련된 감정에 단련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단 한 번 보더라도 상대방이 이미 자신에게 빠져들었는지 아닌지를 알아차린다. 그러나 시후처럼 연애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은, 상대가 바로 눈앞에서 눈물을 쏟으며 울고 있어도,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유미경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도, 시후는 단순히 이렇게 말했다. “아니, 겨우 휴대폰이 깨졌다고 이렇게 우는 거예요? 괜찮아요, 내가 새로 하나 사주면 되잖아요. 그렇게 눈물 흘릴 필요까지는 없어요...”유미경은 감정을 억누를 수 없어 울먹이며 말했다. “하지만... 하지만 새로 사줘도 이 휴대폰이 아니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건 이 폰이라고요!”시후는 다급히 말했다. “당신이 이 휴대폰에 애착을 갖고 있는 거군요… 하지만 걱정 말아요, 휴대폰이 깨져도 수리가 가능하니까. 뒷면 커버만 갈면 되겠네요.” 이렇게 말한 뒤 시후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덧붙였다. “지금은 좀 늦었으니까, 내일 아침에 바로 서비스센터에 가서 수리하면 돼요. 부품이 있으면 오전 중에 고칠 수 있을 것 같네요. 만약 부품이 없으면, 똑같은 기종을 하나 사서 부품을 빼서라도 고쳐줄게요. 이러면 괜찮죠?”유미경은 슬픔을 억누를 수 없었지만, 차마 자신의 마음을 밝힐 수도 없었다. 그래서 억울한 듯이 더욱 서럽게 울면서 말했다. “나는... 나는 그냥 이 폰이 좋아요... 완전히 똑같은 이 휴대폰이요... 뒷면을
유미경은 매우 놀라고 말았다. 시후가 올해 29살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아직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던 건가요?!”“맞아요.” 시후가 설명했다. “그리고 20대 초반에 내가 일하고 있던 공사팀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 현장에서 우연히 대표님의 눈에 들었는데, 그분이 내가 대학에 가서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셨고, 나중에는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손녀딸과 결혼까지 시키고 싶어하셨어요...”유미경은 깜짝 놀라며 크게 눈을 뜨고는 시후를 바라보았다. “지금 나에게 농담하는 거 아니죠? 그 대표님이 왜 그렇게 잘해주신 거예요? 게다가 자기 손녀까지 당신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했다니?”시후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연이었어요. 그분의 집안이 우리 LCS 그룹에서 일했던 겁니다. 그래서 내 정체를 알아보고는, 내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지만 진정한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어 하셨던 거고요.”유미경은 시후의 흐뭇한 미소를 보며, 심장이 갑자기 쿵쿵 뛰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설마... 정말 그 결혼을 받아들인 건 아니죠?”“맞아요. 승낙했어요.” 시후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어요. 그리고 끝없는 떠돌이 생활이 지겨웠고, 나도 가정을 갖고 싶었거든요.”순간, 유미경은 마치 천둥을 맞은 것처럼 온몸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물었다. “그래서... 이미 결혼한 거네요?”“그렇죠.” 시후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대표님이 내가 대학을 다닐 수 있게 해주신 것도 사실 아내와 함께 졸업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어요. 아내가 졸업한 후, 결혼식을 올렸죠.”유미경은 순간적으로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시야가 갑자기 흐려졌다. 그녀는 시후가 이미 결혼했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렇게까지 가슴이
유미경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시후를 보는 순간 자신의 가슴속에 쌓여 있던 모든 원망과 불만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시후가 자신에게 사과하는 순간, 그녀는 오히려 조금 부끄러움을 느끼기까지 했다. 부끄러움을 느낀 이유는, 시후는 바로 이중열을 구하기 위해서 이렇게 멀리까지 왔지만, 반면에 자신의 아버지는 그의 체면 때문에 이중열이라는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옳고 그른지는 너무도 명확했다.시후 역시도 늘 누구에게 빚을 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으로, 서로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으니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유미경에게 말했다. “미경, 이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니 여기서 그냥 다 잊는 걸로 하죠.”“좋아요.” 유미경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오후에 시후가 자신의 아버지와 이야기하던 중 먹자골목 이야기를 꺼낸 것이 떠올라 궁금한 듯 물었다. “은시후 씨, 그런데 오후에 왜 갑자기 우리 아버지에게 먹자골목 이야기를 하신 거예요? 혹시 다른 계획이라도 있는 건가요?”“맞아요.” 시후가 대답했다. “유 회장님이 이곳을 재개발해 상업 중심지로 만들려고 했거든요.”유미경은 놀라며 물었다. “그걸 직접 당신에게 말했어요?”“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부분을 이야기할 때 굉장히 흥분하시던데요. 보아하니 이미 결심을 굳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가 이 먹자골목을 당신에게 모두 양도하게 만들었죠. 이후에 이곳을 떠날지 머물지는 당신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요.”유미경은 따뜻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왜 이렇게 배려해주신 거죠?”시후는 무심한 듯 말했다. “이 먹자골목은 당신에게 중요한 곳이잖아요. 그러니 이곳을 보존하는 건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죠. 그리고 당신의 아버지는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기에 이곳의 땅값이 올랐다고 해도, 굳이 허물고 재개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시후는 탄식하며 말했다. “하지만 부자들
하지만 그녀는 사실 배유현과 시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한편으로는 시후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더 알고 싶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힐 기회를 얻고 싶었다. 그리고 나서 마음이 차분해지면 시후를 찾아가 솔직하게 대화를 나눌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기서 시후를 마주치게 되자, 그녀는 한순간 긴장하며 시후와의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역시나 영리한 배유현이었다. 그녀는 두 사람에게 각자 상대가 왜 여기에 있는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미경 씨와 은 선생님은 정말 텔레파시가 잘 통하시는 것 같아요. 두 분 다 이곳을 선택하다니, 혹시 사전에 상의하신 건 아니죠?” 배유현은 이 한마디로, 두 사람을 따로 불러낸 자신의 의도를 단숨에 감추었을 뿐만 아니라, 어색한 분위기까지도 부드럽게 풀어버렸기 때문이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원래 유미경 씨와 오늘 저녁 이곳에서 식사하기로 약속하기는 했어요.”유미경은 시후 맞은편에 앉으며 그를 바라보고 나지막이 물었다. “이젠 ‘미경’이 아니라 ‘유미경 씨’라고 부르시는 건가요?”시후는 순간 당황하며 웃었다. “아, 잘못 말한 거예요. 미경.”유미경의 눈빛에는 조금 여유가 생긴 듯했다. 그녀는 가방을 옆에 두고 시후를 보며 다시 물었다. “이미 약속했는데, 왜 약속을 어기신 거죠?”시후는 급히 말했다. “이렇게 함께 앉아 있잖아요.”유미경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기에 앉아 있는 건 저와의 식사 약속을 지키러 온 게 아니라, 배유현 회장님과의 약속을 지키러 온 거잖아요.”배유현은 시후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는 걸 보곤 갑자기 말했다. “아, 참! 저는 짧은 화상 회의가 있어서요. 그럼 두 분 먼저 이야기 나누고 계시고, 음식도 좀 시키세요. 저는 조용한 곳에서 화상 통화를 좀 하고 올게요.” 그렇게 말한 뒤 배유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떠나버렸다.
멀리서 우아하고 단아한 모습의 유미경을 본 시후의 첫 반응은 놀라움이었다. 곧바로 그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배유현 씨, 이게 무슨 상황이죠?" 유미경이 아직 가까이 오지 않은 틈을 타, 배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미경 씨를 초대했어요. 미리 은 선생님께 말씀드리지 못한 건 정말 죄송해요." 그러면서 그녀는 덧붙였다. "저는 은 선생님과 미경 씨 사이에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이렇게 한 번 자리를 만들어 대화를 나눌 기회를 드리고 싶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내일이나 모레 홍콩을 떠나게 되었을 때, 은 선생님께서 나중에 유미경 씨와 오해를 풀 기회가 없을 수도 있잖아요."시후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지만, 동시에 배유현의 세심한 배려에 조금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배려는 정말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시후는 놀라기는 했지만, 배유현에게 고마운 마음이 더 컸다. 사실 그 역시 홍콩을 떠나기 전에 유미경과 제대로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자신이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이해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직접 사과할 기회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시후는 유미경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오후 공항에서 보았던 유미경의 실망스러운 표정이 떠오르자, 그는 그녀에게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리고 유미경이 자신의 설명을 듣고 싶어 할지도 아직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시후는 곧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시후는 그냥 이미 엎어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식으로 체념하려 했다. 이미 일이 마무리되었으니 그냥 넘어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자신이 유미경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사실이었고, 결과적으로는 유미경 때문에 유가휘에게 관용을 베푼 것이기도 했다.그러나 다시 이 먹자골목에 오니, 시후는 자꾸만 유미경이 떠올랐다. 그녀를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가슴 한 켠이 텅 빈 듯한 기분이 들었
시후는 순간 약간 난처해졌다. 원래 시후는 유미경과 저녁에 먹자골목에 가서 식사를 하기로 약속했었다. 비록 시후가 말로 약속하기는 했지만, 본래 시후의 의도는 유가휘의 일을 해결한 후 더 이상 유미경을 만나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다시 유미경을 만났을 때 괜한 어색함을 느끼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시후가 원래 세웠던 계획은 유가휘를 처벌한 뒤, 유가휘가 직접 유미경에게 자신의 정체를 설명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 유미경이 갑자기 공항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 시후는 자신이 유미경을 속였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까지 혼쭐을 냈으니, 그녀가 분명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조금은 죄책감이 들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배유현이 홍콩의 길거리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고 제안하면서 이것은 다시금 시후가 유미경을 떠올리게 만들었다.배유현은 시후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궁금한 듯 물었다. "은 선생님, 듣고 계신 거죠?"시후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대답했다. "아, 듣고 있어요. 홍콩의 길거리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맛있는 음식이 많은 먹자골목으로 안내하죠.""좋아요!" 배유현이 기쁜 듯 웃으며 말했다. "위치만 알려주시면 돼요. 저 혼자 갈게요." 그러면서 그녀는 덧붙였다. "아, 그리고 은 선생님, 저녁에 친구 한 명을 데려가도 괜찮을까요?"시후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홍콩에 친구가 있는 건가요?""그럼요!" 배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제 친구는 전국 방방곡곡에 다 있어요."시후는 별다른 생각 없이 대답했다. "그럼 같이 가죠.""네!" 배유현은 밝게 말했다. "그럼 그렇게 정한 겁니다. 위치 알려주세요."시후는 전화를 끊고 유미경과 가기로 했던 길거리 거리의 위치를 배유현에게 보냈다. 그리고 시간이 늦어지는 것을 보고 택시를 잡아타고 길거리로 향했다.시후가 먹자골목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손님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시간이었고, 시후가 막 먹자골목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어디선가
유미경은 이 말을 듣고 나서 표정이 갑자기 어색해졌고, 우물쭈물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내가 왜 그 사람 정보를 알아봐야 해요..."유가휘는 유미경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미경아, 기억해라. 남녀 사이에 관계가 잘 발전하려면 절대 자존심 싸움을 하거나 삐지면 안 돼. 상대가 너에게 관심을 보이면, 너는 두 배로 반응해 줘야 하는 거야. 상대방이 너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너는 뻔뻔하게 주도권을 잡아야 해. 절대 네 마음 속의 사소한 감정 때문에 쿨한 척 거리를 두면 안 된다고. 괜히 속으로 불평만 하면 안 된다 이 말이다!” 그리고 유가휘가 이어 말했다. “너를 찾지도 않는다고 너도 그를 찾지 않고, 심지어 널 찾으러 왔을 때도 네가 여전히 허세를 부리면 인연이 있다고 해도 다 사라지지 않겠어?!”그 말을 들은 유미경은 아버지의 말에 충격을 받았지만, 그녀의 강한 자존심 때문에 그녀는 겉으로 부정하며 말했다. "아빠, 난 은시후 씨한테 별 감정이 없어요. 게다가 나랑 그 사람은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요. 제가 어떻게 아버지를 무릎 꿇게 한 남자랑 사귈 수 있겠어요?"유가휘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이고! 네가 정말 은시후 씨와 사귈 수만 있다면, 이 아빠는 무릎 꿇는 게 대수겠어? 절이라도 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다시 덧붙였다. "더군다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야 할 것 아니냐. 내가 은시후 씨에게 무릎을 꿇게 된 것은 내가 그를 화나게 만들었고 그에 따라 용서를 빌어야 했기 때문이야.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내가 잘못한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만약 네가 그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아무런 이유 없이 날 더러 무릎을 꿇으라고 하겠어?"유미경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빠가 그렇게 말하는 건 오로지 은시후 씨의 능력을 보고 그러는 거잖아요.""그래 맞다!" 유가휘는 아주 솔직하게 말했다. "미경아, 넌 맏이야. 처음으로 나에게 아버지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해 준 아이지. 그건 네 동생들이 절대 따라할 수 없
과거의 그는 모든 여성들을 대할 때 항상 거만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여성들이 자신의 사랑을 받는 사람들이고 자신의 사랑을 받는 건 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이와 같은 초월적인 자부심 덕분에, 그는 수십 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여색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물론, 방가흔은 그가 만난 모든 여성들 중 가장 사랑한 상대였다. 그러나 그는 속으로 방가흔을 늘 존중한 적이 없었다. 과거에 방가흔이 이중열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을 때, 유가휘의 입장에서 이 일은 마치 가장 아끼던 장난감을 빼앗긴 것과 같았다. 그렇기에 그녀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왔을 때도, 그는 단순히 잃어버린 장난감을 되찾아 영원히 곁에 두고 싶어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에게 방가흔을 정말 사랑했냐고 묻는다면, 그의 대답은 분명 ‘아니오’였을 것이다. 물론, 젊은 시절 그는 방가흔을 매우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가 한 번 자신을 떠난 후, 그는 자신을 통제하고 다시는 그녀에게 너무 많은 투자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는 오랫동안 이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다.방가흔은 비록 유가휘의 아내이자 ‘사모님’이라는 공식적인 위치를 얻었지만, 그녀는 유가휘의 재산을 직접 관리하거나 결정할 권한이 전혀 없었다. 결국 그녀는 결혼 후에도 화려한 새장 속의 카나리아일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방가흔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던 그 한마디가, 유가휘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조용히 흔들어 놓았다. 그는 평생 자랑스럽게 수많은 여성들을 품어왔다. 그러나 오늘, 시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할 때, 그의 자존심은 완전히 무너졌다. 지금 그는 마치 전쟁에서 패배한 자존심을 버린 장군 같았다. 이제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오만함도, 자부심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의 곁에 남은 여인이 끝까지 자신을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로 인해 그는 마음 속에 부드러운 감정을 느꼈다. 그러자 유가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정말 그를 완전히 놓아주었다
그 시각.유가휘의 가족들도 이미 차를 타고 시훈도에 있는 저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돌아오는 길에 유가휘는 방가흔과 함께 차를 탔고, 유미경은 자신의 테슬라를 직접 몰고 집으로 향했다. 유가휘는 딸이 뭔가 멍하고,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듯한 모습을 보고는 함께 차를 타고 가자고 했지만, 유미경은 이를 거절했다. 유미경은 지금 온갖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차를 몰고 돌아가는 내내,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시후만이 떠올랐다. 그와의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순간이 자꾸만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바람에, 유미경은 그가 이미 자신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를 더욱 괴롭게 만드는 것은 시후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유미경은 시후를 원망하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많은 걱정들을 안고 운전을 했지만, 다행히 그녀는 오는 길에 아무 일 없이 안전하게 집에 돌아왔다.집 앞에 차를 세운 뒤 차에서 내린 유가휘는 마치 영혼이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마치 큰 병을 앓고 난 사람처럼 기운이 빠져 있었고, 걸음걸이조차 힘겨워 보였다.남편의 이런 모습을 본 방가흔은 급히 그의 팔을 붙잡으며 다급히 물었다. "여보, 괜찮아요?"유가휘는 깊은 한숨을 쉬며, 무력하게 손을 저었다. "집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유미경도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반대편에서 그를 부축했다.세 사람이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유가휘는 두 사람에게 자신을 소파까지 데려다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소파에 앉는 순간, 그는 마치 큰 짐을 내려놓은 듯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50년 넘게 살아오면서, 오늘이 가장 두려운 날이었다..."옆에서 듣고 있던 방가흔은 눈물을 훔치며 흐느꼈다. "미안해요, 여보... 다 내 잘못이에요..."하지만 유가휘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냐, 당신 잘못이 아니야." 그는 씁쓸한 미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