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가 다시 서울로 올라온 이후 그는 몇 년 동안 그룹과 관련된 사람을 아무도 만나지 못했고 단 한 명만 만났을 뿐이다. 그는 바로 LCS 그룹의 집사, 박상철이었다. 당초 박상철이 갑자기 나타나 LCS 그룹을 대표해 엠그란드 그룹과 현금 100억을 자신에게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돈을 받고 그룹을 승계 받았음에도 시후는 다시 집안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재밌는 것은 바로 LCS 그룹은 돈도 주고 회사도 시후에게 주었지만 돌아가기 싫다고 했을 때 한 번도 자신을 찾아온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사실 이에 대해 시후는 매우 기뻤다. 어쨌든 그는 그룹 내에서 발생하는 경쟁과 원한 관계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시후는 자신으로 인해 아내 유나까지 그룹의 다툼에 연루되기를 원치 않았다. 따라서 지금처럼 편안하고 방해 받지 않고 조용히 생활하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자신이 그룹으로 돌아가서 LCS 그룹에 소속된 가족들과 가산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암투를 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겠는가..?그리고 오늘.. 그는 드디어 돌아가신 아버지와 아버지의 절친의 딸.. 두 분이 매번 말씀하시던 정략 결혼의 상대인 은서를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시후의 머릿속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속속들이 떠올랐다. 예전의 기억들은 시후로 하여금 이미 돌아가시고 지금은 세상에 계시지 않는 그의 부모님을 떠올리게 했다.요 몇 년 동안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 시후는 아버지를 잃고 난 뒤 어머니를 잃었을 때 그렇게 슬플 여력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부모도 일찍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고, 여덟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인생에서 그렇게 큰 일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만약 세 식구가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었다면 자신의 어린 시절은 분명 훨씬 행복했을 텐데..?은서는 시후가 침묵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시후 오빠! 왜 말을 안 해? 정말
은서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당연히 놀랍지! 서울이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크니까, 줄곧 아버지가 중점적으로 오빠를 찾아 나선 곳이었거든! 아버지께서는 직접 여러 번 오빠를 찾아 다니기도 했다고! 인맥이란 인맥은 모두 활용하여 오빠 나이 또래의 모든 남자아이들을 다 조사했고, 여러 번 반복해서 조사했어! 그리고 나중에는 지방에 있는 보육원, 민간 복지단체들까지 모두 샅샅이 조사했는데, 오빠의 정보를 전혀 찾을 수 없다고 했어!”"말도 안 돼! 8세부터 18세까지 내가 10년 동안 보육원에서 지냈다고. 그리고 난 보육원에 들어온 날부터 내 이름 석자를 바꾼 적도 없는데!”"나야 말로 믿을 수가 없다! 지난 10년 동안 아빠가 직접 서울에서 오빠를 찾아 나선 적이 얼마나 많았는데! 사람을 보내면 찾을 확률이 더 많아진다고! 모든 인맥을 총동원했지만 오빠를 찾지 못했어!! 그리고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오빠를 찾아 나섰던 건 내가 18살에 영국으로 유학을 가기 전 여름 방학이었는데, 그때 나의 강력한 요구로 아버지가 나와 함께 2주 동안 수백 명의 부하 직원들, 정보원들 사설 탐정까지 동원하여 각종 단서를 추리고 정리했지만 오빠의 흔적은 찾을 수도 없었어!”시후는 은서의 말을 들으며,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하고 감격스러운 은서의 표정을 보고 당황하고 말았다. 시후는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지만, 갑자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며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는 갑자기 자신의 애달픈 어린 시절이 자신이 알지 못하던 사기극이 숨어 있는 것 같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10년 동안 보육원에 있으면서 은서의 아버지 고선우가 자신을 여러 차례 찾아 나섰지만 단 한 번도 찾지 못했다는 건.. 이렇게 오랫동안 자주 자신을 찾아다녔다면 진화 보육원을 한 번쯤은 찾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단 한 번도 자신을 찾을 수 없었을까..? 혹시라도 보육원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걸까..? 아니면.. 보육원이 고의로 자신의 개인정보를 숨겼던 건가? 그것
은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이렇게 오랫동안 시후를 찾아다녔는데, 그를 찾지 못해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며 불안해했고 심지어 죄책감까지 느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연히 시후를 만났으니 이 좋은 소식을 아버지에게 당장 전해야 했다. 그래야 그의 오랜 숙원을 풀어줄 수 있을 테니.. 그래서 그녀는 다급히 물었다. "아니.. 시후 오빠! 왜 오빠를 만난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하는 건데..?!"시후는 한숨을 내쉬며 설명했다. "하아.. 십여 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적어도 난 지금 현재 매우 즐겁게 생활하고 있어. 그러니 더 이상 복잡한 일들에 얽히고 싶지 않기도 하고.”은서는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 "오빠!! 오빠는 LCS 그룹의 자제야!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에게 오빠를 드러내지 않고 마치 은자처럼 숨어 살려고 하는 건데..? 만약 오빠가 그룹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면, 오빠가 물려 받을 재산이 얼마겠어?”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난 더 이상 돈이 부족하지 않아. 그러니 상속에도 관심 없고.. 나는 그냥 아내와 함께 여기서 편안하게 살고 싶을 뿐이야.”"아.. 아내..?? 오빠.. 결혼을.. 했어?""응.. 결혼한 지 3년이 넘었어.."은서는 갑자기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고 조금 뒤 바로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빠! 나랑 정략 결혼한 일은..? 그새 잊은 거야..?"“정략 결혼..?" 시후는 약간 당황해하며 피식 웃었다. "그건.. 그냥 우리가 어릴 적에 부모님들 사이의 농담에 불과했잖아.. 게다가 그때 너와 난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였다고.. 그러니 그게 어떻게 약속일 수 있겠어?”은서는 분노하며 물었다. “뭐라고? 그게 농담에 불과하다고..? 오빠가 실종된 지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 아빠는 매일 나에게 내가 이미 오빠와 정략 결혼을 한 아이라고 말했어. 그래서 난 절대 다른 남자들과 연애하지 말라고 했고. 그리고 나조차도 그 말을 진심으로 믿
이렇게 소리친 은서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시후는 급히 휴지를 건네며 말했다. "은서야, 나 때문에 울지 마.. 세상을 살다 보면.. 많은 일들이 우리가 어렸을 때 소꿉놀이 하던 것처럼 간단하지 않아.. 물론 나도 이 일을 간과 했다는 걸 인정해.. 하지만 나도 네가 나처럼 어릴 적 일을 웃어넘길 줄 알았는데.. 너와 아저씨가 이렇게 오랫동안 나를 찾으러 다녔을 줄은 몰랐어..”"소꿉놀이? 웃어 넘겨? 우리 아버지는 그때 아저씨와 아주머니에게 맹세를 하셨어! 그리고 대기업 총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뭔 지 알아? 바로 자녀를 연예계에 들여보내는 거야! 그리고 대기업 총수들은 자신들의 자녀를 연예계의 스타들과 결혼하는 걸 허락하지 않아! 왜 그런지 알아? 그들의 눈에는 아무리 유명한 스타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유명해도 그들의 눈에는 그저 보잘것없는 광대이기 때문이야! 그런데.. 내가 그 반대를 무릅쓰고 어째서 연예계에 들어갔는지.. 오빠가 알기나 해?”“왜..?” 시후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오빠를 찾기 위해서! 나는 내가 대스타가 되면, 전 국민.. 심지어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러면 오빠도 나를 알아볼 거고! 그럼 나도 오빠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시후는 당황했다. "넌 어렸을 때랑 많이 달라졌어. 그러니 네가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 난 널 전혀 못 알아봤을 거야..""그럼 오빠는 혹시 내 인터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거야...? 인터뷰를 할 때마다 기자들 앞에서 내 본명을 말했는데! 고은서라고.. 내가 남자친구가 없는 이유는 어린 시절에 만난 내 운명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게 한동안 얼마나 큰 이슈였는데..?! 오빠는 인스타도 안 해..?!”시후는 허탈해했다. "미안해.. 내가 평소에 연예계 뉴스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고, 스타를 좋다고 쫓아다니지도 않아서..”은서는 화가 난 듯 입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 "그럼 왜 나에게 광고 모델이 되어 달라고 한 거야?!”
시후는 은서의 질책을 듣고는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들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자 그는 헛기침을 했다. "크흠.. 흠.. 은서야.. 이 일은 확실히 내 책임이 커.. 그래서 너와 아저씨께 꼭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미안하다고? 오빠가 사과를 하고 싶다면, 우리 아버지가 네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우리 아버지가 오빠를 이렇게 오랫동안 애타게 찾으러 다니신 걸 봐서 라도, 오빠는 반드시 우리 아버지 눈 앞에서 모든 걸 사과해야 해!! 그런데 아버지에게 오빠를 찾았다고 말하지 말라는 건 대체 왜 그러는 건데!!?"시후는 은서의 분노한 표정을 보며 열심히 설명했다. "은서야.. 내가 10년 동안 진화 보육원에서 지냈어.. 그런데 아저씨께서 몇 번이나 날 찾으러 다니셨지만 내 행방을 찾지 못한 이유가 뭐겠어? 분명 누군가가 아저씨가 나를 찾지 못하게 만든 거라고. 그럼 상대방은 아저씨가 나를 찾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건 세력이 강한 사람이라는 걸 의미하겠지.. 그럼 그 사람이 나의 적인지 친구인지도 모르는데 지금 아저씨께 말씀드리면 아저씨께 해를 입힐지도 모르는 거야.”은서의 표정이 풀리는 걸 보자 시후는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내 부모님께서 왜 그룹을 떠나게 됐는지, 왜 그룹을 떠나자마자 갑자기 돌아가셨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게다가 당시 누군가 내 정보를 다른 사람들에게서 숨겼는데 이건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던 건지.. 대체 그 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누가 나를 주시하고 있는지도, 누가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 위험을 초래하려고 했는지 모든 걸 밝혀내야 해..!”은서는 눈물을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오랫동안 정말 오빠를 걱정했어!! 그래서 아버지의 가장 큰 소원은 오직 두 가지였다고!! 하나는 오빠를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오빠와 결혼하는 걸 보는 거였다는 말이야!”"은서야.. 걱정 마, 내가 언젠가 모든 것을 밝히면 반드시 직접 아저씨를 찾아 뵙고 모두 다 설명 드
그래서 고선우가 췌장암에 걸리고 몸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말을 들은 후, 시후는 즉시 그의 생명을 구하기로 결심했다! 그러자 시후는 즉시 은서에게 말했다. "그래, 그럼 이렇게 하자.. 먼저 집으로 돌아가서 기다리고 있어.. 그럼 내가 며칠 뒤에 아저씨를 만나러 갈 게. 그때 내가 만병통치약을 가지고 갈 테니 그럼 아저씨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야!"은서는 시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이런 불치병을 치료할 만병통치약이 있어..? 전 세계 의사들도 이런 불치병은 치료할 수 없다고 하던데.."시후는 진지하게 말했다. "너에게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안심해. 내가 이렇게 말한 이상 너와의 약속을 꼭 지킬 테니까!"시후에게는 영약이 있었다. 그가 처음 제련해 낸 영약은 이미 하반신 마비를 치료할 수 있었다. 사실 이런 병은 현대 의학으로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중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약을 고선우에게 한 알 준다면 그의 췌장암은 완치될 것이다. 만약에 자신의 영약이 그를 치료하지 못하면 회춘단도 쓸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회춘단을 만들어 몇 알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 약은 마치 말라 죽어가는 고목을 살려내는 것처럼 빈사 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되살릴 수 있어 아저씨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런 방법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하다면, 시후에게는 아직 영기가 남아 있다! 영기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최상급의 에너지이다. 따라서 이 세상에는 영기를 통해 치료할 수 없는 병은 없다. 결국 이 말인즉슨, 시후는 고선우를 죽게 내버려둘 수 없다는 말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절친이자 자신이 감사해야 할 어른이자 은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후는 은서에게 직접 약을 줄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자신이 만든 약이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고바야시 제약에서 그 약을 빼앗으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보냈던가? 최제천 선생은 원래 무술을 배운 적이 있었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은서는
시후의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은서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눈물을 그친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눈가에 남은 눈물을 닦으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에잇.. 내가 요 몇 년 동안 한 번도 울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아프셔서 이런 거야.. 지금 내 모습이 마치 어릴 적으로 돌아간 것 같잖아!! 이게 다 오빠 때문이야~!”시후는 빙긋 웃으며 그녀를 위로했다. "괜찮아. 웃을 때는 웃고 울어야 할 때는 우는 거.. 그게 뭐가 문제야?”은서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도 아직 눈물이 남아 있어?"시후는 쓴웃음을 지었다. "여덟 살 때 아마 평생 흘릴 눈물을 다 흘린 것 같아..”은서는 두 손으로 그의 팔을 잡고 눈을 붉혔다. "오빠.. 이렇게 오랫동안 고생했지..?""사람들이 고생하는 것도 복이라고 하던데.. 전에는 믿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믿게 되었어. 하하..” 시후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박상철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 아니라 우연히 『구현보감』을 얻게 된 것이라고 느꼈다. 『구현보감』이 없었다면, 자신이 아무리 대기업의 도련님이라 할지라도 지금과 같은 실력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얻은 모든 존경과 부러움의 눈빛은 바로 LCS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신분이 아니라 자신의 실력으로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후에게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국내를 통틀어 실력이 뛰어난 그룹들이 즐비하고 돈이 많은 재벌 2세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이러한 재벌 2세 중에서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그저 자신의 실력만으로 최고가 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나이를 불문하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겠는가..?한 부동산 업자의 아들은 자신을 인플루언서로 포장했는데, 경제 상황이 좋았을 때 그는 닥치는 대로 투자를 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기에 전 국민에게 투자의 귀재라고 칭송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었을 때, 그의 기업은 파산하고 말았고, 수억 원 심지어 수십 억의 외
은서는 마음이 복잡해서 그의 눈을 바라보며 짜증을 냈다. "내가 오빠의 정략 결혼 대상이고, 오빠의 아내가 우리 사이에 끼어든 거라고 말하면 어쩌려고 그래?”시후는 "아니.. 그래서 내가 부탁을 하는 거야.."라며 난감해 했다.은서는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오빠 아내 앞에서 오빠와의 이런 관계를 숨기기를 원한다고?""응.. 아내는 날 고아라고 알고 있고, 내 신분과 집안 배경을 알지 못해.. 그러니 나도 굳이 알려주고 싶지 않고..”은서는 이해할 수 없는 듯 물었다. "그녀는 오빠의 아내야. 그런데 왜 오빠의 진짜 모습을 알릴 생각이 없어? 앞으로도 계속 숨길 셈이야?”"계속 숨기려고 한 게 아니라.. 아직 때가 안 되었다고 생각할 뿐이야..”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과연 우리 아빠를 만났을 때도 결혼했다고 말할 수 있을 지 궁금하네!”시후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때는.. 내가 직접 사죄할 생각이야..”은서는 시후에게 아직 원한이 남아 있어서 더 이상 시후와 대화를 하지 않았다.하지만 시후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참, 은서야.. 그리고 아내를 만나면 절대 내가 이 회사의 회장이라는 걸 말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평소에 아내에게는 내가 풍수를 봐주는 사람이라고 말했거든.. 그러니까 식사할 때 네가 집에 자꾸 운수가 좋지 않다고.. 내가 가서 좀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그럼 내가 아내 앞에서 바로 승낙할게.”그러자 은서가 물었다. "오빠.. 아내와 부부간의 정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거지..?”"응, 당연하지? 왜 그렇게 물어보는 거야?""감정이 있다면 대체 왜 상대방에게 오빠의 진실을 숨기는 거야? 사실 서로 그 정도의 믿음이, 그리고 감정이 없는 것 아니냐고..!”시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넌 이해하지 못해. 감정이 있으니까 많은 일들을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는 걸 말이야. 난 이렇게 해야 아내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녀는 나와 결혼할 때, 내가 아버지, 어머니가 안 계시고 의지할 곳 하나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