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두 대의 차가 정말 결혼식에 온 차량이란 말인가..? 결혼식에는 친척 이외에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지 않았는데.. 그럼 누군가 축하하러 온 건가..? 하지만 흥진의 가족과 친척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들의 가장 부자는 흥진이의 집이라는 걸.. 하지만 기껏해야 억 단위의 중소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니 그저 중산층이지 상류층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어찌 그들이 저런 슈퍼카를 모는 친구를 만날 수 있겠는가..? 모두의 궁금증이 최고조에 이를 그 순간, 시후가 먼저 부가티의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많은 사람들은 그를 보고 놀라서 입을 벌리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차에서 내린 차주가 너무 젊고 이렇게 어린 나이에 슈퍼카를 몰다니.. 모두들 시후를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시후가 차에서 내리자 아내 유나가 몰던 람보르기니도 천천히 뒤에 멈춰 섰다. 낮에는 밖이 비교적 밝고 차창에는 필름이 붙어 있어 누가 타고 있는지 밖에서는 알 수 없었기에, 모두들 대체 이 차에 누가 타고 있는지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었다.시후는 람보르기니의 조수석으로 걸음을 옮기며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이어 맞춤 드레스를 입고 잔뜩 긴장한 얼굴의 나래가 차에서 내렸다. 처음에 그녀를 보았을 때, 흥진의 가족들은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누구 집 신부지?’라고 궁금해하는 것이 바로 그들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결혼을 하는데 대체 뭐 이렇게 휘황찬란한 슈퍼카를 타고 오는 건지..?흥진은 순간 놀랐지만, 웨딩 드레스를 입은 이 아름다운 신부가 자신의 약혼녀 나래인지 알아보았다!!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어 기뻐하며 나래에게 달려가 두 손을 꼭 잡았다. "나래야!! 정말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너 모르지?!!”이 말이 나오자 집안 전체가 벼락을 맞은 것처럼 놀랐다. 람보르기니를 타고 온 이 신부가 바로 흥진이네로 시집가는 가난한 며느리, 박나래라는 사실을 알
가족들이 아연실색하는 사이 유나도 운전석에서 내렸다.그리고 유나는 손흥진을 보며 "흥진아! 오랜만이네?! 결혼 축하해!"라고 미소 지었다. 손흥진은 유나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유나는 나래의 고등학교 동창이고, 친한 친구이기도 해서 나래와 함께 유나를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가정 형편에 대해서도 들은 바가 있는데, 예전에 들은 바로는 유나의 집안이 인테리어 전문 회사를 운영하고,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작지도 않다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게다가 데릴사위가 있는데 이 사위는 무능력해서 집안일만 한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 그 그룹이 파산 직전이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어떻게 이런 비싼 람보르기니 한정판을 몰고 올 수 있을까..? 그는 의아해하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유나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래 유나야! 오랜만이야? 네가 이렇게 비싼 차를 몰고 올 줄은 몰랐다!”유나는 무안한 표정으로 남편이 빌린 차라고 말하려는 그 때, 시후가 끼어들어 말했다. “사실 얼마 전에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 모터쇼에서 구입한 차량입니다. 유나 씨는 사실 공개된 곳에 이런 차를 끌고 나오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요. 그래서 한 번도 밖으로 몰고 나오지는 않았죠.”이 말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잇달아 탄성을 질렀다. 알고 보니 이게 바로 모터쇼에서 유명세를 탔던 그 미스테리의 갑부였다니.. 듣기로는 당시 고급 슈퍼카 두 대를 모두 한 사람이 사갔다고 했고, 이 소식은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또 다른 흥미로운 일화가 있는데, 바로 글로벌 하이 그룹의 장진환이 두 차를 타보려고 기웃거리다 보안회사 경비원에게 얻어맞아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는 것이었다. 그때 다들 이 미스테리의 갑부가 분명 평범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장진환도 그 정도로 창피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모두가 이 갑부의 정체를 알게 되었는데, 그가 손흥진의 결혼식에 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흥진 자신도 어안이 벙벙했다. "제가
시후는 그를 경멸하듯 쳐다보더니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도련님이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손기정은 속으로 대체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자신을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는지 시후의 말을 듣고 당황했지만 혹시라도 시후가 강력한 세력의 대기업 도련님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렇다면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닌가?! 그러자 손기정은 감격에 겨워 "아이구 도련님 안녕하세요? 저는 밀가루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수원에 밀가루 공장이 하나 있지요. 아마 우리 그룹에서 만들어내는 밀가루를 드셔 보셨을 걸요? 백당입니다. 백당!”시후는 얼굴을 찡그리며 "백당? 밀가루요..? 잘 모르겠는데..”라고 답했다.손기정은 겸연쩍은 듯 "아하.. 그러시군요.. 저희는 밀가루와 설탕을 함께 만들어 내고 있어요. 다음에 한 번 드셔 보십시오.”시후는 콧방귀를 뀌었다. "네, 그럼 대표님.. 오늘 아들이 결혼하는 거 알고 계셨죠? 그런데 왜 며느리 될 사람을 데리러 오지 않은 거죠?”손기정은 아내와 눈이 마주쳤고 곧 바로 난처한 표정으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야 손기정은 급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이고 도련님, 그게.. 저희가 좋은 차를 빌렸는데.. 갑자기 오는 길에 사고가 났다고 연락이 온 거예요!!” "갑자기 사고가 났다고요?" 시후는 얼굴을 찌푸렸다. "사고가 나도, 당신 집에는 차가 한 대도 없습니까?"손기정은 당황한 듯 "정말 죄송합니다! 도련님!! 저도 정신이 없어서, 우리 며느리를 소홀히 대한 점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걱정 마세요, 앞으로 나래가 우리 며느리가 되면 꼭 잘 해주겠습니다! 하하하!!”옆에 있던 흥진은 이 말을 듣자 내심 기뻐했다. 원래 부모님은 자신과 나래의 결혼에 동의하지 않았고, 심지어 조금 전 까지만 해도 그들은 여전히 자신에게 온갖 불평을 늘어놓으며 협박했다. 나래가 며느리가 되더라도 계속 괴롭힐 것이라고.. 그런데 지금 유나와 그녀의 남편이 두 대의
기영숙은 전형적인 이기주의, 기회주의자였다. 어떤 일이든 그녀가 고려하는 것은 단 하나, 바로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여부이다. 만약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면, 길가의 쓰레기 줍는 사람 하나라도 웃는 얼굴로 맞이할 수 있지만,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대단한 대통령이라도 무시하는, 그녀는 이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기영숙은 시후와 그의 아내가 100억대의 슈퍼카를 타고 나래를 태워와도 여전히 나래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것들은 모두 허구이며 손에 넣을 수 있는 이익만이 확실한 것임을 알고 있다. 박나래가 아무리 돈 많은 친구를 안다고 해도 그 돈이 자신의 주머니에 꽂히는 것인가? 그룹의 경영을 그녀가 담당할 수 있나? 그녀가 과연, 그룹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인가? 그럴 수만 있다면, 그녀는 당연히 나래를 상냥하게 대하고 따뜻하게 대접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자신에게 줄 수 없다면 며느리로 들어올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기영숙은 이렇게 싸우다가 아들이 자신을 미워하게 만들고는 싶지 않았기에, 그녀는 먼저 결혼을 허락하는 것처럼 말한 다음, 온갖 방법을 찾아 트집을 잡고, 비꼬고, 조롱하여 나래가 스스로 이 결혼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면, 아들은 자신을 탓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나래를 괴롭힐 생각이었다. 일단 가장 먼저 그녀는 나래에게 다가가 물었다. "너희 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왜 안 오신 거야?”"어머님.. 어.. 저희 부모님은.." 나래는 말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망설이기 시작했다. 사실 오늘 결혼식에 부모님이 안 오신다는 게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미래에 시어머니가 될 분이 이런 질문을 하니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나래가 아무런 답이 없자 기영숙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저기 나래야, 너 참 대~단하다~?! 돈 많은 친구 몇 명 안다고 미래 시어머니인 나는 안
기영숙의 말을 듣자, 나래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흥진은 자신의 약혼녀가 어머니께 이렇게 굴욕을 당하자 못마땅해하며 소리쳤다. "어머니! 저와 나래가 결혼하면 우리 두 사람이 살림을 차리는 거예요! 그러니 우리 둘이 잘 살면 되는 건데, 왜 이렇게 신부를 못 깎아 내려서 안달이세요? 저도 이렇게 많은 걸 신경 쓰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어머니도 이런 사소한 것까지 너무 신경 쓰지 마시라고요! 이제 시간도 다 되었는데 어서 준비해서 결혼식을 치르는 것이 더 좋지 않겠어요?”"그렇게는 안 되지! 아들!" 기영숙은 혐오스러운 얼굴로 나래를 바라보며, 경멸스럽다는 듯 말했다. "내가 지금 열이 받아서 죽을 지경이다! 나는 네 아버지와 결혼한 뒤에 이렇다 한 억울한 일을 당한 적이 없어! 그리고 분명히 신부측 가족들이 더 감사합니다 하면서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니? 그런데 지금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이렇게 우리를 업신여기고 있는 거 아니냐고!? 아니야?? 이것 좀 봐라! 네 아버지랑 나랑 아침 일찍부터 여기서 기다렸고, 우리 친척, 친구들도 아침 일찍 와서 이러고 있는데 나래 너희 가족들은 지금 뭐 하고 있냐고!?!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들 모아두고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이게!!”나래는 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어머님!! 이건 정말 오해예요!! 저희 부모님은 어머님과 아버님을 전혀 무시하지 않으세요! 그저 조금 화가 나서..”기영숙은 나래의 말을 끊으며 소리쳤다. "듣기 싫어!! 쓸데없는 소리 그만 하라고!! 결혼이 얼마나 큰 일인 줄 알고 하는 소리니?!! 그리고 부모 없는 고아도 아닌데, 왜 혼자 결혼식에 올 수 있어? 이런 일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얼마나 쪽팔리겠어! 어휴!! 정말!! 나는 오늘 네 부모님이 안 오시면 이 결혼 파토내련다! 알겠니?!”이 말을 들은 나래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그녀는 가까스로 유나와 시후의 도움으로 부모님의 반대를 피해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사실 결혼식만 올리면 자신의 가족과 사이가 틀어져도 그만인 줄
기영숙은 아들이 나래와 결혼하는 것에 한 번도 동의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혼식을 허락한 이유는 이 결혼이 파토난 것에 대해 자신의 책임 전혀 없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을 뿐이다! 그저 이 자리는 나래와 그 가족들의 체면을 구기고, 지인들 앞에서 고개를 못 들게 만들 하려는 것! 이것 만으로 자신은 고점에 서서 그녀가 백당 그룹에 시집오는 걸 거절할 수 있을 것이었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부모들에게는 하나의 수법이 있다. 어떤 부모는 아이들과 논쟁을 벌이고 나면, 자신을 원망할 구실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이의 결정을 단호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거부한다면, 아이는 끊임없이 자신을 원망할 것인데, 그 대상을 부모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돌려버린다면 부모와 아이의 관계는 나빠지지 않는다.그래서 지금 기영숙이 원망의 대상으로 노리는 것은 바로 신부인 나래와 그녀의 가족이었다. 지금 현재 신부의 부모님이 오지 않으셨기 때문에 식장으로 온 흥진의 모든 친인척들은 신부의 집안에 무시를 당한 셈이 된다. 그래서 이 결혼에 기영숙이 거품을 물고 반대하면, 흥진이 불만이 있더라도 지금 모든 상황들을 고려하지 않고 나래를 보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흥진은 백당 그룹 전체에 대항하는 것이 될 것이므로.기영숙의 계산은 틀리지 않았다. 지금 흥진은 굉장히 괴로웠고 심지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랐다. 만약 자신이 어머니의 조언을 따른다면 이 결혼을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나래 혼자서 손가락질을 받으며 이 압박감에 힘들어 할 것이다. 유나는 나래의 눈물을 보고 화가 났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 일의 배후에 얼마나 많은 고충이 있든지 간에, 나래의 부모는 그녀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어머니에게 약점을 잡히게 된 것인데, 만약 이 판을 뒤집지 못한다면, 이 결혼은 절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일찌감치 모든 것을 예상했던 시후는 아무 말없이 기영숙의 연
백당 밀가루는 두 가지의 유통 경로가 있는데, 하나는 대형 마트이고 다른 하나는 설 대표가 운영하는 중형 마트였다. 국내 밀가루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왜냐하면 국내에서 밀가루의 원재료인 밀이 자급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하기에 중국, 베트남, 독일 등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밀로 제조하는 밀가루를 구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 수입에 비해 가격대가 높다. 따라고 조금이라도 확실한 유통 경로를 확보하고 물건을 더 많이 팔아야 수입이 더 많이 들어온다. 만약 판매 채널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유통이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현지의 많은 브랜드들은 모두 설 대표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자신의 판매량을 늘리고 이윤도 크게 늘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기정이나 기영숙 모두 그에게 잘 보이려 애썼다. 기영숙은 아들이 제발 설 대표의 딸과 결혼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설 대표의 딸을 며느리로 삼는다면, 유통 경로를 매년 신경 쓸 필요가 있겠는가..? 그저 제품을 넘겨주기만 한다면 독점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럼 수입은 2배, 3배 아니 그 배로 많아 질 수 있을 텐데..이 때, 장미화는 약간 불쾌한 표정으로 영숙을 바라보았다. "영숙아 너 너무한 거 아니야?!! 네 아들이 결혼을 하는데, 나에게 말하지도 않고.. 너 그런데 나에게 설 대표 딸이랑 네 아들이랑 다리 좀 놔 달라고 그러지 않았어? 그런데 갑자기 무슨 결혼이야??”기영숙은 이 말을 듣자 급히 장미화를 옆으로 끌어당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휴.. 언니!! 이게.. 좀 복잡해~~ 사실.. 오늘 우리 아들 결혼 안 시킬 거야.”장미화는 화가 나서 말했다. "뭐? 무슨 소리야? 이제 곧 식도 시작하는데 누굴 속이려고 그래?”"언니.. 내가 솔직히 툭 까놓고 말할게.. 내 아들이 지금 눈이 멀어서 완전 못 사는 가난한 집 여자랑 결혼하겠다고 난리야 난리~~~!! 그런데 이 여자애가 얼~마나 가난한지.. 그리고 얼마나 뻔뻔한 줄 알아? 우리 집에 시집와서
기영숙은 이때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15억의 혼수도 매력적인 일이지만, 관건은 자신의 아들을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와 결혼시키는 것이었다. 이건 하루 아침에 득남하는 게 아닌가? 설 대표가 15억의 혼수를 언급했고, 각종 자원도 지원하겠다고 하니, 기영숙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벌써부터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사실 그룹에 돈만 많이 준다면 아들이 남의 아이의 아빠가 되는 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지 않겠는가..?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설 대표의 딸이 흑인의 아이를 가졌다는 것이다. 만약 아들이 그녀와 결혼해서 아이가 태어났는데, 아이가 검은 피부를 가졌다면..? 그럼 자신의 아들이 손가락질 당하며 비웃음 거리가 되지 않겠는가..?기영숙은 이렇게 생각하자 뭔가 망설여졌다.장미화는 그녀가 망설이는 걸 보고 그녀에게 속삭였다. "영숙아! 솔직히 말해 줄까? 지금 설 대표 집안은 엄청 급해!! 딸이 임신한 걸 몰랐을 때는 괜찮았지만, 지금 이게 얼마나 큰 일이야? 그래서 설 대표님 부부가 완전 눈이 뒤집힐 정도로 급해! 왜냐하면 딸 아이 배가 점점 불러오거든~”기영숙은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설 대표는 지금 매우 급한 상황일 것이다. 그럼 차라리 그냥 이렇게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는 없지? 이럴 수록 더 재물을 뜯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 기영숙은 "미화 언니, 솔직히 말해서 이건 정말 창피한 일이야.. 딸 아이가 외국인 남자의 애를 벌써 가졌다니.. 결혼도 안 했는데.. 하지만 우리도 설 대표님을 도울 마음은 있어. 그런데 만약이라도 애가 흑인이면 어떡해? 우리 아들은 그럼 비웃음 당할 거 아냐?”장미화는 급히 말했다. "그래~ 그러니까 설 대표도 예물을 준비하려고 하지~ 네가 이게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면 아마 설 대표가 조금 더 금액을 올려주지 않겠어? 영숙아 솔직히 요즘 돈 버는 게 쉽냐? 그리고 15억이야.. 이건 일반인들은 평생 만질 수도 없는 돈이다! 그러니 설 대표가 얼마나 신경 쓴 거야? 그리고 네 아들이
시후는 더욱 신중해졌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지 않는 한, 불필요한 경우 절대 이 문 밖을 나서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한편, 옆방의 박스 안...안산과 시후의 외할머니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안충주와 그의 아내가 두 노인 옆에 앉아 있었다. 그 맞은편에는 안태풍 부부와 안재남 부부, 그리고 시후의 이모 안유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제이크 한은 바 테이블로 가서 위스키 한 잔을 따라 바 스툴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Samson 그룹 사남매와 시후의 세 외숙모 외에도, 안태풍의 두 아들, 안재남의 큰딸, 그리고 안유진의 12살 된 외동딸이 있었다. 이들 모두 시후의 사촌 형제자매이며, 동시에 혜리의 팬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로스앤젤레스에서부터 이곳까지 따라온 것이었다.안충주의 두 딸도 혜리를 좋아했지만, 큰 딸은 스탠퍼드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고, 둘째 딸은 영국에서 유학 중이었다. 두 사람은 학업으로 바쁜 탓에 오늘 아침 일찍 학교로 돌아갔다. 두 딸은 이전에 할아버지가 위중했을 때 휴학계를 내고 함께 지냈던 만큼, 더 이상 학업을 미룰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안충주의 두 딸은 Samson 그룹의 가족 채팅방에서 다른 형제자매들에게 공연 영상을 많이 찍어 업로드 해 달라고 부탁했다.시후는 영기를 통해 그들의 신분을 직접적으로 감지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나눈 대화를 듣고 각자의 신분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중 둘째 외삼촌 안태풍의 큰아들은 어릴 적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그는 아직 갓난아기였다. 반면, 셋째 외삼촌 안재남의 큰 딸과 이모 안유진의 외동딸은 시후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이때 안충주는 제이크 한이 혼자 술을 마시며 우울해 보이는 것을 눈치채고, 바 테이블로 다가가 그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물었다. “왜 그래? 아직 기분이 풀리지 않은 거야?”제이크 한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풀릴 게 뭐 있나... 우리 이렇게 오랜 세월 친구였으니 알잖아. 내
이 시각 시후의 모든 신경은 단 한 벽 너머에 있는 외조부모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는 김지우가 자신의 외할머니에게 공손하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모님, 너무 겸손하게 말씀하지 마세요. 사모님께서는 은서의 외할머니나 마찬가지이시고, 회장님께서도 은서의 공연을 보러 오셨으니 저희야 말로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외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은서는 지금 전 세계 한국인 스타 중 가장 유명하죠. 은서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건 우리가 더 영광이지요.”옆에 있던 안산도 감탄하며 말했다. “미국에서 공연을 열 수 있고, 또 이렇게 큰 호응을 받을 수 있다니, 은서 양은 정말 한국인들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겠군.”시후의 외할머니가 말했다. “무슨 은서 양이라니, 그녀는 미래 손자 며느리잖아요. 그렇게 딱딱하게 부르지 말고, 은서라고 불러요.”안산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 당신 말이 맞아. 앞으로 은서라고 부르겠네.”김지우는 감탄하며 말했다. “두 분 정말 사이가 좋으시네요.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는 맨날 티격태격하시고, 한 치도 양보를 안 하세요.”안산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할아버지가 문제야. 남자가 편하게 살고 싶다면, 항상 아내에게 져줘야 하거든.”“그렇죠?!” 김지우는 웃으며 말했다.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이 비법을 꼭 전수해 드려야겠네요.” 웃음소리가 오가는 가운데, 김지우는 Samson 그룹 가족들을 박스 내부로 안내했다. 그녀는 박스의 기본적인 시설과 기능을 설명한 후 말했다. “공연까지 아직 40분 정도 남았으니 여기서 편히 쉬고 계세요. 지금 관객들이 입장하기 시작할 겁니다. 저는 나가서 확인 좀 해보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호출 벨을 누르시거나 저에게 연락 주시면 됩니다.”외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고생이 많아요, 매니저. 바쁜 일이 있으면 가서 해요, 우리야 괜찮아요.” 그러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물었다. “참, 매니저. 공연 끝나고 은서가 시간이 괜찮을까요? 만약 괜찮다면 잠시 얼굴
시후는 김지우가 유나에게 은근히 밖으로 나가지 말 것을 암시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시후 자신도 웬만하면 밖에 나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야 외조부모와 마주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유나는 김지우의 의도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거의 망설임 없이 말했다. “매니저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어디도 안 갈 거예요.”김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시간을 확인한 뒤 말했다. “오늘 공연은 옆방에도 몇몇 귀빈들이 계실 예정입니다. 그분들은 10분 후에 도착하실 거라 제가 나가서 그분들을 맞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더 이상 두 분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매니저님, 바쁘신데 일 보세요. 저희는 괜찮습니다.”“알겠습니다.” 김지우는 고개를 끄덕인 뒤, 시후에게도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저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김지우가 나간 후, 시후는 약간 멍한 상태로 응접실 소파에 앉았다. 외조부모가 이제 10분 후에 도착한다는 생각에 긴장과 불안감이 다시 밀려왔다.유나는 시후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그의 옆에 앉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보, 무슨 일이에요? 몸이 안 좋아요?”시후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며칠 동안 이곳저곳을 오가느라 좀 피곤한 것 같아요.”유나는 자책하며 말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우리 차를 끌고 오지 말 걸 그랬어요.. 운전하느라 고생했을 텐데다가, 나랑 여기저기 다니느라 더 피곤했겠죠..” 그러더니 곧 덧붙였다. “내일은 아무 데도 가지 말고 호텔에서 푹 쉬어요. 돌아갈 때는 내가 운전할게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잠깐 쉬면 나아질 거야. 걱정하지 마요.”유나는 시후가 억지로 괜찮은 척한다고 생각하고 그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여보, 앞으로 피곤하면 미리 말해줘요. 우리의 모든 계획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건강이 제일 우선이잖아요.”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
“별 말씀을요.” 김지우는 진지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이 저희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오히려 저희가 은 선생님께 폐를 끼친 거죠.” 그러면서 일부러 덧붙였다. “사모님, 저희가 최근 풍수 문제로 인해 은 선생님을 뉴욕으로 자주 오가게 하여 사모님과 보낼 단둘만의 시간을 방해했을 텐데, 부디 너그럽게 봐주세요.”유나는 그녀가 일부러 한 말인지 모르고 급히 말했다. “매니저님, 과찬이세요. 이건 제 남편의 본업이니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김지우는 미소를 띠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는 유나에게 더 많은 암시적인 말을 하고 싶었지만, 시후 앞에서 선을 넘을 수는 없음을 알고 적당히 멈추었다. 그러고는 웃으며 말했다. “은 선생님, 사모님, 제가 두 분을 VIP 박스 좌석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시후는 김지우가 적절히 멈추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매니저님.”“별 말씀을요.” 김지우는 환하게 웃으며 시후와 유나를 VIP 통로로 안내했다.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올라갔다.공연장의 규모가 컸기 때문에 VIP 박스는 7~8층 높이에 위치해 있었다. 이 고층 구역은 공연장의 VIP 구역으로, 입구와 각종 시설, 통로가 아래 관중석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VIP의 프라이버시가 철저히 보호되고 있었다.오늘 밤의 공연은 시후와 유나, 그리고 외조부모 일가에게만 두 개의 VIP 박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다른 박스는 모두 개방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층에 있는 직원의 수는 매우 적었고, 출입구에만 보안 요원이 배치되어 있었으며 안쪽은 텅 비어 있었다. 이는 고은서가 일부러 준비한 것이었다. 시후도 원래 조용히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Samson 그룹은 대중의 주목을 받는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의 보호가 필요했다. 직원이 적을수록 노출될 가능성도 적을 것이었다.김지우는 시후와 유나를 중앙 위치의 박스로 안내했다. 문을 열자 내부는 거의 호텔의 럭셔리 스위트룸처럼
오후. 외가와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시후는 유나를 데리고 공연장에 미리 도착했다.이 시각 공연장 안팎에는 이미 많은 팬들이 초조하게 콘서트홀 내부로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입장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팬들은 공연장을 빈틈없이 에워싸고 있었다.다행히 공연장에는 별도의 VIP 통로가 있었고, 통로 외부에는 보안 요원이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곳은 팬들의 간섭이 없었다. 공연장에 도착하기 전, 시후는 고은서의 매니저 김지우에게 미리 연락을 해두었다. 그래서 그의 차가 VIP 통로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보안 요원은 차량 번호판을 확인하고 아무런 질문 없이 차단기를 열어주었다.이 VIP 통로는 전체적으로 지하 터널처럼 설계되어 있었다. 차량이 들어가면 경기장 지하로 곧바로 진입하게 되며, 통로는 완전히 직선으로 뻗어 있어 입구에서 들어서면 멀리에서 밝은 출구가 보였다. 그리고 VIP 리셉션 데스크는 이 통로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었다.VIP 통로가 이와 같이 설계된 것은 귀빈들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통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매우 안전한 것이다. 주변은 매끄러운 콘크리트 벽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누구도 이 통로로 숨어들 수 없다.통로 중앙에 위치한 VIP 리셉션 데스크는 움푹 들어간 주차장으로, 일반적으로 귀빈들의 차량은 이곳에 주차 후 바로 공연장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퇴장할 때도 매우 편리했다.김지우는 바로 이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가 차를 몰고 들어오는 것을 보자 그녀는 손을 흔들어 신호를 보냈다.시후는 헤드라이트를 깜빡이며 응답한 후 김지우의 안내에 따라 차를 주차장에 세웠다.주차장에는 이미 몇 대의 비즈니스 차량이 세워져 있었고, 시후는 한눈에 그것들이 고은서의 차량이라는 것을 알아챘다.유나는 약간 놀란 듯 물었다. “여보, 여긴 어디예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VIP 통로요. 오늘 저녁 공연을 VIP 박스석에서 관람할 거예요
창재가 놀라며 물었다. “사장님... 왜... 어떻게 홍콩으로 가시려고요? 그 사람이 분명히 사장님의 목숨을 노릴 텐데요...”이중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미국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건 결국 그런 사람으로 취급되니, 경찰이 나를 찾아왔다는 건 곧 강제 송환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일 거야.. 그렇다면 내가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게 되겠지..”창재는 다급히 말했다. “사장님, 그렇다고 이렇게 송환될 날만 기다리시면 안 되죠! 차라리 뉴욕을 떠나 숨어보는 게 어때요?”“아니.” 이중열은 손을 저으며 덤덤하게 말했다. “20년 넘게 숨어 지냈더니 이제 이런 생활에 너무 지쳤어. 더 이상 도망 다니면 내 자신이 나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그는 창재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나는 늘 이곳을 떠나고 싶었지만, 늘 용기가 나지 않았어.. 하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결정을 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창재는 긴장하며 말했다. “사장님, 도망 다니는 게 그래도 사장님이 살아남을 방법이잖아요! 만약 그 홍콩 부자가 사장님을 놓아줄 생각이 없다면, 돌아가자마자 목숨을 잃으실 거라고요!”이중열은 웃으며 말했다. “그가 내 목숨을 노린다 해도, 시기가 적절해야 할 거야. 설마 내가 막 송환되어서 홍콩에 도착한다고 하더라도 세관에서 날 해치려 들겠어? 게다가 난 미국에서 강제 송환되는 것이고, 세관 직원들이 반드시 나를 데리고 가서 절차를 밟을 거야. 유씨가 아무리 대단해도 세관에서까지 나를 건드릴 수는 없겠지. 그러면 나는 지인들에게 미리 연락을 취해 세관에서 가족들이나 지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있을 거야. 그들과 만날 수만 있다면, 외출할 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 그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창재야, 이 일은 더 이상 걱정하지 마. 날 설득할 수도 없고. 난 이미 결정을 했어. 넌 여기에서 이 식당을 잘 운영하도록 해. 나머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창재는 눈물이 그
그 시각 뉴욕 한인 타운.점심시간이라 이중열의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이었다. 그는 직원과 단둘이 정신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하지만 이중열은 손님을 대접하면서도 몰래 가게 밖을 계속 살피고 있었다. 아침부터 그의 가게 맞은편 도로에 한 대의 차가 계속해서 주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상대는 네 대의 차를 번갈아 가며 사용했고, 위치도 바꿨지만, 이중열은 그 네 대의 차가 모두 그의 가게 정문을 볼 수 있는 위치를 택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이 때문에 그의 마음속에 묘한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이중열은 뉴욕 경찰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그를 긴장하게 했다. 이중열에게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눈치챈 직원이 다가와 물었다. “사장님, 무슨 일이 있으세요?”“아니야....” 이중열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일해.”직원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장님, 힘드시면 조금 쉬고 오세요. 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이중열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가게를 떠날 생각은 없었다. 그때 맞은편 도로에 있던 차가 갑자기 시동을 걸고 한인 타운을 떠났다.이중열은 상대가 곧 다른 차로 교대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차가 떠난 후 더 이상 의심스러운 차량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그제야 조금 안도했다. 하지만 곧 다시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곧바로 소매 덮개와 앞치마를 벗고 직원에게 말했다. “창재야, 영업 중지 팻말을 걸고, 손님들이 다 나가시면 바로 문을 닫아. 그리고 아래층에 와라.”직원은 왜 그가 갑자기 서두르는지 몰랐지만,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렇게 하겠습니다!”이중열은 말이 끝나자마자 혼자 지하실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두 개의 방이 있었는데, 그와 직원 창재의 침실이 각각 있었다. 이중열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에게 가장 의미
유가휘는 그동안 홍콩에서 여러 연애 관련 스캔들로 이름을 날렸고, 그와 사귀었던 모든 여성들은 마지막에 헤어지더라도 여전히 그를 보기 드문 신사라고 칭찬하곤 했다. 로맨틱한 재벌들은 많지만, 유가휘처럼 행동하는 이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이때, 홍콩은 이미 깊은 밤이었다. 유가휘는 비단으로 만든 잠옷을 입고 서재에 앉아 집사가 건넨 자료를 읽고 있었다. 자료를 몇 번이나 훑어본 그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자식을 이렇게 오래 찾아다녔지만 못 찾았는데, 뉴욕의 한인 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숨어 있었다니! 보아하니 꼴이 완전히 초라해졌겠군! 만약 그를 본다고 해도 아마 못 알아볼 정도일 거야!”집사는 급히 말했다. “대표님, 이중열이라는 자는 정말로 완벽하게 숨어 있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20년 넘게 거의 면도를 하지 않고, 머리도 길게 기르며 분위기를 상당히 바꿨다고 하더군요. 이번에 미국 경찰이 그의 자료를 조사하지 않았다면, 그의 행방을 찾기도 어려웠을 겁니다.”유가휘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런데 미국 경찰이 왜 그를 조사했지? 미국에서 무슨 범죄라도 저질렀나?”집사가 대답했다. “제 정보통에 따르면, 며칠 전 뉴욕에서 일어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그를 의심한 것 같더군요. 게다가 미국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 경찰이 그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홍콩에서의 과거 자료를 찾아낸 것 같습니다.”유가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멍청한 자식! 난 늘 그 놈의 뛰어난 두뇌로 분명 새로운 신분을 얻어 금융이나 주식 같은 본업으로 돌아가 재기를 할 줄 알았는데.. 그런데 이렇게 초라한 식당이나 운영하며 살고 있다니, 정말 한심한 놈이군!” 사실, 유가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신사적인 모습과 달리 소심하고 앙심을 품는 성격이었다. 따라서 이중열에 대한 원한을 그는 지금까지 잊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중열이 너무 철저히 숨어 있는 바람에 오랜 세월 동안 그를 찾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유가휘가 사랑했던 여인은
이중열의 신분은 확인되었지만, 이는 오히려 제이크 한에게 약간의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는 좀 더 특이하고, 뭔가 음모가 숨겨져 있을 법한 정보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고 받은 내용은 그의 이중열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불식시키는 내용이었다. 베테랑 경찰관으로서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현재를 위장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과거를 완벽히 숨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많은 범죄자들은 과거를 지우고 모두가 존경하는 성공한 인물이 되었음에도, 결국 과거의 죄로 인해 감옥에 가게 되는 것이다.20~30년 전의 이중열에게 일어난 일들까지 밝혀졌으니 그와 혜리의 관계를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 따라서 혜리가 그의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또한 혜리가 식당에서 식사 중 우연히 안충주가 아버지의 건강이 위독한 상황을 언급하는 것을 듣고, 먼 길을 달려 약을 전달하러 온 것이라면, 이 역시도 납득할 수 있을만한 일이었다.이중열이 왜 CCTV의 하드웨어를 고의로 파손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제이크 한은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 있었다. 혜리는 유명한 스타이고, 이중열 역시 평범하지 않은 과거를 가진 인물인 만큼, 그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혜리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CCTV를 파손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 모든 일들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었으므로, 이 노선은 더 이상 추적할 필요가 없어졌다.결국 제이크 한은 경찰이 블랙 드래곤의 단서를 통해 사건을 더 깊이 파헤쳐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현재로선 블랙 드래곤이 가장 분명한 수사 방향이었다.그러나 부하의 목소리는 약간 무기력했다. “형님, 오늘 후임자인 브루노가 우리와 회의를 했습니다. 이 사건은 조사 방향을 피해자들의 신원 확인과 피해자 납치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 조사로 완전히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페이셔스 그룹 쪽도 윗선과 이미 이야기를 끝났습니다. 그래서 블랙 드래곤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중단될 겁니다.”제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