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가 부적을 만든다고 하니, 송민정 대표는 뛸 듯이 기뻤다. 그녀는 시후가 만들어 줄 부적이 어떤 것인지, 어떤 힘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시후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 줄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그가 직접 만든다는 이유만으로도 너무나도 감사했다. 그러자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은 선생님.. 저에게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전 선생님께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 말을 할 때, 민정은 속으로 이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정말!! 할 수만 있다면!! 평생 은 선생과 함께하고 싶어요!! 그렇게 평생 선생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고요!!”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큰 재벌가의 여식이 어찌 유부남 앞에서 쉽사리 이런 말을 밖으로 내뱉을 수 있겠는가..?시후는 이 일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사랑과 의리를 중시하고 은혜를 갚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송민정 대표는 비록 자신의 은인은 아니지만, 자신의 친구이자, 믿을 만한 인품의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였다. 이런 친구에게 그는 자연스럽게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시후는 민정이 자신에게 가지는 의미가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면 조금 다르다는 걸 은근히 느끼고 있었다. 시후는 민정의 됨됨이와 태도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게다가 그는 민정의 운명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두 사람 다 명문 재벌가 출신이지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다는 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보다 상황이 조금 더 나았는데, 적어도 그녀는 집안을 떠나 다른 곳에서 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민정의 됨됨이를 좋아했고, 그녀를 진심으로 아꼈기 때문에, 그녀를 진심으로 케어 하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민정은 시후를 태운 뒤 일부러 차를 빨리 몰지 않았다. 그래야 시후와 차 안에서 단둘이 있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 양화 대교를 건널 때쯤, 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시후를 바라보며 기대에 찬 눈빛을 보냈다. "저.. 은 선생님..
시후는 "그래요. 하지만 이쪽 길은 좀 가파른데..? 계단도 없고.. 내려갈 때 조심해요!”라고 걱정스레 말했다.민정은 수줍은 듯 부드러운 시후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은 선생님!! 좀 도와주실래요? 안 그러면 미끄러질 것 같아서.." 사실, 그녀는 넘어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이 기회를 빌려 시후와 더 가까워지고 싶었을 뿐이다.시후는 이 길이 꽤 가파르고, 제방에서 강 가까이까지 뻗어 있었기에 민정이 만약 미끄러져 물 속으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민정의 부드러운 손을 잡고 그녀를 데리고 조심스럽게 강가로 내려갔다.강변은 추운 날씨라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고, 간혹 불을 밝힌 자전거들이 주변으로 지나갔고, 부릉거리는 엔진 소리가 다리 위로 다니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렇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강가에 도착한 시후는 민정의 손을 놓으며 찬바람을 맞았다. "여기 참 좋네요..? 하하.." 민정은 빙긋 웃음 짓고는 아래에서 위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말했다. "어렸을 때 여기에 오는 게 제일 좋았어요. 그땐 아버지께서 너무 회사 일로 바쁘셨기에 어머니께서 절 데리고 오셨죠.. 그때 어머니께선 저를 데리고 제가 주차한 곳과 같은 곳에 차를 세우고 이 길을 따라 함께 걸었어요.. 이렇게 내려올 때도 어머니께서 제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계셨죠..” 민정의 두 눈은 오늘 따라 슬퍼 보였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복지원에서 자랄 때도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어릴 때는 지금처럼 강하지 못했기에 부모님 생각만 떠올라도 이불 속이나 구석진 곳에 숨어서 통곡을 하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익숙해지듯이.. 그 때 그 고단한 생활은 시후가 많은 이치를 깨닫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죽거나 과거에 일어난 슬픈 일은 조용히 지나가게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는 것을 말이다.이때 곁에 있던 민정이 한숨 쉬며 말했다. "오늘 아침에 부모님을 모
시후는 송민정과 알게 된 과정을 떠올리며 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 장인과 함께 인사동에 가지 않았다면 자연히 《구현보감》을 얻을 기회가 없었을 것이고, 《구현보감》이 없었다면 자신은 기껏해야 도련님의 신분일 뿐, 은 선생님이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은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것을 더 좋아했다. 왜냐하면 은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자신의 실력으로 만든 것이고, 도련님은 단지 자신의 타고난 위치를 대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도련님이라는 세 글자 뒤에 있는 것은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가문의 능력을 대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이것이 모두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송민정 대표와 인연이 있고, 《구현보감》과도 인연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민정에게 말했다. "만난다는 건 인연이라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사실, 많은 것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해진 것 같아요..”민정은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 “그럼.. 우리 두 사람도 인연이 있다는 말씀이시죠?""글쎄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불교의 이야기가 있잖아요? 《화엄경》에도 있듯이.. 500겁이 옷깃 한 번 스친 인연이라고 하는 걸요?”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선생님 말씀은 늘 현묘하세요.. 선생님 같은 경지에 이르면 다들 인연, 운명, 전생과 같은 것들을 특별히 믿게 되는 건가요?”시후는 웃으며 답했다. "하하.. 예전에는 믿지 않았는데.. 지내다 보니 뭔가 일이 터지면서 조금씩 믿게 됐어요. 아무튼 이 얘기는 그만하는 게 좋겠네요..! 별 재미도 없는 주제라.. 얘기 좀 해 봐요! 이제 이룸 그룹의 회장이 되실 몸인데.. 그 뒤에는 무슨 계획이 있죠..?”"음.. 일단 제가 회장이 되고도 불복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저에게는 시간이 필요하죠.. 회장의 지위를 굳건히 하고 그룹을 이끌어가야 할 거예요. 하지만 제가 경영함으로 인해 빠르게 발전하여 더 많은 수입을 벌어들인다면 불복하던 사람도 절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
만일 그가 다시 손을 잡아 준다면, 그녀는 진심으로 행복할 것이다. 이 길은 정말 가파르기 때문에, 시후는 별 생각 없이 민정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자, 내 손 잡아요. 힘줘서 올라갈 테니까~" 민정은 자신의 바람이 이루어지자, 수줍음과 흥분이 가득한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녀는 얌전히 시후의 뒤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차로 돌아왔을 때, 민정의 고상한 얼굴은 여전히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긴장감과 수줍음 때문인지, 평소보다 심장 박동이 빨라진 그녀는 황급히 차에 시동을 걸고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제 집으로 모셔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자 민정은 차를 몰고 큰 길로 돌아왔다. 차는 빠르게 별장 구역의 입구에 도착했다. 차가 멈추자 시후는 민정에게 "데려다줘서 고마워요~!”라고 인사했다."히히..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민정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요~”"네~" 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시후가 차 문을 밀고 내리려는 것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 "은 선생님!!! 잠시만!! 잠시만 기다리세요!!"시후는 문을 열려는 손을 거두며 "왜 그래요? 또 무슨 일 있어요?"라고 부드럽게 물었다."제가 선생님께 주고 싶은 선물이 하나 더 있어요..” 민정은 수줍게 말했다."오늘이 송 대표님 생일인데, 왜 나를 위해 선물을 준비한 거예요? 하하!”"특별한 선물이라.. 늘 선생님께 주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하하하.. 그럼.. 먼저 고맙다고 인사부터 할게요~”"그럼.. 먼저 눈을 감아주세요!”"오케이~" 시후는 별 생각 없이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시후는 갑자기 부드러운 입술이 자신의 입술을 살짝 덮는 것을 느꼈다..! 그 입술은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달콤한 향까지 풍겨왔다..! 그녀의 입술은 피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입술 위에 머물러 있었다... 시후는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눈을 떴고, 가까이에 있는 민정
시후는 정말 그녀가 자신에게 키스를 먼저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는 LCS 그룹의 도련님이고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여자에 대한 경험은 전혀 없었다. 그나마 얼마 전에 여성과 가장 가깝게 접촉한 것은 바로 아내 유나와의 가벼운 키스였다. 하지만, 그 한 번의 키스 조차도 짧게 끝나고 말았다. 이에 비해 민정의 입맞춤은 더 리얼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게 했다. 이 때문에 시후는 갑자기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던 것이다. 민정은 몸을 돌려 시후에게 키스하는 자세가 너무 힘들었는지, 도저히 버틸 수 없어 얼굴을 붉히며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민정의 얼굴은 사과처럼 붉게 물들었고, 귀밑 머리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것처럼 보였다. 민정은 시후를 보지 못하고 그저 바로 앉아 운전대만 쳐다보고 있었으며,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시후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차 안은 잠시 어색한 침묵에 잠겼다. 민정이 이 침묵을 먼저 깨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시후에게 말했다. "어.. 은 선생님.. 조금 전에는 제가 잠시 흥분해서 일어난 헤프닝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놀라셨다면 용서해 주세요…."시후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게.. 음.. 송 대표님..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시후는 계속해서 망설였다. 그는 결코 민정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 그는 차마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한숨만 내쉬며 말할 수밖에 없었다. "송 대표님.. 난 이미 결혼했어요.. 당신도 알잖아요….?"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은 선생님과 사모님 얘기는 제가 들은 적이 있어요..” 그녀는 용기를 내어 시후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저는 진심으로 선생님을 좋아하고, 가능하다면 선생님과 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요.. 저는 선생님께서 이미 결혼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제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시후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은 선생님..! 절 받아주신다면, 저는 제 자신을, 그리고 이룸 그룹 전체를 내어 드릴 수 있어요..! 그럼 앞으로 선생님께서는 이룸 그룹의 대표가 될 것이고, 그룹의 주인이 될 겁니다. 저는 평생 별 다른 것을 원하지 않아요. 그저 선생님의 사랑스러운 애인으로, 선생님의 곁을 지키고 싶을 뿐입니다. 만약 선생님께서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를 바란다면, 저는 이룸 그룹을 모두 버리고 선생님과 함께 떠돌아다닐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선생님께서 아이를 원하신다면,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품에 안을 수 있게 해드릴게요.. 흑흑..”시후는 이 말을 듣고 속으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정은 다방면으로 뛰어난 여성이었다. 외모도 아름답고 성격도 좋았고, 어려서부터 귀족 수업을 받고 자란터라, 다른 부잣집 자제들과는 또 다른 레벨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재벌가라고 해도 이렇게 다방면으로 완벽한 여성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완벽한 여성이 자신을 좋아하게 된 것 역시도 자신의 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은 기혼자였고 여전히 유나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기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아내를 버리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한편, 지금 곁에서 눈물투성이가 된 민정을 보니 차마 매몰차게 그녀의 마음을 거절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그는 유나가 상처받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민정이 상처받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한순간에 딜레마에 빠져 버렸다.잠시 이어진 침묵 속에서 민정은 그를 애틋하게 바라보며 답을 기다렸다.시후는 침묵을 지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힘겹게 입을 뗐다. “송 대표님.. 당신의 마음을 잘 알았아요. 매우 감사한 일이기는 하지만, 난 내 아내 유나 씨를 떠날 수 없어요.. 그러니 용서해요.”민정은 금방 그쳤던 눈물을 순식간에 쏟아냈다. 붉어진 눈으로 시후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그녀는 "아니에요.. 괜찮아요 선생님.. 분명 지금 상황에
송민정에 대해 시후는 뭔가 당황스러우면서도 딱 잘라 거절할 수 없기에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을 쓸 줄은 몰랐고, 동시에 이렇게 고집이 센 줄도 몰랐다. 하지만 시후는 민정과 시시비비를 따질 생각도 없었고 그렇다고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속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민정은 이제 자신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건 시후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감정과 관련된 일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죠. 일단 서로 시간을 좀 주고요.”라고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민정은 긴장한 표정으로 시후를 바라보았다. "오늘부터 저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겠죠? 앞으로 저와 일부러 멀어질 건가요..?”"그럴 리가요? 난 그런 사람이 아닌데? 송 대표님이 날 좋아한다고 해서 멀리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어요? 하하..”민정은 그제서야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실 선생님께 이렇게 고백을 해버렸으니,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마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그러니 10년은 고사하고 20년이라고 해도 저에겐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겠죠.. 제가 부탁을 하나 하자다면.. 오늘 일로 저와 일부러 멀어지지 말고, 싫더라도 예전처럼 절 친구로 생각해 주세요.."“걱정하지 마요. 난 절대 쉽게 신의를 저버리는 사람이 아니니까.. 오늘 어떤 일이 있었든지 간에 당신과 난 여전히 좋은 사이로 남을 거예요.”민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후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자아.. 그럼.. 시간이 늦었으니 집에 가야죠? 어서 돌아가요~”"그럼 은 선생님, 안녕히 주무세요~ 오늘 제 생일을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주신 회춘단도요!!"시후는 웃으며 손을 저었다. “하하.. 뭘 그런 걸 가지고.. 어서 돌아가요. 그럼 조심해서 운전하고요~” 시후는 차에서 내리려고 문을 열었다.그 때, 민정이 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
차에서 내려 민정이 떠나는 것을 지켜본 후, 시후는 10여 초 정도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다가 돌아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방으로 돌아왔을 때, 유나는 이미 씻고 누워 책을 읽는 중이었다.시후가 돌아오자 유나는 웃으며 "생일 파티는 어땠어요?"라고 물었다. 시후는 싱숭생숭한 듯 말했다. "파티야 뭐.. 나쁘지는 않았죠..?" 유나는 오늘 파티가 송민정 대표의 파티였다는 걸 몰랐는데, 이건 시후가 애초에 그녀가 알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유나는 시후에게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러자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시후를 바라보며 "여보.. 그런데.. 부탁 하나 해도 되나요?"라고 약간 쑥스러운 듯 물었다."남편한테 왜 그렇게 거리를 두면서 물어요? 얼른 말해 봐요. 뭔데요?”"그게.. 제 고등학교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해서요.. 오늘 청첩창을 주러 우리 사무실에 들렀더라고요.. 혹시.. 같이 결혼식에 가줄 수 있나 해서..”"하하하..! 당연하죠!! 남자, 여자??""여자예요..! 고3 때 옆자리에 자주 앉았던 친구라..”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친구의 결혼식이라면 가야죠??”유나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그런데.. 저.. 시후 씨.. 한 가지 더 부탁할 일이 있는데요..”"뭔데요? 말해도 돼요~”"제 고등학교 친구는 팔자가 드세서 그런가.. 그 친구 집안은 어렸을 때부터 남아선호 사상이라 그런가, 여자아이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 게다가 그 친구의 시댁에서도 그녀를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모양이에요.. 오늘 제가 몰던 BMW를 좀 빌려줄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이번에 웨딩카로 잠시 쓰고 싶다고.. 아마도 BMW를 살 수 없는 형편이라, 이런 차를 웨딩카로 라도 좀 빌려 타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하지만 시후 씨도 알다시피.. 요즘 경기가 안 좋잖아요.. 제 친구는 이런 차를 살 수도 없고.. 그래서 혹시 로이드 그룹이나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