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내려 민정이 떠나는 것을 지켜본 후, 시후는 10여 초 정도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다가 돌아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방으로 돌아왔을 때, 유나는 이미 씻고 누워 책을 읽는 중이었다.시후가 돌아오자 유나는 웃으며 "생일 파티는 어땠어요?"라고 물었다. 시후는 싱숭생숭한 듯 말했다. "파티야 뭐.. 나쁘지는 않았죠..?" 유나는 오늘 파티가 송민정 대표의 파티였다는 걸 몰랐는데, 이건 시후가 애초에 그녀가 알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유나는 시후에게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러자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시후를 바라보며 "여보.. 그런데.. 부탁 하나 해도 되나요?"라고 약간 쑥스러운 듯 물었다."남편한테 왜 그렇게 거리를 두면서 물어요? 얼른 말해 봐요. 뭔데요?”"그게.. 제 고등학교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해서요.. 오늘 청첩창을 주러 우리 사무실에 들렀더라고요.. 혹시.. 같이 결혼식에 가줄 수 있나 해서..”"하하하..! 당연하죠!! 남자, 여자??""여자예요..! 고3 때 옆자리에 자주 앉았던 친구라..”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친구의 결혼식이라면 가야죠??”유나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그런데.. 저.. 시후 씨.. 한 가지 더 부탁할 일이 있는데요..”"뭔데요? 말해도 돼요~”"제 고등학교 친구는 팔자가 드세서 그런가.. 그 친구 집안은 어렸을 때부터 남아선호 사상이라 그런가, 여자아이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 게다가 그 친구의 시댁에서도 그녀를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모양이에요.. 오늘 제가 몰던 BMW를 좀 빌려줄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이번에 웨딩카로 잠시 쓰고 싶다고.. 아마도 BMW를 살 수 없는 형편이라, 이런 차를 웨딩카로 라도 좀 빌려 타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하지만 시후 씨도 알다시피.. 요즘 경기가 안 좋잖아요.. 제 친구는 이런 차를 살 수도 없고.. 그래서 혹시 로이드 그룹이나
같은 시각, 송민정은 이미 차를 몰고 그룹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시후에게 했던 과감한 키스를 떠올리며 여전히 수줍어했다. 사실 송민정은 감정에 충실한 여성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어려서부터 그녀를 따라다니던 남자들은 셀 수 없이 많았지만, 그녀는 지금까지 어떤 남자에게도 마음을 움직여 본 적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시후를 알기 전에는 어떤 남성에게도 사랑에 빠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도 시후를 사랑하게 되자 이렇게 자신의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날뛸 줄은 몰랐다. 그리고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 세간에 알려지면, 한국에서 최고 레벨의 재벌가 막내딸이라는 칭호가 아마도 웃음거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었다. 어쨌든 일반 대중들의 눈에는 자신이 매우 과감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건 자신이 시후에게 키스를 한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민정은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모두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시후에게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를 기다리겠다는 약속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집에 돌아온 민정은 마당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고, 집사가 황급히 앞으로 나가 공손하게 말했다. "아가씨, 차를 여기에 주차하시면 됩니다. 제가 차고에 주차해 드릴게요.”"괜찮아요, 집사님, 제가 할 테니 다른 일 보러 가셔도 됩니다~”집사는 황급히 말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아가씨!!!? 이제 아가씨께서는 곧 이룸 그룹의 회장님이 되실 분입니다. 이런 일은 저희들에게 맡기셔도 됩니다! 그리고 아가씨!!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송 회장이 자신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에 송민정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고 차를 집사에게 맡긴 뒤 가방을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모든 이룸 그룹 가족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송민정의 생일 파티는 끝났지만, 송 회장은 돌아가라는 말을 하지 않았기에 아무도 감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송 회장은 이번에 상석
더 절망적인 것은 바로 송 회장이 병든 몸이었지만 지금은 중년처럼 건강하게 변했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곧 그의 수명이 적어도 10~20년 이상은 남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송민정은 운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송 회장이 그녀를 뒤에서 밀어주고, 최선을 다해 그녀를 위해 힘써 준다면, 몇 년 안에 그녀는 이룸 그룹의 진정한 회장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송민정에게 반기를 들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왕들의 권력 다툼처럼 반란을 일으키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새로운 왕이 즉위하기 전이다. 왜냐하면 근간이 흔들릴 때이기 때문이다. 왕위에 즉위하고 난 뒤에 반란군을 제압하는 임금들이 많았는데, 예를 들어 통일신라시대 신문왕은 왕위에 즉위한 뒤 바로 반란군을 제압한 뒤 왕권 강화를 위한 제도 개혁을 실시했던 적이 있었다. 송민정은 이렇게 제도 개혁을 실시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많이 생길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송 회장이 민정을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송천명과 송영예는 답답하고 우울했다. 그들은 어르신의 결정을 바꿀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잠시동안 참고 견디며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기회를 엿봐야 했다.민정이 들어오는 것을 발견한 송 회장은 환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그래!!! 우리 이룸 그룹의 새로운 회장이 돌아왔구나!!! 민정아, 빨리 와라! 여기 상석에 앉도록 하고!”민정은 송 회장만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룸 그룹 가족들 전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고, 게다가 할아버지가 상석을 비워 놓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래서 민정은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상석은 할아버지께서 앉으셔야죠~ 저는 괜찮아요~!”송 회장은 웃으며 말했다. "아니.. 나는 이제 회장도 아닌데 어떻게 상석에 앉을 수 있겠어? 그럼 말이 안 되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민정을 상석으로 끌고 와 앉혔고 비로소 큰 소리로 웃으며 소리쳤다. "푸하하하!! 하늘이 우리 그룹을 지켜주고 있다!!
이 시각 밤 늦은 밤 평택. 공은찬이 탄 전용기는 빠른 시간 안에 파주에 도착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그는 목걸이를 삼켰기 때문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는 목걸이가 혹시라도 장 폐색을 일으킬까 봐 두려웠는데, 그렇다면 아무리 유명한 의사라 해도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마침내 무사히 평택에 도착했다. 공심 그룹은 평택에서 자산이 가장 많은 기업이었기 때문에, 이미 개인 전문의와 함께 의료팀을 운영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룹이 소유한 대형 프랜차이즈 병원도 소유하고 있었기에 평택에 도착하자마자, 공은찬을 마중 나온 구급차가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급차에는 병원 부원장과 내과 전문의들이 함께하고 있었는데, 공은찬이 목걸이 하나를 삼켰다는 소식을 듣고 그룹을 비롯한 병원 전문가들은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이물질을 삼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크기가 크고 모양이 복잡한 것을 삼키게 되면, 위험이 더 커지게 될 것이다. 목걸이는 사실 단순한 돌멩이와는 달랐다. 보석이 둥글게 다듬어져 있다면 기본적으로 큰 문제는 없지만, 보석을 받치고 있는 받침 금속들과, 진주 목걸이를 한 줄로 이어붙인 금속은 잘못 하면 장을 막히게 만들기 쉽고,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않으면 수술을 할 수밖에 없기에 매우 머리 아픈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구급차에 누워 있던 공은찬은 수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내 표정이 일그러졌다. "혹시.. 수술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한 번도 수술 받은 적이 없는데..”"도련님, 진정하세요.. 일단 공심 병원으로 가셔서 CT를 먼저 찍어 본 뒤에 목걸이가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보고, 아직 장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조금 더 기다려서 배출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지만, 이미 장에 도달했고 배출이 불가능 할 것 같다면, 수술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공은찬은 답답한 마음에 물었다. "정말로.. 수술을 한다면 얼마나 시간이 있어야 처음처럼 나을 수 있겠
공은찬은 의사들의 질문을 듣고 더욱 화가 났다. 그는 또 당시 은시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떠올리며, 즉시 그를 찔러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안세진 그 자식은 자신이 그렇게 체면이 깎이고 있는 와중에 영상까지 찍어서 진주 목걸이를 삼키라고 협박했다... 사실 그 놈의 위협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굳이 이 목걸이를 삼킬 정도의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개자식은 자신을 은시후를 도와주려고 했던 거 아닌가? 그리고 자신이 LCS 그룹에 있다고 해서 천하무적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정말 어이가 없군.. 그러자 공은찬은 화가 나서 의사들에게 소리쳤다. "물어야 하는 게 있고 묻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만약 헛소리를 해댄다면 내가 당신들 다 죽여 버리겠습니다.”의사들은 그저 눈알만 굴리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공심 그룹의 공은찬은 공심 그룹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은 아니지만,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서열 2위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구급차는 쏜살같이 공심 병원으로 달려갔고,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공은찬을 CT실로 밀어 넣었다. CT를 통해 그들은 공은찬의 복부를 전방위로 촬영했고, 의사들은 그의 뱃속에 있는 진주 목걸이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관건은 목걸이가 이미 장의 휘어진 부분에 걸려 버렸고, 이런 상황이라면 배변으로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진주 목걸이는 생각보다 크기가 커서 장에서 이미 많은 면적이 막혀 있는데 시간이 지나 음식물들이 장으로 들어왔을 때, 장폐색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의사들은 긴 상의 끝에 진주 목걸이를 즉시 수술해서 꺼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공은찬은 CT 결과를 듣고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그는 이럴 때 절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장난을 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왕 이렇게 된 거면 빨리 수술을 준비하시죠?”라고 말했다.한 의사가 말했다. "도련님, 회장님하고 대표님 그리고 어머님께서 오고 계십니다. 조금 있으면 도착한
공심 병원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공심 그룹의 세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기회가 날 때마다 공심 그룹 가족에게 최대한 잘 보이기 위해 애썼다. 이 간호사 역시도 같은 족속이었는데, 오늘 공은찬의 눈에 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렇게 좋은 기회라니.. 아마 다른 건 몰라도 공은찬은 절대 자신을 푸대접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운이 좋아서 만약 공은찬의 아이를 임신하기라도 한다면..? 그 아이가 공심 병원이 주인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많은 연예인들이 부자들과 결혼하거나, 결혼 전에 아이를 가져서 결혼하는 건 다들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위치를 더 높은 곳으로 끌어 올리기 위한 것 아니겠는가..? 간호사는 이 말을 듣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애교를 부렸다. “아아~ 도련님~ 도련님이 무슨 생각을 하시던 간에.. 저는 도련님만 있으면 돼요~!”공은찬은 이 말을 듣자 갑자기 정욕이 강해졌고, 여자 간호사를 끌어당겨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그 진주 목걸이는 아직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별안간 병실 문이 열렸다..! 깜짝 놀란 공은찬은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다가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부모님을 포함한 공상연 회장, 그리고 할머니께서 문 앞에 서서 자신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공은찬의 할머니는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곧이어 ‘아이고, 아이고!!’ 하는 할머니의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공은찬은 황급히 옷을 입고 몸을 감싸며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ㄹ..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왜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이 망나니 같은 놈!" 공은찬의 아버지 공영룡 대표는 욕설을 퍼 부으며 할머니를 부축했다.할머니를 부축할 때, 그녀는 고통스럽게 소리쳤다. "아이고! 나 꼬리뼈를 다친 것 같다! 의사 좀 불러 와라..”공 회장도 이 꼴을 보고 화가 나서 공은찬에게 삿대질을 해댔다.
그 간호사는 몸을 가린 채 억울한 듯 소리쳤다. "도련님!!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하세요? 저는 제 남자친구를 배신하는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에요! 제 남자친구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데요..!”공은찬은 분노하며 소리쳤다. "너!! 남자친구가 있었어?!!”간호사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남자친구와 몇 년을 사귄 사이예요.. 원래 올해 결혼할 예정이었는데, 이 일을 밝힌다면 어떻게 결혼을 할 수 있겠어요?! 그러니 이 일은 제발 비밀로 해주세요..”공은찬은 이를 악물었고, 공영룡 대표는 어두운 얼굴로 간호사에게 말했다. "내가 몇 달치 월급은 주겠어. 하지만, 당장 여기서!!! 그리고 이 병원에서 나가!!”간호사는 자신에게 돈이 주어지자 감격에 겨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밖으로 뛰어나갔다. 조금 뒤, 의사 한 명이 달려와 바닥에 쓰러진 할머니를 진찰하기 시작했다.공 회장과 공 대표는 할머니를 모시고 나갔고, 공은찬의 엄마 권순화만을 공은찬의 병실에 남겨뒀다. 권순화는 화가 난 듯 아들을 바라보며 꾸짖었다. "너는 왜 이렇게 철이 없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야? 어디서 그런 더러운 짓을.. 그것도 병원에서 하고 있어?! 지금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화가 나셨는지 알기나 하니?""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공은찬은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권순화는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아니.. 너는 네 할아버지가 혈통을 가장 중시한다는 걸 모르는 멍청이도 아니고.. 너희 공심 그룹의 남자 자식들 중 누가 아무 여자랑 침대에서 굴러먹다가 아이를 임신이라도 시킨다면, 영영 회장님의 용서를 받을 수 없을 거다. 너 셋째 삼촌의 막내 아들이랑 넷째 삼촌의 둘째 아들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고 있잖아!”공은찬은 그들이 밖에서 함부로 여자들을 임신시키는 바람에 공 회장에 의해 한국에서 쫓겨났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이 두 사람은 모두 각자 해외에서 살고 있었고, 공심 그룹에 돌아올 자격이 없는 걸로 알고
그러자 공은찬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할머니를 만나보라는 어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권순화는 “빨리 못 일어나!? 서둘러라!”라며 아들을 다그쳤다.공은찬은 그제서야 서둘러 옷을 정리하고 일어섰다."그건 그렇고, 이번에 서울에는 왜 간 거야? 그리고 왜 바로 돌아왔어? 게다가 목걸이까지 삼켰다고 들었는데, 내가 이룸 그룹 송민정 대표에게 주라고 한 목걸이니? 대체 무슨 일이야?!”어머니의 질문에 공은찬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어머니.. 진짜.. 말도 마세요.. 이번에 이룸 그룹에 갔다가 은 선생이라고 불리는 병신을 만나는 바람에 내기에서 져서 이 꼴을 당했어요..”권순화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은 선생?? 설마 LCS 그룹 사람이야? LCS 그룹은 우리가 건드릴 수 없는 거 잘 알고 있잖아!!”"LCS 그룹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굿 같은 거 하는 무당 같은 새끼였는데.. 이상한 약을 연마할 줄 아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이룸 그룹 사람들이 다 미쳐서.. 그 약에 말이에요..”"그럼 이룸 그룹에게 혼사에 대해 말했어? 네 아버지는 네가 이 결혼을 통해서 할아버지께 깊은 인상을 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어머니.. 이룸 그룹은 사리분별도 못하고, 송민정 대표는 그 은 선생인가 뭔가를 계속 따라다니고 있어요! 그러니까 분명 둘이 한통속이 아닌지 심각하게 의심해봐야 할 정도라니까요..?!”“말도 안 돼!” 권순화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룸 그룹의 그 아가씨를 내가 뒷조사했는데, 아주 괜찮은 아가씨였어! 그리고 이렇게 많은 아가씨들이 있는데, 모두 그녀를 이길 수 없다고 난 자신할 수 있어. 그리고 어릴 때부터 연애를 하지 않았다고 했어.” 그러자 권순화는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다. "솔직히 말하면, 얼마 전에 사립병원의 건강검진 기록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기록상으로는 아직 처녀라는 걸 알 수 있었다!""예?!" 공은찬은 이 말을 듣자마자 눈빛이 사나운 늑대 같아지며 번쩍였다.권순화는 낮은 목소리
유가휘는 그동안 홍콩에서 여러 연애 관련 스캔들로 이름을 날렸고, 그와 사귀었던 모든 여성들은 마지막에 헤어지더라도 여전히 그를 보기 드문 신사라고 칭찬하곤 했다. 로맨틱한 재벌들은 많지만, 유가휘처럼 행동하는 이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이때, 홍콩은 이미 깊은 밤이었다. 유가휘는 비단으로 만든 잠옷을 입고 서재에 앉아 집사가 건넨 자료를 읽고 있었다. 자료를 몇 번이나 훑어본 그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자식을 이렇게 오래 찾아다녔지만 못 찾았는데, 뉴욕의 한인 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숨어 있었다니! 보아하니 꼴이 완전히 초라해졌겠군! 만약 그를 본다고 해도 아마 못 알아볼 정도일 거야!”집사는 급히 말했다. “대표님, 이중열이라는 자는 정말로 완벽하게 숨어 있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20년 넘게 거의 면도를 하지 않고, 머리도 길게 기르며 분위기를 상당히 바꿨다고 하더군요. 이번에 미국 경찰이 그의 자료를 조사하지 않았다면, 그의 행방을 찾기도 어려웠을 겁니다.”유가휘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런데 미국 경찰이 왜 그를 조사했지? 미국에서 무슨 범죄라도 저질렀나?”집사가 대답했다. “제 정보통에 따르면, 며칠 전 뉴욕에서 일어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그를 의심한 것 같더군요. 게다가 미국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 경찰이 그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홍콩에서의 과거 자료를 찾아낸 것 같습니다.”유가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멍청한 자식! 난 늘 그 놈의 뛰어난 두뇌로 분명 새로운 신분을 얻어 금융이나 주식 같은 본업으로 돌아가 재기를 할 줄 알았는데.. 그런데 이렇게 초라한 식당이나 운영하며 살고 있다니, 정말 한심한 놈이군!” 사실, 유가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신사적인 모습과 달리 소심하고 앙심을 품는 성격이었다. 따라서 이중열에 대한 원한을 그는 지금까지 잊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중열이 너무 철저히 숨어 있는 바람에 오랜 세월 동안 그를 찾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유가휘가 사랑했던 여인은
이중열의 신분은 확인되었지만, 이는 오히려 제이크 한에게 약간의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는 좀 더 특이하고, 뭔가 음모가 숨겨져 있을 법한 정보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고 받은 내용은 그의 이중열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불식시키는 내용이었다. 베테랑 경찰관으로서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현재를 위장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과거를 완벽히 숨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많은 범죄자들은 과거를 지우고 모두가 존경하는 성공한 인물이 되었음에도, 결국 과거의 죄로 인해 감옥에 가게 되는 것이다.20~30년 전의 이중열에게 일어난 일들까지 밝혀졌으니 그와 혜리의 관계를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 따라서 혜리가 그의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또한 혜리가 식당에서 식사 중 우연히 안충주가 아버지의 건강이 위독한 상황을 언급하는 것을 듣고, 먼 길을 달려 약을 전달하러 온 것이라면, 이 역시도 납득할 수 있을만한 일이었다.이중열이 왜 CCTV의 하드웨어를 고의로 파손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제이크 한은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 있었다. 혜리는 유명한 스타이고, 이중열 역시 평범하지 않은 과거를 가진 인물인 만큼, 그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혜리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CCTV를 파손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 모든 일들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었으므로, 이 노선은 더 이상 추적할 필요가 없어졌다.결국 제이크 한은 경찰이 블랙 드래곤의 단서를 통해 사건을 더 깊이 파헤쳐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현재로선 블랙 드래곤이 가장 분명한 수사 방향이었다.그러나 부하의 목소리는 약간 무기력했다. “형님, 오늘 후임자인 브루노가 우리와 회의를 했습니다. 이 사건은 조사 방향을 피해자들의 신원 확인과 피해자 납치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 조사로 완전히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페이셔스 그룹 쪽도 윗선과 이미 이야기를 끝났습니다. 그래서 블랙 드래곤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중단될 겁니다.”제이크
안충주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우리 그룹이 이 카펫 하나를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이 우리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네가 집에서 쓰레기통에 새 비닐봉지를 끼우는 정도와 비슷한 거야. 쓰레기 봉투 갈 때 아깝다고 생각하냐?”“젠장....” 제이크 한은 혀를 차며 욕설을 내뱉었다. “또 폼 잡고 있네..”안충주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난 사실대로 말한 것뿐이야.”이야기를 나누며 일행은 차례로 한식당에 도착했다. 안산은 제이크 한을 불러 자기 옆에 앉도록 했다.안태풍이 미리 지시한 덕분에, 일행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들은 준비된 음식을 곧바로 가져왔다. 안태풍은 직접 청주 한 병을 가져오게 하여, 형과 함께 제이크 한에게 술을 권하며 기분을 풀어주려 했다.안산은 제이크 한이 처한 현재 상황에 대해 계속해서 신경을 쓰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하지만 제이크 한은 상황에 대해 자세히 말하기 곤란했기에 그냥 최근 몇 가지 큰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고 막연하게만 대답했다. 안산은 그가 더 이상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더는 묻지 않았다.제이크 한은 그의 성격 때문에 평소에 친구가 많지 않은 편이었다. 게다가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고, 아버지 홀로 그를 키웠으며 재혼도 하지 않았기에 형제자매도 없었다. 최근 몇 년간 그의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휴스턴으로 떠난 후, 혼자 뉴욕에 남아 있었기에, 제이크 한은 더욱 외롭게 생활했다.비록 아버지 세대부터 그와 Samson 그룹은 친분이 두터웠지만, 신분 차이가 커서 제이크 한은 그들을 자주 방문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만약 최근 안충주가 한국에서 회춘단을 구입하다가 충격을 받지 않았고, 제이크 한이 배호영의 납치 사건으로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자주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을 것이다.그래서 지금 Samson 그룹 사람들 속에 앉아 있는 제이크 한은 고독했던 마음에 작은 위로를 받았으며, 억눌려 있던 마음도 조금씩 풀렸다.안충주, 안태풍, 안재남과
제이크 한의 말에서 뭔가 사연이 많음을 느낀 안산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이야기가 길어도 괜찮아. 밥 먹으면서 천천히 얘기하자고.” 안산은 얼마 전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데다 기억력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최근에 미국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제이크 한을 잘 알고 있었고, 그가 원래 성격이 매우 고집스러우며 웬만해서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그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더 궁금해졌다.제이크 한도 몇 마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알았기에 대충 얼버무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제 별 것 없는 이야기로 괜히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대신에 이따 술 한 잔 드시면서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이 말을 듣고 시후의 외할머니가 급히 두 사람을 말렸다. “제이크, 회장님한테 술을 권하면 안 돼. 지금 정신이 이 모양인데 술이라도 마시면 나까지 못 알아볼지도 몰라.”“맞습니다, 맞습니다....” 제이크 한은 급히 깨닫고 사과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생각이 짧았네요.”안산은 웃으며 말했다. “네 놈이 이렇게 풀이 죽은 꼴을 보니, 술을 마시고 싶은 건 사실 너로구나!” 그러고는 안산은 안충주와 안태풍을 향해 말했다. “충주야, 태풍아, 이따 너희 둘이 제이크와 한 잔 하도록 해라. 나는 안 마실 테니.”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지.”안산은 제이크 한의 숨기지 못하는 우울한 기색을 보며 일부러 진지하게 말했다. “제이크 한! 정신 차려! 지금 이 꼴이 뭐냐? 네 아버지의 예전 모습을 조금이라도 닮아야지 말이야!”그러자 제이크 한은 재빨리 자세를 바로잡고 정중하게 말했다. “예, 회장님 말씀이 옳습니다....”안충주가 이때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아버지, 그럼 식사부터 하실까요? 천천히 이야기 나누시죠.”“그래 좋다.” 안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밥부터 먹자.”AB 빌딩 꼭대기 층은 건물 면적만 4천 평방미터에 달해 수백 명이 근무할 수 있을 정
시후의 외할머니는 무기력하게 한숨을 쉬며 단호하게 말했다. “여보, 분명히 말할 게요. 당신이 은 서방을 미워하는 건 내가 어찌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은 서방에 대한 당신의 태도는 앞으로 반드시 바뀌어야 해요!”안산은 완고한 성격이 발동하며 단호히 말했다. “나는 바꾸지 않아! 나중에 내가 죽더라도, 염라대왕이 옥황상제를 불러 나를 심문해도, 은 서방에 대한 태도는 절대 바꾸지 않을 거야!”시후의 외할머니는 화가 나서 말했다. “좋아요! 당신 참 대단하네! 안 바꾼다고요? 그럼 나중에 시후가 돌아오고 가족들이 예선이와 은 서방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시후 앞에서 또 그런 말을 하면 시후는 틀림없이 당신과 연을 끊고, 평생 다시 만나지 않을 거예요! 내가 어렵게 찾아낸 외손자를 당신이 쫓아낸다면, 나도 당신과의 관계를 당장 끊어 버릴 거예요! 믿지 못하겠으면 기다려 보던가요!”그러자 조금 전 까지만 해도 분노로 가득했던 안산은 이 말을 듣자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힘이 빠져 버렸다. 그는 아내가 자신과 관계를 끊을 가능성은 없다고 알지만, 외손자인 시후가 돌아왔을 때, 자신이 여전히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외손자가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누구도 자신의 부모를 모욕하는 걸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에 이르자 안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침울하게 말했다. “당신 말이 맞아.... 내가 바꿀게.... 꼭 바꿔야지....” 그리고는 안산은 다시 우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죽기 전에 시후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군....”시후의 외할머니는 남편의 태도 변화에 안도하며 부드럽게 위로했다. “걱정 말아요. 내 생각엔 오래 걸리지 않아 시후가 돌아올 것 같아요.”안산은 급히 물었다. “왜 그렇게 확신하는 거야?”시후의 외할머니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은서가 이미 왔잖아요. 그러니 시후도 멀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은서가 이렇게 한결같은 마음을 보여줬으니, 하늘도 감동하여 반드시 시후를 돌아오게 할 거예
안산이 갑자기 화를 내자, 가족들 모두는 서로를 바라보며 어찌할 줄을 몰랐다.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안산이 평생 동안 마음에서 떨쳐내지 못한 문제였다는 것을... 그는 Samson 그룹의 당시 능력과 그들의 진심을 생각하면, 은서준이 왜 굳이 한국으로 돌아가려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안산의 생각은 너무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은서준을 대할 때 항상 자신이 더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유능한 사장이 100만 달러의 월급을 받고 다른 회사를 다니는 인재에게 100만 달러를 받는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이 1천만 달러, 아니 그 이상을 제공할 수 있으니 회사를 옮기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 안산은 이렇게 하면 은서준이 자신을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은서준이 그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로 인해 안산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큰 좌절감을 느꼈고, 심지어 그 좌절감은 분노로 이어졌다. 원래 그는 은서준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물론 은서준의 가문이 Samson 그룹보다 훨씬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는 은서준이 뛰어난 인재라는 것을 알았고, 자신의 세 아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러한 인정 때문에 그는 은서준이 Samson 그룹으로 들어오는 것을 간절히 바랐다. 그는 자신의 장녀 안예선만이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은서준은 자신의 딸과 비교해보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서로를 잘 보완할 수 있는 관계였다. 그러니 만약 그들이 함께 Samson 그룹에 머문다면, Samson 그룹은 분명히 날개를 달게 될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사우디 왕실이나 로스차일드 가문과 같은 세계에서 유명한 집안들을 뛰어 넘어 세계 정상에 우뚝 서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그러나 은서준은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은서준은 이미 야망과 포부가 있었고, Samso
이 세상에는 수많은 보험회사와 금융회사가 있지만,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맨해튼에 초고층 빌딩을 세운 보험회사와 금융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하지만 AB 그룹은 그중 하나였다.Samson 그룹은 비록 로스앤젤레스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제대로 세력을 키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곳은 두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나는 실리콘밸리이고, 다른 하나는 뉴욕인데, 과거 안예선은 실리콘밸리에서 매우 값싼 가격에 엄청난 잠재력을 가졌다고 판단한 회사들에 투자했다. 그리고 이 투자를 더욱 깊이 있는 자본 운용에 연결하기 위해, Samson 그룹은 미국 금융의 중심인 뉴욕으로 진출하게 되었고, Samson 그룹 전체 핵심이 되는 곳을 이곳에 세웠다. Samson 그룹에는 여러 그룹사들을 가지고 있는데, 투자한 기업들은 셀 수 없을 정도지만 Samson 그룹의 진정한 핵심 그룹은 바로 AB 그룹이었다. AB 그룹이 설립된 이후, 안예선은 실리콘밸리에 투자했던 자금을 AB 그룹과 합병하여, AB 그룹을 미국 최대의 인터넷 벤처 캐피털 기업으로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AB 그룹은 Samson 그룹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기업이 되었다.시후의 외조부 안산은 은퇴하기 전까지 계속 AB 빌딩에서 근무했다. 이후 그는 경영권을 시후의 둘째 외삼촌인 안태풍에게 넘겼기 때문에, 이곳은 안태풍의 사무실이 되었다. 평소에 로스앤젤레스에서 노부부와 함께 지내는 사람은 바로 시후의 큰외삼촌 안충주 뿐이었다. 그 외에 시후의 둘째 외삼촌 안태풍, 셋째 외삼촌 안재남, 그리고 막내 이모 안유진은 모두 뉴욕에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버지의 건강이 점점 악화되자, 다른 가족들도 당분간 자신의 일을 내려놓고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와 아버지의 곁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안산은 은퇴 이후 노인성 치매로 고생했기에 몇 년 동안 이곳을 거의 찾지 못했다. 오랜만에 다시 이곳에 오니, 그는 잠시 회상에 잠긴 듯 창가로 걸어가 맨해튼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건물은 여전
유나는 시후가 말하는 풍수 이론을 이해하는 듯하면서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늘 겉으로 보기에 뭔가 이치가 있는 것 같지만, 동시에 약간 신비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한편, 아내의 곁에 있는 시후는 속으로 약간의 긴장감과 불안함을 느꼈다. 그는 저녁에 외가 식구들에게 자신의 정체가 노출될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뭔가 자제가 안 되고 고향 근처로 돌아온 듯한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시후는 비록 외가 식구들이 과거에 했던 행동들에 대해 약간의 원망을 품고 있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혈연의 정을 여전히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오늘 밤은 시후가 지금까지의 시간 중에서 외가 식구들과 가장 가까이 마주하는 순간이 될 것이었다. 따라서 그가 느끼는 긴장감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그 시각, 시후의 외조부모는 자녀들과 함께 맨해튼에 위치한 AB 빌딩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안산은 감회에 젖어 아내와 자녀들에게 말했다. “예선이가 살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이 빌딩에 엄청난 정성과 노력을 쏟았지만, 이 빌딩을 실제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와보지 못 했어....”그러자 시후의 외할머니는 급히 말했다. “큰 병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 됐으니, 너무 슬픈 생각은 하지 마세요. 오늘 우리가 뉴욕에 온 이유를 잊지 마시고요.”안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가 왜 왔더라?”시후의 외할머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차 안에서 조금 전에 다 설명했잖아요! 오늘 우리는 시후 약혼녀의 콘서트를 보러 왔다고요!”“아....” 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생각났네.... 시후 약혼녀의 콘서트를 보러....” 그는 말을 마치고 시후의 외할머니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시후도 오나?”시후의 외할머니는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시후는 아직 못 찾았잖아요!”안산은 민망한
시후는 이 이야기를 듣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외가 식구들이 고은서의 콘서트를 보러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었지만, 정말 그가 예상한 대로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외가 식구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일을 피하고 싶어서 시후는 이번 콘서트를 보러 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VIP 박스석도 있었기에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외할머니가 외할아버지까지 모시고 왔다는 말을 들은 그는 말했다. “손님이 오신 것이니, 혜리 씨께서 잘 대접해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그러자 고은서가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다른 문제가 하나 더 생겨서요.. 두 노인들께서는 연세도 많으시고, 지위도 좀 특수하니, 관객석에서 제 공연을 보시는 건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연세 많은 두 분도 역시 VIP 박스석에 모셔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편안하게 관람하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잠시 말을 멈춘 뒤 고은서는 다시 말했다. “그때 제가 지우 언니에게 먼저 은 선생님과 사모님께서 VIP 박스석으로 입장하도록 안내하고, 그 후에 두 분 노인을 들어오시게 하라고 할 생각이에요. 어차피 박스석 내부는 필요한 것들이 모두 다 갖춰져 있어서 공연 중간에 나오실 필요가 없으실 거예요. 공연이 끝나면 지우 언니가 두 분을 먼저 모시고 나가게 할 테니, 양쪽이 만날 일은 없을 겁니다. 이 계획은 어떠신가요?”시후는 잠시 고민한 후, 시원하게 동의하며 말했다. “그 계획 괜찮네요. 양쪽이 동시에 들어오거나 나가는 것만 피하면, 풍수적으로도 문제 없을 겁니다.”고은서는 시후의 말을 이해하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할머님께 명확히 말씀드릴게요. 그리고 제가 지우 언니에게 선생님과 사모님이 계신 박스석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할머님을 배치하도록 할 게요. 이러면 더 안전할 겁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시후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