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서진은 서준혁에게 술 마시자고 전화를 걸었더니 그는 신유리와 함께 자두 옷을 사고 있었다. 그는 한 손에 7, 8벌의 원피스를 들고 묵묵히 신유리의 뒤를 따랐다.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신유리는 옷을 고르다가 멈칫하더니 뒤돌아 서준혁을 보며 말했다. “일 있으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준혁은 단칼에 거절했다. “앞으로 그런 모임엔 찾지 마. 통금이 생겼거든.” 우서진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네가 언제부터 통금이 있었지?” 서준혁은 신유리를 흘깃 보더니 말했다. “얼마 안 됐어, 아무래도 가정이 생겼잖아.” 우서진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럼 지금 뭐 하는 중인데? 밤늦게 밖에서 뭐 하고 다니는 거야? 이럴 땐 통금이 없어졌어?” 마침 자두가 옆에서 서준혁의 손을 잡아당기며 원피스를 잡아당기려 했다. 서준혁은 손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 “딸이랑 쇼핑.”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덧붙였다. “세 식구 함께 왔어. 원래 우리 딸이 널 삼촌이라 불러야 하지만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너랑 접촉하지 않는 게 좋겠어.”우서진은 전화를 끊어버리고 혼자 바에 앉은 채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던져놓더니 욕설을 내뱉었다. 괜히 전화했다가 화만 난걸.그는 가볍게 혀를 차며 시선을 돌리다가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그는 휘파람을 불며 다가갔다. 서준혁은 전화를 끊고 신유리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가도 돼, 좀 있다가 하율이 데리고 돌아갈 거야.” “이수야, 나 가고 싶지 않아.” 서준혁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신유리를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은 그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장면이었다. 다른 사람을 만나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신유리와 함께 있고 싶었다. 비록 전에도 신유리가 자두와의 만남을 막지는 않았지만 그때와는 분명히 달랐다. 그때의 그는 아무런 신분도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비록 신유리는 여전히 자신에 대해 경계하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는 인내
서준혁은 살짝 굳은 표정으로 목걸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왜 이런걸 선물로 주는 거지? 애가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혹시 입 안에 넣어서 먹기라도 하면 얼마나 위험해! 우리 환불할까?” 신유리는 담담한 표정으로 목걸이를 상자 안에 잘 넣어두고는 자두에게 말했다. “나중에 너 크면 내가 돌려줄게.” 자두는 나이가 너무 어려 아무것도 몰라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아이는 선물 상자위에 잘 묶여있는 리본 모양의 끈이 재밌는지 계속 손으로 툭툭 만지며 놀고 있었다. 서준혁은 목걸이를 보면 볼수록 탐탁치가 않아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려고 했지만 신유리의 평온한 눈빛과 마주치고는 차마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홀로 삭혔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던 서준혁은 자두가 선물 상자위에 묶여져있던 끈을 자신의 팔에 꼼지락거리며 묶어주는 모습을 보고서야 사르르 녹아내렸다. 마음이 풀린 서준혁은 자두를 소파에 잘 앉히고는 아이에게 마법을 보여준다면서 뒤에서 작은 수정 머리핀 하나를 꺼내더니 자두에게 건네주었다. 자두는 서준혁이 건넨 머리핀을 건네받아 혼자 신나게 놀고 있었기에 서준혁은 몸을 일으켜 신유리를 찾으러 나섰다. “유리야.” 신유리는 다른 사람들이 준 선물들을 정리하느라 바삐 돌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의 앞에 서준혁은 선물 상자 하나를 내밀며 말했다. “이거는 너 주는 거야.” “하율이한테 직접 주지 그래?” 서준혁이 대답했다. “쟤 선물은 이미 줬어. 이건 너 주는 거라니까? 좀 보지 그래?” 신유리는 서준혁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슥 쳐다보았고 서준혁은 행여나 그녀가 선물을 거절할까 얼른 말했다. “오늘 아이 생일이기도 하지만 너한테도 되게 중요한 날이잖아.” 신유리는 망설이다가 선물 상자를 천천히 열어보았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다름 아닌 차 키 하나. 신유리는 전부터 자두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면 이동이 불편해 차를 하나 장만하려고 했지만 여태껏 무슨 차를 살지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서
밖에 많은 사람들이 서준혁을 필요로 한다는 말을 신유리는 처음에 딱히 믿지는 않았지만 나중에서야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진은 양예슬이 보내온 것이었는데 사진 안에는 예쁘고 젊은 여자 한명이 이석민을 따라다니며 그를 아주 많이 존경하는 티를 내고 있었다. 제일 중요한 사실 하나는 바로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도시락 통, 그들이 가는 방향으로 보아 서준혁의 사무실에 가져다주는 것이 확실해보였다. 양예슬은 사진과 함께 이런 말을 신유리에게 보내왔다. [유리 언니, 채유주 씨가 또 서 대표님께 밥을 가져다주는 모양이에요.] 서준혁이 신유리가 화인 지사의 새 대표가 되었다고 공개적으로 선언을 한 뒤로부터 밑에 있던 능구렁이 같은 사람들은 신유리와 친하게 지내려는 듯 가까이 다가오려고 하였다. 그 덕에 신유리의 캐톡에는 하루에도 친구를 추가하려는 사람들이 10명도 넘었다. 양예슬은 전보다 더욱 분명하게 신유리의 쪽에 섰고 그녀가 회사에 나가지 않아도 가끔 회사의 상황을 신유리에게 알려주었다. 당연히 서준혁의 상황을 주요로 말이다. 신유리는 양예슬이 보낸 사진과 말을 확인했지만 어떻게 답장을 할지 몰라 고민했다. “뭐해?” 한참을 고민하던 신유리의 귓가에 임아중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유리는 요즘 엔씨글로벌 회사, 즉 임아중이 세운 회사의 일로 바삐 돌아 오늘 아침 일찍 자두를 할아버지 집으로 보냈다. 그녀가 고민을 하는 사이 임아중은 신유리에게 다가와 그녀의 핸드폰 화면으로 양예슬이 보낸 사진과 문자를 확인하더니 말했다. “채유주? 요즘 또 서준혁 씨에게 붙은 건가?” 신유리가 임아중에게 물었다. “아는 사람이야?” “내 대학교 친구라고도 할 수 있지? 쟤네 집에서 쟤가 성남쪽에서 발전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지 서씨 가문한테 찾아갔다는 소문을 듣기는 들었어. 하지만 서준혁 씨가 거절했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다음은 나도 몰라.” 임아중은 신유리를 쳐다보며 물었다. “너 안 가 봐도 돼?” 신유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신유리는 그날로부터 시작해 며칠 동안 서준혁이 직접 만든 점심밥을 그의 회사로 가져다주었다. 사실 신유리는 서준혁에게 배달을 해주는 일이 번거롭다고 생각을 했지만 임아중이 요 며칠 화인 그룹 부근에서 고객을 만나는 바람에 그저 지나가는 길에 슬쩍 서준혁에게 밥을 가져다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계속되는 신유리의 배달에 회사에는 각종 소문들이 퍼져나갔다. 예를 들어 신유리가 서준혁을 제대로 자기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매일 회사로 와서 그를 감시한다는 소문들. 양예슬이 이 소문을 신유리에게 알려주었을 때 신유리는 어이가 없어 웃음만 터져 나왔다. 다행히도 서준혁은 그 소문이 퍼진 사실을 아는지 신유리에게 점심밥을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더는 하지 않았다. 서준혁은 매일 신유리의 퇴근시간을 딱 맞춰 그녀가 일하는 회사 앞으로 가 저녁밥을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다. 임아중은 그런 두 사람을 보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곧 있으면 서른이 된다는 사람들이 지금 밥을 같이 먹으려고 이러시는 거예요? 참 유치하시네.” 서준혁은 임아중에게 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 “들어보니까 우서진이랑 되게 친하게 지내신다던데 맞습니까?” 우서진이라는 이름을 들은 임아중은 표정이 삽시간에 굳더니 말했다. “그 사람 말은 하지도 말아요. 정신병자 같은 사람.” 신유리는 임아중과 우서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지 몰라 서준혁에게 물었고 그는 몰라도 된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좋은 일은 아니니까 너는 몰라도 돼.” 임아중이 걱정이 된 신유리는 불안해졌고 서준혁은 그런 그녀의 감정을 알아차리고는 말을 이어갔다. “임아중 씨 뒤에는 임씨 가문이 있으니까 아버지 되시는 분이 잘 지켜주실 거야. 우서진도 임아중 씨를 뭐 어떡하지는 못할 거고.” 서준혁의 말에 조금이나마 안심을 한 신유리는 그와 함께 자두를 데리러 향했다. 자두는 요즘 매일 할아버지 집에서 지냈기에 평소 같으면 신유리와 서준혁의 발걸음소리만 들려도 막 달려서 나왔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조용했다. 집안으로
해월 별장으로 이사를 간 뒤로 서준혁은 야근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매일 엔씨 글로벌회사 입구에 나타나 신유리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는 바람에 서준혁이 신유리에게 선물한 흰색의 BMN차량은 거의 몰지 않은 새 차로 남아있었다. 회사에 있던 여자들은 서준혁을 자주 봐서 익숙해졌고 다들 신유리를 부러워하며 어떻게 저런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를 만났는지 궁금해 했다. 짐을 정리하던 신유리는 직원들의 물음에 하던 행동을 멈추고는 말을 했다. “남자는 너무 믿으면 안 되는 거예요. 그래도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게 제일 중요한 거죠.” 원래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여자기에 신유리는 진심을 다해 당부했다. 그래도 자기 자신부터 잘 가꾸는 일이 제일 중요하니까. 그렇기에 할아버지가 어린 자두를 벌써부터 이것저것 배워주는 것에 대해 말리지 않았던 것이다. 필경 자두가 정말 진심을 다해 배운다면 그 무엇보다 강한 사람이 될 테니까. 신유리 혼자서 자두에게 배워주는 것보다는 서씨 가문에서 배양을 하는 쪽이 아이에게 더 좋은 선택이기에 신유리는 할아버지의 성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 자두는 매일 할아버지 집으로 향해 계몽 학습을 해야 했고 할아버지는 서준혁도 자두만한 나이 때부터 이 학습을 했다고 말을 했다. 신유리의 말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여자 직원들은 신유리를 부담스러울 정도로 쳐다보고 있었다. 때마침 임아중이 다가와 신유리를 데리고 휴게실로 피해줬고 혀를 차며 말을 꺼냈다. “서준혁 씨 같은 남자도 지금 훌륭한 남자로 속한 거야? 지금 여자들은 참 속이기 쉽다니까.” 서준혁이 신유리에게 프러포즈를 한 사실을 숨기지 않았기에 임아중도 자연스럽게 소식을 접했다. 비록 그녀는 신유리가 그의 프러포즈를 받아준 것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동안 서준혁이 신유리를 위해 해준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기에 축하를 해줄 수밖에 없었다. 임아중이 말을 마치자마자 할아버지가 보낸 문자로 인해 신유리의 핸드폰이 울렸다. [유리야, 오늘 우리 집
서준혁은 신유리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손을 뻗으며 그녀를 불렀다. “유리야, 일로 와.” 신유리는 조금 망설이다가 그에게 다가갔고 서준혁은 단숨에 그녀를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신유리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향기를 맡으며 고개를 숙이고는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입을 맞추다가 신유리는 침대로 끌려가다시피 발길을 옮겼고 서준혁이 슥 몸을 돌리자 그녀는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아래에 깔려버렸다. 빗소리는 점점 더 세게 들려왔고 두 사람의 호흡소리는 점점 더 가파졌다. 서준혁은 잔뜩 잠긴 목소리로 신유리의 이름을 불렀다. “유리야.” 신유리는 자신의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았지만 옆에 자두가 있었기에 마지막 이성의 끈을 꽉 붙잡았다. 그녀는 서준혁의 가슴팍을 툭툭 치고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이러지마, 자두가 옆에 있는데 왜 이래.” 서준혁은 신유리의 말에도 망부석이 되어 그녀를 꼭 안으며 눈을 맞추더니 머리를 신유리의 품 안으로 콕 박으며 애교를 부리 듯 대답했다. “조금만 안고 있게 해주라.” 신유리는 그를 밀쳐내지 않고 가만히 있었고 천장을 바라보다가 문득 지금 이 상황이 웃겨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어?” 갑자기 크게 웃는 신유리가 이상한지 서준혁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몰라, 그냥 너무 웃기네.” 서준혁은 신유리의 말에 몸을 살짝 일으켰고 잘생기고 수려한 그의 얼굴은 딱 마침 신유리의 시선을 막아버렸다. “나랑 같이 있는게 너무 좋아서 웃는 거야?” 신유리는 두 눈만 깜빡일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서준혁 또한 신유리의 눈빛에 담겨져 있는 사소한 감정 하나라도 놓칠 세라 뚫어져라 그녀를 쳐다보다가 다시 물었다. “솔직하게 말해. 나 속이면 안 돼.” “응, 맞아.” 신유리는 당당하게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며 대답했다. “너랑 같이 있으면 왜인지 모르게 자꾸만 웃음이 나.” 서준혁은 순간 꿀을 가득 먹은 듯 뼛속까지 달달해 나는 기분이 들었고 하늘을 날 듯 기뻤다. 그는 더는 참지 못하
신연과 신유리가 더 많은 교류를 하는 일이 영 신경이 쓰인 서준혁은 결국 직접 나서서 신연의 집 문제를 해결했다. 신유리는 전에 신연에게서 받은 은혜만 아니라면 진즉에 이런 교활하고 가식적인 사람과 연락을 끊고 싶었다. 비록 신유리는 계산적인 사람이 아니지만 이런 사람을 피하기 위해 조심조심 생활을 하는 것 또한 불편하고 힘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신연이 성남으로 온다면 그와 송지음의 일을 제대로 하나하나 물으려고 결심했다. 송지음이 그런 장애를 가진 늙은 남자와 결혼을 한 일에 신연이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외할아버지 일로 송지음을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왜 신연은 자신을 막았고 심지어는 송지음을 풀어줬는지 따지고 싶은 마음이었다. 신유리는 혹시 신연이 송지음에게 다른 감정이 있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지만 그냥 단순하게 신연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가 궁금했다. 외할아버지의 죽음은 신유리 가슴속에 깊게 박혔지만 성격이 진중한 신유리는 신연의 결정을 안 뒤로 송지음이 감옥을 가는 일에 그와 많은 것을 묻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연이 물고 늘어지는 송지음의 일을 놓기만 한다면 신유리는 꼭 송지음에게 그녀가 한 짓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치르게 하고 싶었다. 송지음의 이름을 자꾸만 말하고 떠올릴 때면 신유리는 저도 모르게 서준혁에게 시선이 갔다. 원래 자두와 레고 놀이를 하며 신나게 놀던 서준혁은 신유리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의아해했다. 신유리는 누가 봐도 수상한 사람처럼 의미심장하게 그의 눈을 피했고 서준혁은 잠시 당황하는 듯싶더니 몸을 일으켜 다가오며 물었다. “왜?” “송지음 씨가 지금 어디 있는지 너는 알아?” 신유리가 되물었다. 서준혁은 송지음이라는 이름을 듣자 미간을 찌푸리며 신유리에게 말했다. “갑자기 걔는 왜 물어? 이렇게 좋을 때에.” 신유리는 담담한 표정으로 서준혁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그래도 네 옛 직원인데 관심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서준
실습생의 목소리는 까랑까랑한데다가 다정다감하기까지 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버렸다. 서준혁은 그녀의 목소리에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고 실습생은 말을 이어갔다. “비서실에 새로운 사람이에요. 예슬 언니가 오늘 서 대표님과 함께 엔씨 글로벌 회사와 회의를 참석하며 기록을 남기라고 해서 왔어요.” 그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로 신유리를 바라보았고 이내 냉랭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람 바꾸라고 하세요. 아니다. 다른 사람 말고 이석민 씨 바로 불러주십시오.” 실습생의 얼굴에 순간 당황과 두려움이 섞인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고 그녀는 잔뜩 긴장하며 물었다. “서 대표님, 제가 혹시 뭐 잘못한 거라도...” “이렇게 번거로울 필요 없어요. 서 대표님 시간도 귀중한데 계약 건에 대해 회의만 하고 끝내요.” 상황을 지켜보던 신유리가 담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고 마치 아주 정상적인 관계의 고객인 냥 행동했다. 하지만 서준혁은 그런 신유리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드는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는 신유리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아 앉으며 말했다. “유리야.” “공공장소에서 언행에 주의해주시죠. 서 대표님.” 신유리가 대답했다. 공과 사를 딱딱 구분하는 신유리의 모습에 서준혁은 웃기기도 화가 나기도 했다. ‘아침에 내 품에서 일어나놓고는 이제 와서 언행을 주의하라고?’ 그러나 신유리의 말에 서준혁은 반박할 용기가 없어 그냥 배합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엔씨 글로벌의 계획안 제가 확인 다 마쳤습니다. 신 매니저님 꽤나 훌륭한 계획안을 제공해줬더라고요. 저희 화인 그룹에서는 엔씨 글로벌과 함께 할 미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유리는 바로 서준혁의 말에 대답을 했다. “서 대표님 아직 보지시도 않고 어떻게 제가 한 계획안이 훌륭하다고 평가를 하시는 거죠?” 서준혁은 당황하는 기색 하나 없이 말했다. “저는 신 매니저님의 능력을 믿습니다.” 신유리는 서준혁을 말없이 바라보았고 서준혁의 눈빛에는 점점 웃음기가 가득 차고 있었다. 한참을 서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