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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1화

“네, 네, 알겠습니다.”

도우미는 숙취해소제만 남겨두고 헐레벌떡 방을 나갔다.

안방에는 또다시 두 사람만 남았다.

“한지영, 얼른 일어나.”

“싫어요!”

한지영은 술에 취했어도 이 세글자만은 또렷하게 뱉었다.

“자, 착하지. 얼른 숙취해소제부터 마셔.”

백연신이 마치 아이 다루듯 부드럽게 말하는 걸 부하직원이 봤으면 아마 경악을 할 것이다.

그는 한지영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이렇게 다정해 본 적이 없다.

“나 어떡해요... 점점 더 연신 씨가 좋아지는 것 같아요...”

술에 취해 내뱉는 소리가 분명했지만 그런 그녀의 말에도 백연신의 심장은 거세게 뛰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날 좋아하면서 그딴 건 왜 보러 간 거야? 게다가 다른 남자 옷까지 뺏고.”

“그거야... 유진이 스트레스 풀어주려고 간 거죠, 헤헤... 물론 걔들이 잘생기긴 했지만...”

한지영은 트림을 한번 시원하게 하더니 양손으로 백연신의 얼굴을 감쌌다.

“그건 그냥 감상만 하는 거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연신 씨예요... 나는 연신 씨가 정말 정말 너무 좋아요...”

그녀는 말과 함께 마치 느끼한 아저씨처럼 백연신의 볼 곳곳에 뽀뽀해댔다.

백연신은 그런 그녀의 행동을 밀어내기는커녕 뽀뽀 세례를 가만히 받고만 있었다.

지독한 술 냄새가 코를 찔러왔지만, 그 상대가 한지영이라서 오히려 향기롭기도 했다.

한지영은 좋아한다고 얘기할 때마다 그에게 입을 맞췄다.

“한지영, 나한테 사랑한다고 해 봐.”

이렇게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야만 이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가실 것 같았다.

한지영은 그 말에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치더니 백연신의 마음이 두근거릴 만큼 환하게 웃었다.

“나는 연신 씨를 사랑해요.”

백연신은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머리를 잡아 거칠게 입을 맞춰왔다.

그녀가 계속 이렇게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자신만을!

이번 생은 꼼짝없이 한지영이라는 여자에게 감겨버렸지만 이 지독한 사랑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

다음 날 아침.

한지영은 알람 소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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