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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어제 술을 너무 마신 탓에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크게 외쳤다.

“유진이는요? 나 어제 유진이랑 같이 갔었는데?”

그 말에 백연신은 간신히 눌렀던 화가 또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유진 씨랑 같이 있었던 건 기억이 나나 보지? 어제 나한테 꼭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바쁘다며, 그런데 그딴 곳을 가?”

한지영은 잘못한 건 아는지 이불 속에 얼굴을 반쯤 파묻었다.

“유진이가 요즘 스트레스받는 것 같아 데리고 간 거예요. 그리고 나 일 한 건 맞거든요? 다 마치고 오후쯤에 유진이한테 갔죠.”

“그래? 그럼 왜 그렇게 신이 나서 옷까지 뺏었을까? 평소 내 옷은 눈길도 안 주더니, 애먼 남자 옷은 그렇게 꼭 쥐고 안 놔?”

화를 내는 건 분명했지만 그녀의 머리를 마사지해주는 그의 손은 여전히 부드러웠다.

“그, 그건... 그것도 유진이 주려고 했죠!”

한지영은 임유진 핑계를 대며 이 상황을 무마하려고 했다. 그리고 어제 술김에 임유진이 원한다면 주겠다 하기도 했으니 딱히 거짓말한 것도 아니다.

“그러고 보니 그 셔츠는 어디 있어요?”

한지영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버렸어.”

백연신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한지영은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아쉬움 가득한 얼굴을 했다.

“그걸 버리면 어떡해요. 그거 인터넷에 팔면 10만 원은 받을 수 있었다고요!”

그렇다. 그녀는 지금 돈이 아까운 것뿐이다.

“됐어, 그 돈 내가 줄게.”

“그게 같아요? 돈도 내가 직접 벌어야 좋은 거라고요!”

한지영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그의 손에 자신의 머리를 맡겼다.

“연신 씨 조금만 더 세게 해봐요. 응, 거기. 거기 좀 더 주물러봐요.”

백연신은 미안해하며 납작 엎드려도 모자랄 판에 당당하게 명령까지 하는 그녀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

“그럼 어제 유진이 먼저 데려다주고 여기로 온 거예요? 유진이도 많이 취했죠?”

“많이 취하긴 했는데 유진 씨 데려다준 건 내가 아니라 강지혁이야.”

그 말에 한지영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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