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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너 같은 사람은 그게 어떤 기분인지 모르겠지. 모두 다 같은 사람인데 어떤 사람들은 위에 군림하며 너무나도 쉽게 다른 사람의 목숨줄을 흔들어.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 위에 있는 사람들 눈치를 보며 자신의 운명조차 손에 쥐지 못해.”

그때도 만약 임유진이 그저 그런 집안의 딸이 아닌 부잣집 딸이었다면 교통사고 누명 따위 뒤집어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누명을 씌우려는 짓을 감히 하지 못했겠지.

감옥에 있을 당시 임유진은 마치 그저 껍데기만 남아있는 사람처럼 그저 하루하루 다른 사람의 눈치만 봐야 했다. 오늘 매 맞지 않고 무사히 지나가느냐 마느냐는 그녀보다 먼저 들어온 수감자의 손에 달렸으니까.

그리고 그 수감자 또한 윗사람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었다.

강지혁은 눈앞에 있는 여자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내가 그 기분을 모른다고 어떻게 확신해?”

그는 자조하듯 피식 웃었다.

임유진과 헤어진 이유가 그녀를 더는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유가 자신의 운명이 남의 손에 쥐어지는 게 싫어서인데 그가 어떻게 그 기분을 모를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감정에 너무 깊이 빠져버리면 자기도 모르는 새에 자신의 모든 걸 상대방에게 내어주게 된다.

임유진은 그의 말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그의 표정이 마치 정말 그 기분을 아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상대는 강지혁인데... 감히 누가 그의 목숨줄을 쥐고 있을 수 있겠는가!

“강지혁, 그건 네가 생각해도 웃기는 말인 거 알지?”

“혁이라고 부르라 했어.”

강지혁은 미간을 위로 치켜세우며 말을 이었다.

“어젯밤은 그렇게 나를 끌어안으며 혁이라고 부르더니.”

임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못 믿겠어? 고이준한테 전화해 볼까? 직접 물어봐. 어제 옆에서 똑똑히 들었을 테니까. 아니면 백연신한테 물어보던가.”

임유진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어제는... 취해서...”

“취해서?”

“취해서 헛소리한 거야.”

“취중 진담이 아니고?”

취중 진담? 대체 어제 취해서 또 무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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