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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응, 괜찮아. 어제는 연신 씨네 집에서 잤어.]

한지영은 술에 취해 백연신을 덮쳤다는 얘기는 굳이 하지 않았다.

아까 아침밥 먹을 때 백연신이 진지하게 얘기를 꺼냈었다.

“너 이제 초범 아니야. 이러고도 나 책임 안 지겠다고 하면 진짜 죽을 줄 알아.”

원래 이런 말은 여자가 하는 게 맞지만 이 두 사람 관계에서만큼은 백연신이 말하는 게 더 잘 어울리기도 했다.

“책임 질 거지?”

백연신이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

“어... 그래야죠.”

한지영은 뜨거운 그의 시선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아침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자 한지영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분명히 달콤한 말은 아니지만 어쩐지 가슴 한편이 붕 뜨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임유진과 대화를 마친 후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임유진 역시 휴대폰을 집어넣고 일에 집중했다. 하지만 사건을 훑어보던 손이 얼마 안가 멈추고 그녀는 고민에 빠졌다.

어젯밤 강지혁은 왜 그곳에 간 걸까? 게다가 그 장소는 또 어떻게 알고?

그리고 누나 제안은 이미 거절했는데 왜 또 눈앞에 나타나는 걸까?

헤어졌는데 분명히 헤어진 게 맞는데 이건 그녀가 상상했던 이별과는 매우 달랐다.

깔끔하게 서로를 지우고 연락도 안 하며 다시는 못 볼 줄 알았지만, 그는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나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아니야. 생각하지 마, 임유진!’

임유진은 고개를 세게 흔들며 지금은 강지혁이 아닌 일에 집중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그쳤다.

어느새 오후가 되고 차 변호사는 임유진을 사무실로 불러와 말했다.

“유진 씨는 다시 곽동현 씨를 만나 그날 곽동현 씨가 얘기해줬던 의심스러운 부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사인까지 받아오세요. 증인이 직접 얘기했다는 증명이 필요합니다. 경찰 쪽은 얘기해 본 결과 재수사는 아직 어렵지만 이 사건을 담당했던 분에게 의문점을 제기하니 개인적으로 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이죠.”

정말 희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경찰 쪽에서 새로운 증거를 입수하게 되면 재수사도 분명히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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