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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손목에 남은 붉은색 자국이 마치 불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웠다.

임유진은 눈을 감을 때마다 이 자국 위에 입을 맞췄던 강지혁이 떠올라 미칠 것 같았다.

...

3일 뒤, 탁유미는 아침 일찍 일어나 아직 자고 있는 윤이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이렇게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벌써 꽉 차는 기분이다.

돌이켜보면 그때 아이를 지우지 않은 건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이었다. 물론 아이 때문에 두 배로 더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그 모든 것이 다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때 탁유미 엄마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세상을 다 가진듯한 얼굴의 딸을 보더니 피식 웃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미야, 짐 정리는 이제 끝이야. 어차피 오후에 출발할 거니까 지금 좀 자 둬.”

“잠이 안 와요.”

탁유미는 고개를 저었다.

“이따가 이삿짐센터도 오기로 했잖아요. 슬슬 일어나야죠.”

“G 시에 가게 되면 가게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조금 걱정이 되네.”

탁유미 엄마의 얼굴은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했다.

‘윤이 식당’이 대단히 장사가 잘됐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단골손님도 많아졌기에 수입이 대체로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G 시로 가게 되면 모든 걸 다시 처음부터 구축해 나가야 하니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곳에서 자리 잡았던 것처럼 거기서도 열심히 하면 되죠.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우리 세 식구 분명히 괜찮을 거예요.”

탁유미 엄마는 씩씩한 딸을 보며 마음이 미어졌다.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엄마랑 윤이가 있는데 내가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탁유미는 자신의 엄마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이곳을 떠나는 건 다른 게 아닌 ‘행복’해지려고 가는 것이다.

...

커다란 연회 홀에서는 지금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이경빈은 오늘 이곳에서 공수진과의 결혼 날짜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에는 단지 애인 사이인 것만 알렸다면 오늘은 확실히 두 사람이 맺어지게 된다는 일종의 서약과도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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