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04화

“모르겠어요, 나도...”

공수진은 입술을 꼭 깨물고 대답했다.

이경빈이 이상해진 건 전화를 받고 나서부터였다. 대체 그건 누구에게서 결려온 전화일까? 누굴 잡으라고 한 거지?

그녀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혹시 우리 수진이와의 결혼을 원하지 않아서 떠난 건 아닐까요...?”

공수진 엄마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공수진의 집안은 원래 소소하게 중소기업을 운영했었지만 요 몇 년간 이씨 가문의 지지를 받으며 회사가 빠르게 성장해 공씨 가문은 어느새 상류층 가문에 낄 수 있게 되었다.

세간에서는 그들을 이씨 가문을 이용해 자신의 지위를 올리려는 기생충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만약 두 사람의 결혼이 깨지기라도 하면 공씨 가문은 계속해서 비난을 받을 것이며 여차하면 예전으로 돌아가게 될 수도 있다.

“결혼 날짜도 이미 다 받아왔는데 무슨. 당신은 재수 없는 소리 좀 하지 마.”

공수진의 아빠가 호통을 쳤다. 그러고는 두 명을 향해 조용히 속삭였다.

“지금 사람들 많은 거 안 보여? 태연한 척해.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공수진의 부모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손님들에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공수진은 입술을 깨물며 이경빈이 사라진 연회장 입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아까 그는 마치 그녀 따위 보이지 않는 듯 화를 내며 뛰쳐나갔다.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알면서도 그는 사라져버렸다.

대체 누굴까? 대체 누가 이경빈을 이곳에서 사라지게 만든 걸까?

강한 불안감이 공수진을 감쌌다.

탁유미는 지금 이삿짐센터 직원분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모든 짐이 차량 위에 실린 걸 본 뒤에야 엄마와 아들을 바라보았다.

“엄마, 짐은 이제 됐으니까 일단 식사부터 하고 천천히 출발해요.”

윤이는 예쁜 두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엄마, 그럼 우리 이제 S 시로는 안 돌아오는 거예요?”

“음...”

탁유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언제까지 이경빈의 눈을 피해 살아야 하는지 그녀도 몰랐으니까.

“이제 윤이가 크면 윤이 좋아하는 곳으로 가자.”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