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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심지어는 자신마저도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가 마음속에서 일렁이는 기분이었다.

그때 세 사람을 태운 차가 천천히 호텔 입구 쪽에 멈춰서고 이경빈은 말없이 차에서 내렸다.

탁유미도 윤이의 손을 잡고 그의 뒤를 따랐다.

이곳은 이경빈 명의의 호텔이라 그는 당연하게도 제일 위층의 스위트룸 안으로 들어섰다.

처음 이런 곳에 와본 윤이는 신기한지 이곳저곳 둘러보았고 커다란 TV를 봤을 때는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이 났다.

그러다 역시 아이라 그런지 서서히 눈꺼풀이 내려왔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원래는 점심을 먹은 뒤 낮잠을 자야 하는데 기차 탈 생각에 들떠 잠을 자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엄청 피곤했을 것이다.

탁유미는 품에서 잠이 든 아이를 확인하더니 이경빈을 향해 물었다.

“일단 아이 좀 재워도 될까? 그리고 할 얘기 있으면 윤이 없는 곳에서 해. 아이한테 쓸데없는 얘기 들려주고 싶지 않아.”

이경빈은 옆에 있던 방문을 열어주며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탁유미는 윤이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아주 당연한 행동인 듯 아이의 말랑한 볼을 몇 번 쓰다듬어 주었다.

탁유미도 알고 있다. 이제는 피할 수 없다는 걸. 지금부터는 아이를 뺏기지 않게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윤이의 곁에서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걸 지켜봐야 하니까!

탁유미는 모르겠지만 이경빈은 지금 방문에 기대 복잡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탁유미가 누군가의 ‘엄마’가 되리라고는 상상해본 적도 없다.

방금 그녀가 아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따뜻한 눈길로 바라볼 때는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냥 이대로 계속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평생...

탁유미는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몸을 일으켜 방에서 걸어 나왔다. 그러고는 방문을 닫고 이경빈을 향해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나한테서 도망가려고 애쓴 게 저 아이 때문이야?”

이경빈의 눈은 다시 싸늘해졌다.

그는 아까 자신이 했던 생각이 기가 막힌다는 듯 속으로 자조했다.

탁유미가 뭐라고 평생을 보고 싶단 말인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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