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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1화

여차여차 보고를 마친 임원은 강지혁 쪽으로 조심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자신 역시 해고당할까 봐 두려운 것 같았다.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리고 회의실의 적막이 깨져버렸다.

임원진들의 시선은 일제히 강지혁 앞에 놓인 두 대의 휴대폰으로 향했다.

강지혁에게는 두 대의 휴대폰이 있는데 한 대는 한정판 고가 핸드폰이었고 다른 한 대는 그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저가 휴대폰이었다.

하지만 평소 강지혁은 어째서인지 연락 오는 사람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저가 휴대폰을 더 아꼈다.

그리고 지금 그 저가 휴대폰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이에 강지혁은 얼굴색을 바꾸더니 사람들 앞에서 바로 전화를 받아버렸다.

그리고 얼마 후 강지혁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지금 나한테 부탁하는 거야? ...좋아, 문자로 두 사람의 사진과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를 보내, 알아봐 줄게.”

임원진들의 표정은 가지각색이었다.

부탁이라니. 강지혁이 부탁한다고 들어주는 사람이었던가?

눈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조아린다고 해도 거들떠보지 않을 사람이 바로 강지혁이다.

그런데 방금 통화에서는 일부러 부탁이라는 말을 들으려는 듯 그는 굳이 되물었다.

대체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누구였던 것일까?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은 고이준밖에 없었다.

해당 휴대폰의 번호를 아는 사람은 임유진밖에 없을 테니까. 또한, 이 휴대폰 안에도 임유진의 번호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대체 무슨 부탁을 했는지까지는 고이준도 몰랐다.

한편, 전화를 끊은 임유진은 한동안 멍하니 휴대폰만 바라보았다.

방금 그는 강지혁에게 결국 부탁을 했다....

탁유미와 윤이를 찾아내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고작 부탁만으로 두 사람의 상황을 알 수 있었으니 오히려 다행이었다.

전과 기록을 달고 일자리를 찾아 헤맬 때 망설임 없이 그녀를 고용했던 사람이 바로 탁유미였으니까.

“유진 씨, 저번에 노란 장미 준거, 유승호 씨라면서요?”

그때 정한나가 웃으며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조심해요. 유승호 씨 바람둥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니까.”

걱정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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