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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강지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녀 말대로 이건 모순이 맞다.

임유진을 너무 깊게 사랑할까 봐 두려웠다. 아버지의 전철을 밟게 될까 봐, 사랑 때문에 자존심이고 목숨이고 다 버릴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헤어지고 나서는 미쳐버릴 정도로 그녀가 보고 싶고 강제로라도 옆에 두고 싶었다.

“날 이렇게 모순덩어리로 만드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너밖에 없어.”

그의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그녀에게로 향했다.

임유진은 더욱더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역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강지혁의 눈에는 갈망과 억제가 같이 섞여 있었다.

...

다음날, 임유진이 퇴근하려고 빌딩에서 나와보니 강씨 저택 기사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표님께서 임유진 씨를 보고 싶으시답니다.”

임유진은 잠깐 망설이더니 별말 없이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 장면을 정한나가 또 한 번 목격해버리고 말았다.

정한나는 그녀가 전과 같은 차량에 오르는 것을 보고 역시 유승호와 뭔가 있는 게 맞다고 확신했다.

전에 친구에게서 유승호의 현 여자친구는 연예인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러니 만약 이 사실을 그 여자친구가 알게 된다면...

정한나는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휴대폰을 꺼내 들어 임유진이 차에 오르는 장면과 차가 떠나는 모습까지 전부 사진에 담았다.

이러한 증거를 조금 더 모은 후 인터넷에 뿌리게 되면 유승호의 애인이 알아서 임유진을 처리해줄 것이다.

유승호의 애인은 성격이 괴팍하기로 소문났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 임유진은 단단히 잘못 걸린 것이다.

정한나는 구석진 곳에서 혼자 사진을 보며 씩 웃었다.

임유진을 태운 차량은 강씨 저택 앞에 멈춰 섰다.

“대표님은 안에 계십니다. 유진 씨가 오게 되면 바로 침실로 올라오라고 하셨어요.”

침실이라는 말에 임유진은 조금 어색하게 웃었다. 강씨 저택 사람들 모두 두 사람 사이를 알고 있다 해도 민망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마치 연극 무대에 선 배우가 된 기분이었다. 강지혁이 쓴 대본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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